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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피폐) 여성공포증 선생님과 무거운 감정의 학생들 2 - 前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4 00:07:42
조회 4742 추천 26 댓글 11
														

갤에서 봤던 소설이었는데 다음 편도 올라왔길래 혼자만 보려고 번역기 돌려서 대충 번역했던 거임

오탈자나 수정할 사항 있으면 알려주셈

글자수 제한도 있으니까 적당히 반 잘라서 게시글 2개로 나눠서 씀



[1] 카즈사에게 밀려 넘어진 선생님이 무서워서 우는 이야기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2472687


[2-1] 여성공포증 선생님과 무거운 감정의 학생들 前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2469896


[2-2] 여성공포증 선생님과 무거운 감정의 학생들 後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2469902



읽고 나서 읽으면 더 좋을 듯




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052453

 



아오이, 나기사, 카즈사, 카야, 와카모



――<작가의 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뒷부분입니다.

전개가 단조로워지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만, 그 탓에 선생이 상당히 정서불안입니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또한, 이어지지 않는 평행 세계 같은 이미지이므로, 읽고 싶은 학생 부분만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


어둠 속에서 숨이 거칠어진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

등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는 무겁게 귓가에 울린다.

그것이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몸의 중심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이 덮쳐온다.

돌아보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발이 땅에 꿰매진 것처럼 꼼짝할 수 없다.



『선생님.... 어째서 도망가는 거야?』



등에 차가운 목소리가 꽂힌다.

귀에 익은, 그 목소리.

믿었던, 학생의 목소리.


돌아볼 수 없다.

돌아보고 싶지 않다.

돌아보면, 분명, 또......



"왜..... 싫어.... 그만해.....!"



등을 차가운 손이 기어오르는 듯한 감각에 휩싸여, 억지로 끌려간다.

손목을 강하게 잡혀 있다.

옷이 점점 벗겨진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의 어둑한 빛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금 있는 곳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다.



"하아.... 하아...... 또, 그때의......"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이마를 누른다.

온몸에 달라붙은 땀의 감촉이 불쾌해서 샤워를 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지만, 침대에서 움직일 힘이 나지 않는다.



"또.... 꿈이....."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일.

제자였어야 할 학생에게, 덮쳐진 그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그저 패닉에 빠졌던 그 순간.

도움을 청해도, 도망치려 해도, 어쩔 수 없었던 그 순간.



"..........읏"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떨림을 억누른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과거의 그림자는 금방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이제...... 싫어......."



누군가에게 상담하고 싶다.

도와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걸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내가 학생에게 덮쳐졌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여성에게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

그런 걸, 도대체 누구에게.....



"....샤워하자"



생각만 해도 몸이 굳는다.

분명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어른인 내가, 이런 약점을 보일 수는 없다.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탈의실로 향한다.

이 시간대에 샤워를 하는 것이, 이제 나의 루틴이 되어 있었다.



".........."



확실하게 문을 잠근다.

몇 번이고 열리지 않는지 확인하고, 철컥철컥 자물쇠를 돌린다.

괜찮아.

닫혀 있어.



"..........."



그래도 눈을 뗀 순간 누군가가 침입할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문고리를 당겨 확인한다.

어디선가 침입당하는 망상이 머릿속을 스치고, 탈의실 구석구석을 눈으로 훑는다.

보이지 않는 틈새.

아무것도 아닌 벽걸이 뒤.

수건 걸이의 그림자.

조금이라도 불안한 요소를, 하나씩 점검한다.



"........좋아"



그렇게 중얼거려도, 가슴의 고동은 진정되지 않는다.

식은땀을 흘리는 건지, 축축한 감촉이 피부에 달라붙는다.

그것을 떨쳐내듯, 재빨리 옷을 벗어 던지고 샤워기를 틀었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부딪힌다.

처음에는 아플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그 차가움이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진다.


이 시간이, 지금의 내가 유일하게 '정상'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후우"



한숨이 새어 나왔다.

순간,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항상 머릿속 한구석에 달라붙어 있다.

고개를 숙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샤워 커튼이 흔들릴 때마다 심장이 뛴다.


뒤를 돌아본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없다.

당연하다.

이런 곳에, 누가 있겠는가.



".......나 뭐하는 거지"



나의 불안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알고 있다.

그래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



샤워를 멈췄다.

물소리가 멎은 탈의실에, 묘한 정적이 감돈다.

물방울이 피부를 타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이 울린다.


순간의 고요함이 가슴 깊은 곳에 희미한 공허함을 만들었다.

