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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2부 -10-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2 00:19:55
조회 686 추천 36 댓글 14
														

 릴리와 그런 일을 겪고 난 다음엔 그녀의 집요한 스토킹이 시작되었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정보를 어디서 귀신같이 접수했는지, 내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뭐… 수강신청 정정기간이니까 교양과목으로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문제는… 수업이 끝나고 내 손목을 이끌고 화장실로 끌고 간 적이 있었는데, 내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도망갈 곳 하나 없는 칸막이 안에서 빠르게 옷을 벗겨버려 도움을 요청할 틈도 주지 않았었다. 만약 내가 소리 질러서 누가 도와주러 왔다면 다 벗고 있는 창피한 꼴을 보이게 되니까.


 결국 그대로 릴리는 혀와 손가락으로 나를 괴롭혀왔는데, 어디서 배워먹은 테크닉인지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참는 것만으로도 그 날의 기력을 모조리 소진하고 말았다. 화장실은 그런 걸 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고!


 다행이었던 것은 휴지가 비치되어 있어서, 최소한 더럽혀진 몸을 닦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지만… 평소에 쓸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용도로 쓰게 되어 자괴감이 들어왔다.


 그렇게 나를 보내버리고는 만족한 릴리는 내 이마에 키스를 한 다음,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남기고 유유히 돌아갔었다. 그대로 화장실에 방치된 기분은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따, 딱히 더 해주길 원했던 건 아니지만 아무튼! 같이 수업을 듣는다면 비슷한 경험을 더 겪게 되겠지.


 그 이후로는 강의가 끝나기 한 시간 전에 몰래 강의실을 먼저 빠져나가는 꼼수를 부렸다. 어차피 수강신청 정정을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추가로 그녀의 스토킹을 멈출 방법은 제대로 구상 중 이었다. 수강정정신청 마지막 날에 모조리 바꿔버리기. 이 방법이라면 릴리를 저 강의실에 남기고 혼자 빠져나갈 수 있겠지. 솔직히 언니를 되찾기 전에 릴리에게 먼저 몸이 함락될 것 같아 무서웠다.


 "그래서 오늘 학교에 안 간 거야?"


 "응."


 적어도 수련이가 릴리보다는 안전하니까. 똑같이 정조를 노린다면 내가 제압 가능한 수련이 쪽이 대처 가능하니까.


 "정정기간이 모레 까지거든."


 나는 태평하게 방에 드러누웠다. 다른 교양과목들 시간표를 본 결과, 대강 내가 가장 편하도록 짜둘 수 있었다. 거의 매일 대학교에 가서 집에 최소한으로 붙어있으면서, 점심식사는 학식으로 해결하고 빠르게 도망갈 수 있는 황금배분. 그걸 완성시키기 위해 틈만 나면 원하는 수업이 비었는지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 몇몇 수업을 꿰차는 데 성공해서 마음은 더욱 느긋했다.


 "맞다! 언니. 지금 시간 나면 부탁이 있는데."


 "뭔데?"


 키스나 안아주는 일은 정신이 피폐해질 것 같아서 한동안 쉬고 싶어. 제발 다른 것이길.


 "저번에 설에 언니의 하루만 달라고 했었잖아."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왠지 귀찮을 예감이다. 아마 당시 죄책감을 깊게 품고 있어서 들어줄 마음이긴 했는데.


 "언니가 제대로 학교 다니면 날 잡기 힘들 테니까, 내일 하루만 어울려 줘."


 "어디서 뭘 하려고?"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경계심을 살짝 품고 물어보았다. 무조건 수락하면 러브호텔 같은 곳까지 끌고 갈지도 몰라! 거기까지 들어가면 여러 의미로 끝장나니까.


 "그… 놀이공원에서 원 없이 놀고 싶어."


 고3에다가 재수생까지 하고 있으니 좀이 쑤시는 그 상황이 이해는 갔다. 근데 놀이동산이라… 가장 가까운 곳은 언니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라 다른 사람과 가긴 싫은데. 다른 곳으로 가면 상관없으려나? 평일 낮이면 꽤나 한산하겠지.


 "뭐… 괜찮겠지."


 "고마워! 사랑해 언니!"


