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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재업소전 사오사공) 너를 죽이러 왔어앱에서 작성

카잘린(175.195) 2021.03.01 20:58:44
조회 809 추천 1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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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는 저명한 생물학자다.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로 수많은 학술제를 휩쓴 후, 사오는 정부 높으신 분들의 주목을 받아 정부의 비밀연구 동참을 의뢰받았다. 말이 의뢰지, 목숨이 설령 2개일지라도 어느 신소련 과학자가 정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

국가 직속 연구원들은 여가도 없고 인체실험에도 참가한다는 풍문은 사오가 대학원생이었던 시절부터 유명했다. 폐쇄도시를 향하는 길에 사오의 마음은 고등 연구에 대한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가득찼다.

사오의 걱정과 달리 연구시설에는 은산한 기운이 돌지 않았고, 위압적인 안전국 요원도 배치되지 않았다. 선배라는 연구원들도 친절했고, 연구소장마저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충 주요 인물들에게 인사를 드린 후, 사수 역할을 맡은 연구원 하나가 연구시설을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연구원은 연구시설들을 이것저것 소개하다가 커다란 유리판이 달려있는 방을 보고는 마침내 종착지에 도착했다는 듯 한껏 기합을 넣었다. 분위기를 잡은 연구원은 사오에게 유리창 반대편를 보라고 말했다. 거기엔 귀염상의 미소녀가 한 명 서있었다. [Class - Um/P, 실험체 번호 40번]라는 명찰은 소녀가 연구원 신분이 아님을 분명히했다.

"저것은 국가의 자원이다.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인간 대우도 하지 말 것. 알겠나?" 아까의 가벼운 말투와는 다르게 매우 진지한 지시였다.

"예?" 이해가 되지 않은 사오가 되물었다.

"말 그대로야. 다른 설명이 필요해?"

"하지만... 인간 실험은?" 풍문으로만 들었던 상황을 직접 마주한 사오는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오가 윤리위원회, 존엄성 등 따분한 이야기를 하려 하자 선배는 웃으면서 사오의 양쪽 어깨를 살짝 붙잡았다.

"사오야."

"넵?"

"그러면 너가 들어갈래?" 살짝 웃던 선배는 그 미소를 죽이고 사오의 얼굴을 내려봤다.

".... 아닙니다." 사오는 시선을 피하면서 작게 대답했다.

"그래 그럴 거라 생각했어. 사오야... 너가 똑똑한 사람인 거 알지만 그래도 두 번 말해줄게? 저걸 사람으로 취급하지마. 세상을 새로 쓰기 위해서는 좀 날카로운 칼날이 필요할 뿐이야." 사오의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이 사오의 어깨를 털어주면서 선배는 이었다. "윤리따위에 얽매여서는 사용하지 못한 칼날말이야."

선배 어깨 넘어 유리창 반대편에 있던 소녀가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것같았지만, 사오는 그런 걸 신경 쓸 기운이 아니었다. 대충 선배 비위를 맞추고 이 아찔한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빌었다.


----


그날밤 실험체에 대한 보고서를 읽자 왜 정부가 이 실험체를 중요시하는지 이해가 됐다. 본 실험체의 특성은 불멸에 대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요약문 말고도 실험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두꺼운 보고서가 있었지만, 그래도 인체실험이라니. 사오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연구 첫날, 사오는 선배 연구원들 지침에 따라 실험체를 무시하려 했다. 실험대 위에 구속된 실험체의 바이탈 신호를 체크하던 중, 실험체가 갑작스럽게 사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안녕? 어제 봤던 뉴페이스가 너 맞지? 난 Class - Um/P, 실험체 번호 40번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본명은 기억하지 못해서 내가 스스로 이름을 지었어. 사공으로! 편하게 사공으로 불러줘~♪"

사오는 실험체가 발랄하게 자기소개하는 것에 흠칫 놀랐지만, 곧 연구지침을 기억하고는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는 것이 익숙한 것처럼 실험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넌 어디서 왔어? 모스크바? 스몰렌스크? 좋아하는 건 뭐야?"