수건을 집어 들고, 젖은 머리를 닦으며 다시 한번 문 잠금을 확인한다.

열리지 않는다.

괜찮아.

알고 있다.



".....빨리 입어야지"



조금 차가워진 피부에 수건이 달라붙는 감촉을 싫어하듯, 재빨리 몸을 닦는다.

준비해둔 속옷을 입고, 셔츠 단추를 하나씩 잠근다.



"......괜찮아. 평소대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바지에 발을 넣는다.

부드러운 천이 다리를 감싸 안고, 몸이 조금은 나에게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소매를 정돈하고, 거울을 본다.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얼굴을 한번 쓰다듬는다.


고민할 시간 따윈 없다.

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



".....좋아"



작게 중얼거리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나는 어른.

그리고, 선생.


루틴의 시간은, 끝이다.






오키 아오이의 경우



총결산, 그것은 세간에서 일반적으로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해.

서류를 모으고, 정리하고, 전부 처리해야 하니까.

좋아해서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지.

물론 나 역시 즐겁다고 생각하며 하는 건 아니야.

업무상 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그런데, 선생님과 함께 하게 되고 나서부터, 그것은 조금 특별한 시간이 되었어.

처음에는, 선생님께 부담이 되는 건 아닐까 신경 쓴 적도 있었어.

귀찮은 일이고, 선생님을 더 바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싫어하신 적이 없어.

"도와줘서 고마워"라고.

"아오이랑 함께라면 즐거워"라고.

언제나 나를 흔들어 놨지.


그래서, 어느샌가 나도 총결산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총결산을, 연기?』



귀를 의심했어. 눈앞의 선생님은 마치 무언가에 겁먹은 듯이 눈을 피하고 있었어.


"으, 응. 안 될까....?"


평소와 다른, 어딘가 어색한 목소리.

지금까지의 선생님 모습과는 다른, 무언가 불안정하고 침착하지 못한 느낌.


『별로 상관없지만.....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지금까지 그런 적은..... 이라는 말을 참았어.

가슴속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선생님의 말을 기다렸지.


"최근 좀 바빠서.... 음... 응.... 그래서...."


말끝을 흐리는 말과 표정.

아아, 뭔가 사정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


『.....그래. 괜찮아지면, 다시 연락 줘.』


짐작도 가지 않는 이유를 찾으며, 선생님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어.

복도에 나온 순간, 어깨에 힘이 빠지고 숨이 막힐 것 같았어.

...어쩔 수 없지.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천천히 곱씹듯이, 사정을 예상했어.

형편이 안 좋다면, 다음에 다시 물어보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그날은 서둘러 돌아갔어.



하지만, 선생님의 "다음"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지.


"미안해, 지금 좀 바빠서..."


"다음에 다시 연락할게"


"지금 다른 학교에 있어서...."


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속이 차갑게 식어갔어.

또야.

또 미뤄.

바쁜 건 어쩔 수 없다……는건 알고 있어.


하지만, 벌써 몇 번째야?

만날 때마다 듣게 되는, 애매한 부정의 말들.

만날 때마다 멀어지는, 나에게 있어 특별한 예정.

또, 다음, 그런 말 이젠 듣기 싫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선생님, 적당히 좀 해.』


목소리에 감정이 배어 나왔어.

냉정하게 이야기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


"아, 아오이.....? 갑자기 와서, 무슨 일이야?"


펜 끝을 멈춘 선생님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작고, 어딘가 겁먹은 목소리.

가슴속에, 묘한 위화감이 퍼져 나갔어.


선생님의 반응이 안쓰러워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지.

그래도, 더 이상 말을 멈출 수가 없었어.


『알고 있잖아? 총결산이라고, 총결산. 지금까지는 조금 봐줬지만, 이제 한계야.』


따지듯이 말을 던졌어.

선생님은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 말을 찾고 있었어.

나오는 말은, 어차피 언제나 똑같겠지.


"어, 음.... 지금은, 좀....."


역시.

애매한 대답.

언제나와 다름없는, 위로 같은 말.

나는, 더 이상 그걸 듣고 싶지 않다고.


『귀찮으면 귀찮다고, 확실히 말해줘. 나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차가워진 목소리에, 스스로도 놀랐어.

아닌데.

이런 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런데.



"귀, 귀찮다는 건.... 아니...야....."



선생님의 말은 힘없이 사라져 갔어.

내 안에서 외면하고 있던 생각이 되살아났지.