 내게 와락 끌어안아오는 수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간신히 말려주었다. 실제로 공부가 형편없었다면 허락해주지 않았겠지만, 그 부분만큼은 널널하니까 괜찮겠지. 물론… 러브호텔이나 모텔에 가자고 했다면 단칼에 거절했겠지만.


 "오늘은 일찍 잘 거야!"


 "그래. 그래."


 어지간히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하긴… 나도 언니와 당장 내일 놀러간다고 하면 딱 이렇게 행동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더욱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어지간히 기대되는지 평소에 스킨십을 요구해오던 녀석이 그런 기색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마 체력비축이겠지? 사실 나도 다음 주 전까지 비축할 만큼 비축하고 싶은데, 어째서인지 수련이에게 점점 약해지는 기분이다.




 "언니! 일어나!"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법이 없던 수련이는 일찍 일어나는 새와 같았다. 언뜻 보니 벌써 다 씻고 화장하고 준비를 마친 뒤였다. 같이 준비해도 되는데 굳이 먼저 하다니 실컷 자라는 애 나름의 배려일까?


 잘 보니 청초하게 머리를 앞으로 땋아 묶어 내리고, 뺨이 발그레해 보이는 화장을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아가씨 스타일로 새하얀 복고풍 드레스셔츠에 가느다란 검은 타이를 메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망사볼레로로 자연스럽게 덮고 있었고, 그게 무릎을 살짝 덮는 레이스 달린 치마와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공부만 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의상 센스가 좋았다.


 저번에 언니와 놀러갔을 때, 헌팅 하는 녀석도 있었는데… 내가 지켜주지 않으면 그 때보다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일 아침부터 이렇게 꾸밀 정도로 기운이 넘칠 수 있구나. 이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실망시킨다면 언니실격이지.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양 뺨을 손바닥으로 쫙! 소리가 나게 친 다음, 눈을 번쩍 떴다. 우선 뒤쳐진 만큼 빠르게 씻은 다음, 건조함을 대비해서 로션을 바르고 바로 채비를 하려 할 때였다.


 "언니 코디는 내가 해도 돼?"


 "뭐? 그, 그래."


 오늘 하루를 빌려준다는 거니까 그 플랜을 가급적 지켜줄 생각이다. 그리고 애 의상 센스도 나쁘지 않으니까. 만약 내 맘에 들게 꾸며준다면 학교에 그런 차림으로 다녀도 되겠지.


 우선 내 머리를 고데기로 곱슬곱슬한 느낌으로 만 다음 풍성하게 내렸다. 어쩐지 유리 언니가 살짝 떠오르는 스타일이지만, 검은 머리라는 게 가장 큰 차이였다. 그리고 알이 넓은 선글라스를 풍성한 머리카락 위에 살포시 얹어 주었다.


 "선글라스는 쓰면 안 돼. 계속 걸치고 있어."


 상의는 얇은 검은 블라우스인데 팔꿈치 아래는 살갗이 그대로 드러나는 형태였다. 그리고 왼쪽 손목에만 가느다랗고 넉넉한 팔찌로 허전하지 않게 꾸며주었다. 하의는 타이트한 하이웨이스트 진으로 골반의 형태를 드러내며 내 슬렌더한 체형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거 보기보다 맘에 들어! 가슴이 없는 데도 몸매에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야!


 "언니 멋져!"


 맘에 든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수련이는 곧바로 내게 안겨왔다. 사, 사실 네가 더 귀여우니까! 이러지 마! 부끄러워!


 그렇게 둘이 나란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좀 멀리 있는 놀이공원을 찾아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나보다는 수련이 쪽이 확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나도 어째서인지 안절부절 못하고 흘끗흘끗 보게 만들고 있을 정도니까.


 수련이는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지, 내 팔에 살짝 팔짱을 끼고 고개를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그, 그래 오늘 하루는 대여해준 거야. 이상한 번뇌를 품지 말자. 내겐 언니가 있으니까.


 부담스러운 시선을 이겨내고 놀이공원에 도착하자, 수련이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오면서 살펴본 태도로 보아 남들에게 보이려고 꾸민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마… 내가 봐줬으면 해서 꾸민 거였을까?


 "언니! 어떤 것부터 탈까?"


 "잠시만."