스스럼없이 계속 말을 건내는 실험체를 애써 무시하고 사오는 실험 조건들을 점검했다. 모든 수치가 충족되자 사오는 재빨리 실험실을 벗어나고자 했다.

"안녕! 내일 또 봐!"

내일 만남을 기약하는 작별에 사오는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뒤돌아봤다. 실험체와 눈이 마주친 사오는 자신을 향해 빙그레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험체는 자신이 곧 겪을 고통을 알고도 저리 실없이 웃고 있는 걸까? 자신이 무슨 짓에 동참하는지 알고도 저렇게 미소를 보내주는 걸까? 사오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질문들이 사오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


비명소리.

사오가 어렸을 때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서 우는 소리와는 그 근원부터 달랐다. 보호자를 애타게 부르는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와 달리, 희망도 구원도 없는 절망 속에서 오직 고통에 몸부림치는 절규였다.

평범한 학교생활을 할 때, 연구생활을 할 때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그러나 이 절규는 아무리 고운 환경에서 자란 사오라 할지라도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실험체는 분명 자신이 마주하게 될 격통을 알고도 자신에게 웃어준 것이었다. 사오는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아 화장실로 달려갔다.

"하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사오는 나오지도 않는 헛구역질에 속이 뒤집힐 것같았다. 거울 속의 사오 모습엔 언제나 당당하던 신인 연구원은 온데간데없었다. 다음날에도 다음주에도 이 짓을 반복할 것을 생각하면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도피는 선택지가 아님을 사오는 잘 알기에, 얼굴을 정돈하고 이내 자리로 복귀했다.

다음날에도 동일한 일정이었다. 사오는 실험체의 바이탈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 들어갔다.

"안녕? 잘잤어? 여기 시설은 좀 건조한데 가습기는 설치했지?"

사오가 예감했던 대로 실험체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사오 자신이 정신무장을 오늘은 단단히 했다는 점일 것이다. 사오는 실험체가 무슨 말을 꺼내든 무표정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오의 결의를 눈치챘는지 실험체도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실험체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사오의 가슴을 쳐다봤다.

"엑 뭐야 이름표 어디갔어?" 그러나 사오에게 이름표가 없다는 것을 눈치챈 실험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난 이름 가르쳐줬는데 너도 가르쳐줘!"

다행이었다. 사오는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 미리 이름표를 떼고 온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자신의 비상한 머리로 생각해보건대 실험체와 엮이지 않기 위해서는 일말의 틈도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름! 이름! 아 너무해!" 실험체는 사오한테 이름을 알려달라 떼를 썼지만 미동없는 사오에 체념했다. "칫 하는 수 없지. 서로 차근차근 알아가는 거야! 그러면 내일 또 봐~♪"

'퍽이나.' 입모양으로만 자신의 생각을 내뱉은 사오는 실험 조건들이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실험실을 나섰다.


----


폐쇄도시에 도착한 지 보름, 그동안 연구소에서의 루틴은 일정했다. 아침부터 실험체의 바이탈 신호를 확인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과제는 이제 파악이 되었지만, 그 절망적인 비명소리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날이 지날수록 비명소리는 낮뿐만 아니라, 연구원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사오의 귀에서 울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실험체의 태도도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말을 꺼낸다는 점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게 맞을 지경이었다.

하루는 영화 취향을 묻고 자신이 인상깊게 봤다는 블레이드 러너란 영화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또 하루는 사오의 이름을 맞춰보겠다며 줄리아, 레니나 등의 이름을 댔다. 물론 사오는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사오는 그렇게 매번 새루운 주제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실험체의 창의력에 감탄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오는 그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그 반인륜의 공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한결같이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실험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고통을 받아도 버림받은 강아지마냥 헤헤 웃어주다니. 그 녀석은 자존심도 없나?'

