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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히나사요] 한 가을 밤의 꿈

로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6 20:39:35
조회 734 추천 19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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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을 밤의 꿈
written by. ROSE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부는 어느 늦은 밤, 히카와 가족의 집은 환한 불빛을 켜둔 채였다. 늦은 밤까지 불을 켜두는 것은 이 집안의 쌍둥이 딸들 때문이었다. 쌍둥이 중 첫째인 사요는 하나사키가와 여학원 재학시절 모범생이자 우등생이었다. 좋은 성적으로 명문대학에 입학 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활동한 밴드 <로젤리아>의 바쁜 스케줄 탓에 학업은 중단한 상태다. 로젤리아로 말할 것 같으면 보컬인 미나토 유키나가 퓨쳐 월드 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결성한 여고생 밴드였다. 그 시작은 인디 밴드였다고 할 수 있으나 결성 후 수년이 지나 멤버들이 성인이 된 현재 시점, 프로의 세계에서도 인정 받는 메이저 밴드가 되었다. 얼마 전까지 로젤리아의 전국 라이브 투어로 바쁜 사요였으나 투어가 종료된 지금은 조금 한가해졌다. 사요와 달리 베이시스트 리사나 드러머 아코 등 다른 멤버들은 연예계에서 개별 활동을 하느라 바쁜 모양이지만.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거야. 그래서 날개 달린 큐피트를 장님으로 그려 놨지.”

쌍둥이 중 둘째인 히카와 히나는 한 손에 두꺼운 대본을 쥐고 어색한 대사를 읊으며 언니 사요를 바라 보았다. 사요를 향한 히나의 눈빛에는 사랑이 깃들어져 있었다. 그 사랑이란 단순한 쌍둥이 자매의 우애가 아닌 더 깊은 종류의 것이었다. 둘이 서로를 향한 이런 감정을 인정한 것은 불과 6개월 전이었다. 1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온갖 갈등과 화해를 겪으며 애정과 애증의 시간을 보내온 히카와 자매들은 서로를 향한 복잡한 감정의 진실은 ‘연애적 감정’이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조금 더 표현이 적극적인 히나가 먼저 깨달았고, 이런 쪽에 둔한 사요가 늦게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둘은 이제 연인이다.

“히나. 대사가 어색하네.”
“역시 그런가? 한 번만 더 해볼게.”

사요의 지적 앞에 히나는 다시 대사를 읊는다.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거야.”

이번엔 한 박자를 쉬고 사요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숨을 쉬고 다음 대사를 읊는다.

“그래서 날개 달린 큐피트를 장님으로 그려 놨지.”

히나의 시선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자신을 향한 히나의 감정을 느낀 사요는 지금의 상황이 ‘대사 연습’이라는걸 알면서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두 뺨을 어쩔 줄 몰라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언니? 어디 아파?”
“그런 것 아니야.”
“정말 괜찮아?”
“괜찮다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그래. 내일도 촬영이라며.”
“응응. 내일 촬영은 오후부터라~ 오전에는 내가 나오지 않는 장면이라 괜찮아.”

하아~ 히나는 한숨을 쉬며 사요의 침대에 털썩 앉았다. 히나가 좋아하는 깔끔한 비누 향기가 느껴지는 이곳은 사요의 방이다. 둘이 초등학생이던 무렵엔 한 방을 썼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때 이후로는 각자의 방을 사용하고 있다. 10대 중후반 사요와 히나의 갈등이 심했던 시기 - 질풍노도의 시기에 사요는 천재인 여동생 히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품었었다 -에는 서로의 방을 교류하는 일이 전무하다 싶었으나 사이가 좋아진 다음부턴 히나가 툭하면 사요의 방에 찾아오곤 한다. 오늘도 히나는 자신의 대사 연습을 사요의 방에서 하고 있었다. 히나는 천재라 이미 두꺼운 대본을 모두 외웠지만 대사에 감정을 넣기 위해 열심히 읽으며 연습 중이다.

