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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2부 -14-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4 23:11:41
조회 561 추천 31 댓글 8
														


 "아는 사람인가요? 다짜고짜 학과 사무실에 찾아와서 나리선배를 찾길래요."


 "내 사촌동생이긴 한데… 여, 여긴 어쩐 일이야?"


 눈이 살짝 퀭할 정도로 들어가 있어서 가슴이 살짝 아려왔다. 어지간히 마음고생 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때의 반응만 봐도 그걸 즐기는 것 같지도 않았고, 설령 그랬다 해도 결코 서로에게 좋은 결말이 나올 수 없었다. 수련이의 나무껍질처럼 살짝 마른 입술 틈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늘 부드럽고 생기있던 입술이 저렇게….


 "어, 언니. 앞으로 보채지 않을게. 돌아와 줘. 응?"


 "아하하… 민지가 이상하게 오해하겠다. 잠깐 자리를 옮기자."


 수련이의 어깨를 살짝 끌어안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보았다. 가급적… 단 둘이 되는 상황은 피하는 게 좋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까.


 캠퍼스 건물 옥상은…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빈 강의실은 다른 의미로 위험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어 인적이 드문 벤치가 하나 보였다. 우린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앉았다. 어딘가 약해진 수련이를 보니 가슴이 착잡해져왔다. 가늘게 떨리는 어깨를 손으로 붙들어 간신히 진정시켰다.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야?"


 "언니가 보고 싶어서…."


 "하아…."


 한숨을 내쉬어 보았다. 봄인데도 어쩐지 쌀쌀해진 기분이었다. 여기서 수련이가 나를 포기하게 만들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나 사실… 사귀는 사람이 있어."


 "뭐, 뭐어?"


 일방적으로 섹스프렌드 선언을 들은 관계지만, '친구를 사귄다.'는 것도 사귀는 거니까.


 "사실 개강 첫날에 돌아오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거든. 원한다면 바로 보여줄 수도 있어."


 아마 호출하면 굉장히 좋아하겠지. 아니… 그 변태성을 생각하면 3P같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나올 지도 모르니 사실 부르고 싶진 않지만.


 "상관없어."


 "응?"


 간접적으로 찼는데, 뭐가 상관 없다는 거야? 나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어차피 거짓말 일테고… 사실이라 해도, 대상이 아리 언니에게서 그 사람으로 옮겨갔을 뿐인 거잖아. 나랑은 즐길 뿐인 관계라도 좋으니까."


 "하아…."


 저 미칠 듯이 일그러진 사랑이 너무 무거웠다. 역시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나를?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여기저기 널렸는데…. 저번 밤에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볼까 고민했지만, 그랬다가 다시 내가 울컥할 수 있으니 그건 잠시 미루기로 했다.


 "진짜거든. 그리고 그거 상대에게 불성실한 거잖아."


 바로 릴리를 호출해 보았다. 만에 하나라도 내가 수련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감정이 폭주할 조짐이 보이면… 바로 막아주기 그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으니까.


 > 릴리 있어?

 릴리 : 무슨 일인가요? 몸은 괜찮나요?

 > 사실 얼굴이 보고 싶어서

 릴리 : 오!

 릴리 : 오!

 릴리 : 기뻐요!

 릴리 : 어디 계신가요?

 > 바로 찍어서 보내줄게


 하아… 이 짐승을 부른 게 맞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련이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니까.


 "이제 곧 올 거야. 대화는 그 때 이어서 하자."


 "응."


 아마도 아까 기숙사 건물로 들어갔을 릴리는 엄청난 속도로 내 앞에 당도했다. 괴, 굉장한 집념이야.


 "오! 그 귀여운 소녀 누군가요?"


 "내 사촌… 동생이야."


 "사촌… 아마 uncle의 딸… 맞지요?"


 "맞아."


 사촌이라는 단어까지 저렇게 얼추 알아듣는구나. 그 정도로 소통이 가능한 점이 놀라웠다.


