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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다시마이벤) 잔향앱에서 작성

EASTpin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20 12:59:45
조회 762 추천 31 댓글 9
														

오늘은 아다치가 놀러오는 날이다.
-라고 특별한 듯이 말해 봤지만, 사실 이제 와서는 아다치가 우리 집에 오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특수 이벤트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응, 평범한 일이다.
‘아다치가 있는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내 마음 속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마음 속이니까 관객도 나 밖에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만큼 평범하게 자주 오고, 평범하게 함께 있는다.
우리들은 분명히 사귀고 있지만 어린 연인들 특유의 풋풋한 설렘 보다는 오래된 커플의 안정감이 먼저 생겨버린 느낌이다.
아니… 아다치의 경우엔 그다지 안정감이 있다고 말하기도 힘들지 모른다.
그럼 우리는 어떤 커플일까.
적어도 일반적인 범주에서 얼느정도 벗어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 특이한- 아니, 특별하다고 해두자.
특별한 커플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니, 꽤나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경우엔 아다치는 우리 집에 식사를 하러 올 예정이다.
우연히 두 집이 다 비어서 그렇게 된 김에 저녁을 같이 먹자는 얘기가 된 것이다.
매뉴는 엄마가 아침에 만들어둔 스튜이다.
고기보단 감자나 당근이 많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나는 아다치와 먹기 위해서 안 먹었기 때문에 잘은 모른다.

“…오?”

문득 그렇싸한 느낌이 들어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아다치가 올 시간이 되긴 했지만, 지금 도착했을 것 같은 느낌이 팍 하고 들었다.
달칵, 문을 열고 앞을 보니 역시나 미인 아가씨가 멀뚱히 서있었다.

“-어라?”

“어서와 아다치.”

“응.”

아다치는 착하게 대답하곤 신발을 벗어서 정돈한 뒤에 안으로 들어온 뒤에 나를 보고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어떻게 알았어?”

“아, 그냥…”

그냥 감이야.
라고 말하려다가 잠시 입을 다물고 조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뭣이. 아다치가 텔레파시를 보낸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어?”

외투를 벗고 있던 아다치가 다시 나를 보고 멈췄다.

“난 보낸 적 없는데…”

음 과연.
실없는 농담을 가볍게 받아치려면 수련이 더 필요한가.
뭐, 평소에 농담을 자주 던지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난 자연스럽게 아다치의 외투를 받아주며 말했다.

“그럼 다음부턴 아다치가 보내 줘. 텔레파시.”

“응. 노력할게.”

받아 든 외투를 식탁 의자에 걸어두면서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방금 그 농담, 처음 만났을 적의 아다치에게 했다면 분명히 ‘하아?’ 같은 냉랭한 대답이 돌아왔겠지.

“으흐.”

“시마무라?”

앗차. 그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지금의 아다치를 생각하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니 그…”

얼버무릴까, 아니면 생각한 대로 얘기할까.
어느 쪽이든 상관 없겠지만 아다치가 그런 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가 궁금해 졌다.



*



텔레파시.
텔레파시는 어떻게 하면 보낼 수 있는 걸까.
당연히 시마무라도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래도 다음엔 보내달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고민해버리고 만다.
명상이라도 하면 수련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강하게 생각하는 것 만으로 시마무라에게 전할 수 있다면…
아니, 그건 역시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지금도 딱히 마음을 전하지 못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오히려 평소에 우왕좌왕 하는 것들까지 전부 시마무라에게 전해진다면 그것 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다.

“으흐.”

식탁 쪽에 먼저 가있던 시마무라가 웃음을 흘렸다.
재미있는 동영상이라도 생각이 난 걸까.

“시마무라?”

“아니 그…”

시마무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살짝 웃음기를 머금고 말을 이어갔다.
묘하게 장난기가 있는 모습이라 평소랑은 조금 다르게 예뻐 보였다.

“방금 그 텔레파시 얘기. 처음 만났을 때의 아다치에게 했다면 ‘하아?’라고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

그럴 리가.
확실히, 그때의 나랑은 시마무라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달라졌다고는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랬을 것 같은데~”

시마무라가 가까이 와서 눈을 마주쳤다.
움직이지도 않고 3초 정도 눈을 맞추고 있으려니 뭔가 시선을 피하고 싶어졌다.

“주, 중요한 건 현재잖아.”

시선을 약간 피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시마무라는 ‘으음,’하고 팔짱을 끼더니,

“그 말이 맞도다 아다치.”

시마무라는 그렇게 말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금방 준비할 테니까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라며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했다.
아마 방금 걸로 ‘과거의 아다치’ 이야기는 끝난 모양이다.

“…응.”

뒤를 돌아서 냄비를 살펴보고 있는 시마무라의 뒷모습을 보며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시마무라가 요리를 해주는 장면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시마무라는 중요한 건 현재다라는 말에 납득해 준 것 같지만 이번엔 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과거 얘기를 꺼낸 이유가 뭘까?
아마도 그냥 문득 생각났을 뿐일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궁금하다.
어쩌면 시마무라는 지금의 나보다 그때의 내가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감이 들어 조금 추워진 것만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어떡하지?
으쓸한 느낌이 들어 어깨를 조금 감쌌더니 곧바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어깨가 아니라 앞쪽에서.

