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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동방 백합 단편 한번 올려봄...

ㅇㅇ(211.216) 2021.03.04 18:30:22
조회 645 추천 17 댓글 6
														

여기에 글 올리는거 처음인데 진짜 쫄린다...

가면갈수록 잘 안써져셔 후반에 좀 무너졌음ㅠㅠ




죽음은 미지의 세계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죽음을 알 방도가 없기 때문에, 죽음은 영원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영원한 미지는 곧 영원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불로불사.

절대 늙지 않고 죽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 불로불사란 단어는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가?

하지만 불로불사란 본디 금기 중의 금기니, 결국 꿈꾸듯 헛된 망상과도 같은 것.

천하를 호령한 진시황조차 실패하지 않았나.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한다.

사랑을 하고, 자신의 새끼를 낳는다.

자신은 죽더라도 그 자손이 대대로 이어간다.

자신의 일부는 여전히 남아있기에,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라는 영원한 공포에서 극복한다.




그렇다. 바로 공포다.

결국 사랑도 공포에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아무리 꾸미고 치장한들 그 속살은 공포에서 비롯된, 종족보존의 욕구에 불과하단 말이다.

하지만...

진실로 그러한가?




렌코는 텅 빈 랩실에 홀로 앉아 멍하니 한 손으로 펜을 돌린다.

아니, '멍하다'라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었다. 남이 볼 땐 멍해보일지라도, 그 속은 생각으로 이리저리 엉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으니.

렌코의 머릿속은 사랑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사랑이라...'



렌코는 머리가 좋았다.

그것도, 좀 많이.


렌코가 간간히 떠올리는 발상과 논리들은 교수들조차 감탄할 정도로 뛰어난 것이였고, 이미 그들 사이에선 차기 교수직으로 반쯤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을 통틀어 그녀 홀로 단독 랩실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였다.


하지만, 학술적 관계를 떼어놓고 순수히 대인관계에서 따져보자면 렌코란 인물은 썩 좋은 사람은 되지 못하였다.


렌코는 감정을 머리로 받아들인다.

보통 감정이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그녀의 지나치게 뛰어난 이성과 지성은 그것을 거부했다.

지나치게 발달한 이성과 지성은 감정을 무디게 만든다.

그녀에게 있어, 감정이란 특정 상황에서 작동되는 일종의 신체현상에 불과하다.

지성과 이성이라는 이름 앞에 샅샅히 분해되버린 감정은 더이상 감정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무리 감정을 마음으로 받아보려고 한들, 될 턱이 있나.

렌코는 늘 차가웠고, 메말랐다.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발달한 지성을 가진 댓가라도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 렌코에게 있어 마에리베리 한, 줄여서 메리라고 불리우는 존재는 정말로 낯선 것이었다.

렌코가 이성의 화신이라면, 메리는 감정의 화신이였다.

그녀의 생각은 이성보다 감정이 주도하며, 판단을 머리보단 가슴으로 했다.

렌코가 메리를 이해할 수 없듯이, 메리 또한 렌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그 간극은 영원히 좁혀지지 않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렌코는 메리가 더욱 보고 싶었다.

자신은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모조리 갖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자신의 부족한 점이 채워지는 듯한 충족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충족감이라는 감정조차, 렌코의 이성은 철저히 분해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기분 좋음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였다.



"렌코. 있어? 들어간다? 들어갈게!"



랩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온다.

보지 않아도 뻔했다. 메리였다. 노크도 없이 렌코의 랩실을 들어오는 사람은 메리가 유일했다.

렌코는 메리의 목소리를 듣고 펜돌리기와 함께 폭풍처럼 이어가던 생각의 흐름을 멈추었다.



"뭐하고 있었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고 있었는데."



아니다, 거짓말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메리를 생각하며 사랑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지 않았나.

하지만 메리에게 솔직하게 '네 생각하다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어.'라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대신 멍때리고 있었다는 말로 넘어간 것 뿐이었다.


메리도 그 이상은 묻지 않고, 대신 손을 들어 가져온 커피 두 잔을 보여주었다.



"왠 커피?"


"그냥. 같이 마시려고 사왔어. 오랜만에 렌코 얼굴도 볼 겸해서. 왜, 혹시 시간 안돼?"


