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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피폐) 여성공포증 선생님과 무거운 감정의 학생들 2 - 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4 00:09:01
조회 4837 추천 48 댓글 27
														

글자수 제한으로 인한 분할, 전 글에 담지 못한 나머지 3명의 이야기


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052453

 



이전글 :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4896644


――――


쿄야마 카즈사의 경우


처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건 「그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고,

다음으로 떠오른 건 「나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해 버린 걸까」 하는 현실이었다.


『.....윽, 아.....』


손끝이 떨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온몸의 핏기가 가신다.


목구멍 안쪽이 아프다.

뱃속이 뒤집히는 듯한 메스꺼움이 덮쳐 온다.

심장이 뛸 때마다 온몸을 혐오감이 휘감는다.


『왜..... 어째서......윽』


말로 뱉으면, 모든 것이 현실이 되어 버릴 것 같아서.

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


겁먹은 눈동자.

작게 떨리는 입술.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

그것을 억누르는 나의 손.

선생님의 공포를 확실한 것으로 만든, 이 몸.


그 모든 것이, 지금도 선명하게 뇌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윽.....으.....!』


가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왜, 그런 짓을......』


내 손을 노려본다.

강하게, 강하게, 손톱을 세운다.

깊게, 깊게, 파고든다.


하지만, 아무리 상처를 내도 내가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선생님의 공포도, 상처도, 무엇 하나도.


『.......윽 죽어....! 죽어....!』


힘껏 머리를 벽에 부딪친다.

둔탁한 통증이 온다.

하지만, 그것조차 부족하다.


이런 몸, 썩어 문드러져 버렸으면 좋겠는데.


어째서 아직도 살아 있는 거지?

어째서 아직도 숨을 쉬는 거지?


『선생님.......』


나는 선생님을 덮쳤다.

싫어하는 선생님을 억지로, 성욕의 배출구로 삼았다.


『사과해야 해......』


툭, 하고 말이 흘러나왔다.


사과할 자격 같은 건 없는데.

용서받을 리 없는데.


그래도——


『사과해야 해..... 사과해야 해....!』


그렇게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과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용서받을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사과해야 한다.

이 죄를 짊어지고, 앞으로도 살아가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샬레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나는 주위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담소를 나누고, 바쁘게 오가고 있다.


『.........』


묘했다.

너무나도, 위화감이 있었다.


「선생님이 덮쳐졌다」는 소문이, 어디에도 없다.


그런 짓을 했는데도, 아무도, 아무것도 모른다.

선생님에 대한 불온한 화제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왜......?』


보통이라면, 무언가 소문이 났을 텐데. 발키리가 나를 잡으러 와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아무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날 밤은, 정말로 존재했던 걸까?




발밑이 흔들린다.

풍경이 일그러진다.


『윽.....그럴 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전부 꿈이었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무섭도록 편리한 망상이, 머리를 스친다.

발걸음을 멈춰 버리면, 되돌아갈 것 같았다.

나는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샬레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 속이 죄어오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다.


사과할 수 있을까.

만나 줄까.

나 같은 게, 이제 와서 선생님 앞에 서도 괜찮은 걸까.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손끝이 차가워진다.

그래도, 이미 여기까지 와 버렸다.

망설이며, 나는 인터폰에 손을 뻗었다.


『선생님.......』


손끝이 떨린다.

그래도, 눌렀다.



딩ㅡ동



정적이 찾아온다.

기다린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윽』


선생님은 받지 않았다.

대신, 기계 음성이 울렸다.



[....카즈사 씨. 당신을 선생님과 만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에?』


사고가 정지한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만나게 할 수 없다고?

나를, 선생님과?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저..... 저는, 그저——』


사과하고 싶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것조차, 용납되지 않는 건가?


[....선생님을 덮치셨죠. 두 번 말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을 만날 수는 없습니다]


『......윽, 그런......』


무기질적인 문 앞에서, 나는 그저, 망연자실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기질적인 말이, 몇 번이고 귓속에서 메아리친다.


그렇다.

나는, 선생님을 덮쳤다.

선생님을 상처 입혔다.

선생님을 망가뜨렸다.