그럼, 그런 거라면.

남은 이유는, 이제.....



『...........내가, 싫어진 거야?』



순간, 방에 정적이 찾아왔어.

밖의 잡음조차도, 지금 이 순간,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굳어진 목 안쪽에서,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렸어.

선생님은 조금 눈썹을 찌푸린 뒤,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미안해. 오해하게 만들어서"


『.....아니야?』


뜻밖의 말에 희망이 보였어.

내가 이렇게 단순했던 걸까.


"아오이가 싫을 리 없잖아. 정말..... 정말, 바빴을 뿐이니까"


어딘가 힘없고, 미안한 듯이 말을 이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꽉 조여 왔어.

전부, 내 착각이었다고?


『그, 그랬구나.... 미안해. 나는, 그만....』


말이 나오지 않았어.

전부 내 착각이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 뿐이라서.

나는 뭘 착각하고 있었던 걸까.

어째서 선생님을 믿어주지 못했던 걸까.


"아니야, 나야말로.... 미안해?"


선생님은, 더욱 상냥한 말을 덧붙여 줬어.

내가 잘못했는데, 선생님이 사과하고 있어.


가슴 아파.

어째서 선생님께 이런 식으로 대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좀 더 냉정하게, 선생님을 믿었어야 했다고 스스로를 책망했어.



"..........."


『...........』


어색한 공기가 흘렀지.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둘 다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그저 시간만 흘러갔어.

그런 정적을 선생님이 깨뜨렸지.



"....지금부터, 할까?"



말은, 생각보다 가벼운 울림이었어.

가슴속이 조금 따뜻해졌어. 기다리는 동안의 무거움이, 훅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


『응……?』


놀라서, 그만 얼빠진 목소리를 내버렸어.

선생님은 조금 곤란한 듯 미소 짓고, 책상 위에 흩어져 있는 서류를 가리키면서,


"그…… 역시, 총결산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도와줬으면 해서.... 안 될까..."


선생님의 시선이 드디어 나에게 돌아왔어.

아까까지 느껴졌던 거리감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어.

계속 외면당했던 불안감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듯했지.


『후훗......물론, 도와줄게. 하자, 총결산.』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왔어.

계속 기다렸던, 이 순간.

우리의, 평소 모습.


그것을 겨우, 되찾은 기분이 들었어.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지.

실제로 작업을 시작해보니, 선생님의 손길이 어딘가 어색했어.

펜을 쥔 손이 떨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서류를 훑어보는데도, 어딘가 멍한 것 같았어.

평소라면 술술 진행되었을 작업이, 몇 번이고 멈췄어.


『....선생님. 아까부터 실수가 잦은 것 같은데.... 괜찮아?』


걱정이 되어, 말을 걸었어.

선생님은 잠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어. 그 표정은 어딘가 초조해 보였지.


"어, 어라? 아하하..... 미안, 오랜만이라 그런가...."


그렇게 말하며 웃는 선생님의 얼굴은, 어딘가 무리하고 있는 듯 했어.

사라졌던 불안감이, 다시 마음속 깊은 곳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지.


『.....괜찮아. 시간은 있으니까, 천천히 하자고?』


덮어버렸어.

느꼈던 위화감에, 착각이라는 라벨을.

재촉할 생각은 없어.

조금씩, 시간을 들여 해나가면 되니까.

그러면, 분명, 평소의 두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을 덮어씌웠어.

하지만, 선생님은 평소의 선생님이 아니었어.

페이지를 넘기는 손도 느렸고, 서류에 적은 글자를 몇 번이고 고쳐 쓰면서,

펜이 몇 번이고 멈추고, 책상 위에 시선을 떨어뜨리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것 같았어.


"......미안. 도와주고 있는데도...."


선생님의 목소리는 작고, 어딘가 힘이 없었어.

나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배어 나왔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에 대한 짜증을 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신경 쓰지 마.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누구에게나 있잖아?』


진심을 담아, 선생님을 격려했어.

하지만, 내 말에 대답하려던 선생님은, 어딘가 지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


『........일단 좀 쉴까. 커피 타 올 테니, 선생님은 좀 쉬고 있어.』


가슴속에 있는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듯이, 제안했어.

선생님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지.

눈은, 감은 채로.


컵에 뜨거운 물을 따르는 소리가, 탕비실에 조용히 울려 퍼졌어.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나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어.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선생님은 바빴다고 했어.

그러니, 지금은 조금 지쳐있을 뿐이야.