"그럴리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메리 한정으론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서 만날 용의가 있었다.

메리가 책상에 커피를 놓을 동안, 렌코는 랩실 한구석에 박혀 있는 의자를 꺼내 펼쳐주었다.


"땡큐"


"별말씀을."



메리는 익숙하다는 듯 렌코가 펼쳐준 의자에 앉아 자신의 커피를 홀짝거렸다.


""...""



메리가 무언가를 말하고는 싶은지 입이 옴싹달싹 거리는데,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있다.

반면 렌코는 메리가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뭔지는 몰라도 그냥 말하라고 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마음씨 여린 메리가 지레 주춤하고 물러날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에 다물고 있는다.

무언가 말하고는 싶은데 눈치가 보여 차마 하지 못하는, 그런 어색하고 낯선 기류가 둘 사이를 지나간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먼저 대화의 포문을 연건 메리였다.



"그... 바쁘다고 나한텐 그랬으면서, 그렇게까진 바쁘진 않나봐?"


"왜?"


"아니, 바쁘다면서 나하고도 잘 만나주지도 않더니. 와서 보니까 멍때리기나 하고 있고...어......"



메리의 목소리가 가면 갈수록 작아지더니, 마지막에 가선 모기소리만큼이나 작아진다.

그 귀여운 반응에 렌코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렌코는 메리가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 알 것만 같았다.


앞에 있는 금발의 소녀가 요즘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찾아오긴 했는데, 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진짜로 바쁜 것 같지도 않고.

그런데 대놓고 말하자니 무언가 부끄럽고 쑥쓰러워, 말 끝을 저렇게 흘리고 있는 것이였다.


메리의 생각이야 렌코에겐 정말 알기 쉬운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짜 바빴는데?"


"그래도..."



메리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더듬었다.



"음, 그래도. 좀 자주 얼굴도 비춰주고, 음, 그러면 좋잖아..."


"야, 그정도면 진짜 자주 간 건데? 너도 알고 있잖아?"


렌코는 살짝 어이없었다.

그녀가 바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렌코 그녀는 담당 교수에게 불려가 한창 시달리고 나오는 중이였다.

그런 바쁜 와중에서 꾸준히 시간을 내서 매주 두번 1시간씩 꼬박꼬박 메리와 만남을 가진다는 건, 정말이지 엄청난 시간 투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해서, 이는 렌코의 부모조차 누려보지 못한 호사였다.



"음, 그래도..."



커피잔을 붙잡은 메리의 손이 꼼지락거렸다.



렌코 본인은 잘 모르지만 그녀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인사였다.

개인 랩실을 가진 대학원생.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데, 교수들이 끔찍이도 챙겨 곧 차기교수로 임명될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교수!

언제나 배움에 허덕이는 학생들에게 교수란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높은 벽과도 같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차기교수로 인정받고 있는 학생은 대관절 어떤 존재란 말인가?

그러니 렌코에 대한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지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였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쨌거나 수많은 관심들이 렌코에게 집중되었고, 그런 만큼 그녀에 대한 간단한 정보는 손쉽게 알 수 있었다.

띠문에, 렌코가 얼마나 대단하고, 또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메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거는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예전보다 뜸해지는 렌코의 발걸음에 절로 불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음,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시간이 났잖아?"


"뭐 그렇긴 하지. 사실, 어떻게 내가 쉬는 타이밍에 정확히 찾아왔는지는 조금 궁금하긴 한데"


"알려줄까?"


"아니 됐어.."



메리는 자기 감정에 솔직했다.

하지만 감정에 솔직하다는 말이, 순진하다는 말은 아니였다.


어떻게 해서 메리가 렌코가 쉬고 있는 그 순간에 정확히 찾아올 수 있었나.

그 과정을 잠깐 살펴보면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다.


우선 렌코와 관련된 소문과 정보를 긁어모은다.

그 것을 바탕으로, 렌코의 스케쥴을 모조리 계산해서 렌코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언제 시간이 비어있는지 알아낸다.

만약 정보가 부족하다면, 렌코와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정보를 캐묻는다.

거기에 덧붙여 렌코의 취향, 성격 등을 고려해 앞으로 일어날 것까지도 예상한다.

