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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조난자를 위한 안내자 8-2화(수정)

ㅇㅇ(180.69) 2021.03.05 03:22:15
조회 86 추천 10 댓글 1
														




미로에 대하여 궁금한 건가?”

 

그게 아니라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길래 이래요항상 이런 식으로 위험해요?”

 

 

그리 묻는 희원의 목소리는 끝이 떨려 있었다

알리샤는 자신의 행동이 어색한지 조금 굳어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위험한 곳이지너희도 이곳에 도착한 후 주변이 바뀌었다는 걸 알아차렸을 거다

이곳은… 빛의 밤 이후에 사라진 마을들 중 하나로 보이는구나저 집들의 건축 방식은 더 이상 샐레스틴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다.”

 

 

알리샤의 눈길이 황량한 마을 내부를 훑어 내렸다

희원과 사라에게는 흙집들의 기묘한 모양새가 뒤숭숨함을 불러일으킬 뿐이었건만 

알리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듯했다마을을 바라보는 알리샤의 눈에는 복잡한 빛이 어려 있었다.

 

 

미로는 이런 식으로 전혀 상상치 못한 곳으로 떨어지게 한다마치 헤매게 만들려는 것처럼.”

 

헤매게 만든다고요?”

 

 

희원이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고 알리샤의 고개가 느리게 끄덕여졌다.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건 쉬워도 나가는 건 자유롭지 못하다그런 곳이야.”

 

그리고 댁은 그걸 어떻게 그리 잘 아는 거지?”

 

우리들 아니일부 생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것들이다.”

 

 

알리샤가 다시 고쳐 말하자 사라가 삐딱하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 뒤가 구리던데.”

 

너는 모른다빛의 밤 이후로 샐레스틴에서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기나 하나

삶이라기엔 생존에 가까운 것이었다이 미로는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이었어.”

 

 

이를 악물고 거칠게 대꾸하는 알리샤의 반응에 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알리샤는 언뜻 보기에 분노한 것처럼 보였으나 수치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희원은 알리샤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지 못했으나 적어도 찝찝해하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주춤거리는 찰나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깊게 가라앉은 파랑이 물끄러미 희원을 응시했다

작은 침묵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이윽고 알리샤가 입을 떼어냈다.

 

 

어쩔 수 없는 공존이었다생존자들에게 이곳은 일종의 돌파구가 되었어고갈된 마나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이윽고 사라가 이해했다는 것처럼 감탄사를 흘렸다.

 

 

그래여기에서 얻을만한 게 있었으니 기를 쓰고 들어오려고 했겠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너희 지구는 어떨지 몰라도 여긴 원래부터 척박한 땅이었어

물을 끌어올리는 것조차 마법이 기반되던 곳이다이곳 때문에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스러졌는지.”

 

괴물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로 온다고요?”

 

 

희원은 말문이 막히는 느낌이었다알리샤가 씁쓸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그랬겠지그것 말고도 운이 좋으면 쓸만한 물건들도 긁어낼 수 있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

 

 

그리 얘기하는 사라는 괴물이 쓰러졌던 자리를 보고 있었다

이제 그 자리에는 괴물을 이루었던 물건들만이 남아 뒹구는 중이었다

사라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저것들이 더 나타나겠구만.”

 

?”

 

 

뜬금없는 말에 희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사라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자 알리샤가 미심쩍은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댁이 그리 말할 정도로 죽어 나간 거면 헤매는 거 이외에 뭔가 더 있다는 거 아니겠어그리고느낌이 그래.”

 

단순한 감으로 그리 얘기하는 건가?”

 

더 마주칠 거 같다는 예감이 든다고 할까그럼?”

 

 

사라의 어조는 평탄했다반면 알리샤의 낯에는 의혹이 서려 있었다

수상한 것을 면밀히 파악하고자 하는 시선이 이어졌지만 사라는 평소와 같이 느긋한 태도였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사라 말이 진짜에요?”

 

 

현실을 부정하고픈 맘에 희원이 빠르게 물었으나 알리샤는 침묵을 지키기만 했다

알리샤를 올려다보는 희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실수라고 생각한 걸까

알리샤가 꺼림칙하게 입을 열었다.

 

 

나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만, ‘중심이라는 곳이 있어 그곳에 도달해야만 나갈 수 있다고 하더구나

저 괴물은 중심 가까이에서 더 출몰한다고 들었다.”

 

 

그 말에 희원이 멍하니 알리샤를 바라보았다.

