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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욕망) 환영받지 못한 자의 마지막 선물 -에필로그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8 02:46:41
조회 297 추천 13 댓글 2
														

# 가교의 이야기꾼


“늦지 않게 돌아오렴.”


그렇게 집을 나선 소녀는 곧장 강가의 가교로 향합니다. 엉성하게 만들어져 어딘지 위태로운 다리 위, 그래도 그곳에는 사람들이 몰려 붐비고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얽히고 섥혀 어지러운 공간. 그 인파의 중심에는 이야기꾼이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슬슬 갈 시간이군요.”


돈을 걷어들이기 위해 언제나처럼 하는 한 마디. 사람들은 원성을 자아내지만 자리를 뜨려는 이야기꾼의 모습에 동전을 하나 둘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꾼은 웃고 있습니다. 가면 아래로 즐거운 듯한 숨소리가 새어나오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그렇게까지 원하신다면야…”


어느새 가득찬 바구니를 내려놓고 이야기꾼은 다시 말을 이어나갑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에리아의 이야기. 소녀가 전에 들었을 때는 분명 고원의 산을 오르는 부분이었는데, 산에서는 어떻게 됐는지 에리아는 지금 늪지대에 있습니다. 소녀는 오늘 늦게 온 모양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을 감춘 채로 이야기꾼의 말에 집중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에리아는 아카시아의 씨앗을 그 손에 넣는데 성공했지만 가혹한 환경은 에리아의 발을 묶고 빠져나올 수 없는 수면의 아래로 끌어당깁니다. 에리아의 숨은 바로 그곳에서 끊어지기 직전. 적어도 마지막 순간 만큼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맞이하고 싶다는 비통한 비명을 외치며,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갈 무렵, 이야기꾼은 입을 닫아버립니다. 사람들은 곧 아우성을 내지만 어찌할 도리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에리아가 어떻게 위기를 타파할 지, 다른 일을 겪을 지 상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꾼이 자리를 정리하면 할 수록 점점 가교는 한산해져 갔습니다. 그렇게 가교에 다른 사람들은 전부 사라지고 이제 막 몸을 일으키는 이야기꾼과 소녀만이 남아 있을 때.


“어서 집에 돌아가요, 어머님이 걱정하실 거에요.”

소녀의 귀로 이야기꾼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밤은 무서우니까.”


그저 관객에 불과한 소녀에게 건네지는 배려. 소녀는 그 따뜻한 마음에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일찍 와요, 중간부터 들으면 재미없으니까.”


어쩐지 집으로 향하는 소녀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소녀는 경쾌하게 바닥을 내딛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니, 걱정했는데.”


“미안, 엄마.”

그러면서도 소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는 지 어머니는 소녀에게 문득 물어오곤 했습니다. 마음씨가 따뜻한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하며 보내는 저녁 시간. 밤이 무르익어 침대에 몸을 눕힐 때, 소녀는 뒷이야기를 상상했습니다. 에리아는, 사랑하는 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정원의 닭이 사람들을 깨웁니다. 그에 맞춰 바라본 창문으로는 해가 비쳐옵니다. 맑은 날, 분명 오늘도 어제와 같이 가교는 사람들로 북적이겠지요. 이야기꾼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또렷이 듣기 위해 소녀는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합니다.


“어디 가니?”


“가교로 가요.”


“오늘은 가족을 맞이하러 간다고 얘기 했잖니.”


“예?”


그런 어머니의 말에 소녀는 지난 기억을 되짚습니다. 새로운 가족, 분명 저녁 시간에 언뜻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모든 준비가 다 끝이 나서 오늘 집에 온다는 말.


“앞으로 함께 살 사람들인데 오늘은 같이 있어야지.”


“나..그래도…”


“내일 가도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줄거야. 우리 딸, 한 번만 엄마 부탁 들어주면 안될까?”


소녀는 그런 어머니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못내 감출 수 없어, 새로 생긴 동생과 한 침대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 소녀의 머릿 속은 이야기꾼으로 꽉 차있었습니다.


소녀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긴 다음 날, 어머니는 소녀에게 주머니를 쥐어주었습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두둑한 동전.


“어제 못 갔으니까, 오늘은 동생이랑 같이 가보렴.”


