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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주문하신 적 없는 슬픈 백합" (2)앱에서 작성

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8 23:33:51
조회 173 추천 11 댓글 0
														

이 글은 이름 없는 아스테리즘을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삶은 수많은 필연과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연은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

하지만 오히려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보통은 사소한 것들 뿐.

하지만 우연은 다르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탓 할 수도 없는 문자 그대로의 우연.

그 우연 속에 우리가 하는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내가 '우연히' 봐버린 이 모습을 보고 나는 무슨 선택을 해야할까.


*


나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가빈이와 그녀의 친구인 연지와 어울리게 되었다.

난 이 둘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둘은 무뚝뚝한 나에게도 끊임없이 상냥하게 대해준다.

가빈이는 가녀려보리는 첫인상과는 달리 운동을 아주 잘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가빈이를 동경한다.

하지만 내가 연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친구와는 조금 거리가 먼 감정.

누가 봐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사람.
활짝 웃는 미소가 예쁜 사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녀를 눈으로 좇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이 마주쳐 흠칫 놀라고 있으면,
늘 짓는 미소가 나를 안심시켰다.

자기객관화가 빠른 나는, 빠르게 내 감정을 알아챘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내 마음을 숨기기로 했다.

저렇게 눈부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

연인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친구로 남아있자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지?

연지가 머리가 아프다며 보건실에 간 것이 일의 발단이었다.

나는 그 다음 쉬는 시간에도 연지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는 마음으로 보건실로 걸음을 향했다.

다행히도 상태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천사같은 표정으로 잠에 들어있었을 뿐.

그런데, 그 아이의 무방비한 얼굴을 보니 마음속에서 일렁이며 올라오는 어떤 감정이, 어느새 내 몸을 이끌고 있었다.

순식간에 나는 연지에게 다가가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터질 듯이 뛰는 심장.

하지만, 내 심장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황급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놀람과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여러가지 감정이 섞인 표정을 짓고 나를 처다보고 있는 가빈이가 문 쪽에 서 있었다.

큰일났다. 나는 이제 남은 2년 내내 더러운 레즈비언이라는 소리를 듣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포근한 손길이 내 머리를 감싸왔다.

멍한 눈으로 가빈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가빈이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잠시 밖에서 이야기 좀 하자."


*


나는 곁눈질로 나를 따라 걷고 있는 나은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주 불안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어떻게 운을 떼야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나은이가 말을 먼저 말을 걸었다.

"...미안해. 기분 나빴지?"
"...왜 그렇게 생각해?"
"그야... 여자끼리고..."
"그게 뭐 어때서?"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나은이가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나는, 너를...!"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하고 싶은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비겁한 말을 해버렸다.

"...너는 친구니까. 너는 잘못한게 없는 걸."
"...!"
"괜찮아. 누가 뭐라고 하던, 너의 마음이 가장 중요해."

그 말을 누구보다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이 말을 하다니. 우습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추악한 내 욕망.

'나은이도 여자를 좋아한다면, 왜 내가 아니였을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했다.

예쁘지도 않고, 성격도 좋지 못한 나보단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연지를 좋아하는게 당연하겠지.

동화 속의 멋진 왕자님 같은 나은이와,
아름다운 공주님 같은 연지.

응, 누가봐도 어울린다.

내가 나은이와 이어질 수 없다면, 나은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면 좋겠다.

명백한 위선.

하지만 그런 위선에도 위로를 받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 품에 안겨 훌쩍이는 나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자신을 경멸했다.

나는 알고 있다.

만약에 둘의 관계가 발전하게 된다면, 둘의 사이에서 내 자리는 사라져 버린다는 것.

나는 입 안의 쓴 맛을 삼키며 생각을 되새겼다.

그렇다면 그 둘이 나를 필요할 때까지만 그 둘 옆에 있고 싶다고.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필요없어져 버림받는다고 해도, 진심으로 둘을 응원하자고.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내 안에서 올라오는 추악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짓눌렀다.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ㅈㅅ
제목처럼 계속 다크다크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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