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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2부 -7-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5 23: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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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설날에는 수련이의 몸을 친척들에게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본가로 내려갈 수 없었다. 내가 저 입장이었으면 부모님에게 몸을 보이고 탈출할 텐데… 함께 남는 쪽을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어쨌든 그 일이 있은 이후로 가급적 잘해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 저질렀던 일이 없었던 게 되진 않지만.


 "다 풀었어."


 채점해보니 웬일로 만점 퍼레이드가 나왔다. 자잘한 실수마저 모조리 사라진 결과에 경악마저 금치 못했다. 한다면 할 수 있는 아이잖아! 물론 실전에 약한 게 흠이지만.


 "잘했네. 뭐 먹고 싶어?"


 수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호들갑을 떨어주었다. 보통 그런 경험을 하면 움찔하며 나를 피하거나, 내 손을 쳐낼 텐데 그런 기미 없이 얌전히 있었다. 의외로 담력이 큰 아이야.


 "언니가 처음에 해줬던 제육볶음."


 "오케이!"


 그 이후로 나는 억지로 밝게 행동해보였다. 수련이가 농담 삼아 '나리 언니'라고 대답하던 때와 비교하면 묘한 벽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맞았다. 그 이상 가까워지면 저번 같은 사태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일단 저번에 배웠던 것을 되새긴다는 느낌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살면서 내가 이런 걸 만들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뭔가 하나라도 할 줄 아는 건 무조건 득이 되니까. 지금은 설 연휴라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내 시험무대였다.


 유리 언니가 가르쳐 주었던 절차를 되새기며 어찌어찌 완성할 수 있었다. 혼자 한 것치곤 맛도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여기서 개선시킬 부분이 없을까? 그 부분은 천천히 공부해 봐야지.


 "완성 됐어."


 "잘 먹을게."


 웃으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저번 일이 문득 떠올랐다. 어쩌면 저 웃는 얼굴만 봐도 괴롭히고 싶어 할 지도 모르는 그 본성이 스스로 두려워 졌다. 저런 소소한 행복까지 깨고 싶진 않았다.


 "잠시만 나갔다 올게."


 "어디 가?"


 "비밀."


 나는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점퍼를 입은 채 찬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왔다. 한숨을 크게 내쉬자, 새하얀 입김이 공중에 흩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제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큰 고민이었다. 다시는 괴롭혀서 미움을 산다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과해도 너무 과했고, 도중에 제대로 멈추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게 잘 된 일이었다. 수련이 정도의 사람이면 너무도 과분한 사람이었다. 차마 내게 얽매이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말 뿐인 것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직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처럼 최악의 인간이었다.


깨똑!

깨똑!


 뭐지? 스마트폰을 살짝 열어보니 아리 언니로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언니 : 작은 아빠랑 할아버지가 설날에도 열심히 도와준다고 돈을 보내라고 하셨어.

 

 언니 : [샛별은행]

 아리님께서 나리님께 500,000원을 보냈습니다.

 아래의 입금받기 버튼을 눌러 입금정보를 입력해 주세요.

 입금가능시간 : XX월 XX일 18시 31분

 입금은행 및 입금계좌 이외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입금받기]


 아하하…. 사실 차마 몹쓸 짓을 해서 만나러 가지 못한 건데. 지금의 내겐 이걸 받을 자격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이건 내가 쓰지 말아야지. 우선 받은 다음, 모두 수련이를 위해 쓰자. 그것만으로 속죄가 되진 않겠지만.


 일단 쓰고 있는 계좌를 입력해서 그 돈을 모두 받았다. 나는 다시 심호흡을 했다. 제대로 언니다운 일을 해주지도 못한 후회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떤 걸 좋아하는 지도 모르잖아.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열어서 수련이에게 연락을 넣어보았다.


 >뭐 갖고 싶거나 먹고 싶은 거 있어?


수련이 : 잠시만


 내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게 답변이 왔다. 계속 스마트폰을 펼치고 있었던 것일까? 차라리 나를 욕하고 피하는 쪽이 속이 편할 텐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해서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수련이 : 언니가 단 하루만 나를 위해 투자해주면 다른 건 필요 없어


 >알았어. 그 정도는 할게. 아 참, 그리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맛 같은 거 있어?


 수련이 : 체리 맛!


 하루 날 잡고 역으로 날 괴롭힌다거나 해도 모두 받아들일 생각이다. 아예 수련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채희를 만났을 때 사용 된 스턴 건이라도 쥐어줄까? 내가 폭주할 조짐이 보이면 이걸로 멈춰달라고 하는 거야.


 우선 언니가 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하자, 점원이 나를 반겨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따로 있지만, 오늘은 체리 맛만으로 사가야지.


 포장은 파인트부터 된다고 해서 그걸 고른 다음, 3가지 맛을 고를 것도 없이 모조리 체리 쥬얼리라는 것으로 채워갔다. 괜히 뇌물 바치는 것 같아서 이것대로 이상한 기분이지만… 지금은 뭐라도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 수련이는 후다닥 보던 화면을 내려버렸다. 뭔지는 몰라도 반응을 보니 짐작은 갔다. 그러고 보니 EBS폴더 아직 처리 안했구나. 그런 일을 당하고도 용케 저걸 볼 용기가 있다니. 생각보다 멘탈이 단단한 아이 같아.


 "와, 왔어?"


 "응."


 너무 어색해하는 것 같아서 나는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 흔들어 보였다. 뭘 봤는지는 굳이 묻지 말아야지.


 "언니! 사랑해!"


 내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안겨오는 모습에 오히려 미안한 마음만 무거워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었다. 우선 첫 발부터 내딛어야지.