고교 2학년 때 아이돌 밴드 <파스텔 팔레트> (이하 파스파레)로 데뷔한 히나는 어느새 n년차의 베테랑 연예인이다. 파스파레의 멤버들은 다년차 아이돌인 만큼 왕성한 개별 활동 중이다. 히나도 예외는 아니라, 한 동안 예능 프로그램 위주로 출연 했으나 최근에는 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는 히나는 연기에도 재능이 있었다. 짧은 단막극에서 보인 연기가 잘 나가는 젊은 감독에게 인정 받아 감독의 신작 영화에 캐스팅 된 것이다.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거야. 그래서 날개 달린 큐피트를 장님으로 그려 놨지.”

이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한 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명대사다. 히나는 바로 이 한 여름 밤의 꿈을 현대 버전으로 각색한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자 사랑의 도피를 떠난 남녀가 숲의 요정들의 장난에 휘말려 꼬이고 꼬이는 사각관계 속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는 이야기다. 우스꽝스러운 묘사도 많은 희곡으로 현대물로 각색한다면 코미디 요소가 강할 것이다. 하지만 히나가 출연하게 된 영화는 코미디보다는 진지한 정극에 가까웠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동성애 소재를 추가 했다는 것이다. 사랑의 도피를 떠나는 두 주인공이 남녀 커플이 아닌 여성 커플로 재설정 되었다. 서로 사랑하지만 부모님이 정한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하는 여고 동창생들이 사랑의 도피를 떠났다가 숲의 요정들의 실수에 휘말려 잘못된 사랑의 묘약을 먹게 된다. 그로 인해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 진정한 사랑을 이룬다는 결말이다. 그 과정에서 꽤나 진지한 장면도 오가게 되는, 몽환적인 한 여름 밤의 꿈을 다룬다.

“이마이씨는 요즘 어때?”

사요는 열심히 영화 대사를 읽는 히나에게 ‘이마이 리사’의 안부를 물었다. 로젤리아의 베이시스트 이마이 리사는 사요의 밴드 멤버이자 히나의 하네오카 여학원 동창생이다. 다름 아닌 리사가 히나가 출연하는 영화 <한 여름 밤의 꿈>에서 상대 배역을 맡았다. 로젤리아의 인기가 높아지자 소속사에선 음악 외 다른 개별 활동의 제안을 하기 시작했는데 활발한 리사와 아코가 제일 먼저 각각 연기와 예능 출연에 도전하게 되었다. 리사의 첫 영화가 히나와 함께 하는 영화가 될 줄이야. 사요는 자신이 아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연기하는 장면이 어색하진 않을까 상상했다. 이마이씨와 히나의 애정 연기라니…… 쉽게 상상하기 어렵네.

“언니~ 나도 이거 해주면 안돼?”
“응? 뭔데?”

사요가 리사와 히나의 연기 장면을 상상하는 사이, 히나는 휴대폰 액정을 사요의 얼굴 앞에 들이 밀었다. 히나가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리사의 SNS였다. 히나와 함께 영화에 출연 중인 리사가 <오늘은 리사가 쏘는 날>이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옆으로 넘겨 보니 촬영장의 풍경이 보였다. 리사와 히나가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두 사람은 푸드 트럭 앞에서 음료를 들고 서 있었다.

“이게 뭐니?”
“간식차 서포트야! 유키나짱이 보내줬어.”
“……무슨 뜻이야?”
“앗, 로젤리아의 팬들도 이런걸 해주지 않아? 우리 파스파레 팬들은 자주 해주는데. 한국의 아이돌 팬 문화에서 시작된 거래. 팬들이나 지인들이 푸드 트럭을 촬영장에 보내주는 거야! 이렇게 음료 간식차를 보내줄 수도 있고, 디저트를 보내줄 수도 있고. 가끔 출장 뷔페 같은 것도 와. 나는 복잡하고 룽 하지 못하고 생각하지만~ 스태프들은 좋아하더라고. 이번에 리사치를 응원한다고 유키나짱이 이런걸 보내줘서…… 스태프들이 이마이씨와 미나토씨는 굉장히 다정한 사이구나 하고 이야기 하는걸 들었어.”

