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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11 17:00:24
조회 349 추천 16 댓글 3
														



"서윤이는 정말 눈치가 빠르네."

수없이도 많이 들은 말.

나는 눈치가 빠르다.

그래서 남들의 비위 맞추는 것을 잘한다.

적당히 어울려주면, 쉽게 호감을 산다.

하지만, 동시에 피곤한 점도 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을, 나 혼자 알고 있다는 것.

그 중압감은 항상 내가 보는 행동을 하게끔 만들었다.

더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내 눈에는 남보다 더 많은 것이 보였다.

그래서 금방 나리의 마음을 알아챘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감정이 느껴졌다.

조금 얼떨떨했지만, 그렇게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나를 좋아해주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내 눈에는 다른 것도 보이고 있었다.

나리보다는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확실히 알아챘다.

이따금씩 슬픈 눈으로 나리를 보고 있는 나연이의 마음을.

나는 내가 상당히 곤란한 위치에 서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저울의 위에서, 모든 걸 결정하는 사람.

양쪽에는 소중한 내 두 친구들이 서 있다.

나리는 저울을 자신의 쪽으로 기울이기 위해 애썼고,

나연이는 그것을 막지 않았다.

짜증이 났다.

왜 막지 않는거야?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지 말라고.

속수무책으로 내 저울은 나리 쪽으로 기울어갔다.

나연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겨우 저울을 무너뜨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눈치챌 새도 없이, 나연이는 저울 위의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리를 바라보던, 아주 슬픈 눈으로.

'내 마음도 알고 있는거지?'

당황했다.

처음으로 저울 위의 나를 알아봐준 존재였다.

'내 마음은 내가 알아서 해. 그러니까... 너도 너 마음만 생각해.'

그 존재는 내게 속삭였다.

이제 이 저울의 위에는 내가 있겠다고.

저울 안으로 들어가 편하게 있으라고.

나약한 나는 그 달콤한 유혹에 굴복했다.

저울의 위를 애써 보지 않으려 노력하면 나리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겁하게 남을 움직여 평행을 유지하던 나와 달리, 자신의 깎고 상처 입히며 기울어진 저울을 평행이라 속이고 있는 것을.

그런데도 나는 다시 저울의 위에 서는 것이 무서워, 그것을  모르는 척 했다.

나리와 싸운 다음날, 나에게 찾아온 나연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음을 알아챘다.

엉망이 되어버린 초점 없는 눈동자를 보며, 나는 나리에게 먼저 사과해달라는 나연이의 말에 기계적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나리에게 무슨 말을 해주는 것이 옳은걸까.


*


다른 방법을 통해 나연이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지만, 애초에 나연이는 우리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서윤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서윤이라면 아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라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여보세요? 서윤아?"

"...무슨 일이야?"

"다름이 아니고...  최근에 나연이 무슨 일 있어?"

"..." 

주저하는 듯한 침묵에, 서윤이가 무언가를 알고 있음을 확신했다.

"제발 말해줘. 사실... 방금 전에 나연이 팔에서 자해 자국을 봐버려서..."

자해.

입으로 내뱉으니 실감이 나는 그 말에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자해를 했다고?"

서윤이도 이 사실은 몰랐다는 듯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응. 이유를 물어봤는데... 대답을 하지 않아.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아는 게 있으면 말해줘."

또 다시 긴 침묵.

재차 애원하려던 찰나, 조그만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리야... 3년 전에 너가 나한테 고백했던 날 기억나?"

"갑자기 그 날은 왜..."

"그 전 날, 나연이가 너한테 무언가 한 말이 있어?"

"...? 아니, 그런 건 없었는데..."

"역시 말하지 않았구나...사실 이 이야기는 훨씬 전에 해야했는데... 내가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어."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나연이... 너를 좋아했어. 아니, 사실 지금도 너를 좋아하고 있을지도 몰라.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그럴리가 없어. 분명히 나연이는 나를 도와줬는데..."

"너가 자기를 좋아할 일은 없을 거라고, 그렇다면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래서 너를 도운거야."

묵묵히 내뱉는 서윤이의 말에 손이 덜덜 떨린다.

"언제... 도대체 언제 그런 이야기를 한거야?"

"너랑 내가 사귀기 전에. 나는 나연이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어서 너와의 관계를 망설이고 있었고, 그걸 눈치챈 나연이가 먼저 말을 걸어왔어. 나는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충격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를 도운 이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때, 침묵을 뚫고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최근에 나연이가 병원의 심리상담실에 들어가는 걸 우연히 봤어. 내가 아는 건 이게 다야.".

"...고마워, 서윤아.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나는 천천히 휴대전화를 든 손을 내렸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알아야한다.

나는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서윤이가 알려준 병원으로 향했다.






여기서 K-끊기 ON

분명 내 계획은 3편 완결이었는데 어쩌다 유사 장편이. 심리 묘사 너무 힘들어. 나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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