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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아이젠슈타인 호의 탈출 14장 (1) - [완벽한 진실]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6 15:57:41
조회 3399 추천 40 댓글 3
														

3부


[무너지지 않은 자]





14장


[돈의 분노]

[신성]

[테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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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 갑판에 도열한 병사들은 프라이마크의 명령을 수행하며 경례 자세로 우뚝 섰다. 그들은 머리를 숙인 채, 가슴 위로 아퀼라의 문장을 그려 보였다. 그들의 앞에서는 요새 함수의 포대 섬 지휘관이 한 손을 발사 레버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지휘관은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가, 곧 커다란 방아쇠를 당겼다.


네 발의 고출력 함대함 어뢰들이 발사관으로부터 확 튀어나오고, 요새로부터 호위함까지의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어뢰의 추진 로켓들이 점화되었다. 각각의 어뢰들의 첨단부에는 소형이지만 매우 강력한 위력을 지닌 원자 탄두들이 달려 있었다. 단 한 발의 어뢰만으로도 그 임무를 다하기에는 충분했겠지만, 아이젠슈타인 호의 갑판들 위를 거닐었던 공포들의 목록을 보고 난 뒤라면 그 정도의 과잉 파괴력은 필요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었다. 아이젠슈타인 호의 의무는 끝이 났고, 오직 죽음으로만 의무는 끝을 맞을 수 있었다.


팔랑크스-Phalanx는 그 우주선의 삶의 마지막 수 초가 전개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방랑하는 고향인 그 거대 구조물은, 우주 전함이라기보다는 소행성에 가까웠다. 팔랑크스는 그 조그만 자매함의 죽음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뢰들은 아이젠슈타인 호의 함수와 함미, 그리고 두들겨 맞아 파괴된 그 선체의 등거리 지점들을 타격하였다. 어뢰의 폭발은 흠 없이 완벽하게 프로그램되어 있었고, 총 네 개의 파문은 이음매 없이 꼭 달라붙은, 하나의 조용한 방사능과 빛의 섬광으로 변하였다. 그 빛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아스타르테스 함대의 전함들을 밝히고, 창문을 통해 팔랑크스의 가장 높은 탑 꼭대기에 있는 로갈 돈의 개인실에 밝은 백색 빛의 기둥들을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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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는 섬광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그와 함께 가로는 후회감으로 기묘한 가책을 느꼈다. 마치 그가 아이젠슈타인 호가 제국에 대한 마지막 의무를 다하는 순간을 지켜보지 않은 것으로, 그 굳건한 전함에게 무례를 저지른 것만 같았다. 가장 커다란 창문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돈은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핵폭발의 빛은 프라이마크의 몸을 뒤덮었고, 그는 단 한 순간도 그 빛으로부터 주춤거리지 않았다. 폭발의 섬광이 사라져가자,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주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끝난 것이로군." 가로는 그의 등 뒤에서 이악톤 크루제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만일 워프의 요술이 남긴 오염이 저 배에 남아 있었더라면, 이제 그것은 잿더미가 되어버렸겠지." 루나 울프 군단 시절의 옛 상징색으로 다시 도색된 파워 아머를 입고 있는 노전사는, 이제 이전에 비해 조금 더 키가 커진 것처럼 보였다. 돈은 그 변화에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기는 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가로는 자신의 곁에 바리크 카리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카리야 함장의 얼굴은 창백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아스타르테스 가로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카리야 같은 지휘관들은 마치 격벽을 이루는 강철과도 같이, 그들의 함선을 구성하는 일부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일부나 다름없는 전함을 포기한다는 것은 카리야에게 있어 커다란 충격임에 분명한 것이었다. 카리야는 그의 손아귀에 아이젠슈타인 호의 진수를 지념하는 황동 헌정패를 뒤고 있었다. 이전에 가로가 아이젠슈타인 호의 항해 포디움 밑단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던 그것이었다. "아이젠슈타인 호는 훌륭한 죽음을 맞이하였네." 가로가 말했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모두 저 배의 덕분일세. 우리의 목숨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까지도."