그 사실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사과하고 싶어요......!』


목소리가 떨린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쥐어짜낸다.


『저는.... 사과해야 해요! 선생님께...... 사과해야......!』


문을 두드린다.

그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무기질적인 음성이, 차갑게 울릴 뿐.


[....선생님은, 당신의 말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럴 리 없어!!』


소리쳤다.

심장이 아플 정도로, 소리쳤다.


『선생님은....... 선생님은.....윽』


정말로 그런가?

선생님은 내 말 같은 건, 정말로 필요 없는 건가?

나는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 사과하려는 건가?


가슴이 죄어온다.

아프다.

괴롭다.


『그럴 리가, 없어........』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누구에게 닿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은..... 선생님은, 지금 어떻게 지내세요.....』


나는 모른다.

선생님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선생님의 괴로워하는 모습만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뇌리에 새겨져 있다.


겁먹고 있었다.

떨고 있었다.

내 손을 뿌리치려 하고 있었다.


『윽........』


상상하는 것만으로, 위가 뒤틀리는 듯한 감각이 든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선생님은 여성과의 대화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당신이 상대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돌아가 주세요]


『......윽, 하아.....윽, 하아.....』


가슴이 답답하다.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

어딘가 울고 싶어하는 내가 있는데,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었다.




나는 가해자다.

나는 죄인이다.

내가 울 자격 같은 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선생님의 겁먹은 얼굴이, 몇 번이고 뇌리에 되살아난다.

떨리는 목소리가, 귓속에 달라붙어 있다.

그 순간이,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윽, 젠장......!!!』


무언가를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부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해도, 의미가 없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나는 선생님을 상처 입혔다.

그것은, 아무리 시간이 흐르든, 무엇을 하든,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니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신발도 가지런히 놓지 않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사과해야 해.

그 일념으로,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모모톡을 연다.


「선생님」


손가락이 떨린다.

보내야 할 말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


사죄?

변명?

후회?


어떤 것을 골라도, 싸구려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나는 메시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는——」


손가락을 멈춘다.

이 뒤에 이어질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변명 같은 건, 필요 없다.

후회하고 있다니, 일부러 말할 필요 없다.

내가 한 짓은, 이미 되돌릴 수 없다.


「사과하게 해 주세요.」


단지 그것만 입력하고, 나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전송 완료 표시.

그것을 보고,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했다.

적어도, 나는 선생님께 말을 전했다.


이제는, 선생님이 읽어 주기만 하면.....


『.........』


화면을 응시한 채, 숨을 삼킨다.





읽음 표시가, 뜨지 않는다.


1분.

2분.

5분.

10분.

몇 번이고 화면을 연다.

몇 번이고 확인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설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도, 손가락은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뇌가 거부하기 전에, 모모톡 설정을 열고 있었다.


검색창에 떨리는 손가락으로 글자를 입력한다.

「모모톡 차단 확인 방법」


곧바로 몇 개의 글이 표시된다.

닥치는 대로 열고, 스크롤하는 손끝이 땀에 젖는다.


[상대방의 아이콘이 회색으로 되어 있으면, 차단의 가능성이 높다]

[메시지를 보내도 읽음 표시가 뜨지 않고, 통화도 연결되지 않는 경우, 차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시도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


『……윽, 그럴 리 없어…… 그럴……』


머릿속으로 필사적으로 부정하면서, 새로운 계정을 만든다.

적당한 이름을 입력하고, 신중하게, 몇 번이고 틀리지 않도록 확인하면서——


선생님의 ID를 입력했다.


「사용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하!』


웃었다.

마른 웃음이,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새어 나왔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나, 차단당했구나.



잘려 나갔다.

거절당했다.

내 말은, 닿지 않았다.


『윽......장난, 치지 마.....!』


스마트폰을 벽에 던지고,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움켜쥔다.

가슴 속이 아프고, 숨이 막혔다.


『장난치지 마......윽!』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는 거, 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의 대가라는 거, 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나도——


『죽고 싶어.......』


선생님에게 거절당했다는 현실이, 나를 조인다.

무겁고, 깊고, 차갑게, 나를 짓누른다.

마음속 희망의 빛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만날 수도 없다.

메시지조차 보낼 수 없다.

