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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백합'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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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lezbobim) ㅇㅇ(100su100…) ㅇㅇ(anontoky…) ㅇㅇ(lemon231…) ㅇㅇ(center22…) ㅇㅇ(anywhere…)

개설일

2017-07-26

[💡창작] 패러독스.앱에서 작성

어스름하게빛나는

2021.03.04 22:37:18

조회 424 추천 17 댓글 2

제가 아직 철이 절반 정도 들었을 때, 전 당신께 물었습니다.

"엄마, 엄마. 날 낳게 해준 또 다른 엄마는 누구였어?"

당신께선 어쩌면 불쾌할 지도 모르는 내 질문에 회상하시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셨죠.

"우리 딸을 어마무시하게 닮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분이셨어... 대학교 졸업식 날 처음 만났는데, 그때의 나보단 나이가 좀 더 많았지."

그 뒤로 전 어머니의 말씀을 계속해서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당신께선 지금까지도 날 분노케 하셨죠.

"하지만... 고작 2개월 뿐이었어. 그 분하고 함께한 시간은. 내 뱃속에 너만을 남기고 그 분은 떠나가셨지."

"그럼 혹시 그 사람하고 함께 찍은 사진은 있어?"

"없어. 그 분의 마지막 부탁이셨거든. 자기하고 찍은 사진을 모두 없애달라는게 그 분의 마지막 부탁이셨어."

그 때의 전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언젠가 만나는 날이 있다면, 난 그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렇게 좋으신 당신의 인생을 힘들게 한 바로 그 사람을.

만약 과거로 갈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을 막아서겠다고. 설령 제가 그 시점에서 사라지더라도.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그날 밤. 전 그 때의 약속을 떠올려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그 집념 하나만으로 전 그때부터 타임머신의 개발이라는 단 한가지 목표를 위해 달려갔죠.

5년의 시간이 흘렀고, 결국 전 해냈습니다. 오로지 한 사람, 당신만을 위한.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한 타임머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머니의 대학교 졸업사진을 통해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이미 알아냈습니다. 설령 어머니를 졸업식 날에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녀를 계속해서 찾을 수 있게 타임머신 이용 시간은 2개월로 설정해놨죠.

눈을 감은 채 기기를 작동시켰고, 눈을 뜬 시점엔 전 큰 길가의 인도 부분에 서 있었고, 그 곳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대학교가 있었습니다.

분명, 어머니는 그 곳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서둘러 걸음을 옮겨 졸업식이 이루어지는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강당에는 졸업식이 방금 전에 끝난 모양인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했죠.

그곳의 어딘가에서, 전 마침내 너무나 보고싶었던 얼굴을 찾아내었습니다.

저의 어머니,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전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웃는 당신의 얼굴은 너무 아름다웠고, 원래 있던 위치에서 당신에게로 반 정도 걸음을 옮겼을 때, 전 깨달았습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습니다. 이미 전 당신께 다가가 단 한 마디를 외쳤죠.

"사랑합니다...!"

그 한 마디에 당신께선 당황하셨지만, 그것도 잠시였죠. 어머니께선 어쩌면 당신다운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어쩌면... 이건 운명이려나요...? 분명히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째서 왜 이리 사랑스럽다고 느껴지죠?"

그 이후론 제가 손 쓸 새도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고, 같은 일을 함께 했고, 한 침대 위에서 몸을 나눴습니다.

당신께서 아이를. 그러니까 제 자신을 임신하셨다고 말하신 날. 전 떠날 때가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이런 매몰찬 말을 할 수밖에 없었죠.

"정말로 잘 된 일이지만... 정말로, 정말로 죄송하게도 전 당신을 떠나야 합니다. 이렇게 당신을 망쳐놓고 떠나는... 저 자신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들었음에도 당신께선 충분이 이해한다는 표정만 제게 보이셨죠.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전 마지막 부탁을 당신께 했습니다.

"저와 함께한 모든 사진을, 모든 기록을 다 지워주시고... 기억에만 남겨주세요."

당신께선 고개를 끄덕이셨고, 전 울음을 감추느라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어쩌면 마지막 한 마디는 안 들렸을 지도 모릅니다만, 괜찮겠죠.

전 도망치듯 집을 나와 근처 으슥한 골목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에 주저앉아, 현재로 돌아가게 될 때까지 전 그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흑... 어머니..."

오늘 본 글 소재로 한번 적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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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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