총결산은 하루 만에 끝나는 일이 아니지.

오늘은, 우연히 그런 날일 뿐이야.


『....응. 괜찮아, 괜찮아...』


컵을 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어.

따뜻한 커피의 김이, 내 뺨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어.


평소보다 조금 더, 단맛을 더한 커피.

지친 선생님께는, 이 정도가 딱 좋을 거야.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집무실로 향했어.

들려온 것은, 조용한 집무실에 울려 퍼지는 깊은 한숨 소리였지.




"........하아"




원래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어야 할, 그 한숨.

선생님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내뱉은, 진짜 숨결.


선생님이 정말로 느끼고 있는 것이, 그 순간에 담겨 있었어.


......아아, 그런 거구나.

나로는...... 안 되는 거였구나.



『.....이만 돌아갈게.』



갑자기, 말이 울려 퍼졌어.

말을 한 것은 나였고.


"에?"


선생님이 당황한 듯이, 나를 바라봤어.

그 얼굴을 봐도, 이제 되돌릴 수는 없어.

나는 서두르듯이 말을 이었지.


『미안. 급한 일이 생각났어. 그러니, 오늘은 이만 가볼게.』


"아.... 그, 그렇구나. 응, 알았어...."



예정 따윈 없어.

선생님과 만나는데 예정 같은 걸 잡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도저히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가 없었어.

선생님의 그 지친 얼굴을 보고, 더 부담을 주는 것이 두려웠어.


선생님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봤어.

하지만, 나는 그 시선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

컵을 책상 위에 놓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왔어.


『그럼..... 다음에, 또』


돌아보지 않고, 말을 남겼어.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내가 제일 잘 알지...






키리후지 나기사의 경우



『어머.... 너무 일찍 도착했네요.....』


오늘은 당번인 날. 마침내 직접 만든 일력 달력까지 만들었을 정도로, 저는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고, 평소보다 더 공들여 화장을 하고, 과감하게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일찍 도착해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게 기쁘다'는 마음이었지만....


『어떡하죠.....』


예정 시각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버린 이 상황에, 저는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도착하면, 선생님께 폐만 끼치는 게 아닐까 고민이 됩니다.


『뭐.... 그래도, 모처럼이니까요.....』


마음속으로 변명을 하며, 망설임과 주저함을 달랩니다.

선생님과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 업무 시작 전의 조용한 시간에 잡담이라도…

그렇게 생각하니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샬레의 문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후훗,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요?』


기대에 가슴을 부풀리며 학생증을 갖다 댑니다.

아침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한 걸음 내딛자, 은은한 조명이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저와 선생님.

단둘만의 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올라가는 동안, 저는 작은 손거울을 꺼내 제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화장은 완벽해요.

평소보다 아주 살짝 색감을 더한 복숭아색 립스틱.

이런 특별한 날에만 사용하는, 저만의 특별한 색이죠.


『.......후훗』


긴장과 기대로 심장 박동이 조금 빨라져 갑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에 맞춰, 후 하고 숨을 골랐습니다.

복도에 울리는 제 발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가볍게 들리네요. 기분이 들떠서일지도요.

선생님의 집무실이 보이자, 기대는 더욱 부풀어 올랐습니다.

특별한 약속도 없는 아침, 이렇게 일찍 찾아온 저에게 선생님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기대되네요.』


조금 차분하지 못한 손으로 문손잡이에 손을 댑니다.

살짝 심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확실하게 도와드릴게요.』



방 안에는 평소의 책상과 의자, 그리고 그곳에 앉아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달라요.



"어라.....? 아, 안녕 나기사. 엄청 빠르네?"



제 인사에, 선생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떨구고,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로 꺼낼까 망설여질 정도의, 아주 미미한 위화감.

저만이 아는, 선생님의 순간적인 행동.


『네, 네. 조금 일찍 도착해 버려서....』


입이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엮어냅니다.

준비했던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는 말은, 방금 전의 위화감에 덮어쓰여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나기사를 이렇게 빨리 만나서 나도 기뻐. 아, 차 타 올게."


선생님은 바로 일어서서 안쪽의 탕비실로 향했습니다.

그 뒷모습을 배웅하는 동안, 저는 가슴 속에 솟아오르는 이상한 불안감을 억누르려고 필사적이었습니다.



저 미소.

저 목소리 톤.

평소와 같나?

아니,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건가?


왜?

원인은?

어제? 지난주? 아니면, 훨씬 이전……?