“완성~”

주방 장갑을 낀 시마무라가 뜨거운 그릇을 식탁에 내려놓고 있었다.

“어? 벌써 다 된거야?”

식탁에 앉은지 몇 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혹시 요리를 완성할때까지의 시간이 그만큼 짧게 느껴질 정도로 고민을 했던 건가?

“응. 엄마가 만든걸 데웠을 뿐이니까.”

시마무라는 가볍게 말하며 장갑을 벗고 식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약속을 잡을 때 ‘대접 해 준다’고 했으니까 시마무라가 차려주는 거라고만 생각 했어…
나는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며 시마무라가 건네는 스푼을 잡았다.

“…”

…기회인가?
정확히 어떤 기회냐고 하면…

“하, 하아?”

나는 스푼을 그대로 잡은 채로 말했다.
최대한… 냉랭하게.

“시마무라가 마, 만드는 게 아니었어?”

“…아다치?”

그대로 서서 눈을 깜빡거리는 시마무라.
그리곤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약간 꺾고서 나를 보았다.

“…혹시 옛날 아다치?”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 보고 싶어 하는 건가… 싶어서. 시마무라가…”

“아하~”

시마무라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곤 ‘잘 먹겠습니다’ 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자, 잘 먹겠습니다.”

나도 얼른 따라서 김이 피어 오르는 스튜를 떠서 입에 넣었-

“저기 아다치.”

넣으려고 했다.

“어헉, 우, 왜?”

“착각하게 해 버린 것 같지만 말이야.”

시마무라는 입술에 묻은 소스를 혀로 훔쳤다.

“옛날의 아다치는 친구였지만 지금의 아다치는 여자친구잖아?.”

“으, 응…”

“옛날이 더 좋았다면 여자친구가 되진 않았을 거야.”

그 뒤로 작게 ‘아마도.’라고 덧붙였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옛날의 너보다 지금의 네가 좋다.
시마무라가 그렇게 말해 준 거니까.

“응!”

나는 스튜를 크게 한 스푼 퍼서 입에 가져갔다.
기쁨이 흘러 넘쳐서 음식의 맛이 잘 안 느껴졌지만 어쨌든 맛이 아주 좋았다.

“맛있어?”

“응. 고기가 엄청 부드러워.”

“그거 당근인데.”

“그럼 당근이!”

“흐흐, 뭐야 그게.”

그렇게 말하는 시마무라는, 흐뭇한 듯 웃고 있었다.



*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해온 것이지만, 내 여자친구는 상당히 귀여운 것 같다.
조금 옛날 얘기를 꺼냈더니 그런 착가을 해 버릴 줄이야.
남에겐 아주 쌀쌀맞고 나에겐 조금 쌀쌀맞은 아다치 보다
남에겐 여전히 쌀쌀맞지만 나에겐 헤롱헤롱 해 주는 지금의 아다치가 당연히 더 좋다.
응,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했더니 눈에 띄게 기뻐하는 점도 좋은 부분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내 허벅지 위에 있는 아다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 사이를 사르르 스쳐가는 머리카락을 느끼며, 흘리듯 말했다.

“아다치는 머릿결이 참 좋네.”

“난 시마무라의 머리가 더 좋아.”

“응, 알고 있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비슷한 대화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했을까.
세어 본 적은 없지만 나의 중간고사 평균 점수 보다는 훨씬 많이 했을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뭐 할까?”

“아…”

식사를 마친 우리는 늘 그렇듯 방으로 옮겨가서 딱 붙어 있었다.
딱 붙어 있는 것은 주로 아다치의 의지이다.

“잠깐만.”

‘그냥 이대로 있자.’, ‘그러게…’ 등의 대답을 예상했지만, 아다치는 예상 외로 내 다리를 벗어나더니 자기 가방을 들어 올렸다.

“이거 사왔어.”

그러더니 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캔들?”

아다치는 ‘응’ 하더니 파스텔톤의 파란 색 양초와 성냥을 들고 내 옆에 앉았다.
콜라캔 정도의 길이에 반쯤 쓴 두루마리 휴지 정도의 두께였다.

“지금 키려고?”

“응… 별로인가?”

“아니. 그렇진 않아.”

음, 하지만… 향초를 준비했다는 건 아다치.

“로맨틱한 분위기라도 만들고 싶었어?”

“어??”

내 말을 들은 아다치는 얻어 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 곧 귀까지 다홍색으로 물들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사온 건 아닌 것 같다.

“그, 그건 아니지만… 그냥 문득 눈에 들어 와서…”

“음 음.”

확실히 평소처럼 그냥 오는 것 보다 뭔가 작은 선물이라도 사들고 가는 것이 ‘여자친구의 집에 간다’는 상황에는 좀 더 맞을지도.
…과거에 연인 같은 건 생겼던 적이 없으니까 잘 모르긴 하지만.

“고마워. 무슨 향이야?”

“응?”