즉, 관여하지 말라는 것.


『......윽, 하....하하.....』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되지?

어떻게 하면 속죄할 수 있지?

어떻게 하면 갚을 수 있지?


이미 늦었다.


그렇다.

이미 늦은 거다.


『........』


나는, 너덜너덜하게 울면서,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며칠이 지났다.

아무것도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커튼도 계속 닫아 둔 채.

바닥에 뒹구는 스마트폰 화면은, 이제 며칠째 보지 않았다.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그저,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매일.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선생님......』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금세 사라져 간다.


선생님은 이미, 나를 거절했다.

사과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그저 하염없이 후회를 끌어안은 채, 이대로 썩어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나에게 어울리는 벌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딩ㅡ동


『.........』


인터폰이 울렸다.


『이런 시간에.... 누구.....?』


움직이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도, 왠지 현관으로 향한다.


우편함에는, 한 통의 봉투가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선생님.....?』


심장이, 단숨에 뛴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연다.

안에는, 짧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카즈사에게」


「이런 식으로 미안해.

정말은 제대로 전하고 싶었지만, 그게 어려워졌어.」


눈으로 훑을 때마다, 가슴이 죄어온다.

선생님의 글씨는, 한없이 다정하고.

한없이 멀었다.



「모모톡 말인데.... 정말 미안해. 아로나랑 프라나..... 믿어주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싯딤의 상자가 멋대로 차단해 버려서.... 내가 의도적으로 카즈사를 거절한 게 아니야.」


『에.....?』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선생님은, 나를 버린 게 아니었어?


그럼, 그러면——



「그리고...... 그날 일.

그건 사고야.

그러니까,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사고.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윽』


목구멍 안쪽이, 꽉 조여온다.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다.




「그러니까, 카즈사.



내 일, 그냥 잊어줘.



선생님이」





마지막 한 문장이, 나를 망연자실하게 했다.



잊으라고?

잊으라니, 뭐?

나는, 선생님을 망가뜨렸잖아?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라고?

이제 관여하지 말라고, 그런 거야?


『그런 거...... 그런 건.....』


뚝뚝 눈물이 떨어진다.

선생님은 나를 용서하려는 걸까?

하지만, 그건, 단지 나를 멀리하기 위해서?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납득.... 할 수 있을 리가.......!』


이 편지는,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져 있었다.

선생님은 나를 거절했던 게 아니다.

하지만, 받아줄 생각도 없었다.


『.....윽, 선생님.....윽』


무릎을 꿇은 채, 종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눈물이 계속 흘러내려, 편지 끝을 적셔 간다.


『윽...... 으......』


이것이 답이겠지.

모든 것이 너무 늦었고.

나는 선생님을 잊어야만 한다.

더 이상, 내가 어떻게 발버둥 친다 해도——


『그런 건...... 싫어......』


용서받을 수 없다.

용서받을 리 없다.

하지만, 잊는다는 건, 더더욱 무리다.


『.....으윽.....흑....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울었다.

오열하며, 눈물로 엉망진창이 되면서, 그저 계속 울었다.


『선생님.....흑.... 선생님.....!』


외치듯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대답은 없다.


이제, 닿지 않는다.

아무리 울어도, 외쳐도.

선생님은, 이제——


『.....싫어.... 싫어....윽!』


뛰는 심장이, 답을 외친다.


이럴 거였으면, 그런 식이 아니라.

제대로 좋아한다고 말할걸...






시라누이 카야의 경우


『오늘도 오셨나요?』


투명한 아크릴판 너머로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야 오지, 약속했으니까」


『……정말 꼬박꼬박 오시네요.』


선생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 행동은, 나의 예전 행동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뭣하러 오신 건가요?』


「으음…… 카야랑 얘기하러 왔달까?」


『뭐에요, 그게. 정말 악취미인 어른이네요.』


아크릴판에 가볍게 손가락을 미끄러뜨린다.

투명한 칸막이.

선생님과 나 사이에 있는, 넘을 수 없는 경계선.


『……하아. 매일매일 질리지도 않고. 한가하신가요?』


「으…… 그치만, 카야라면 나도 안심할 수 있고……」


『그,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정말, 보람도 없네요……!』


아무래도 그는, 학생에게 범해진 모양이다.