이제는 실험체에게 혐오감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혐오감은 사오 자신이 높으신 분들 명령을 군말없이 받아들이는 날일수록, 그들에게 저항하지 못해 자괴감이 치밀어 오르는 날일수록 깊어진다는 것을 사오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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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451이냐면 화씨 451도부터 책이 탄대. 그래서 책 제목이"

"사오야." 평소와 같이 혼자 떠드는 실험체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사오가 말을 꺼냈다.

".... 어?" 한창 말을 하고 있던 실험체는 사오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사오라고 내 이름. 사. 오." 사오는 무표정하지만 그래도 한 글자 한 글자 자신의 이름을 강조해 실험체에게 알려줬다.

사오는 한 번 변덕을 부리기로 마음 먹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낱 연구원에 불과한 자신이 이 반인륜적 실험 자체를 뒤엎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심하던 사오는 연구지침을 어기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자신이 대화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적발될 가능성도 없고, 실험에 영향이 없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아하 이름이 사오구나... 사. 오. 사오. 사오! 헤헤 좋다. 너무 좋아 사오야♪" 드디어 이해했다는 뜻이 사공은 사오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이름 하나 알려준 거로 저리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사오는 진작 빨리 알려줬을 걸이라는 후회마저 들 정도였다. 실험 조건 점검을 완료할 시간이 다가오자 사오는 나갈 준비를 해야했다.

"그러면 내일 보자! 사오야!" 설레는 기분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사공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 그래. 내일 봐." 드디어 높으신 분들에게 도전했다는 생각에 사오도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실험실을 나섰다.


-----


"사오~♪ 사오~ ♪ 사오라는 이름 엄청 예쁜 거 같아. 그리고..." 사오의 이름을 알게 된 후부터 사공은 사오의 이름은 연달아 부르는 것만으로도 기뻐보였다. 다른 주제의 말도 꺼냈지만 기본적으로 사오의 이름을 노래하는 게 대화의 5할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치 자매 같아... 사공과 사오라니." 상기된 표정으로 사공이 말했다.

"큭, 크큭."  사오는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에 소리죽여 웃었다.

"헤헤 그렇게 웃긴가? 사오는 자매가 있어?"

"여동생 하나. 지금보니 너랑 닮은 것 같기도 하네." 웃음을 참고 표정을 가다듬은 사오가 대답했다.

"뭐? 내가 너보다는 나이 많을 걸? 얼굴도 내가 더 언니스럽지 않아?"

"어련하시겠어~." 비아냥거리듯이 사오가 대답했다.

"어쭈 이게 하늘같은 언니한테!" 언니의 위엄을 갖추려는 사공의 말에 사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덩달아 사공도 같이 웃었다.

사오는 사공의 미소를 보면서 원래도 미인이었지만, 사공은 웃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고 느꼈다. 처음엔 높으신 분들에 대한 저항심으로 시작했것만 어느새 사오와 사공 사이에는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유대감이 꽃피고 있었다. 사오는 설령 자신이 사공의 비명과 고통을 멈출 수는 없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 사공을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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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로 Class - Um/P, 실험체 번호 40번에 대한 사용금지 약물 목록을 해지한다. 모든 약물은 사용가능하며 전 연구원은 프로젝트 진전에 치중할 것이 윗분들 뜻이다."

연구소장에 말에 연구원들이 술렁였다. 사오도 마찬가지였다. 사용금지 약물 목록이 해지된다면 사공은...

"그러면 실험체가 견디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는데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다행히 선임연구원이 사오를 대신해 질문해줬다. 물론 그는 '사공'이라는 인격이 아니라 소중한 '실험체'를 상실할까봐에 대한 우려에 질문한 것이 자명했지만 말이다.

"이제 상관없다. 클론 시설 가동준비가 완료되어서 실험체 하나를 애지중지할 필요가 없어. 클론 시설 정비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만큼 프로젝트 진행을 가속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연구소장은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답변했다. "내일 당장 DNA 정밀 채취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이만 해산하도록."