가면을 쓴 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내뱉는 사람, 동생 또한 소녀가 말해주는 이야기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소녀는 해 지기 전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가교로 향합니다. 그 가슴에는 기대감을 품고 달려갑니다.


하지만 가교에 이야기꾼은 없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텅 비어있는 다리. 혹여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지 않았을까, 둘은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가면을 쓴 사람을 찾지만 그 흔적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소녀들의 발걸음에 맞춰 해는 움직입니다. 그렇게 태양이 지평선 저 너머로 몸을 숨길 때 쯤이 되서야 두 소녀는 이야기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을을 나서려는 사람의 뒷모습. 그 사람은 자신의 뒤에 있는 소녀들의 기척을 느낀걸까요. 천천히 뒤를 돌아봅니다. 그 사람의 얼굴에 씌여진 것은 이야기꾼의 가면.


“오늘은 새로운 분과 함께 있네요?”


“그...동생이에요. 어제부터 같이 살게 됐어요.”


“그렇군요. 후후, 동생분과 사이좋게 지내요.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거든요.”


그 말을 하는 목소리는 애뜻함으로 차있었습니다. 에리아가 사랑하는 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만 동쪽으로 가봐야겠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그동안 즐거웠다고.”


“언젠가 다시 뵐 수 있겠죠?”


그런 소녀의 말에 이야기꾼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다가, 입을 엽니다.


“...에리아는 늪에 잠기면서, 그 생의 마지막 순간에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어요. 하늘은 그 사람을 도와주었을까요?”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에리아의 이야기.


“어제 가교에서 했던 이야기에요,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그러면 에리아의 여행은...그렇게 끝난건가요?”


“이야기의 끝은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에리아가 그렇게 늪지에서 최후를 맞이 했는 지, 또 다른 장소에서 숨을 거두었는 지. 그도 아니라면 혹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고백을 했는 지. 당신의 생각에 따라서 에리아의 운명이 결정되는 거에요.”


그런 말을 마지막으로 이야기꾼은 마을을 떠나갑니다. 소녀는 떠나가는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그 날 밤, 소녀는 조용히 잠든 동생의 곁에서 줄곧 이야기꾼이 남긴 마지막 말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야기의 끝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면.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에리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고, 소녀는 생각합니다. 소녀의 눈에 새로 생긴 가족, 뿔이 달린 새어머니와 함께하는 어머니는 너무도 행복해 보였기에, 소녀는 에리아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 넌 결코 사람이 될 수 없다.


마계, 폭력으로 모든 것이 결정나는 정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마계의 악마들은 프루티를 바랬다. 온후하고 평화로운, 마계에는 결핍된 애정으로 가득찬 세상을 갈망했다. 그렇게 바라기만 하는 나날의 사이, 비대해진 욕망은 악마들을 부추겼고, 악마들은 그들의 칼날을 갈아 프루티를 향해 나아갔다. 평화로운 대지를 손에 넣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나선 그들을 프루티의 사람들은 이겨낼 수 없었다. 그렇게 프루티를 손에 넣을 것만 같았지만, 아라스의 천사가 악마들을 몰아냈고 그렇게 악마들은 다시 마계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성공 직전에 실패로 돌아가버린 침공. 끔찍한 마계의 현실은 변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


침공 이후, 마계의 악마들은 더더욱 사납게 변해갔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현실에 절망해버린 악마들은 싸움만을 계속했다. 대지를 메운 것은 보랏빛 선혈, 그리고 하늘을 메우는 것은 고성. 시트리는 그 틈바구니 속에서 생을 이어나갔다.


언제나 싸움이 벌어지는 마계 한 구석에 자란 아이의 머리에는 뿔이 없었다. 뿔이란 마력이 응축된 힘의 원천이며 악마의 상징. 마계에서 살아남기란 너무도 가혹한 조건. 그럼에도 소녀는 마계의 한 켠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필요하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또 해야한다면 다른 누군가의 등에 칼을 꽂으며. 나약한 소녀는 어떻게든 숨을 이어나갔다.