그 때문에, 여성이 무서워졌다고 한다.

뭐, 그런 식으로 대했다면 언젠가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저도 여자인데요…… 에둘러서 저를 모욕하시는 건가요?』


「그런 의도는 없어!? 이건 카야가 나를……」


『알고 있어요…… 농담도 안 통하나요?』


「……정말! 당황하니까 그만해……」


그의 그런 비밀을, 왜 내가 공유하게 되었는가. 답은 간단했다.



「……그래도, 정말 고마워. 나를 "싫어"해줘서……」


『……정말, 감사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시라누이 카야는, 샬레의 선생님을 싫어한다.

그 한 가지 이유로, 나는 그에게 신뢰를 받고 있다.

이성으로부터의 연애 감정을, 그는 매우 싫어하는 듯했다.


『선생님은, 저를 싫어하지 않는군요.』


「응, 싫어하지 않아」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한다.

그 말이, 가슴 깊은 곳에 둔탁하게 울렸다.


——미움받을 리가 없다.

나는, 선생님을 상처 입히지 않으니까.


『……그런가요. 저는 싫어하지만요.』


나는, 옅게 웃었다.

선생님은 나를 믿고 있다.

나만큼은, 선생님을 상처 입히지 않는다.

나만큼은, 선생님에게 손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생님은 안심하고 여기에 온다.

내 앞에서만큼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제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 어쩌실 건가요?』


선생님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린다.


「그, 그건……」


창백해지는 선생님을 보고, 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하아…… 농담. 두 번째에요. 제가 당신 같은 인간을 좋아하게 될 리가, 없잖아요?』


「……정말, 심장에 안 좋다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아, 그래요.

그를 상처 입히지 않는 것이, 나의 유일한 가치였죠.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이야기 하실 건가요? 이제 화젯거리도 다 떨어졌는데.』


「글쎄……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그게 뭐가 재밌다고…… 화젯거리 한두 개쯤은 준비해 오세요.』


가벼운 말을 던진다.

나에게는, 그것이 요구되고 있다.


허세를 부리고, 고집불통이고.

연애 감정을 품지 않고.

이상한 부담도 갖지 않아도 되는.

선생님이 싫어하는, 시라누이 카야를.


선생님 앞에서는, 연기해야만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할 바에는, 선생님의 앞날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편이 조금은 낫겠네요.』


「어, 걱정해 주는 거야?」


『설마요. 성가신 어른을 빨리 쫓아내고 싶을 뿐이에요.』


배려 깊은 말도, 근사한 특별함도.

나에게는 요구되지 않는다.

투명한 칸막이 너머로 오가는 대화는, 가벼운 농담과 비꼬는 말의 교환이어야 한다.


「……정말, 한심한 이야기지. 하아…… 어쩌지……」


『우선 태도를 고쳐야겠죠. 솔직히, 당신에게도 잘못은 있잖아요?』


「……나, 피해자인데? 과실이라는 거야?」


『뭐, 듣고 있다보니 그렇네요.』


「……그런 걸까나」


선생님은 손끝으로 책상 모서리를 무의식적으로 쓰다듬는다.

그 얼굴은, 어딘가 납득하는 것 같아서.

분노를 억누르는 나와는, 대조적이었다.


『뭐, 착각한 저쪽이 절반 이상 잘못했고요. 선생님이 이렇게 된 것을 공표해 버리면, 악당은 완전히 저쪽이 되겠죠. 보복해 보시는 건 어때요?』


「그건…… 별로, 하고 싶지 않달까.」


선생님은 끊어진 인연의 끝에 시선을 떨군다.


장난치지 마.


어째서, 당신만 손해를.




그런 말을, 억누른다.


『……마음대로 하세요.』


무력한 나 자신에게, 분노를 느낀다.

이런 곳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 녀석을 매달아 버렸을 텐데.



이런 곳에 묶여,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선생님. 시간 다 됐습니다]


한 학생이, 면담실에 들어온다.

그것은 한때 나의 말이었던, 공안국장이었다.