카리야가 가로를 올려다보았다. "존귀하신 중대장님, 이제야 저는 당신이 이스트반 Ⅲ에서 느끼셨을 기분을 이해할 것 같군요. 자신의 본가를, 자신의 목적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가로는 고개를 저었다. "바리크.... 쇠와 강철, 살과 뼈, 이 모든 것들은 덧없는 것들이네. 우리의 목적은 그것들 모두를 초월한 곳에 존재하지. 그리고 그곳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 곳일세."


카리야 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나타니엘 중대장님." 카리야는 프라이마크 돈을 바라보고는 깊이 몸을 숙여 보였다. "제가 이만 가보아도 되겠습니까?"


아이젠슈타인 호에 승선했던 부대에도 속해 있었던 아스타르테스 중대장, 돈의 부관이 카리야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가보아도 좋다."


카리야는 그 아스타르테스에게 다시 몸을 숙여 절하고는, 그 넓은 타원형 방에서 걸어 나갔다. 가로는 카리야가 방에서 걸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자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오?" 크루제가 큰 목소리로 질문하였다.


"생존자들에게는 새로운 역할들이 주어지게 될 것이오." 조금 전의 중대장이 대답하였다. 그의 이름은 지기스문트-Sigismund였고, 그는 건장하고도 땅딸막한 체구의 사내였다. 지기스문트의 머리카락은 짙은 금발이었고, 그의 귀족적인 얼굴은 그의 군주와 마찬가지로 엄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은 거대한 함대를 보유하고 있고, 유능한 승조원은 늘 존중을 받고 있소. 어쩌면 저 자 또한 교관으로써 쓰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가로는 표정을 찡그렸다. "바리크와 같은 지휘관에게는 그가 지휘할 함선이 필요하오. 그 외의 다른 역할을 주는 것은 인적 자원의 낭비가 될 것이오. 만일 우리가 그의 호위함을 예인해 갈 수만 있었더라면 아마"


"너의 권고는 기록될 것이다, 전투 중대장이여." 돈의 목소리는 마치 낮게 울리는 천둥소리와도 같았다. "나는 보통 하급자들에게 스스로를 해명하지 않는다만, 너는 내 형제의 군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너희의 군율은 내 아들들의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번만은 그 예외로 쳐두겠다." 돈은 고개를 돌려 가로를 바라보았다. 가로는 돈의 변함없는 시선 아래에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우리에게는 파손되어 팔랑크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함선들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 이 여정 중에도 나는 이미 내 휘하의 전함들 중 세 척을 워프 속의 폭풍들로 인해 상실하였으며, 여전히 나는 내 목적지에 조금도 가까워져 있지 못하다."


"테라 말씀이시로군요." 가로가 헛숨을 들이키며 말했다.


"바로 그렇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내게 당신을 따라 테라로 귀환하여, 당신의 황궁을 요새화하고 프레토리안 이지스-Praetorian aegis의 편제를 강화시키는 데에 나의 손을 빌려달라고 명하셨다. 그러나 울라노르 원정의 여파와 그 뒤를 따라 일어났던 그 모든 사건들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았지."


가로는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뿌리박힌 것만 같았다. 그가 모타리온의 앞에 섰을 때와, 루퍼칼 회의장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팽팽한 경외심이 그를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로갈 돈처럼 위대한 인물이 마치 자식이 자신의 부모에 대해 평범하게 이야기하듯 인류의 주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은, 그의 눈에 기이하게만 보였다.