 "그럼 3P하려고 부른 건가요?"


 "아니야!"


 그리고 역시 예상한 만큼의 변태였다. 대화가 잘못 튀지 않게 주의해야지. 진짜 까딱 방심하면 거의 음담패설이 되어버릴 위험이 있어!


 "내가 얘랑 대화할 건데… 혹시 폭력적인 행동을 할 조짐이 보이면… 막아 줘."


 "알겠어요!"


 이젠 마음 놓고 수련이와 대화할 수 있었다. 아니, 다른 의미로는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지만. 내가 만약 가학 스위치라도 켜지면… 남들이 보는 앞에서 릴리가 막는다는 명분으로 덮치거나 할 수도 있겠지? 진짜 조심하자.


 "얘가 내가 말했던 상대야."


 "응."


 릴리는 우리의 대화가 궁금한 듯,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긴장이 되어서 말이 잘 안 떨어졌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릴리를 기다리면서 차분하게 생각하고 준비해둔 대사를 꺼내보았다.


 "저번에 했던 이야기인데. 나를 좋아한다고 했던 이유."


 "으응."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 너를 사랑한다는 의미가 친구나 가족, 연인 같은 감각으로 끼워 맞춰도… 이상하게 구멍이 많았거든. 당장 아리 언니와 내가 너에게 가진 '사랑'한다는 감정도 같은 종류일 것 같고."


 이치에 맞게 생각하면 그랬다. 나와 언니가 수련이를 사랑한다면 같은 의미일 것이었다. 그런데도 수련이는 굳이 언니를 두고 나를 찾아 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수련이가 무언가를 잘못 알았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언니는 아무 것도 몰라."


 "응?"


 수련이는 공허한 눈빛으로 내 얼굴을 좇아 보았다. 어쩐지 절로 경직되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더 있는 것일까? 굳이 그걸 숨기는 이유가 뭘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오직 나만이 수련이를 사랑하지 않았… 다는 이야기일까? 어째선지 모두 꿰뚫어 본 듯이 이야기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내가 수련이를 가족처럼 여기고 사랑하지 않았다면, 때린 뒤에 가슴아파하지도 않았고, 그 이후에 소원을 들어준다고 내 하루를 아무렇지도 않게 투자해줄 리가 없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너를 얼마나!"


 아낀다는 말이 목구멍 위까지 올라오다 들어갔다. 아끼는 사람을 그렇게 깨물고, 물고문을 하고, 가죽벨트로 피멍이 들게 때린다고? 그것까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었다.


 "힌트는 주지 않겠어. 나만을 생각하며 나와의 행적을 되짚어보며 생각해주길 원하니까."


 "뭐?"


 순간 울컥하고 짜증이 솟구쳤다. 아쉬워서 나를 찾아온 주제에 뭐라도 되는 양, 갑자기 저런 태도라니! 역시 혼내 줄 필요가 있겠어. 다신 그딴 소리 함부로 내뱉지 못하게 만들 테니까.


 "나리 씨!"


 뒤에 있던 릴리는 갑자기 내 손을 낚아채더니 나를 짓누르고 키스를 해왔다. 바, 밖이라 나, 남들이 볼 지도 모르는데! 무슨 짓이야! 막고 나서 굳이 키스까지 할 필욘 없잖아!


 "나리 진정 되었나요?"


 "응?"


 아무래도 내가 수련이에게 손찌검을 할 낌새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번에 별다른 대화도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만약 릴리를 부르지 않았다면 지금 쯤….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생각하니 소름이 끼쳐 왔다. 말로만 반성한다, 죗값을 치르겠다고 해놓고 정작 내 본성은 바뀐 게 없었다. 아하하… 갈 길이 정말 멀구나.


 "떠, 떨어져!"


 "나리 난폭해요! 역시 사랑의 키스가 더 필요하겠어요!"