 나는 놀이기구들을 살펴보았다. 대관람차나, 찻잔처럼 생긴 빙글빙글 도는 이름 모를 녀석, 회전목마 등은 그다지 타고 싶지 않았다. 언니와 탄 추억이 있는데 수련이와의 새 추억으로 덮어버리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면 역시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바이킹? 아니,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핑계로 놀이공원 갔을 때도 저건 언니와 반드시 처음 타겠다고 다짐하며 끝끝내 타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 소거법대로라면… 탈 게 없었다. 언니와 탔던 것은 추억이 덧씌워 질까봐 탈 수 없었고, 탄 적이 없는 건 언니와 처음으로 타고 싶으니까.


 "응? 왜?"


 그런 문제가 있었다. 애초에 다른 사람과 다른 곳에는 놀러갔어도 놀이공원 만큼은 안 갔던 이유가 이거였으니까. 초1때 언니와의 어린이날 이후로 놀이동산은 우리 자매의 특별한 추억의 장소가 되었으니까. 물론 여기가 그 놀이동산은 아니지만.


 "으음… 속이 울렁거리는데 수련이 혼자 타면 안 될까? 아래서 지켜봐 줄 테니까."


 그러나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수련이는 양 뺨을 크게 부풀리며 나를 째릿 노려보았다. 하긴 모처럼 꾸미고 왔는데… 그건 좀 아닌 걸까?


 "오늘 언니의 하루는 내 거지?"


 "으응… 그렇지."


 수련이는 혼자 팔짱을 끼고 나를 뾰로통한 표정으로 살펴보다가 검지를 내 쪽으로 뻗어보였다.


 "그럼, 내가 타자고 하는 거 타!"


 나는 속으로 멋대로 언니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여기는 그 놀이동산이 아니니까 용서해 달라고. 그 놀이공원에서만큼은 언니하고만 탈 테니까 이해해달라고. 물론 언니는 이런 생각은 안중에도 없겠지만.


 "알았어."


 수련이는 빠르게 내 팔짱을 낚아채듯 낀 다음, 한적한 공원을 활발하게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기만 하는 데도 어째선지 즐거웠다. 이 활발한 에너지가 나와 상성이 좋은 느낌이었다. 나도 활발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까.


 "언니. 이거 360도 회전한다는데 선글라스 잘 간수해."


 "으응."


 나는 살짝 걸친 선글라스를 준비해 둔 안경집에 넣은 다음, 핸드백에 넣고 롤러코스터를 타 보았다. 천천히 높은 곳까지 이동할 때의 긴장감, 그리고 최고의 고도에서 고삐를 놓고 바람을 뺨으로 느끼는 속도감.


 "꺄아아아아아아악!"


 무섭다? 시원하다? 스릴 있다? 그 여러 복잡한 감각이 혼연일체가 되어 마음껏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음껏 비명을 질러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그 덕에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모든 기구들은 그 나름대로의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었다. 각자의 매력이 확실했고, 어떻게든 마음껏 비명을 지를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놀이기구를 타는 거구나. 대학교 졸업반이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거기 아가씨들."


 역시 수련이의 외모가 출중하다보니 예상대로 이런 불량한 사람들이 꼬였다. 아마 오늘 자주 꼬이겠지.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수련이의 손목을 잡고 다짜고짜 달려서 도망갔다. 이런 과정도 쓸데없이 즐거워!


 그렇게 여러 가지 의미로 순수하게 먹고, 즐기고, 도망 다니다 보니 어느 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아니 조금 정도는 더 놀아도 되겠지. 다음번엔 친구들이랑 놀러 와도 좋을 지도.


 결국 자제심을 잃어버린 둘은 야간 시간까지 놀다가… 교통편을 놓치고 말았다. 예상보다 너무 즐기고 말았어. 내 불찰이야. 어쩌지? 수련이를 위한 하루였는데 오히려 내가 더 어린 아이처럼 놀아버리고 만 것이다.


 "어, 어쩌지? 돌아가야 하는데."


 내가 안절부절 못하자,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련이는 작게 떨리는 손으로 내 블라우스의 옆구리 부근을 살짝 잡아당겼다. 묘, 묘한 분위기인데. 갑자기 뭐지?


 "사실 이런 일이 있을 지도 몰라서… 출발 전에 조사해봤거든. 이 근처에 호텔이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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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면서도 모르겠어요. 이젠 누가 수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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