돈은 이어서 말했다. "우리는 마침내 그 항해를 시작하기 위해 나의 형제, 호루스의 곁을 떠나왔었다. 결국은 또 한 번 이 우주가 우리에게 대항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만을 재확인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가로는 워마스터의 이름이 거론된 데에 자신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어렴풋이 드러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가로는 지기스문트가 자신의 불편한 기색을 눈치 채었음을 깨달았다. 가로는 인듀어런스 호 내에서 떠돌던 풍문을 통해,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이 63번 원정함대로부터 떠나간 것이 데스 가드 군단이 조르갈 공습 임무를 마치고 도착하기 이전의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군단에 속해 있던 시절 동안, 가로는 단 한 번도 돈의 자손들과 함께 전장에 서본 적이 없었다. 가로가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오직 다른 군단들로부터 들려오는 그들의 명성에 대한 것뿐이었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원들은 사나운 전사들이자 공성전의 달인들로서, 소문에 따르면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은 그 어떤 요새라도 방어해낼 수 있으며, 또 그들이 지키는 요새는 그 어떤 적들도 도달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철벽이 된다고들 하였다. 가로는 헬리카-Helica조포르 월드-Zofor's World에 건설된 요새들의 설계에서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작품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 요새들의 모습을 보고 나니, 가로는 자신이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에 대해 들었던 소문들이 정확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돈과 그의 전사들은 성벽만큼이나 완고한 이들이었다.


"그 폭풍들은." 가로가 과감히 입을 열었다. "저희들도 거의 죽일 뻔했습니다."


지기스문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만일 제게 발언을 허락해주신다면 감히 말하겠습니다. 나는 이전까지 그와 같은 폭풍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소. 그 폭풍은 우리가 엠피리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우리에게로 불어 닥쳤고, 또 그 폭풍으로 인해 우리의 네비게이터들이 세심하게 조정한 항로들은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소. 우리가 목표로 한 모든 중간 지점들은 모래로 변해 붕괴되어버렸지. 가장 뛰어난 나비스 노빌리테들마저도 그 폭풍의 앞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서 배회하는 눈먼 어린아이 수준 밖에는 되지 않았소."


돈은 창문으로부터 떨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너희를 찾아내게 된 것이다, 가로. 그 폭풍들은 워프의 무질서한 영역 속에서 우리를 둘러쌌고, 우리는 그 폭풍의 눈에서 미칠 것만 같은 고요함 속에 갇혀 있었다. 팔랑크스와 우리의 함대는 그곳에 멈춰 있어야만 했지. 우리가 그 폭풍의 너머로 내보내고자 했던 모든 함선들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한 순간, 프라이마크의 얼굴 위로 모질게 빈정거리는 듯한 작은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마테리움이 우리를 포위해버린 거지."


"전하께서는 그 워프 플레어를 보셨군요." 크루제가 말했다. "그 엄청난 거리에도 불구하고, 그 섬광을 보셨던 것입니까?"


"대담한 모험을 했더군." 프라이마크 돈은 크루제의 말을 인정하며 말했다. "그 섬광을 볼 수 있는 범위 내에 누가 있을지 알 수 없었을 터인데."


"제게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가로가 대답하였다.


돈은 한참동안 가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가로 중대장이 내뱉은 말에 대해 질문이라도 하려하는 것처럼. 그러나 돈은 질문을 던지는 대신, 조금 전의 말을 이어나갔다. "워프 추진기의 폭발이 일으킨 충격파는 폭풍의 장벽의 조직을 교란시켰다. 워프 플레어의 에너지 덕분에 우리의 네비게이터들은 다시 한 번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지." 돈은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가 너희에게 빚을 졌구나, 데스 가드 군단이여. 그 빚은 우리가 너희의 함 승조원들을 구조해준 것으로 갚아졌다고 생각해도 좋다."


"감사합니다, 전하." 가로는 뱃속이 꽉 죄여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저는 그저 저희를 이곳까지 이끌고 온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기만을 바랐습니다."