“응? 이라니, 아다치가 사 온 거잖아.”

아다치는 ‘아.’하더니 투명 비닐로 포장된 초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뭐라고 써 있는지 읽었다.

“스위트피래.”

“꽃인가?”

아다치는 어깨를 으쓱 거렸다.
나는 아다치에게 초를 받아들어 역시 이리저리 살펴봤다.
음, 스위트피라고만 써있고 스위트피가 뭔지는 안 적혀 있었다.

“꽃 그림이 있으니까 꽃이겠지.”

검색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우리 둘 다 그정도 수고를 할 정도로 스위트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향을 몰랐다면 색으로 고른 거야?”

“응.”

“과연…”

양초를 들어올려 다시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파랗지만 보라색으로도 보이는 오묘한 색이였다.
아다치가 나에게 주는 선물은 색깔을 고를 수 있는 물건인 경우에 대부분 파란색이다.
내가 그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게 꽤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이 파란색 향기를 즐겨 보도록 할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캔들의 포장을 뜯고 성냥을 집어 들었다.
그랬더니 담아왔던 봉투를 정리하던 아다치가 내 손을 살짝 잡았다.

“응?”

“창문을 먼저 열어야 해.”

“그럼 향이 날아가지 않아?”

“밀폐된 공간에서 초를 키면 몸에 안 좋으니까, 향초를 켤 때는 창문을 열어두고 끈 다음에 남아있는 향기를 즐기는 거라고 들었어.”

“그래? 몰랐네.”

“나도  주워 들은 거라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으흠… 하지만 일리는 있으니까 그렇게 하자.”

“응.”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방의 창문을 열었다.
조금 찬 공기가 들어왔지만 아직 추워질 계절은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그 사이에 아다치는 탁자 위에 초를 올려두고 불을 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 끌까?"

"지금 키려는거 아니었어?"

"방 불."

"아. 응 끄자."

나는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해보이고 전등을 끈 뒤에 아다치 맞은 편에 앉았다.
아직 해가 저물지는 않았지만 전등의 빛이 없어지니 방 안이 제법 어두워졌다.
아다치는 나와 잠시 눈을 맞추고 성냥을 집어 들었다.
한 번, 두 번, 그냥 미끄러지고 세 번째로 성냥을 그었을 때 불이 붙었다.
작은 불꽃이었지만 방 안이 조금 따뜻한 빛으로 물들었다.
방금 피어난 작은 불꽃을 조심스럽게 옮겨 향초의 심지에 가져다 대자 성냥 끝에서 일렁이던 불꽃이 금새 옮겨 붙었다.

"후-"

아다치는 입김을 불어 성냥의 불을 꺼트리고서 잠시 옆으로 치워 두었다. 향초와 아다치를 보았다.
작은 공기의 이동에도 모양이 변하는 불꽃 때문에 아다치의 얼굴에 닿는 불빛도 이리저리 변했다.
아다치가 보는 내 얼굴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창문을 열어두긴 했지만 그래도 초가 녹기 시작하자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아다치는 의도한 건 아니라고 했지만, 따뜻한 불빛이 깔린 공간에서 함께 좋은 향기를 맡고 있으니...

"뭔가 로맨틱하다."

나는 불꽃에서 아다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러자 아다치와 눈이 맞았다.
아다치는 아까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다치의 눈이 예쁘게 휘어지며 부드러운 미소가 만들어졌다.

"응..."

불규칙적으로 일렁이는 불꽃에 향초가 녹아내린다.
내가 아다치를 녹인 걸까
아다치가 나를 녹인 걸까
아니면 마음이라는 불꽃에 우리 둘 다 녹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마음의 이름은, 사랑일까.
평소보다 조금 더 콩닥거리는 것만 같은 심장을 의식하며 아다치의 오똑한 콧망울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불빛이 코에 맺혀있는가 했더니 촉촉하게 윤기를 머금고 있는 입술에도 붙어 있었다.

"..."

키스를 한다면 지금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충동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지금 입술을 맞춰 버리면...
불에 흘러내리는 향초보다도 빠르게 녹아버릴 것만 같아서ー



*



한참동안 양초의 불빛과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지나고 아다치가 돌아갔다.
자고 갔어도 좋았을 것 같지만 내일 이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한다고 했으니 일부러 권유하지 않았다.
아마 얘기했으면 괜찮다며 묵고 간다고 했겠지만.
아까까지 아다치가 있었던 방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나가기 전에 착실하게 정리를 했기 때문에 아다치의 흔적은 방 한 켠에 잘 놓아둔 남은 향초와 아직 은은하게 남아 있는 잔향 뿐이었다.
아다치는 이렇게 잔향을 즐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다치를 즐기는 좋은 방법 또한 이렇게 떠난 자리를 멍하니 보고 있는 걸까.
그건 역시 아쉬운 기분이 든다.
무심코 손을 들어 아랫입술을 흝었다.

"............"

다음에, 키스를 하고 싶어 진다면...

"해도 돼지? 아다치."

아다치의 잔향에게 그리 물었다. 












---

향초 사용법에 관한건 저도 주워 들은 거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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