“아……!”

사요는 말을 잇지 못 했다. 히나는 늘 사요에게 바라는게 있을 때마다 직설적으로 부탁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사요의 눈치를 살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촬영장에서 똑같은 주연배우인데 리사만 이런 서포트를 받는 바람에 민망한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리사와 유키나의 사이를 칭찬하는 동안, 정작 히나는 외로움을 느꼈을지도. 요즘 유행에 둔감한 사요는 자신이 히나에게 무심한 것은 아니었나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미나토씨는 이런걸 어떻게 한 거지?”

사요가 아는 유키나는 사요 이상으로 현대의 유행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다. 아마도 유키나의 간식차 서포트는 ‘요즘 유행에 민감한’ 리사 본인이나 아코가 조언했을 것이다. 하아… 만약 우다가와씨의 조언이었다면, 나에게도 알려주시지 그랬나요? 사요는 씁쓸하게 웃었다.

“히나. 간식차인지, 커피차인지. 나도 해줄게.”

하나 뿐인 쌍둥이 여동생이자 연인의 기를 세워 주어야지. 사요는 이런 식의 요란한 티를 내는 일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건 유키나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유키나가 이런 행위를 한 건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리사를 많이 아끼기 때문일 것이다. 연인을 아끼는 마음, 동생을 아끼는 마음은 질 수 없어……! 아무리 미나토씨라도. 히카와 사요는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 오르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


히카와 사요의 인생은 좌절은 모르는 인생이었다. 아니, 좌절이 있긴 했으나 그것은 사춘기 시절 히나를 향한 열등감에 한정된 종류였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조금 더 재능 있고 유능한 수재로 태어난 사요는 천재인 여동생 히나에게 열등감이 있었다. 히나와 쌍둥이가 아닌 일반 자매였다면 덜 했을지도 모르는 감정. 그러나 둘은 같은 날 함께 태어난 쌍둥이였기에 늘 비교 선상에 있었다. 부모님은 둘을 공평하게 대했지만 사요는 늘 자신이 히나에 비해 부족하다 생각했다. 사실 이건 평범한 열등감은 아니었다. 사요가 어린시절부터 너무나 사랑하고 아꼈던 동생이 자신의 돌봄이나 보호가 필요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천재라는 사실에서 오는 자격지심이 더 큰 것이었을지도.

어쨌든 사요는 그 과정에서 기타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히나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타를 했다면, 지금은 히나와 동일선상에 있기 위해 기타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히나가 기타를 하는 한 사요도 기타를 한다.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었다. 히나와 사이가 좋아지고 지금과 같은 사이가 된 후로 사요의 인생에 좌절은 없었다. 히나를 향한 열등감이 자기 자신을 향한 애정과 히나를 향한 애정으로 발전한 다음부턴 힘든 게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미나토씨……”

그런 히카와 사요는 지금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심장을 짓누르는 좌절감을 느끼는 중이다. 이해할 수 없다. 어째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지? 이런 감정을 자극하는 상대방은 사요가 존중하고 배려해온 로젤리아의 리더다. 미나토 유키나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다 따를 정도로 로젤리아의 리더를 신뢰해온 히카와 사요였다. 그럼에도 사요는 지금의 유키나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있는 모습이 - 사요의 시선에는 그렇게 비추어 졌다 -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니? 나는 괜찮은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쌍둥이 동생은 괜찮다고 하지만, 나 히카와 사요가 괜찮지 못해! 미나토씨는 언제부터 저렇게 비겁한 사람이 된 것이야?

“유키나짱이나 리사치는 잘못이 없어! 이건 스태프의 실수로……”
“히나, 조용히 좀 하렴.”
“아니, 언니. 나는 진짜 괜찮은데……”
“부탁이야, 히나. 무조건 괜찮다고 말 하지 말아줘.”
“아, 아니~! 나는 진짜 괜찮아. 언니가 날 위해……”
“하아……”

히나는 사요가 하는 모든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이니까. 사요는 히나가 ‘괜찮다’고 하는 걸 믿지 않는다. 둘의 사이가 좋지 않을 때에도 늘 사요 앞에서 억지로 웃어준 히나니까. 히나는 사요에게 만큼은 누구보다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런 히나가…… 괜찮다고 하는 말을 믿을 거 같아?!