「아…… 그, 그렇구나. 벌써 그런 시간인가……」


[네. 이 이상의 면회는, 선생님이라도……]


거짓말이겠지. 그의 희망을 들어주지 못할 기관 따위, 이 키보토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필시 이 뒤에 식사에라도 초대하려는 것이겠지.


『겨우 오셨나요. 슬슬 지루해하던 참이었어요.』


[……방위실장. 당신의 처우는 선생님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런 발언은 어떨까 싶군요]


『호오, 질투인가요. 미친개도 상당히 회유되었군요. 목줄이라도 채우는 건 어때요?』


물어뜯으려 한 것일까.

선생님 곁에도 서지 못할 녀석이.


[……선생님, 가시죠. 발밑 조심하세요]


「으, 응. 고마워……」


정중하게 다뤄지는 선생님에게, 얼마간의 동정을 보낸다.

저런 대응, 선생님은 바라지 않을 텐데.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애완동물이다.


『그럼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내일 또, 만나러 올게. 약속이야?」


늘 하던 대화를 나눈다.

싫어하는 나와, 만나고 싶어 하는 선생님.

나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나쁜 뽑기를 뽑은 것이겠지.

왜냐하면——



『어머, 정말인가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세 번째, 지?」


『……잘하셨어요. 가셔도 좋아요.』



나의 농담은, 그에게는 전해지지 않으니까.






코사카 와카모의 경우


『다, 당신....! 이것은.....』


「응. 물론, 와카모만 괜찮다면 말이지만....」


눈을 비비고, 뺨을 꼬집고, 꿈인가 의심하고, 끝내는 제 머리마저 의심했습니다.

그만큼 눈앞의 서류는 저의 꿈 그 자체였으니까요.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계약서]


의뢰인 :[샬레의 선생]

피계약자:[       ]


계약 내용:

본 계약에 있어, 피계약자는 의뢰인의 개인 호위를 담당하며, 이하의 조건을 준수하는 것으로 한다.


1. 호위 대상:[샬레의 선생]


2. 호위 범위:

 ・의뢰인의 신변 경호 (교내외를 불문하고, 상시)

 ・의뢰인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


3. 동행 의무:

 ・의뢰인의 허가가 없는 한, 피계약자는 의뢰인 근처에 상주할 것

 ・긴급시를 제외하고, 일정 거리(반경 1미터 이내)를 유지할 것


4. 무력 행사 제한:

 ・의뢰인의 안전을 확보할 목적으로만, 적절한 대응을 할 것

 ・의뢰인의 허가를 얻지 않은 방법으로의 대응은 금지함


5. 계약 기간:

 ・본 계약은 무기한으로 하며, 의뢰인의 사망, 혹은 피계약자의 희망 시에만 종료함


의뢰인 서명 :[샬레의 선생]

피계약자 서명:[      ]


계약 체결일:🌕🌕🌕🌕년 🌕월 🌕일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저,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무기한 호위 계약.

당신과 생애를 함께하는, 실질적인 결혼.

그것이, 제 서명 하나로 손에 들어옵니다.


너무나도 지고한 미끼에, 저의 사고는 오히려 냉정해졌습니다.


『이, 이 부분! 잘못 쓰신 것이 아니겠지요!? 정말로, 정말로 맞는 것인가요!?』


「어..... 응, 전부 맞아. 아무것도 안 틀렸는데....」


당신의 목소리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하여. 이 계약의 중대함을, 착각하게 될 것만 같습니다.

저는 손가락으로 덧그리며,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본 계약은 무기한으로 하며, 의뢰인의 사망, 혹은 피계약자의 희망 시에만 종료함」


피계약자의 희망 시.

즉, 제가 싫다고 했을 때.

.....당신을 돌아가시게 하는 것도, 제가 계약을 파기하는 것도.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이 계약은 처음부터 잘못됐습니다.


계약을 맺는 순간, 당신은 「코사카 와카모」라는 존재와 평생 살게 됩니다.

그런 계약을, 당신께서 스스로 제안하시다니....!


『부, 부디 맡겨주세요! 미력한 와카모, 목숨을 바쳐서라도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저, 정말...? 다행이다.... 고마워, 와카모....」


그렇게 말한 당신의 얼굴은, 어딘가 안심한 듯하여.

