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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메르하나메르] 이 주의 상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1.09 13:59:48
조회 1775 추천 40 댓글 7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현실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거운 표정으로 내게 끝을 선고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해주는 병사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뒤에서 차마 나를 바라보지 못하는 오랜 전우들까지도 너무 멀게 보였다. 그럴 리가 없었다. 언제나처럼 이 사람들 사이를 가르고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끌어안으려 드는 그 아이를 이제 더 볼 수 없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큰 폭발에 아이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거짓말....거짓말이죠? 하나 양이 시킨 건가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등골부터 서늘하게 밀고 올라오는 차가운 현실이 내게도 닥쳤음을. 전쟁이란 것이 얼마나 잔혹한지 알고 있었는데도 나는 몰랐다. 어찌나 잔혹한지, 겨우 찾은 내 사람을 순식간에 앗아가버리는 걸까. 탈진할 때까지 울고 이름을 부르짖어도 현실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소식을 들은 후부터 나는 식음을 전폐하고 집에 틀어박혔다. 온통 흔적이 남아있는 집 안은 당장이라도 그 애가 내 곁에 와줄 것만 같았다. 귓가에 자꾸 나를 불러오는 환청이 들려오는 듯 했다. 내가 항상 눈에, 마음에 담았던 그 환한 미소도 다시 내 눈 앞에 보였으면 좋겠는데, 싸늘한 집 안만이 존재한다. 눈을 감고서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그냥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매일 같이 바라던 일이었다.


시체조차 찾을 수 없다는 아이의 장례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녀를 보내줄 준비가 되었어도 나는 준비되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온기, 웃음, 향기.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너는 여전히 내 옆에 있어야만 하는데, 어째서 그렇게 사라져버린걸까. 밖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건조하게 바라보았다. 비오는 날도 나와 함께라면 좋다고 빗방울을 튕기며 말갛게 웃던 네가 생각났다. 그 때는 추운 줄 몰랐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차가워서 몸을 웅크렸다. 또 다시 마른 줄만 알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제 차가운 현실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와중에, 나는 나를 고문하는 또 하나의 소식을 들었다. 그 아이의 죽음은 아무도 목격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 지역에 광역적인 폭발 만이 있었다고 했으며, 폭발 직전에 메카를 탈출했을 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아, 차라리 듣지 말 것을 그랬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 안에서 또 피어오르는 희망의 불꽃을 잠재울 수가 없었다. 살아있기만 한다면, 살아라도 있다면 그걸로 됐는데. 그 말만으로도 나는 이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확실하게 죽은 거라는 말이 들려올까봐 또 집에 틀어박혔다. 앙상해진 몸이 힘을 점차 잃고 있었다. 다른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멍하니 허공에서 하나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에 바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저돌적으로 달라붙어왔던 것이 떠올라 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받아줬으면, 또 어땠었을까? 의미없는 상상과 물음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또 왈칵 눈물이 터져나왔다. 네가 없어서 나는 이렇게나 울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서 나 좀 달래줘.... 



"박사님! 박사님!"


흐릿한 의식 너머에서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바깥을 보니 동이 터오는 새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서 문을 열었다. 내 모습이 초췌한 것을 보고 놀란 병사가 다시 본분을 떠올리고 내게 말을 전했다. 그 병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문득 그 병사가 하나에게 목숨을 구해진 적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송하나 요원께서 살아서 복귀했습니다! "


아.....? 또 다시 머릿 속이 멍멍했다. 내가 머리로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병사를 밀치고서 뛰어가고 있었다. 달리면서 창문이 달린 문을 벌컥 열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로 비춰지는 내 모습이 엉망이었다.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옆으로 비켜주는 것도 잘 보이지 않고 숨을 몰아쉬면서 쉬지 않고 달렸다. 어디로, 어디로 가야하지? 갈 곳조차 기억나지 않아서 이 곳 저 곳 문을 열고 닫았다.


"의무실로 가시면 됩니다!"


내가 누굴 찾는지 짐작이라도 하는 듯 누군가가 크게 외쳐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도 않고 곧장 뒤돌아섰다. 항상 머물던 의무실의 문에서 익숙한 사람들이 나왔다. 달려오는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짓는 것만 봐도 내가 들은 말이 사실인거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며 의무실 안에 들어섰다.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고 있는 익숙한 사람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엉망인 얼굴의 아이가 발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박사님."


환하게 웃다 말고 내 몰골이 왜 이러냐며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하는 얼굴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주저앉은 나를 보고 놀라 다가온 아이가 손을 뻗어왔다. 차가웠던 현실이, 그녀의 손 하나로 따듯해지는 걸 느꼈다.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귀에 속삭여졌다.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하필 도망친 곳이 고립되었었단 말이에요..."


울음기가 섞여있으면서 발랄하게 말하려는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나를 조심스럽게 껴안은 몸이 말라있었다. 우린 똑같이 지옥 속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이었다. 여기저기 다친 그녀의 상처를 피해서 꼭 끌어안았다. 안도감의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이름을 불러보면 더 괴로웠었던 것과 달리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렀다. 볼품없이 갈라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나..."


내 가장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 자기도 울고 있으면서 환하게 웃은 하나가 내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주었다. 버석한 입술이 맞닿고 나서 느낀 것은 눈물의 맛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입원을 해야했다. 한 명은 상처가 덧나서, 한 명은 영양실조.


저기....서툴게....써왔습니다...(눈치) 소심쟁이 글쟁이....(쭈글) 어.....네, 안녕히 계세요...(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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