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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여기 두 색의 알약이 있다.

ㅇㅇ(14.35) 2024.02.23 03:17:40
조회 6577 추천 88 댓글 18

-이 문구가 보인다면 다크모드를 해제하고 감상해주시기 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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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알약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나이는 먹지만 신체적 노화를 멈추게 한다.

파란색 알약은 나이 자체를 먹지 않게 한다.

두 알약 중 무엇도 완전한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죽음에 이를 정도의 큰 사고를 당하거나 불치의 병에 걸리는 등, 육체활동이 정지될 정도의 피해를 입으면 결국 죽게 된다."


당신은 붉은색 알약과 파란색 알약이 각각 들어있는 투명 케이스를 무감정하게 바라본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이 문구들을 당장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사방에 어둠이 깔린 공간에 불현듯 소환돼 유일하게 이 케이스만이 보이는 상황이다.

자신이 어디서 무얼 하다 이곳에 나타났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두 알약 중 하나는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당신은 두 약의 차이점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본다.

과연 신체적 노화와 나이를 먹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맙게도 늙어 죽는다는 가능성을 인생에서 완전히 지워준다는 점 만큼은같아 보인다.


차이점을 떠올려본다. 나이 자체를 먹지 않는 파란색 알약과는 달리, 빨간색 알약은 정신적 노화를 멈추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신체"라는 개념에 뇌까지 포함한다면 정신적 노화 또한 멈출 수 있겠다는 가능성 또한 떠오른다.

파란색 알약의 "나이 자체를 먹지 않게 한다"라는 문구로부터, 자신의 육체의 시간을 멈추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위험성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파란색 알약을 먹으면 시간이 멈춰버려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빨간색이 여러모로 훨씬 좋은 조건을 가졌다는 결론을 내린다.

빨간색 알약을 집어 들어 가만히 쳐다본다.

흔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죽을 수 없어 괴로운" 상황만큼은 없으리라 믿을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록 죽음에 이를 만한 사고를 피해서 살아가다가 이만큼 살았으면 충분하다 여길 때, 얼마든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다.


이제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다는 흥분 한편으로, 아무리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약이라지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는 행위인 만큼 압도적인 긴장감이 당신의 몸을 감싼다.

당신은 잠시 망설인 뒤, 알약을 입안으로 털어넣어 침과 함께 삼켜낸다.

순간, 유일하게 시야에 들어있던 투명 케이스가 빠른 속도로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시야의 유일한 피사체가 멀어짐과 동시에 당신은 정신 또한 멀어지는 것을 느끼다, 한 순간 정신을 잃는다.


서서히 돌아오는 정신을 붙잡아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릴 기운을 얻어 눈을 뜬다.

눈에 익은 자신의 방의 침대에 누워, 돌아오는 기운과 함께 소중한 기억 또한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오늘의 날짜는 2024년 2월 23일. 당신은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낸 후 잠이 들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아, 꿈이었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당신은 한 주의 하이라이트가 될 금요일을 지내러 침대에서 일어난다.


2028년 2월 29일 아침. 당신은 달력의 2월 29일을 바라보다, 지난 윤년에 꾼 꿈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나는 나이를 먹었을까? 아니, 노화를 겪었을까?"하고 가벼운 생각으로 거울을 바라본다.

4년이라는 시간은 눈에 띄는 노화를 만들기엔 애매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매주 화요일은 회사의 정기 미팅이 있는 날이다. 당신은 지각을 피하기 위해 빠른 발걸음을 옮긴다.

직장 동료가 당신에게 동안의 비결을 가볍게 물어보는 일이 있었다.

그녀가 실수로 손톱으로 당신의 손가락을 찌른 상처가 꽤 오랫동안 남는다는 것 또한 자각한.


2032년 2월 29일 저녁. 당신은 한없이 심란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당신의 남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것 때문이다.

당신은 그를 붙잡는 당신의 손을 뿌리치는 그의 표정을 떠올린다. 마치 다른 세상의 존재를 보는 듯한 겁에 질린 그 표정을.

그는 당신이 신체적 노화를 겪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알았냐는 당신의 질문에 그는 한 층 더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당신은 반창고를 새로 갈며 눈물을 삼킨다.


2124년 2월 28일 밤.

당신은 오늘도 거울을 향해 얼굴을 잔뜩 찌푸려 보인다.

당신은 100년의 세월 동안 늙지 않는 자신의 신체의 특징에 대해 돌아보았다.


한 번 기억한 것을 잊지 않는다.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

탈모가 오지 않는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한 번 자른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지 않는다.

상처가 낫지 않는다.


부디 오늘 만큼은 100년 전 꾸었던 그 꿈을 꾸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잠에 든다.

멀어져 가는 넋 너머로, 당신은 한 가지 불확실한 걱정을 떠올린다.

내가 반창고를 붙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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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작임다... 힌트는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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