거절할 리 없는데, 하고 조금 초조해집니다.

아아.... 하지만, 이제부터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군요....


『하아..... 꿈만 같습니다.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고동치는 가슴을 누르며, 저는 눈앞의 계약서를 바라봅니다.

거기에는 당신의 단정한 필체로, 이미 서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끝에는 샬레의 정식 인장이 찍혀 있어, 형식상의 계약이 아님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거. 여기에 사인해 줘.」


그렇게 말하며, 당신이 펜을 내밀면.


『......읏!』


긴장으로 목이 막힐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호위 계약이 아닙니다.

당신과 일생을 함께하는, 신에게 맹세하는 것과 같은 의식입니다.


손 떨림을 억누르며, 신중하게 펜을 집습니다.

당신의 이름 옆에, 저의 이름을 씁니다.

한 획, 또 한 획, 정성스럽게, 신중하게.

마치 이 계약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증표인 것처럼——




[코사카 와카모]



『.......후훗♡』


다 쓴 순간, 심장이 거세게 뜁니다.

펜을 놓고, 손끝으로 살며시 자신의 이름을 어루만집니다.


당신의 것이 되었다는 증표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내 호위, 잘 부탁할게?」


그 말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당신께서, 저만을 의지해 주신다는 게.

그것이, 무엇보다 기뻐서——


『네! 이제 평생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아하하.... 마음 든든하네.」


당신이 짓는 미소.

그 미소는, 너무나도 다정했습니다.


「정말로.... 고마워. 이런 일, 와카모한테밖에 부탁할 수 없어서....」


이미 기쁨에 들떠 있는데도, 당신은 저를 기쁘게 하는 말을 연이어 하시네요.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면 확인해 보고 싶어지는 것이 소녀의 마음이랍니다?


『이토록 멋진 계약, 키보토스 전역의 학생이 지원할 법한데.... 다른 후보자는 없었나요?』


있더라도 쟁취하겠지만.

이라는 말을 숨기며, 당신께 여쭤봅니다.


조금 고민한 후 돌려준 당신의 답변은, 백 점짜리 였습니다.




「.....와카모 말고는, 생각나지 않았달까.」



『그, 그러셨군요..... 실로,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얼굴이 저절로 헤실거립니다. 가면을 쓰지 않았다면, 질색할 정도로.

하아..... 어찌 이리 행복할까요......


『그건 그렇고..... 어찌하여 이런 일을?』


기뻐요. 그 점은 변함없지만, 의문의 씨앗은 있습니다.

호위 같은 형식은, 당신께서 강하게 바라지 않으셨을 터.


「......요즘, 흉흉하니까. 방범이야, 방범.」


그렇게 말한 당신의 얼굴은, 어딘가 불안해 보입니다.

당신께만 보이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시군요....! 안심하세요! 어떠한 위협이라도, 제가 철저히 배제하겠습니다!』


당신의 혜안에 틀림은 없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든, 저는 당신의 지시에 따를 뿐입니다.


「....응, 고마워. 그럼, 바로 순찰 갈까.」


『네!』


앞으로 펼쳐질 빛나는 나날에, 마음을 그리면서.

저는 당신의 뒤를 따랐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저는 정말로, 계속 당신 곁에 있었습니다.


당신 옆을 걷고, 당신 뒤에 서고, 당신께서 주무실 때도, 저는 곁에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는 당신 맞은편에 앉고, 일하는 동안에도, 이동할 때도, 항상 시야 안에 당신을 담아둡니다.

필요로 여겨진다는 행복에, 저는 취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


문득, 깨달았습니다.


당신께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

특히, 그것이 여성이었을 때.

뒤로 돌린 당신의 손이, 아주 약간 떨리고 있다는 것을.


『......기분 탓일까요?』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곤하신 걸지도 모른다」는 기우도, 「바쁘신 걸지도 모른다」는 안이한 답도,

당신 곁에 있으면 틀렸다는 것을 알아버립니다.

그렇기에, 저의 위화감은 쌓여갑니다.


누군가 다가올 때마다, 어깨를 움츠리는 것.

학생과 스쳐 지나갈 때, 제 뒤로 숨는 것.