이미 메리의 머릿속에는 본인조차 생각지도 않은 렌코의 한 달 계획이 미리 담겨져 있었다.


구태여 랩실까지 찾아온 것도 이유가 있었다.

메리는 이미 그녀 자신이 랩실까지 찾아간다면 렌코가 거의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때문에 자기가 직접 커피를 사들고 랩실을 찾아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 일련의 행동들이, 단지 렌코를 만나고 싶다라는 감정 하에 신속정확하게 실행된 것이다.

그녀가 렌코와 같이 일류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건 절대로 운이 좋아서 된 게 아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렌코가 모를리가 없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렌코는 자신이 말린다고 해도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스토킹하고 있을거라고 장담했다.

그러니, 그저 한숨만 쉴 수밖에.



"사실, 개인 랩실 받아야 하는건 사실 내가 아니라 너 아닐까?"


"그게 뭔 소리야?"



메리는 천연덕 스럽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만 끔뻑끔뻑거렸다.



"에휴..."



렌코는 메리가 이런 식으로 나올 때마다 가증스럽다기보단 귀엽다고 느끼는 자신이 정말로 싫었다.

메리는 이대로 대화가 흘러갔단 자신이 어디까지 파고들었는지 술술 실토할 것 같아서, 서둘러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그래서, 요즘 무슨 일 있어?"


"글쎄? 똑같지. 교수한테 불려가서 그냥 대충 물어보는거 대답하고, 세미나 가서 발표하고... 그냥 그거 반복이지."


"음~뭔가 렌코라면 막 대단하고 엄청난 걸 할 줄 알았는데, 생각한 것보다 평범하네."


"에이, 나도 똑같애. 넌 어때? 그 뭐냐...그 비 머시기..."



렌코가 기억이 잘 안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자, 메리가 섭섭하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지른다.



"비 머시기가 아니라, 비봉구락부!"


"아 맞아. 비봉구락부. 그거 열심히 홍보하더만. 그거 사람 모이기는 해?"



렌코는 메리가 얼마나 비봉구락부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대학 중심지에는 홍보게시판에 붙어있는데, 언제나 이리저리 불려다니기 바쁜 렌코는 언제나 그 중심지를 지나치게 된다.

그럴 적이면 홍보게시판에 붙어있는 비봉구락부 홍보포스터를 언제나 볼 수 있었는데, 거의 매주마다 포스터의 디자인이 바뀌는지라 이번에는 어떤 디자인일까 은근히 기대되는 맛이 있었다.

막상 그 내용엔 렌코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건 조금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렌코의 질문에 방금 전과는 달리 메리의 목소리가 쥐구멍에 들어갈 듯이 작아진다.



"아니..."



렌코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자욱거렸다.



"애초에 사람이 모일리가 없잖아. 오컬트 서클이라니, 세상에 지금 같은 시대에 무슨 오컬트야?"



렌코는 자신의 생각이 다시 한번 맞다는 듯 자신이 쥐고 있는 커피잔을 가볍게 돌렸다.

과학과 이성이 발달한 21세기에 비이성적인 오컬트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사람이 모일 것같은 주제는 아니였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면 저런 오컬트에도 심취하게 되는걸까.

렌코로선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우이씨. 렌코도 비봉 회원이면서, 그렇게 나오기야?"


"아니 뭐 그렇기는 한데..."



렌코는 곤란하다는 듯 뺨을 긁적거렸다.

솔직히 렌코가 비봉구락부에 가입한 건 오컬트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였다

애초에 철저한 이성의 신봉자인 그녀가 오컬트에 관심을 둘리 없지 않는가?

오컬트는 쓰잘데기 없고 헛된 망상에 불과한 것이였다.

그런 망상과 같은 것을 연구해봤자, 무슨 새로운 발견을 한다던가 따위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진심으로 연구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렌코는 그 사람을 실컷 비웃어줄 자신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메리의 비봉구락부에 가입한 것은 단 하나였다.

메리가 만들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비봉구락부에 가입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 안에는 어떠한 논리도, 합리도 필요 없었다.


그래서 렌코는 자기 스스로가 참 웃긴다고 생각했다.