“사요? 왜 거기 그렇게 서 있어?”

이런 사요의 감정을 1도 모르는 유키나가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언니, 나는 가 볼게!” 촬영을 마저 해야 하는 히나는 사요와 유키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리사가 기다리는 곳으로 뛰어 간다. 그러니까 여기는 히나와 리사가 출연하는 영화 <한 여름 밤의 꿈>의 촬영 현장이다. 사요는 일전에 히나가 간식차 서포트를 부탁한 것에 응하고자 친히 커피 등 제조 음료와 스낵을 제공하는 간식용 트럭 업체와 계약 후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영화 제작부 스태프의 실수로 인해 그만 리사를 위한 유키나의 출장 뷔페 서포트가 사요의 서포트와 같은 날 제공된 것이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호화로운 음식이 한가득 한 고급 출장 뷔페와 사요의 소소한 간식차 서포트가 동시에 진행되었으니 사요 입장에선 유키나의 서포트 대비 자신의 서포트가 초라해 보이는 것이다. 사요 자신이 유키나와 비교 당하는건 괜찮지만 히나가 리사에 비해 별로인 것처럼 비추어지는 것이 더 싫다. 둘이 함께 주연배우인데 히나가 부족해 보이다니. 이런 것은……

사요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 자신을 향해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유키나를 보며 표정 관리가 안 된다.

“미나토씨. 로젤리아의 LINE 단톡방에선 아무 말 없었으면서…… 여기 오실 줄 몰랐네요.”
“음? 내가 사적인 스케줄까지 사요와 공유 해야해?”
“물론 그건 아니지만. 이 스케줄은 제 동생인 히나도 관련된 스케줄이잖아요.”
“이상하네, 사요. 물론 히나가 이 영화의 주연이지만, 나는 히나가 아닌 리사를 응원해주러 온 거야.”
“그건 그렇지만…! 이마이씨와 함께 대중의 입에 거론 되는건 히나라고요.”
“이해할 수 없네. 내가 준비한 서포트는 히나도 먹게 되는 음식인데, 사요는 어째서 까칠하게 말 하는 거야?”
“제가 언제 까칠 했다고 그러세요!”
“지금 나를 보는 사요의 그 말투. 꽤 오래 전, 내가 로젤리아를 버리고 혼자 소속사와 계약 할거라 오해하던 그 때의 눈빛인 걸. 우리가 지금처럼 친해지기 전 시점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
“……그 정도인가요?”
“응. 그 정도로 지금의 사요는…… 불편한 얼굴이네.”
“그렇다면 미안합니다.”

사요는 유키나한테 한 방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나에 대한 일에 감정이 앞 서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늘 침착하고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사요가 유일하게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는 건 히나에 관한 일들이다. 히나와 가까워지면 질수록, 사요는 자신이 이성을 잃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이런 것은 히카와 사요 답지 못한 모습이다.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유키나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

“미안해요, 미나토씨. 제가 너무 과민반응 했네요.”
“아니야, 사요. 그럴 수도 있지. 우리 둘의 서포트가 같은 날 반영된 건 스태프의 실수라더군.”
“그렇죠. 하아…… 실례를 했네요, 미나토씨.”
“괜찮아. 다음에 또 리사를 위해 촬영장에 무언가를 하게 되면 사요에게도 미리 상의 할게. 우리 둘이 같이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네, 네. 두 주연배우를 같이 응원하는 걸로 하는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일단 히나를 제외하고 저와 당신, 그리고 이마이씨는 같은 로젤리아의 멤버니까 자연스러워요.”
“좋은 생각이야.”
“네……”

음악이 아닌 분야에선 어린애 같은 유키나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유키나보다 감정적으로, 조금 더 어린애처럼 행동한 게 자신이라니. 사요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유키나는 이런 사요의 감정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사요를 보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사요? 다른 일정이 없다면 촬영 하는걸 구경하지 않겠어? 곧 리사와 히나의 연기가 시작된다는 것 같아.”
“아, 네. 두 사람이 같이 출연하는 장면……이었죠?”
“그래. 같이 구경 하자.”

