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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주문하신 적 없는 슬픈 백합" (1)앱에서 작성

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3 19:11:03
조회 254 추천 14 댓글 1
														

이 글은 이름없는 아스테리즘을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내 이름은 이가빈
평범한 18살 고등학생이다.
긴 생머리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아담한 키.

이것만 들으면 여자여자한 여학생을 상상하겠지만, 실제는 운동을 무지 좋아하고 털털한 성격이다.
그런 성격 탓인지 나는 어릴 적부터 나는 남자들과 하루 종일 축구를 하며 어울린다거나, 집 근처 이곳저곳을 함께 쏘다니거나 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서스럼없이 어울려 다녀서 그런지, 나는 한 번도 남자 녀석들을 연애 대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녀석들과 연애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역시 나는 연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 했었다. 2학년이 된 날 그 아이를 만나기 전까진.

그 아이와의 첫 만남에는 별 거 없었다.
학교에 가기 위해 탄 버스에서 옆자리에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고 멍하니 있던 아이. 모델처럼 길쭉길쭉했지만 여자라고 생각되지 않을만큼..... 이 부분은 생략하도록 하자.
어쨋든, 허리까지 오는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그 여자아이가 신경쓰여 흘끗흘끗 쳐다보는데,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를 했다.

나는 몸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리면서도 반사적으로 그 아이의 몸으로 뒤로 끌어당겼다. 그 아이는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상황 파악이 된 듯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 고마워."
"별 거 아니야! 안 다쳐서 다행이야."

나는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아이가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너... 머릿결이 참 좋구나. 따로 관리라도 하는거야?"
"에엣? 관리는 안하는데..."
"그렇구나... 머릿결이 너무 부드러워서 틀림없이 관리를  하는 줄 알았어. 좋은 머릿결이네."

그렇게 말하며 나한테 무심히 싱긋 웃어보이는데, 내 가슴이 왜인지 모르게 두근거렸다.

'...?'

그 두근거림에 의아해하며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향하는데, 그 아이와 내가 향하는 곳이 겹쳤다.
이내 같은 곳으로 향하는 손.

"엇..."

교실의 문을 열기 위해 향했던 내 손이 그 아이의 손과 겹쳐졌다. 왠지 모르게 뜨거워지는 얼굴을 느끼며, 따뜻한 그 아이의 손에서 황급히 차가운 내 손을 떼어내었다.

"미, 미안!"
"아니야... 그보다, 우리 같은 반이었구나."
"우, 우연이네 하핫."
"나는 김나은이야. 잘 부탁해."
"나는 이가빈이야. 잘 부탁해."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나에게 달려오는 또다른 한 아이.

"가빈아!!"

나보다 살짝 큰 키에, 웨이브 있는 단발머리.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몸. 귀여운 인상을 가진 이 아이의 이름은 박연지이다. 1학년 때 항상 같이 다니던 절친이다. 2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되었다.

"어라, 너 되게 예쁘다. 이름이 뭐야?"
"...김나은이야."
"응, 그렇구나. 내 이름은 박연지야.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나은이의 두 손을 덮썩 잡고 붕붕 흔드는데, 나은이는 꽤나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지, 연지가 붙임성이 좋은 건 알고 있지만 가끔은 너무 과하다.

나는 일기를 쓰는 것이 습관이어서, 셋이서 있었던 일을 그 날 저녁에 일기에 써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 셋은 같이 다니게 되었다. 셋이서 함께 잡담을 떨면 그것이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그런데 처음 나은이를 봤을 때 느꼈던 가슴의 두근거림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 길쭉길쭉한 손가락과, 살짝 날카로운 눈매에 긴 속눈썹... 나도 모르게 그 아이의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자각하게 되었다.

나, 나은이를 좋아하는구나.

한 번 의식하게 되니 마음의 동요가 멈추지를 않았다. 나은이와 대화할 때 내 모습을 의식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이 아이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마음은 절대로 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야, 나은이가 여자를 좋아할리도 없고,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더 이상 셋이서 함께 있지 못할테니까.

나는 이 마음보다 셋이서 함께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그러니 이 마음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없애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건 뭐지?

내 눈 앞에는 보건실에서 잠든 연지에게 키스하고 있는 나은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회로 좀 돌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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