어느 날, 고용주가 소녀에게 명령했다. 그 날로 소녀는 단신으로 마계 중심지의 저택으로 침입했다. 고용주의 명령은 그 저택의 주인, 귀부인의 목을 베어오라는 것. 소녀는 저택의 그림자에 숨어 몇날이고 며칠이고 귀부인을 관찰했다. 주린 배를 움켜쥐며 기회를 엿보는 나날. 귀부인은 연회장에 앉아 잔을 채운다. 평소에 시중을 드는 시종도 없는 순간. 소녀는 품 속의 단검을 빼들어 귀부인에게 조심스레 다가간다. 떨리는 마음을 감춘 채로, 오로지 저 귀부인의 새하얀 목만을 노려보는 채로.


그 순간 귀부인은 몸을 돌려 소녀의 목을 그 손으로 움켜쥔다. 마계 중심지의 저택에서 거주한다는 것, 그것은 강대한 힘의 증명. 소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간다. 약하게 태어났지만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발버둥 친 그 영혼이 쓰러지기 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듯 했다.


돌연 귀부인은 소녀를 붙잡은 손을 놓는다. 소녀에게 있어 영원과도 같았던 찰나. 겨우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소녀는 생의 감각을 되찾는다.


“누군가 했더니 귀여운 아이였군요. 어딘가에서 희미한 시선이 느껴졌는데...설마 이리도 약한 아이였을 줄은.”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어쩔 도리가 없는 냉혹함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숨을 빼앗을 수 있다는 협박과도 같은 시선. 소녀는 거친 숨을 애써 골라가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목숨을 구걸했다.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어요. 당신을 보니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소녀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귀부인은 그런 소녀의 머리채를 쥐어 올린다. 소녀가 보는 광경엔, 세로로 쪼개진 검은 동공이 번뜩이는 눈이 있었다.


“당신은 저와 함께 일해야겠어요.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는...알고 있겠죠?”


그 날부터 소녀는 귀부인과 함께 저택에서 살기 시작했다. 함께 살며 소녀가 익히기 시작한 것은 단 하나. 어딘가로 숨어 드는 일을 연마했다. 그것은 소녀가 살기 위해 늘 해왔던 일.


“마력이 희미하다는 건 의외의 장점이에요. 그건 마계뿐만이 아니라 어느 다른 곳에서도 통용되는 거니까.”


“다른 곳이 있나요?”


“마계와는 너무도 다른 이상적인 세계, 그런 곳이 있어요.”


소녀는 귀부인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소녀는 귀부인의 말대로 자신의 장점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연마했다. 그 언젠가 귀부인이 사랑을 통해 키워내는 정기로 자신의 적을 포섭할 때 까지,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마왕이 되어 마계를 통일할 때 까지. 그 사이 소녀는 어엿한 여인으로 성장했다.


“당신과 알게 된 지도 꽤 지났네요. 제 목숨을 노리던 어리숙한 아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랄 줄은...”

귀부인이 마왕으로 마계를 다스리는 어느 날이었다.


“이제 곧 제가 당신을 애지중지 키운 이유를 알게 될 거에요.”


말과 함께 마왕이 꺼내든 것은 하나의 스크롤. 요동치는 마력을 겨우내 봉인하고 있는 불안정한 것이었다.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마왕에게 여인은 답하지 못한다. 다만 상상 이상의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고 짐작할 뿐.


“프루티로 향하는 포탈 스크롤. 그래요, 마족들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이상향으로 향하게 해주는 열쇠죠.”


“...침공이군요.”


“예, 지금까지는 실패했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거에요. 이번 만큼은.”

그런 말을 하며 마왕은 흘깃 창 밖을 바라보았다. 광활한 마계, 그곳에 있는 것은 마왕의 사랑으로 교화되어 자신의 사랑과 춤추는 연인들의 세상.


“프루티에 사람들에게 마계의 사랑을 알려주어야 겠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당신이 필요한 거에요. 우리들이 조금 더 쉽게 프루티로 갈 수 있도록, 당신이 길을 열어주어야 해요.”


말을 마친 마왕은 여인에게 스크롤을 내민다. 여인은 그것을 조용히 받아든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분명 이 순간을 위해서일테니.


포탈을 통해 프루티에 도착한 여인이 처음 본 광경은 강대한 성. 철과 은으로 무장한 전사들이 곳곳에서 성벽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여인은 그 순간의 자신이 해야할 일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성으로 마족을 불러들여야 한다고. 뿔이 없는 약하디 약한 마족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인은 숨을 죽이고 성벽으로 향했다.


“...좋아요, 이렇게까지 쉽게 풀릴 줄은 몰랐는데.”