"내가 물어볼 것을 먼저 말해버렸구나, 가로. 이제 내가 어떻게 너희를 도우러 오게 되었는지는 이해했겠지. 이제는 네가 나를 계몽시켜줄 차례이다. 어째서 데스 가드 군단 소속의 전함이 해도에도 실려 있지 않은 영역에서 홀로 좌초되어 있었고, 어째서 제국이 만든 함포에 맞은 듯한 교전 흔적이 그 선체에 남아 있던 것이며, 어째서 네 휘하의 배틀 브라더들 중 한 명은 내 군단 최고의 아포세카리들도 어리둥절케 하는 질병에 고통 받는 채로 나의 의무실에 누워 있는 것인지, 너희는 내게 그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가로는 크루제에게 도와달라는 시선을 슥 던졌고, 그 노전사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돈 전하, 저희가 지금부터 드릴 말씀들은 전하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전하께 말씀드리기를 마치고 나면, 전하께서는 차라리 저희에게 그것을 묻지 말았어야 했다고 바라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호오?" 프라이마크 돈은 개인실의 정중앙으로 걸어가며, 그들에게 자신의 뒤를 따라올 것을 지시하였다. "너는 네가 무엇이 나를 괴롭게 만들지를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어쩌면 내 형제, 모타리온이 데스 가드 군단 내에서 그런 억측이 나돌도록 허락해주었을지는 모르겠다만, 그것은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방식은 아니다. 너희는 내게 숨기는 것 없이 완벽한 진실을 이야기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나는 내 함대가 테라로 향하기 전에 너희와 너희 휘하에 있는 70명의 떠돌이 아스타르테스들에 대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를 결정하게 되겠지."


돈은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단 한 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공격성의 파편조차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의 지시들에는 가로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 조용하게 실려 있었다. 가로는 지기스문트와 그의 부하들이 개인실의 가장자리에서 그와 크루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그 두 사람이 스스로를 믿을 만하지 못하게끔 할 행동을 보이지는 않는지 두 사람을 감시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전하." 가로가 대답하였다.


가로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이스트반 성계와 루퍼칼 회의장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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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때였다면 크루제는 자신의 수다스러운 면모를 드러내며, 자신의 동료 아스타르테스들 중 한 명이 하는 이야기에 자신의 관점을 덧붙여주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젊은 가로가 돈과 그의 전사들에게 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 동안, 크루제는 자신이 굳게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크루제는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다가, 데스 가드 군단의 동지가 메마른 목소리로 조심스레 설명하고 있는 내용에 자신이 무엇 하나 덧붙일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루제는 그저 가로가 일부 중요치 않은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그를 쳐다볼 때면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여주기만 했다.


루나 울프 군단의 크루제는 개인실 안의 다른 모두가 침묵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중대 특유의 검은 파워 아머를 입고 있는 지기스문트와 다른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원들은 마치 동상인 것처럼 조용했고, 그들의 얼굴은 그들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로갈 돈은 그 방 안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프라이마크 돈은 느릿하게 방안을 왔다 갔다 배회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고, 이따금씩 그는 걸음을 멈추고 가로에게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가로의 이야기가 에이돌론이 사울 타비츠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그가 그에 복종하기를 거부한 순간까지 도달했을 때에야 로갈 돈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상관의 직접 명령에 불복종하였다고."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무슨 근거로 당시 타비츠가 에이돌론이 말한 것처럼 배반자에 변절자가 아니라고 확신했던 것이지?"


가로는 불안한 듯이 자신의 의족을 움직이며 주저하였다. "근거는 없었습니다, 전하. 근거라면 오직 제 의형제에 대한 저의 믿음뿐이었습니다."


"또 그 단어를 사용하는군." 프라이마크가 말했다. "계속 이야기해보거라, 중대장."


크루제는 아이젠슈타인 호의 포대 갑판에서 있었던 사격전에 대한 이야기를 서전트 하쿠르와의 대화에서 간접적으로 듣기는 했었지만, 가로가 그 당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자 그제서야 그 이야기는 진실미를 띄기 시작했다. 가로는 그룰고르 사령관이 했던 선동적인 발언을 되풀이해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에서 난처한 기색을 보였고, 돈이 가로에게 그것을 말할 것을 명령하자 가로는 결국 그룰고르의 발언을 목소리 내어 읊어주었다. 그리고 개인실 내에는 새로이 긴장감이 나타났다. 크루제는 지기스문트의 입술이 분노로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지기스문트 중대장은 입을 열었다.