호위 이상의 일을 시켜주지 않는 것.


그러한 작은 위화감들이, 저에게 천천히 윤곽을 잡게 했고, 마침내 저는 답을 찾았습니다.



『.....여성 공포증?』



검색 결과에 걸린, 그 답은.

묘하게 현실감을 띠고 있어, 가슴이 차갑게 식는 답이었습니다.


무언가가, 있었던 거겠죠.

제가 당신과 계약을 맺기 전에.

당신께서 저에게 호위를 부탁하신, 그 이유의 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단 하나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당신을, 이렇게 만든 녀석이 있다는 걸.




『용서 못 해......』



확신했습니다.

당신은 여성을 두려워하고 계세요.

그것도, 단순한 거부감이 아닌.

닿는 것조차 거절할 정도의, 강한 거부 반응.


당신은 숨기려 하고 계십니다.

무언가를.

저에게는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그 「무언가」를 한 녀석은 누구죠?


가슴 속이, 싸늘하게 차가워집니다.


당신께서 호위를 부탁하신 이유.

그것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지켜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도 「언제 어떤 때라도 곁에 있어 달라」고.


즉——





『......당신. 잠시, 자리를 비워도 괜찮겠습니까?』


복수해야 할 여자가 있다는, 것.


「에?」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잠깐, 와카모.」


일어선 당신이, 제 소매를 잡습니다.

꽉, 필사적인 힘으로.


『.....금방, 끝내겠습니다.』


「......끝낸다니, 뭐를?」


당신이 불안한 듯 저를 올려다 봅니다.

그 눈동자를 보고, 망설임이 생겼습니다.


『....사소한 용무입니다. 당신께서 신경 쓰실 정도는 아니니, 안심하세요.』


원래대로라면, 바로 얼버무리고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이, 한순간 늦었습니다.

그런 약간의 틈으로, 저의 다정하고 현명한 당신께서는, 제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간파하셨습니다.


「......와카모.」


당신의 목소리가, 아주 약간 떨리고 있어요.


「그만둬.」


그 한마디에, 제 발걸음이 멈춥니다.


「그만둬, 와카모...... 나, 그런 거...... 그런 거 해줬으면 하지 않아.」


그 말에, 감정이 흔들립니다.


『어째서 그러십니까.....!? 저의 역할은, 당신의......읏!』


목소리에 열기가 오릅니다. 스스로도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릅니다.

그것은 격정이라 하기엔 너무나 날카롭고, 이성을 불태우기엔 너무나 조용한 분노였습니다.



왜 감싸는 건가요.

왜, 그렇게 연약하고, 겁에 질린 얼굴을 하는 건가요.

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려는 건가요.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께서 공포를 맛보고, 부서지고, 상처 입었는데도.

왜, 그 가해자가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는거죠?

왜, 벌도 받지 않고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는거죠?



용서받을 리 없어요.

용서해서는 안 돼요.

당신을 상처 입힌 상대가, 오늘도 어딘가에서 태연히 숨 쉬고 있다고요.

아무런 고통도, 아무런 보복도 받지 않고.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돼요.




『....절대로, 실패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조용히 말을 이었습니다.

억누르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스며 나오는 살의를 억누르면서.


『.....실례하겠습니다.』


「자, 잠깐! 기다려.....! 부탁이니까.....!」


내 손으로, 확실하게, 철저하게. 후회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을 새겨 넣는다.

당신을 상처 입힌 그 손을, 이 세상에서 끊어낸다.

격정으로 마음을 채우고, 문손잡이에 손을 건 순간———



등 뒤에서,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발이 멈췄습니다.

머리가 급속히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뒤돌아보니, 그곳에 있는 것은.

눈물을 글썽이는, 저의 사랑스러운 분이었습니다.


『다, 당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는 당신의 모습에, 심장이 튀어 오릅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곁에 있는데.

누구보다 가까이서 당신을 지키고 있는데.


『어, 어찌 되신 겁니까!? 몸이....? 아니면, 어디 편찮으신 건가요!?』


초조한 나머지,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뺨을 닦습니다.

눈물방울이 피부를 타고 흘러, 제 손끝을 적셨습니다.