마왕은 아직 피가 닦이지 않은 옥좌에 앉아 말한다.


“상을 내리죠. 당신은 제 시트리에요, 저의 시트리.”

“시트리…”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마왕이 직접 내린 이름이니.”

하사받은 이름과 함께 시트리는 다음 성으로 향했다. 마족을 막는 경계 장치를 제거하는 것이 그녀가 맡은 일. 마왕의 아래에서 단련한 기술로 그녀는 마족들을 위한 길을 열었다. 그렇게 그녀는 점점 동쪽으로.


“아라스는, 아름다운 곳이에요.”

마왕이 원하고 있는 아라스로 향했다. 아라스로 향하는 여정, 그 사이에서 시트리는 리가드 왕국에 도착했다. 마족의 마력을 봉인하는 힘을 지닌 유물이 전해진다는 왕국. 여느 성과 마찬가지로 쉬울거라 생각했지만 리가드의 유물은 시트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유물은 아주 미약한 시트리의 마력도 붙잡아 흔들었다. 유물을 파괴하기까지 얼마나 극심한 고통이 있었는가. 성에서 겨우내 탈출한 시트리는 어느 작은 오두막에 도착했다. 단풍 나무가 피어있는 정원 아래, 그 몸은 갈갈이 찢긴 채로 시트리는 에이나를 만났다.


뿔이 없기에, 그리고 마족 특유의 마력이 옅기 때문에 사람과도 같은 시트리는 별 의심받지 않고 에이나의 오두막에서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타르시아에서 탈출한 피난민이라는 연기 또한 성공적으로 먹혀들어가 에이나와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에이나, 그녀는 시트리의 거짓말에 기뻐했으며 또한 실제 존재하는 지도 의문인 타르시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라스로 향하기까지, 그 날까지 함께하는 에이나와의 하루하루. 속고 속아넘어가는 관계에 불과하지만 시트리의 안에서 에이나의 존재는 점점 더 커져만갔다. 어느 날,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는 스스로에게 위화감을 느낄정도로. 이대로는 쭉 이 오두막을 떠나지 못할 것만 같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트리는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는 에이나를 애써 외면하며.


그래도 한 번 마음에 붙은 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시트리는, 떠날 결심을 했으면서도 에이나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리가드를, 에이나의 오두막을 떠나기로 한 날. 시트리는 마지막 도박을 했다. 아라스로 함께 떠나자는 권유. 제멋대로의 부탁을 에이나가 들어줄 지는 미지수였지만 시트리는 가만히 에이나의 결정을 기다리기로 했다.


우물가에서 에이나를 기다릴 때, 시트리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계의 음침한 하늘과는 달리 푸른 하늘에 있는 것은 맑은 빛. 어째서 마족들은 프루티를 원했을까, 그리고 마왕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 했는 지 시트리는 문득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장소에 폭력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야만적인 것보다는 이 가슴을 뛰게하는 사랑이 프루티에 어울릴테니. 시트리는 마침 저 멀리 들려오는 에이나의 발걸음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자신의 마력이, 사랑으로 점점 고조되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 채.

*

고해실의 안에서 신부는 당혹스러웠다. 지금 자신에게 죄를 고백하는 어린 양은 정말로 악마인것인가? 이 대륙을 집어삼키는 악의 첨병일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이 곳에서 끊어내리라.


“...진실된 모습으로 마주한다면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을 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다시 관계를 쌓아올라 나간다면…”


울먹이는 신도의 말에 신부는 조용히 묵주를 내려놓았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이 교우에게 용서와 평화를 주소서. 하늘은 당신의 죄를 용서해주었습니다. 죄를 용서받고 잘못을 씻어낸 이는 행복합니다. 평화로이 가십시오. 그대의 사랑을 찾아 진실된 선행을 쌓으십시오.”


이렇게 죄를 참회하는 이는 악마가 아니리라, 그리고 이 여인이 고해실에서 내뱉은 이야기는 분명 어떤 하나의 비유일지니. 교회를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신부는 조용히 축복의 기도를 올렸다. 모든 죄를 씻어낸 이가 부디 평화로이 사랑을 이룩할 수 있도록.


___________________________


환영받지 못한 자는 시트리였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91518

옛날에 딱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어떻게 어떻게 구현해서 참 뜻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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