 

탈출하려면 괴물들이 있는 곳을 지나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거야지금?’

 

갑작스럽게 찬 물을 맞은 것처럼 한기가 으슬으슬 올라왔다.

 

희원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봐온 일이었고 자신에게 그러한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해봤다

이 세계에 넘어와서도 그랬다사라가 조언하는 데로 여러 가지를 해보긴 했으나 생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그럴 틈이 없었다지렁이 때문에 죽음의 위기를 겪고괴물을 봤을 때에도 그랬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알리샤의 말을 듣고 나자 한순간 이 모든 게 확 와 닿았다.

 

이 세계에서는 그런 식으로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그것이 곧 자신에게 해당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꿈을 꾸다가 현실로 내팽개치는 것 같았다희원은 자신도 모르게 양 팔을 감싸 쥐었다.

 

 

그리 걱정하지 마라저 놈은 몰라도 내가 있으니.”

 

 

희원의 상태를 눈치챈 듯 알리샤가 조용히 위로했다그 말을 들은 희원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어쩐지 안도하는 것 같으면서도 불안한 웃음이었다사라 또한 알아챘는지 한결 밝은 목소리를 냈다.

 

 

거 검 좀 쓸 줄 안다고 거들먹거리기는여하튼중심만 찾으면 나갈 수 있다는 거 아니야쉽구만.”

 

그런 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이 넓은 곳에서 무작정 헤매고 다닐 생각인가?”

 

모래부터 뿌리네이 양반이일단 움직이다 보면 나오지 않겠어?”

 

너야말로 답답한 소리를 하고 있군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행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겠다는 거냐?”

 

어디로든 가보기는 해야 할 거 아냐기왕 갈 거면 저 쪽으로 가보기라도 하자고영 자꾸 거슬린단 말이야

 

 

사라는 물건들이 뒹구는 곳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알리샤가 어이가 없는지 그런 식의 맞추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투닥거리는 둘을 보던 희원이 안심 일지 모를 한숨을 뱉었다.

 

불안감은 여전히 발 밑을 도사리고 있었으나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진 느낌이었다.

 

희원이 어린애처럼 다투는 둘을 말리려던 때였다.

 

 

저게… 뭐야?”

 

저거라니?”

 

저쪽에 있는 거 말이야저거 아까는 없지 않았어?”

 

 

얼떨떨한 희원의 중얼거림에 두 사람의 고개가 희원을 쫓았다.

 

셋의 시야에 수정처럼 맑은 결정으로 이뤄진 푸르른 돌탑 두 개가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찼다

옅은 색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확연히 들어오는 푸른빛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아까 분명 없던 거 아니에요내가 잘못 봤나?”

 

 

자신감 없이 어물거리는 희원에게 알리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저건 나도 처음 보는 것이다원체 일식이라는 것이 변덕스럽게 작용한다고는 하나… 

어쩌면 우리가 운 좋게 중심 근처로 떨어진 것 일지도 모르겠군.”

 

그럼 저기부터 가봐야지.”

 

괜히 나서지 마라위험이 빤히 도사리고 있는 곳을 제 발로 걸어갈 셈인가?”

 

미안한데 내 본능은 저게 수상하다고 말을 해서.”

 

 

사라는 지체 없이 움직였다성큼성큼 돌탑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알리샤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 정신 나간 놈이-”

 

어어잠깐만!”

 

 

알리샤가 다급하게 사라를 뒤쫓았고 엉거주춤 서 있던 희원 또한 다급하게 둘을 쫓아갔다

미지의 것에 다가가는 사라는 묘하게 생기가 넘쳤고 걸음은 재빨랐다

푸르름을 투명히 비춰내고 있는 돌들 앞에 당도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상하게 거슬리는 느낌이 난단 말이야여기서.”

 

성급하게 나서지 마라도대체가 이 나사 빠진 놈이-”

 

두 사람 싸우지 마요!”

 

 

황급히 뒤쫓아 온 알리샤가 사라의 어깨를 잡아챘고간발의 차로 도착한 희원이 알리샤의 옷자락을 덥석 쥐었다.

 

그러나사라의 손은 푸른 결정에 뻗어진 뒤였다.

 

그 순간.

 

투명하던 돌탑에서 시리게 푸른빛들이 뿜어져 나왔다

타오르듯 격렬한 빛들이 쏟아져 나올수록 결정들이 물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빠르게 흐려져갔다

희원이 경악에 차서 소리를 내질렀다.

 

 

이건 또 뭐야!”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빛들 사이에 섞여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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