 릴리의 가슴팍을 밀다가 곧장 찍혀 눌려 수련이가 보는 앞에서 농밀한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무슨 수치 플레이야. 그런데 역시 릴리의 기술이 너무 좋아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나와 릴리의 입술이 떨어지자, 투명한 타액은 이슬 맺힌 실처럼 가늘고 길게 흘러 떨어졌다. 아직 인적이 없다 할 뿐이지 야외에서 학생들이 보는 데서 하는 건… 공연 음란죄인가 그거잖아! 이 이상은 안 돼!


 "거기 귀여운 사쵼…도 같이 어떤 가요?"


 "수, 수련이는 됐잖아!"


 안간힘을 써서 릴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마 제 나름 봐준 거겠지만. 언니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입가를 옷소매로 스윽 닦은 다음, 말을 이었다.


 "알았어? 언니는 이런 사람과 사귀거든. 너같이 평범한 애로 눈에 찰 리 없으니까. 포기하는 게 편할 거야."


 "오! 드디어 제 마…."


 마음을 이제 받아준다는 소리가 끝까지 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 거짓말인 걸 들키면 안 되니까. 그런 릴리의 입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는 역시 내 입이었다. 나는 이런 순간까지도 최악의 저질이구나.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언니가 다른 사람을…. 흐윽!"


 수련이를 돌아보니,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입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상당히 동요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내 말을 믿어준 것 같긴 한데… 다른 의미로 피곤해 질 상황 같았다.


 "언니가 돌아오지 않으면… 흐윽! 내일 또 올게."


 그렇게 눈물을 흩뿌리고, 수련이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버렸다. 아마 마음속으로 그렇다고 인지하는 거랑 눈으로 보는 것의 충격은 다르겠지.


 "자, 잠깐만요! 사쵼 양! 저희랑 3Pㄹ…!"


 "진심이었냐!"


 아무래도 릴리라는 녀석과 있으면 진지해지거나 심각해질 틈이 없었다. …나같이 여러모로 꼬인 녀석은 이런 쾌활한 아이와 어울릴 지도. 내가 가학 스위치가 켜져도 막아줄 수 있기도 하고. 그렇다면 언니는 포기하고 릴리와 타협해야 할까? 그 쪽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릴리도, 수련이도, 유리 언니도, 언니도….


 "3P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저와… 둘이서 어떤 가요?"


 "오늘은 됐어."


 "네에?"


 릴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하긴 내가 먼저 호출하고 키스까지 해왔으니 그렇고 그런 걸 기대한 게 확실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정말 3P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 괘씸했다. 나도 그렇게 성실한 연애를 해온 것은 아니지만, 릴리는 심각해진 분위기까지 한방에 박살낼 정도로 그 정도가 심했다.


 "나를 좋아한다고 했지?"


 "그, 그랬어요."


 약간 주춤하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확실하게 밀어붙여서 자신의 잘못을 자각시켜야지. 적어도 좋아한다면 절조 있는 모습을 원하니까.


 "근데 다른 여자가 껴도 좋다는 거야?"


 얼굴을 째릿 노려보자, 침울해지긴 커녕 오히려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뭐, 뭐지? 이번엔 어느 부분이 감동인 거야?


 "오! 오오! 나리! 지금 질투 하는 건가요? 릴리 행복해요!"


 그러나 역효과였는지 릴리는 곧장 나를 끌어안으며 덮쳐눌러왔다. 그,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그런 거 아니야! 근데… 말이 통할 것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고, 눈에는 벌써 하트가 뿅뿅한 느낌이었다.


 "나리가 저만 바라봐 준다면 3P 포기하겠어요! 행복하게 해줄 게요!"


 정말 선심 쓰듯 대단한 걸 포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거는 포기하는 게 일반적인 거거든? 적어도 한국에선!


 "오늘은 여기까지! 지금부터 한국의 예절을 알려줄 테니까! 배워!"


 "네? 네에!"


 어째선지 릴리만 만나면 술자리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지만… 술 예절은 몰라도 이것까지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테니까 반드시 고쳐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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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분위기를 파괴할 정도의 임팩트를 보인 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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