유키나는 지난번에도 서포트를 위해 촬영장을 왔기 때문인지 이 공간에서 움직이는게 능숙했다. 성인이 된 미나토 유키나는 어린시절보다 사회생활에 능숙 해져서 스태프들과 눈 인사도 주고 받는다. 로젤리아는 인기 밴드여서 그 보컬인 미나토 유키나의 팬은 이 촬영장에도 많은 것 같다. 정작 사요의 팬도 많다는 건 모른다.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히카와 사요는 자신을 보며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할까 망설이는 스태프들을 못 보고 지나쳐 버렸다.


***


히나와 리사는 막 한 개의 장면을 촬영 끝낸 후, 자신들의 촬영을 구경 중인 유키나와 사요를 의식했다. 둘은 무언가 의미 심장한 표정을 주고 받더니 각자의 연인을 찾아왔다. 사요는 이번 영화에서 맡은 배역 때문에 진한 메이크업을 한 히나의 뺨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준다.

“히나. 화장이 지워지면 안 되잖니. 다시 만지자.”
“앗, 으응…… 고마워, 언니. 뭔가 부끄럽네.”

사요는 옆에 히나의 메이크업 담당자가 있는데도 본인이 나서서 메이크업을 만져준다. 히나의 개인 스태프들은 모두 파스파레 소속사의 스태프들이라 이전부터 쌍둥이 언니인 사요와 안면이 있다. 그들은 사이 좋은 히카와 자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표정이 진지한 것은 히나였다. 일에 몰두하는 히나가 진지한 얼굴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의 표정은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했다. 히나는 사요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언니, 괜찮아?”
“무엇이?”
“곧 찍을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알고 있나 해서.”
“무슨 장면인데 그러니?”
“그, 그게…… 나와 리사치가 키스씬을 촬영하는 것인데……”

키스씬. 아아. 그런 것인가. 생각해 본 적이 없는걸. 히나가 다른 사람과 키스를 한다고? 사요는 키스라는 단어에 반응하고 말았다. 눈을 크게 뜨고 히나를 바라 보았다. 히나는 사요의 눈치를 살피며 겸연쩍은 얼굴로 웃었다.

“정말 괜찮아?”
“으음……”

사랑하는 연인이 친구와 키스하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아무리 연기라도 역시 보고 싶은 장면은 아니다. 사요는 순간 대답을 망설였다. 본심은 역시 싫다 이지만, 어차피 이것은 일이다. 내 여자의 비즈니스. 내 여동생의 비즈니스. 히나가 리사와 키스를 해도 그건 현실이 아닌 연기. 앞으로도 히나가 배우 생활을 지속하면 이런 건 여러 번 겪을 일이다. 그래……

“나는 괜찮아.”
“정말로? 내가 리사치와 스킨십 촬영 하는거 봐도 괜찮아? 키스씬인데?”
“어차피 연기잖아. 그 정도는 괜찮아. 지난번 파스파레 뮤직비디오에선 다른 멤버들과 포옹하는 장면도 있었잖니.”
“포옹과 키스는 다른걸! 으아~ 만약 입장을 바꿔서 언니가 로젤리아의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유키나짱이랑 키스를 한다면…… 그건 견딜 수 없네! 룽 하지 못해!!!”
“……미안한데 미나토씨와 키스라니. 앞으로도 로젤리아의 뮤직비디오에서 그런 애정 씬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으응… 그렇다면……”

히나와 리사의 키스씬이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프로페셔널한 히나를 응원해주고 싶은걸! 사요는 억지로 태연한 척 히나를 나무란다.