막상 이성과 지성을 앞세우면서, 행동은 그 반대지 않은가...

이게 다 메리 때문이였다. 렌코는 자신에게 낑낑 매달리는 메리를 보며 생각했다.



"레에엔코~~ 어떻게 좀 할 수 없어? 응? 렌코는 능력 좋잖아. 막 힘 좀 팍팍 써봐!"


"그렇게 애교부려도 나도 뭐 방법이 없는 걸?"


"아니 볼 늘어뜨리지 말구!"



렌코가 메리의 말캉한 볼을 주욱 늘리자 메리가 발버둥치며 벗어나려고 한다.

메리에겐 안타까운 말이지만, 렌코로써도 답이 없었다.

렌코는 학문적으로 엮인 관계는 정말 넓었지만, 친분이 있는 인간관계는 굉장히 협소했다.

그 수를 따지자면 당장 눈 앞에 있는 메리를 포함시키고도 다섯 손가락을 채 채우지 못했다.

물론 워낙 렌코의 능력이 출중한 만큼,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몸을 비트는 사람은 많지만...

그런 사람들한테 가입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자신으로도, 메리에게도 좋지 않는 일이였다.



그리고 메리에겐 안타까운 말이지만, 렌코 자신으로서도 딱히 남을 가입시키고픈 마음은 없었다.

둘 만이 가입되어있는 클럽. 그렇기 때문에 뭔가 더욱 애착이 가고 애틋했다.

그런 작고 소중한 공간을 남에게 밟게 해준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짓이였다.

물론 이게 얼마나 이기적인 짓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닌건 아닌거였다.



"그래도 사람 많으면 더이상 해체 압박 들어오지도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그 말은 사실이였다. 애초에 인원이 둘 밖에 안되는 서클을 대학에서 허용해줄리가 없었다.

이토록 오랫동안 해체되지 않고 버티는 건 단 렌코 덕분이었다.

렌코가 가입했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사에 댓가 없는 호의는 없는 법.

렌코가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것도 모두 대학이 이렇게 은근슬쩍 그녀의 사정을 봐주기 때문도 있었다.

그 사실은 렌코도 메리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렌코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신경 쓰지마. 솔직히 난 지금으로도 괜찮은데?"


"내가 안괜찮아. 렌코가 힘들잖아."



메리가 몇 번 보이지 않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나 때문에 렌코가 힘들 필요는 없어."



그건 맞지. 렌코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뻔한 목을 가까스레 붙잡았다.

사실 메리의 말이 맞았다. 메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이성적으로도 생각해봐도 그랬고, 합리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랬다.


애초에 메리는 타인이였다.

친해진다고 해서 자신에게 이득될 것 하나 없고, 오히려 손해 질 가능성이 더 큰 그런 타인.

메리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느니 그 동안 휴식을 더하고 더 좋은 학문적 성취를 내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더 이로웠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째서 메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가.

물론 메타인지가 뛰어난 렌코답게 그 원인은 진작 알고 있었다.


여자 대 여자로 메리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렌코 스스로도 믿기 힘든 결론이지만, 아무튼 그랬다.



렌코도 자신이 왜 이런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 보존의 욕망.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 사랑이다.

그렇다면 자기 보존을 할 수 없음에도 지금 이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으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본 렌코에게, 이런 경험은 정말로 당혹스러운 것이였다.


때문에, 더더욱 메리를 특별하게 여기는 걸지도 몰랐다.

메리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무언가가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기에, 렌코는 쿡쿡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쉴때 찾아오지나 마셔."


"음, 그건 불가능."



메리는 배시시 웃으며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럼 커피도 다 마셨겠다. 난 이만 가볼게. 렌코도 이제 슬슬 가봐야 하지 않아?"


"아 그렇지."



그러고보니 곧 있으면 세미나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메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가방을 챙기며 환하게 웃었다.


"다음에도 또 올게! 그때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고. 그럼 난 간다?"


"그래 그래."


렌코는 어영부영 대답하며, 똑같이 몸을 일으켰다.

할 일이 잔뜩 쌓여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좀 더 그녀와 이런저런 짓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렌코는 기분 좋은 감각을 만끽하며, 자신의 펜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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