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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나의 짝사랑은 여성 엘프였다. 2

ㅇㅇ(124.197) 2021.03.03 20:33:11
조회 829 추천 52 댓글 13
														

나의 짝사랑은 여성 엘프였다. 2


[1편링크]




마왕이 사라진 세계는 평온하고 조용했으며, 쓸쓸했다.

혼자 몇 시간이고 걷다 보면 조용할 날이 없던 이전의 여행이 떠오르곤 했다.


모험중에 심심할 때면 나는 자주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세레스."


그녀는 본인의 이름이 '세레니아스'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줄여서 나만의 애칭처럼 부르는 게 좋았다.


세레스, 세레스. 세레니아스.


걷다가 이따금씩 그녀의 이름을 허공에 불렀다.




여행 열흘 째, 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자 썩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내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다. 후세에 내 이름이 전해졌다 하니 기분이 묘했다.


그녀는 알자스 산맥에 가까운 어떤 마을이 목적지라고 했다.

나에게 보디가드 겸 동행자 역할을 부탁했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왜 여행을 하시는건가요?"


"사랑하는 사람, 정확히는 엘프를 찾고 있어요."


나는 그녀에게도 세레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엘프! 게다가 하얀 피부에 은발..."


그녀가 동그랗고 얇은 테의 안경을 올려쓰며 흥미가 동한 듯 말했다.


그녀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천성 이야기꾼이었고, 이야기꾼이 으레 그렇듯 듣는 것 또한 매우 좋아했다.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아는 사람 말인가요?"


"지금 우리가 향하는 마을이 엘프와 종종 교류를 한다고 했거든요. 듣기론 하얀 피부를 가진 엘프라고 했어요."


기대감을 품게 하는 말이었다.


그녀에게 넌지시 마물과 용사에 관해서도 물어보았다.


그녀는 용사 일행으로 알려진 건 12명 뿐이며, 용사 일행을 본떠 만든 석상이 광장에 진열된 도시도 있다고 말했다.


또 토벌 이후 마왕성으로 찾아간 정찰대는 용사 일행의 생존자를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12명의 이름에 내 이름은 포함되어 있었지만, 세레스의 이름은 없었다.

나는 굳은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내 죽음 직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세레스가 여태 살아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살아있지 않을 가능성도.


짝.

두 뺨을 손바닥으로 소리내어 때리고 다시 길을 떠났다.




마을로 가는 길은 그다지 험난하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지역마다 마물이 들끓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해봐야 산짐승이다.

가까이 다가오려 할 때 적당히 불꽃을 보여주기만 하면 멀리 도망가버렸다.


고기를 구울때도, 짐승을 내쫓을 때도 마법은 매우 유용하다.


그녀는 내가 마법을 쓸때마다 연신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이전보다 마법사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안그래도 보기 힘들었던 마법은 더욱 희귀해졌다고 했다.


물건을 가볍게 하거나 땀이 덜 나는 등 간단한 마법들이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고.


하긴, 마법사의 탑도 이름은 거창했지만 노인이 몇 있을 뿐인 우중충한 건물이었으니까.





우리는 머지않아 마을에 도착했다.


수년 전 마을에 잘못 들어온 어린 엘프를 보호해준 적이 있어, 산맥의 엘프들이 가끔 마을에 도움을 주러 온다고 했다.


엘프가 마을을 방문하는 주기가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고,

산맥을 헤매는 것보다는 형편이 낫겠다 싶어 일단은 마을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마을에서도 그녀와의 이야기는 끊기지 않았다.

세레스의 이야기를 할때면, 그녀는 특히 큰 관심을 가졌다.


"동성의 엘프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정말 소설처럼 로맨틱하네요."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하고.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마을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자, 사람들도 점차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을 끝마친 몇몇 남자들이 낡은 주점에 옹기종기 모여 날 바라보며 눈을 반짝거렸고,

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용사가 산을 오르다 뒤로 나자빠진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




엘프의 방문일이 되었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이 엘프를 환영하는 모습을 멀찍이 지켜봤다.

여성 엘프. 피부가 백옥처럼 새하얗고 탁한 호박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세레스를 처음 봤을때와 달리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촌장에게 내 사정을 말해달라고 미리 부탁해두었다.


저녁이 되자 촌장이 나를 불러 엘프를 소개했다.


여성 엘프는 인간의 언어를 꽤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스스로를 하이 엘프라고 소개했으며, 산맥의 하이 엘프 도시에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인간 외에도 타 지역의 엘프들과 교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하늘이 내린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세레스의 신체적 특징이나 행동양식, 장신구나 복장까지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하이 엘프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혹시, 그녀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던가요?"


"엘프는 다들 좋아하잖아요."


"그녀가 그렇게 말했나요?"


하이 엘프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뭔가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대다수의 엘프들은 고요와 정적을 사랑해요."


"..세레스가 제게 거짓말을 했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엘프가 아예 없지는 않아요. "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이유를 알겠어요. 저를 만나지 못했다면 더 오랫동안 찾지 못했을테고요."


하이 엘프가 말했다.


"그녀는 바다 너머의 섬에 있어요."



.



'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남자 일행들의 눈을 피해 둘이서 목욕을 할 때, 세레스는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였다.


바다에 가본 적 있냐는 내 물음에 그녀는 대답했다.


'언젠가 같이 갈 일이 있을거야.'



.



폼이 떨어질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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