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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조난자를 위한 안내자 7-1화

ㅇㅇ(180.69) 2021.02.27 20:24:57
조회 108 추천 10 댓글 0
														

연 이은 이사+노트북 고장+제사들로 많이 늦었습니다...ㅠㅠㅠㅠ

전의 화들은 조아라에서 꾸준히 수정되고 있습니다(묘사가 추가되었습니다)




* * *



그러니까, 저 자와 함께 지구에서 왔다는 건가?”

 

 

희원의 설명에 알리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처음엔 환청인 줄 알았는데 유령이라고 하더라고요. 자꾸 저한테 돌아온다나?”

 

 

어물거리는 대답에 알리샤의 미간이 좁혀졌다

불현듯 나타난 정체도 알 수 없는 이를 곁에 두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확인하려는 듯이 알리샤가 입을 열었다.

 

 

거기다 육신이 없는 자라고?”

 

유령을 말하는 거에요? , 그렇다고는 하는데

 

 

알리샤의 고개가 사라가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시선의 끝에서 흙집 앞을 서성거리는 사라가 비쳤다.

 

사라는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흙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닥에서 뒹군 흔적들이 여전히 사라에게 남아있었다

몸 곳곳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으나 사라는 개의치 않은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더 원하는 것처럼 흥분한 얼굴로 벽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 앞을 서성거리기만 할 뿐 사라는 쉽사리 손을 뻗지 못했다

자신이 만졌던 것들이 금방이라도 허상이 될 것처럼. 한참을 그렇게 머뭇거렸을까

사라의 손이 천천히 벽을 향하여 내밀어졌다. 굳은살이 배긴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표면을 훑어 내렸다

그와 동시에 사라의 입에서 탄성이 뱉어졌다.

 

 

, 이거 죽여주는데-”

 

 

흙으로 만든 벽은 우둘투둘했다. 거친 벽면이 손가락을 스치고 지나가며 흙 알갱이들이 부스러졌다

손끝에서 전해져 오는 감촉이 정신을 뒤흔들고 있었다.

 

사라는 이렇게 온전하게 뭔가를 느껴본 게 얼마 만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저 자취만이 남아 있었던 감각이었다

이제는 아니었다. 홍수처럼 넘쳐흐르는 감각은 손을 통해 세상을 맛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손바닥으로 흙벽을 훑어 내리던 사라가 기쁘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진짜 좋다, 이거!”

 

 

환희에 차서 주먹을 쥐고 벽을 팡팡 내리치고야 마는 사라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생생했다.

 

그 모습을 알리샤와 희원이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저것을 보라는 듯 알리샤가 눈짓을 주자, 희원이 어색하게 뒷덜미를 매만졌다.

 

 

정말인데. , 평소에는 뭐 저렇게 못 만져요. 그냥 통과해버리고 그러거든요진짠데.”

 

 

자신감 없는 희원의 말에 알리샤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희원은 뭐라 해명하고픈 기분에 휩싸였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희원이 유령에 대해 아는 거라곤 사라가 지나가듯 언급한 것들이 다였기 때문이다.

 

알리샤가 한숨을 내쉬었다.

 

 

희원, 네가 말하는 것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석연치가 못하다.”

 

?”

 

지구에는 신관이 없나?”

 

신관

 

그래, 신관. 신을 섬기는 자 말이다.”

 

, 스님 같은 거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하죠?”

 

 

희원이 어리둥절하게 묻자 알리샤의 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

이곳에서는 죽음을 맞는 사람에게 신관이 이런 말을 한다

마지막 숨을 내쉬고 나면 우리는 새로운 생명에 깃들게 된다고

육신이 없는 자는 오랫동안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없으나 새롭게 태어나 다시 함께한다고 말이다.”

 

 

진실로 저 자가 육신이 없는 자라면, 그게 네겐 자연스러운 이치로 보이나?”

 

 

고요히 희원을 응시하는 알리샤의 푸른 눈이 달라진 빛을 띄었다

번뜩이는 불꽃같았던 파랑은 이제 심해처럼 깊이 침잠하고 있었다.

 

 

네가 신관으로써의 자질이 있어 육신이 없는 자들을 보는 거라면 나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자가 내게도 보이는 것은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리 한 것처럼 말이다

미로는 원체 해명되지 못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는 곳이라고는 하나.”

 

 

잠시 말을 멈추었던 알리샤가 꺼림칙한 사실을 입에 올리는 것처럼 속삭였다.

 

 

지금 저 자는 꼭 살아있는 것 같지 않나.”

 

 

그리 얘기하는 알리샤에게서 완연한 불신이 엿보였다.

 

희원은 다시 한번 해명하고픈 충동이 들었다. 사실, 희원은 알리샤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몰랐다

유령에 대한 것도, 이곳에 대한 것들도 희원은 아는 게 없었다. 그러나 단 하나 희원이 아는 것이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사라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었다.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은 희원에게 속한 것이었다.

 

희원이 지켜봐 온 사라는 자신에게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희원은 그 정도로 세상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사라는 자신을 도왔다

통과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뻗어졌던 손을 희원을 무시할 수 없었다.

 

희원이 자신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그거 참 신기하네.”

 

 

축 가라앉은 목소리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갑작스럽게 들린 인기척에 알리샤의 몸이 굳어졌다

희원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어느 사이엔가 사라가 두 사람의 뒤쪽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라는 평소와 같은 웃음을 두르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어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한다?”

 

 

사라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희원은 자신도 모르게 사라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닿지는 못했다

사라가 터벅터벅 희원을 지나쳐 알리샤의 앞에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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