「와카모......」


당신은, 갈라진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눈동자에는, 아주 약간의 망설임이 떠올라 있습니다.

왜, 울고 계신가요.

왜, 저를 보고 그런 얼굴을 하시는 건가요.

이유를 알고 싶은데, 당신은 좀처럼 말을 꺼내려 하지 않으시는군요.


『네....! 저, 와카모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읏』


불안감에 휩싸여, 저도 모르게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당신의 어깨가 작게 떨리면서 나오는,



「어디에도.... 가지 마......」


살며시,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는.

저의 마음을 꿰뚫기에는 너무나 충분했습니다.




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저의 역할은, 당신의 호위.

그것은, 언제 어떤 때라도 곁에 있는 것.

어떤 위협에서도 지켜내는 것.

당신께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검을 휘두르는 것.



.....그런데도.



복수를 위해.

격정을 위해.

제 자신의 분노를, 풀기 위해.


저는, 당신을 혼자 두려 했습니다.


「부탁이니까.... 여기에 있어줘.....」


당신의 눈동자가, 저를 바라봅니다.

연약하게, 겁에 질린 채로.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읏』


가슴이 조여옵니다.

분노.

증오.

살의.

모든 것이 당신의 그 목소리에 삼켜져, 녹아내립니다.



『죄송합니다....』


호위란, 주인을 두고 떠나는 것이 아니에요.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당신의 의지.

당신께서 「떨어지지 말라」고 하신다면, 저는 따라야 합니다.


『……부디, 부디 이 어리석은 저를, 당신 곁에 있게 해주세요.』


무릎을 꿇고, 조용히 머리를 숙입니다.

단순한 충성이 아닌.

단순한 계약이 아닌.


「와카모......」


당신의 떨리는 손이, 천천히 제 손을 잡습니다.

닿는 순간, 그 작은 손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 수 있었습니다.

추위 때문이 아니에요.




이 세상에, 당신을 안심시킬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거였어요.




——그렇다면.

그 역할은, 제가 맡아야만 하겠죠.


「응..... 고마워, 와카모......」


희미하게 흔들리던, 그 울림은.

저를 긍정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저의 분노보다, 당신의 공포가 더 강하다면.

복수보다, 저를 필요로 해주신다면.


어떤 쓰라림이라도, 삼켜버리리라.


살며시 얼굴을 들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자애롭게, 애타게.

무엇보다 존귀한 것을, 그저 조용히 바라봅니다.


『.........』


당신의 손을, 살며시 잡습니다.

떨림은, 아까보다 조금 더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깊게, 천천히 숨을 들이마십니다.

그리고 조용히, 흔들림 없이 맹세했습니다.





『저, 코사카 와카모는——』


——병들었을 때도.


——건강하지 못할 때도.


——당신 곁에 서서.


——당신의 미소를 지킬 것을.


『여기 맹세합니다.』




말과 함께, 정적이 찾아왔습니다.

바람 소리마저, 멀리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맹세의 말을 품듯, 조용히 감싸 안습니다.


이윽고, 당신의 손가락이, 살며시 제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아주 약간의 힘인데도,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맡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도, 맹세하는 게 좋을까?」


당신은 눈물 자국을 손가락으로 닦으며, 큭 웃네요.

울어서 부은 눈이, 더욱 의지할 곳 없어 보였습니다.


『후훗♡ 부디 듣고 싶습니다만....』


말을 삼킵니다.

맹세의 말은, 마땅한 때에야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서두르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워요.


『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 때가 오면.... 분명히, 들려주세요♡』


당신은 조금 곤란한 듯한 얼굴을 했습니다.

그 표정마저, 저에게는 지극한 행복의 증명이었습니다.


이 분을 위해 살고.

이 분을 위해 싸우고.

이 분을 위해 죽는다.


당신의 행복을 목적지로 삼고, 그 여정에 동행하는 것을 허락받은 저.

틀림없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럼, 당신. 부디 영원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응. 와카모, 의지하고 있을게.」


말뿐인, 구두 약속.

그것이 저 서류보다 더 존귀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결의를 다집니다.

비록, 이 몸이 얼마나 더럽혀지더라도.

비록, 이 손이 얼마나 피로 물들더라도.




당신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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