“히나. 일과 사생활은 구분할 줄 알아야지. 다른 사람도 아닌 이마이씨잖아. 둘 사이에 사심은 없단 걸 알아. 나는 이런 공적인 행위는 걱정하지 않아. 그러니까 연기에 집중 하렴.”
“응! 언니가 그렇다면! 파바밧 하고 룽하게 끝낼 게!”

히카와 사요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 짐에도 동생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이 불길한 느낌은 곧 바로 현실이 되어 찾아온다. 약 10분 뒤에 말이다. 사요는 유키나와 나란히 서서 히나와 리사의 촬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영화 <한 여름 밤의 꿈>의 이 장면은 두 사람의 키스씬이다. 극중 히나의 역할은 히카리이고 리사의 역할은 카렌이다.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두 사람, 특히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 히카리가 카렌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카렌은 진실된 사랑을 고백하며 히카리에게 키스를 시도하고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약속하게 된다. 영화 초반에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가져오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감독은 이 장면에 모든 열정을 쏟는다며 분주하게 스태프들을 관리 중이었다.

“레디~ 액션!”

감독의 사인에 맞추어 히카리와 카렌이라는 역할에 몰입한 히나와 리사가 슬픈 이별의 대사를 나눈다. 그러다 리사가 히나의 손목을 잡고 끌어 당기고, 이에 히나가 응답하며 둘은 눈물의 키스씬을 연기한다. 그렇게 히나와 리사의 입술이 닿고. 그러니까 둘의 입술이 닿고. 그렇게 입술만 닿으면 끝나길 바라는데 꽤 진한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닌가.

“컷~트! NG!!!! 다시 합시다, 다시!!!!”

야! 이! 감독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사요와 유키나의 ‘증오의 시선’이 감독을 향했다. 한 번에 OK를 못할 망정 NG라니? 그 말은 다시 찍자는 소리야?! 둘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내 여자의 비즈니스 - 진심이 아닌 연기를 담은 키스 따위에 반응하게 될 줄이야. 막상 두 눈을 뜨고 히나와 리사의 키스씬을 지켜보고 있으니 속이 울렁거리고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리며 손 발이 저려오는 이상한 신체의 증상까지 찾아오는 것이다.

“사요……”
“네, 미나토씨……”
“이건 조금……”
“그렇네요……”
“이런 건……”
“그렇네요……”
“말을 좀……”
“저는……”

사요와 유키나는 그런 상태였다. 사요는 이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늘 히나에게 공과 사의 구분을 철저히 하라고 다그쳐온 자신이 히나의 키스씬 앞에 무너지게 될 줄이야. 감독의 사인에 맞추어 다시 연기를 시도하고, 또 NG가 나자 이 상황에서 리사와 사이 좋게 꺄르르 웃으면서 연기를 상의하는 히나가 보인다. 저런 히나는, 그러니까 일에 몰두한 히나는 칭찬해줘야 하겠지만…… 그래도 연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저렇게 태연한 건 좀 아니잖아? 사요는 차마 히나에게 화를 내기도 민망한 상황이 야속했다. 실컷 언니로서 지적 해놓고 이제 와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동생을 나무랄 순 없지. 사요는 부들부들 떠는 주먹을 꼭 쥔채 눈을 질끈 감았다. 이후 그 키스씬이 10번이나 NG를 더 내고 OK 사인을 받을 때까지, 히카와 사요는 조금도 그들의 촬영을 쿨 하게 지켜보지 못했다. 그건 바로 옆에 있는 미나토 유키나도 마찬가지였다.

“미나토씨.”
“그래, 사요.”
“이제부턴 협력입니다.”
“그 제안 받아 들이지.”

두 사람은 의미 심장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한 서포트 경쟁은 하지 않는다. 내 여자들의 비즈니스 앞에 두 여자는 휴전을 다짐 했다.


***


히나는 하네오카 여학원 후배 츠구미네 집에서 운영하는 <하자와 카페>의 디저트를 좋아한다. 오늘은 영화 촬영으로 바쁜 히나가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 오기로 한 날이다. 사요는 기뻐할 히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직접 하자와 카페를 찾았다. 히나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기 위해서.