사오는 클론 시설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그동안 사공은 약물과 전기충격에 시달리지라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단 하나뿐인 소중한 돌연변이인데 당연히 죽게 놔둘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달랐다. 클론 시설에서 실험체 따위는 종이 복사하듯 뽑아낼 것이다. 당연히 실험체의 죽음따위는 연구진 알 바가 아님으로, 내일부터 사공이 맞닥뜨릴 고통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분명했다. 사공의 연약한 몸을 파괴하고, 그걸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자신의 영혼을 찢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딴 잔혹 행위가 매일매일 반복될 것이었다.

사공이, 자신이 마주한 미래에 사오는 숨이 가빠왔다. 마음이 무겁게 침전해 한걸음 한걸음 걷는 거조차 버거웠다.

지금까지는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의문이 사오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왜 사공같은 선량한 사람이 탐욕스런 윗대가리들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공에 대한 폭력을 묵과한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기적인 보신주의에 안주해 사공에게 고통을 강요한 자신에게 자멸감마저 들었다.

사오는 결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안일한 방관자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다고 자기만족하지 않을 것이었다.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그 사람을 위해, 존엄성 있는 최후를 선사해줄 것이었다.


----


"사오...? 이 야심한 밤에 왜? 들어와도 돼? 혼나는 거 아니야?" 사오 때문에 방금 잠에서 깨어났는지 사공은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

"... 사오?" 그러나 아무리 비몽사몽하더라도 절대 둘이 함께 있을 수 없는 시간대, 그리고 사오의 표정을 보고 사공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사오의 바지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손은 권총을 들고 있었다.

"너를 죽이러 왔어."  사오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온 목적을 설명했다.

"..."

"너를 죽이고.... 이 끔찍한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거야... 아둔하고 허영심 많은 멍청이들한테 너가 놀아나지 않도록." 사오의 권총은 점차 사공의 심장을 향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사오는 사공을 조준하고자 했다.

"... 그래 알겠어 사오. 너의 뜻이 그렇다면." 사공은 무릎을 꿇고 사오의 권총을 자신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사오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나 1분, 2분 아무리 기다려도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사공은 계속 눈을 감고 기다렸으나 하나 둘 떨어지는 눈물 방울 소리에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사오야..."

"넌 왜 이리 나에게 친절해...? 나도 방관했는데, 나도 그들의 일부인데, 어떻게 넌 나한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어? 내가 밉지 않아? 이런 위선자인 내가 증오스럽지 않아?" 울먹이는 사오가 사공에게 물었다. 평소에도 품고 있던 생각이었지만,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니 물어보지 않고는 사공을 떠나보낼 수 없었다. 사공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자신에게 왜 마음을 열어줬는지 사오는 사공에게 듣고 싶었다.

"사오 넌 상냥한 사람인 걸 아니까.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넌 항상 걱정해주는 표정이었으니까... 아무리 무표정하게 숨기려 해도 너의 마음이 보여서 좋았어. 그 사실이 너무 기뻤어. 나도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참을 수 없었어." 사공도 사오의 감정에 공명하듯 하나 둘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사공아 미안해.... 힘없는 나라서 미안해. 그동안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공의 고백을 들은 사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니야 사오. 나는 그 이전 삶보다 너를 알게 된 그 후 시간이 훨씬 소중해. 너를 만나고, 너를 알게 되고, 너를 사랑하게 되서 후회 하나 없어." 권총마저 떨어뜨리고 주저앉은 사오를 사공이 토닥토닥 달래주며 말했다.

그렇게 사오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사공은 말없이 사오를 껴안아줬다.

"사오. 그래도 넌 살아야지. 넌 이 나라를 빛낼 인재니까.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빨리 돌아가."

"... 아니야." 울음을 그친 사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오야?"

"사공, 우리함께 도망치자.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당장 도망쳐서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둘이 오순도순 살자!"

정신을 차린 사오는 낭비할 시간도 없다는 듯이 권총과 탄창을 정비하고 탈출 경로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사공 손을 붙잡고 탈출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폐쇄도시라는 특성 덕분에 연구소 내부 자체의 보안은 뛰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그래도 사오는 사공을 놓칠 세라 사공의 손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감시카메라를 피해 연구소 정원을 거쳐 남문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다. 사공에게 이 관문만 지나면 탈출이라고 말해주려는 찰나 울먹이는 사공을 발견했다.