"제대로 된 해명이 없이는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대가 말하고 있는 것은 워마스터 각하께서 데스 가드 군단과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이 그분의 코앞에서 권력 다툼을 벌이는 꼴을 그저 보고만 계셨다는 것 아닌가?! 전 행성에 허가되지도 않은 바이러스 폭격을 가한다고?! 민간인들마저 처형하겠다는 말인가?! 어떻게 워마스터 각하께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밤새 모르고 계실 수 있었다는 것이오, 가로!"


"워마스터는 그 일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오." 가로는 냉혹하게 말했다. "유감이지만 호루스는 그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지." 가로는 프라이마크 돈과 눈을 마주쳤다. "전하, 전하의 형제분께서는 이 기만행위를 모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바로 그 폭격을 고안한 자이며, 그의 손은 자신의 군단의 전사들의 피로 물들어 있습니다. 저의 군단과 월드 이터, 그리고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의 전사들의 피도 마찬가지고"


돈이 너무도 빠르게 몸을 움직인 탓에 크루제는 몸을 주춤거렸다. 그러나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주인은 그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었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가로가 넘어졌다. 가로는 밝은 푸른색을 띄는 개인실의 대리석 바닥 위로 미끄러져 뒤로 나가떨어졌다. 크루제는 가로가 간신히 의식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로의 얼굴에는 검푸른 멍이 생겨나고 있었다. 가로는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리고는, 조심스레 엇나간 턱뼈를 다시 맞췄다.


"그따위 말을 내 앞에서 생각한 것만으로도 나는 네놈을 채찍질하여 공허 속에 내던져버려야 했을 것이다." 프라이마크 돈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마치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날이 서있었다. "더 이상 네 망상 속 이야기 따위는 들어주지 않겠다."


"들으셔야 합니다." 지기스문트의 부하들이 볼터의 슬라이드를 서서히 당기는 소리를 무시하고, 크루제가 반걸음 앞으로 나서며 불쑥 말했다. "전하께서는 반드시 그 자의 말을 들으셔야만 합니다!"


"네가 감히 내게 명령을 내리고자 하느냐?" 돈은 노전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수 세기 전에 이미 은퇴했어야 할 퇴물인 네가, 감히 내게 명령을 해?"


이악톤은 말을 꺼낼 기회를 포착하고는 재빨리 말했다. "그렇습니다. 또한 저는 전하께서 가로의 말을 들으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일 전하께서 진정으로 가로의 말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셨다면, 전하께서는 분명 가로를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여버리셨을 겁니다." 크루제는 가로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전하께서는 분노하시면서도 가로의 목을 부러트려버리기에 충분했을 공격을 자제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전하께서는 가로의 모든 말을 다 듣기를 원하셨기 때문이지요. 전하께서 저희에게 요구하신 그대로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바로 완벽한 진실을 말이지요."


크루제는 순간적으로 프라이마크의 눈에서 거대한 분노가 번쩍이고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잘했다, 이 멍청한 늙은이야. 크루제는 속으로 스스로에게 혼잣말하였다. 말이 너무 많았잖아. 이제 우리의 대담함 때문에 전하께서는 우리들을 다 죽여버리시겠군.


그러나 그 직후, 돈은 지기스문트와 그의 부하 아스타르테스들에게 총을 내리라는 손짓을 보내었다. "말해보거라." 돈이 가로에게 말했다. "네가 아는 모든 것을 다."



──


전부터 생각한 건데 돈은 유독 크루제를 싫어하는 것 같다. 로켄한테 대놓고 아첨쟁이라고 한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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