“히나 선배는 잘 지내세요?”
“네, 요즘 영화 촬영으로 바빠요, 그 아이는.”

지금 사요와 다정하게 웃으며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은 오늘의 하자와 카페의 캐셔를 담당하는 하자와 츠구미. 히나의 후배인 츠구미는 사요와도 이런저런 인연이 있어 사이 좋게 지낸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리사 선배랑 엄청 친해진 것 같아요.”
“네? 하자와씨가요?”
“앗, 아니요! 제가 아니라 히나 선배가 리사 선배랑 더 친해진 것 같아서요. 물론 두 분은 원래 다정한 사이였지만.”
“무슨…… 뜻이죠?”

지난번 키스씬 이후로 부쩍 히나와 리사의 사이 좋음에 예민해진 사요였다. 사요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츠구미에게 반응하고 말았다. 정작 츠구미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귀엽고 선한 다람쥐의 얼굴이 되어 조잘조잘 설명하지만 말이다. 최근 들어 히나와 리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서로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다는 이야기, 얼마 전 이 근처에서 촬영이 있을 때 둘이 함께 하자와 카페에 온 이야기 등등. 일부러 미디어 소식을 찾아보지 않는 사요로선 처음 접하는 소식들이었다.

“여기~ 오늘도 이렇게 SNS에 사진을 올려 주셨는걸요!”

!!!!!!!!!!!!!!!!!!!!!!!!!!!!!!!!!!!!!

히카와 사요는 츠구미가 보여주는 휴대폰 액정에 뜬 히나와 리사의 다정한 셀카 앞에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이건…… 이건…… 우리 히나가 이럴 리 없어!!!!! 사랑하는 여동생이 이마이 리사와 볼을 맞대고 다정하게 찍은 셀카. 츠구미의 설명에 의하면 오늘 리사가 SNS에 올린 사진이라고 한다. 사요는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해온 사람이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츠구미의 휴대폰을 빼앗아 리사의 SNS를 염탐하니 최근 들어 히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자주 올라왔다. 물론 영화 촬영 이전으로 스크롤을 내리면 사요를 포함 로젤리아 멤버들과 스케줄 진행 중 찍은 사진도 많지만. 지금의 사요는 이성을 잃었기에 리사가 로젤리아 멤버들과 찍은 사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여동생 히나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만……

“저기? 사요씨? 괜찮으세요?”
“……”
“어디 아프세요?
“……아, 아… 아닙니다…..”

사요는 식은 땀을 흘렸다. 도망치듯 하자와 카페를 뛰쳐 나왔다. 카페 주변을 걸어 다니며 어린시절 좋아한 음악을 들었다. 그 음악의, 노래 가사가 하나같이 슬픈 이별 이야기인 것은 영문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정처 없이 걸어 다니다 히나가 집에 왔을 시간이 되었다는 걸 깨닫자 서둘러 히카와 자매의 집으로 귀가한다. 집에 가자마자 사요를 끌어안고 “언니!!!!” 달려 드는 히나가 있지만 사요는 쿨 해질 수 없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쪼잔하고 소심한 면이 있는지 몰랐다. 질투심.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 오르는 것은 질투심이었다.

“히나!”
“으응?!”
“휴대폰 가져와.”
“응?”

사요는 -히나가 느낄 때 다소 무서운 얼굴이 되어- 휴대폰을 요구했다. 히나는 자신이 잘못한 게 있나 걱정하며 휴대폰을 들고 온다. 사요는 그걸 받자마자 특유의 너무나도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히나. 이리 오렴. 바짝 붙어.”
“으응??? 언니?”
“어서!”
“으응……”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히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사요의 옆에 바짝 붙었다. 사요는 갑자기 히나의 어깨 위로 팔을 두른다. “어, 언니? 갑자기 이런 스킨십은…! 룽룽 해!” 견딜 수 없잖아. 이렇게 먼저 다가와주는 언니라니. 평소엔 히나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스킨십을 부끄러워 했으면서! 사요는 히나와 상체를 바짝 붙이고 마치 볼 뽀뽀를 하는 수준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어, 언니?! 너, 너무 가까워!”
“얌전히 있어.”