 "저번 일은 미안했어. 어떤 핑계를 대도 내가 했던 일이니까… 부모님에게 말씀드려도 좋아."


 눈을 동그랗게 뜬 수련이는 잠시 내 얼굴을 보다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보았다. 뭔가 떠오른 것일까?


 "미안하면 아이스크림 먹여줘."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 이런 간단한 걸로 내 짐을 놓아주려 하다니. 정말 좋은 아이구나.


 "물론 입으로."


 방금 했던 생각 취소. 그렇게 당하고도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설마 그 때 너무 괴롭혀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걸까? 그 쪽이 신빙성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시야를 뿌옇게 흐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머리가!"


 그저 수련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상한 애였지만, 결국 이렇게 된 거 내가 평생 책임 져야지. 반드시 불행하지 않게 할 테니까.


 "어, 어어? 입으로 먹여 달라니까?"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흐끅…."


 이번에는 수련이가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던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생각보다 아파!


 "아, 아야…."


 "너무하네! 나 제정신이거든?"


 뺨을 살짝 부풀리며 심통을 부리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저런 반응이 가능하다고? 일반적인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그렇게까지 했는데 어째…서?"


 수련이는 검지로 뺨을 머쓱한 듯 긁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거… EBS폴더에 있던 음욕에 빠진… 아, 아무튼 그거 복습인 줄 알았는데."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는 죄책감으로 며칠 동안 끙끙 앓았는데… 폴더에 있던 능욕물 플레이의 일환으로 받아들였다고? 그리고 제법 하드해서 구석에 숨겨놓은 건데 꼼꼼히도 봤네! 정신적인 내구성은 이런 천연적인 것에서 나오는 거였어? 비현실적이야!


 "아무튼 미안했다면 먹여줘."


 "으, 응."


 어쨌든 나를 달래주려고 저렇게 말했을 뿐, 본심은 다를 수 있으므로 나는 요구를 따라줄 수밖에 없었다. 진실은 모르지만… 저런 반응 덕에 조금은 구원을 받은 느낌이었다.


 조금 단단한 아이스크림을 떠서 내 입에 넣은 다음, 바로 수련이와 입술을 겹쳤다.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빠르게 넣어주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다음 혀를 얽어주며 녹이고 삼키는 것까지 느꼈다. 혀가 이어진 상태에서 꿀꺽 하고 삼키는 그 목의 울림이 그대로 전해져 야하게 느껴졌다.


 "한 입 더."


 뻔뻔스러운 요구였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더 끔찍한 짓을 저질렀으니까. 오히려 없던 일로 봐주는 느낌이라면 싸게 먹히는 것이었다.


 수련이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뜨며 입을 열었다.


 "이번엔 내가 먹여줄게."


 "으, 응."


 아이스크림을 받아먹으면서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얼떨떨했다. 수련이와 키스로 아이스크림 먹여주는 것부터, 고작 이런 행동으로 그런 짓을 용서한다는 것까지. 설마 꿈은 아니겠지? 나는 체리맛으로 변질된 타액을 삼키며 뺨을 살짝 꼬집어보았다. 하지만 꿈은 아니었다.


 "언니. 뭐 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다행히 쌓여있던 줄 알았던 앙금은 눈… 아니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져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금 용서 받았다고 해결된 것은 아니다. 나중에 비슷한 짓을 또 저지른다면 정말로 애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 그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했다.


 "언니가 생각보다 죄책감을 갖고 있어서 다행이야."


 "응?"


 수련이는 정말 사심 없는 깨끗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말을 이었다.


 "덕분에 설날을 언니와 단 둘이 보낼 수 있었잖아."


 역시 안 되겠어. 모른 척 해주려고 했지만 이 녀석이 보던 파일을 확인해 봐야겠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어엇? 자, 잠깐만!"


 내려가 있던 폴더를 열어보니 내 예상대로 19금 내용들을 보고 있었다. 예상 밖인 게 있다면… SM들인데, 내가 깐 기억이 없는 것들도 섞여 있었다. 그동안 죄책감을 품고 있던 내가 바보 같았다.


 "하… 하하하하."


 허탈해서 웃음만 나왔다. 아까 그거 진심이었을 지도. 아니… 그 보다도 지금은 수련이가 무서워 졌다. 그걸 버티고도 오히려 부족했다고? 너 그 이상이면 정말 망가져!


 "어, 언니! 이건 그러니까… 그 때의 언니를 이해하고 싶어서."


 아무래도 내가 애를 잘못된 길로 이끈 것 같았다. 다시 정상 궤도로 돌이키려면… 애를 괴롭히지 않고 몇 번이고 만족을 시키는 수밖에 없겠지. 나도 괴롭힐 생각을 버리고 같이 만족을 할 수 있다면 그 모습을 떨쳐낼 수 있을까? 잠깐! 내겐 언니가 있는데 그건… 불성실해! 어쩌지?


 떨리는 눈으로 수련이를 보자, 얼굴을 붉히며 나를 흘끗흘끗 보고 있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 눈치였다.


 "아, 아무튼. 오늘 밤도 부탁할 테니까. 언니 좋을 대로 해도 되니까. 응?"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맞을지도. 내가 망쳐놓은 것은 확실하니 반드시 책임지고 정상으로 돌려놓을 테니까. 언니가 있지만… 남들이 불성실하다고 욕해도 좋으니까, 오늘 밤은 부드러운 방식으로 만족시켜 주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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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 입장에선 나름 심각한 장면인데, 수련이가 여러 의미로 강력한 캐릭터라 개그처럼 순화된 느낌이 드네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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