"사공? 왜 울어? 내가 손을 너무 세게 잡았어? 괜찮아?" 울먹이는 사공에 사오는 안절부절 못했다.

"아니야... 그저 너무 기뻐서. 오늘이, 지금이 한낱 꿈만 같아서. 사오 너가 눈을 뜨면 사라질 것만 같아서... 너랑 같이 연구소를 탈출해서 둘이 함께 사는 미래가 믿기지 않아서..." 사공은 겨우겨우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말했다.

"사공..." 사오는 사공의 말에 무어라고 대답할지 몰랐다.




그 순간 스포트라이트 켜지더니 무장요원들이 사오와 사공을 포위했다. 사오는 반사적으로 사공을 품에 감싸고 권총으로 조준할 준비를 했으나, 적이 너무 많았다.

"잠깐! 탈주 연구원은 죽여도 상관없어. 그러나 실험체만큼은 꼭 생포하도록! 아직은 산 채로 필요해." 헐레벌떡 튀어나온 게 분명한 연구소장의 외침이 들렸다.

"사오...." 사공은 자신들을 둘러싼 병력의 수를 보고 걱정된다는 듯이 사오를 바라보았다.

사오는 안심해달라고 사공한테 말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미안해 사공.... 여기까지인가봐." 사오의 눈가에서 눈물이 하나 둘 다시 떨어지려 했다.

"... 울지마 사오. 넌 최선을 다했어. 사랑해 사오야." 그런 사오에게 사공은 입술을 맞추며 자신들 최후의 순간을 기다렸다.





































".... 목표물 확인, 돌격하겠다. 마일로 엄호 부탁한다."

"알겠다."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더니 적 병력이 단번에 정리되었다. 연구소장도 놀란 표정으로 급히 무전을 하려했으나 멀리서 날라온 총알이 그 목숨을 앗아갔다.

"안녕? 실험체 40번? 그리고 사오 연구원 맞지? 난 국가안전국 요원 안젤리아야. 너희를 구하러 왔는데 함께 가지 않을래?" 회색 머리의 터프한 요원이 자기를 소개하며 다가오고는 의수를 건내 악수를 청했다.

자신을 안젤리아라고 소개한 요원은 그 인상이 날카로웠지만, 연구소 병력을 제거한 것을 보니 그들과 한패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사공과 사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걱정마. 어디 또다른 연구소로 잡아가는 게 아니니까. 국가안전국으로 가서 증인보호 신청할 거니 안심해." 사오와 사공의 걱정을 읽었다는 듯이 안젤리아가 부연했다.

"안젤리아. 추가 적 병력이 감지됐다. 지금 이동해야 한다." 밤중이라 금발인지 은발인지 구분되지 않는 또다른 요원이 말했다.

"그래그래. 우리 구사 요원님 말 들었지? 지금 우리가 바쁜데 어때 함께 가지 않을래?"

"어딜가든 여기보다는 낫겠죠. 함께 갈게요." 상황을 파악 중인 사오를 대신해서 사공이 대답했다.

"훌륭한 선택이야. 자, 차량은 저기 있어." 안젤리아가 남문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젤리아가 사공과 사오를 뒷자석에 태우고 자신은 앞 조수석에 앉았다.

"모스크바까지 좀 시간이 걸릴텐데, 물이라도 좀 줄까?"

"아니요... 좀 피곤하네요. 한숨 자도 괜찮을까요?"

"물론." 안젤리아는 백미러를 향해 웃어주고는 다른 요원들한테 출발신호를 전달했다.

사공은 기나긴 실험체 생활 끝에 드디어 연구소를 탈출할 수 있었다. 사공은 이 모든 게 사오덕분임을 의심치 않았다. 사오는 안젤리아를 경계하느라 말을 한마디도 안 했지만 그래도 계속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모스크바를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사오와 사공은 손깍지를 끼고 어깨를 맞대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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