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장미는 흐트러지게 피어나고 매미가 귀청 떨어지게 울곤 하던 그 여름.

후덥지근한 여름의 냄새를 맡으며 거친 가시 아래로 숨어들었던 그 날을.

거친 흙을 헤집고 구태어 들어간 장미 덤불 밑에서 마주친 다정한 고동색을.

"...여긴 내 아지튼데."

"그치만 내가 먼저 발견했단 말이야."

투정부리듯 뱉은 말에 너는 그저 웃어보였고 곱게 접힌 눈꼬리가 확 들어왔다.

불에 홀린 아이처럼 나는 엉금엉금 그 아이 앞으로 기어들어갔다.

"너는 왜 여기 있어?"

"말 했잖아, 내 아지트라고."

"...가시가 잔뜩 있는데? 안따가워?"

"그러는 너는 왜 여기 왔는데?"

아무도 찾지 않을 곳이여서 찾아 왔노라고 말 하고 싶었다.

하지만 네 눈은, 내리쬐는 햇빛 아래 꽃잎들의 그림자 아래 반짝거리는 그 눈은.

투명한 물처럼 날 비춰내서 오히려 말문을 막히게 했다.

"그럼, 우리 아지트 할까?"

"뭐?"

"너랑 내 아지트."

너는 다시 한번 말갛게 웃어보였고 나는 그저 널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너와의 만남은 한 여름의 불꽃놀이 같았다.

어두운 밤 하늘 너머로 눈 깜빡할 새 사라지고 마는 번쩍임과 같았다. 

여러번 깜박여도 지워지지 않는 잔상처럼. 

그 여름날, 장미 덤불 아래. 나는 너라는 다정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