찰칵. 찰칵. 계속해서 들리는 것은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음. 평소 셀카 같은 건 잘 찍지 않는 사요였으면서, 먼저 나서서 셀카를 찍자고 하다니? 사요는 히나가 지겹다고 말할 정도로 쉴 틈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어, 언니. SNS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이건 직업정신이야, 히나. 너는 아이돌이잖니. 팬들의 기대를 충족 시켜야지.”
“으응… 언니가 그렇다면!”

심지어 지금 찍은 사진을 무려 10장이나 SNS에 업로드 하도록 시키고 말이다. 평소엔 외부 사람들 앞에서 히나가 달려들고 친한척 할 때마다 아이돌인 히나가 이상한 스캔들에 휘말리면 안 된다며 선을 긋는 사요였다. 둘은 실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자매니까. 지금의 사요는 그러한 이성적 판단이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이런 언니는 처음이야.”
“이상하니?”
“아니! 너무 좋아!”
“그럼 되었어.”

기쁜 얼굴로, 부끄러움에 새빨개진 얼굴로 사요에게 달려드는 히나였다. 사요는 그렇게 다가오는 히나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언니! 키스 해도 돼?”
“안 돼.”
“그래도 할래!”

그래. 역시 진짜 히나의 키스를 받는 사람은 나인걸. 오랜만에 일찍 끝난 스케줄 덕분에 둘 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사요는 제 입술을 찾아 포개어진 히나의 부드러운 입술을 받아들이며 눈을 감는다. 꽤 오랜 시간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그렇게 서로를 향한 사랑을 속삭였다. 마침 오늘은 부모님도 계시지 않는 걸. 둘만의 시간 앞에 혈기 왕성한 쌍둥이들은 조금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 달라 붙었다. 이런 평화의 시간은 히나의 한 마디 말 앞에 무너지지만 말이다.

“참, 언니.”
“응?”
“나 다음주엔 3박 4일 무인도로 떠나.”
“뭐라고……?”
“무인도에서 촬영이래! 대단하지? 히카리랑 카렌이 사랑의 도피를 떠나는 클라이맥스를 무인도 로케이션으로 정했대! 원래는 인근에서 찍을 예정이었는데, 우리 감독님이~”
“잠시만! 히나! 지금 이마이씨랑 3박 4일 무인도에 간다고 말 하는 거니?”
“아, 아니. 리사치랑 둘이 가는게 아니라 스태프들이랑 다른 배우들도 다 같이……”
“아무튼! 이마이씨랑 무인도에 간다는 거니? 지금 외박을 한다는거야?”
“어, 언니. 그게 아니라…”
“나도 갈래!”
“뭐?!”

사요는 스스로 내뱉은 말에 놀란다. 무인도를 따라 간다고? 아니, 질투심에 눈이 멀어 여동생의 촬영지를 따라 간다는 깜짝 선언을? 하지만 이 말, 다시 무르고 싶지 않은걸. 만약 유키나가 이 사실을 안다면 사요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사요는 이따가 유키나에게도 연락 해야겠다고 생각 한다.

평소의 히나라면 이렇게 적극적인 사요 앞에 기뻐 하겠지만 오늘은 무언가 어색해 사요의 눈치를 살핀다.

“아니~ 무인도는 파스파레 촬영 때문에도 다녀왔었다고. 그때도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물건으로 언니 사진을……”
“이번엔 사진이 아닌 실물을 데려 가렴.”
“으응…… 오늘의 언니는 정말…… 대단해! 파바밧! 하고!”
“그래. 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아니, 어쩌면 알아들을 수 있을 거 같기도. 아무튼 무인도는 반드시 같이 가는 거야, 알겠니?”
“으, 응!”

사요는 제 옆에 바짝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인도, 절대 혼자 보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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