너무 깊게 생각한다고 웃어넘길 수 없어, 겁 많은 제 머리는 계속 같은 생각만 맴돕니다.

눈을 마주쳐 주지 않았던 순간의, 그 미묘한 간격이 도저히 잊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가정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제, 탓......?』



가슴 깊은 곳에 찌릿한 통증이 스칩니다.

선생님이 저를 피하다니,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이 싫었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정말 싫어하고 있다면?

만약, 저의 존재를 폐라고 느끼고 있다면?


『그럴..... 리가...』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쥡니다.

이것은 저의 나쁜 버릇이에요.

쓸데없는 불안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때, 그렇게 배웠어요.

선생님은 언제나처럼 상냥해요.

분명 그럴 거예요.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탕비실에서 돌아오는 선생님의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찻잔을 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제 가슴에 작은 안도감이 퍼집니다.


"기다렸지, 나기사. 뜨거우니까 조심해."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찻잔을 받아 들면서, 애써 자연스럽게 대답했어요.

하지만, 목소리 톤이 어딘가 불안정한 것은, 저 자신도 알고 있었죠.

선생님은 제 앞에 찻잔을 살며시 놓고, 미소 짓습니다.

그 미소에 안도한 것도 잠시, 또 어딘가 어색함이 느껴져 다시 가슴이 술렁입니다.


선생님은, 제 앞 의자에 앉았습니다.

찻잔에 가볍게 손을 대면서 미소 지었습니다.

그 행동은, 언제나와 같은 온화함을 풍기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옆에 앉아 주실 텐데.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그 거리감이 편안했는데.

오늘의 선생님은, 일부러 눈앞에 앉네요.

하지만, 그것을 말로 꺼내는 것은, 제멋대로인 것 같아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나무랍니다.

분명, 그냥 변덕이겠죠. 그렇겠죠.


괜찮아..... 괜찮아.....


눈앞에 있는 선생님은, 저를 향해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말끝마다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어요.

그걸 모른 척하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저..... 선생님. 무슨 일, 있으셨나요?』


"......엣? 무, 무슨..."


선생님의 움직임이 멈춥니다.

불안한 듯한 눈동자가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오해라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왠지, 선생님과의 거리가 느껴져서요....』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 모습에, 가슴 깊은 곳에서 불안이 솟아오릅니다.


『저, 저기! 제가, 뭔가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바로 고치겠습니다....!』


저 자신도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오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저에게는 불가능합니다.



"....아니야."


『네.....?』


"뭔가, 오해하게 만들었나 보네. 오늘은 좀 피곤했을 뿐이지, 나기사가 뭘 한 건 아니야."


『그,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큰 실례를....!』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제 모습에, 선생님은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을 보인 후, 훗 하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온화한 눈동자에 바라보여지는 것만으로, 가슴이 뭉클하게 따뜻해집니다.


"....괜찮아 괜찮아! 나도 잘못했으니까.... 자, 얼굴 들어."


선생님은 부드럽게 손을 흔들어, 저를 달랩니다.

그 상냥한 목소리에,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겨우 말을 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저에게 미소 지은 채 찻잔을 집어 들어,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 동작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제가 이 사람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일까요.


『.......후우.』


조금 뜨거운 차가 목구멍을 넘어가요.

은은하게 풍기는 차 향기가,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을 풀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안심했어요....』


"그, 그래?"


『저에게 있어서, 선생님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어요.

그런 마음이, 지금이라면 입 밖에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선생님이 찻잔을 든 손을 순간 멈추네요.

미묘하게 눈을 내리깐 그 모습이, 제 가슴을 희미하게 술렁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고 싶지 않았어요.


『에덴조약 때, 저는 선생님께 구원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선생님의 도움이 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에요......』


마음 깊은 곳에 간직했던 마음을, 하나하나 정성껏 엮어냅니다.

눈앞의 선생님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리고 나서 조금 미소 지었습니다.


"……고마워. 기쁘네."


그 말에, 순간 마음이 들떴어요.

하지만, 선생님의 미소는 어딘가 멀고, 마치 제 마음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진심이라고요!』


무심코 목소리가 커졌어요.

농담이라니,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일어서서, 선생님의 손에 살며시 닿았습니다.


『선생님께는,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해요! 제 마음은 진심이에요! 그러니까……』


그 말을 끝내기 전에, 선생님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습니다.



"윽……!"



선생님은 순간적으로 손을 거뒀습니다.

그 동작이 커서, 의자가 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저를 바라보는 그 표정에, 명백한 공포의 빛이 떠오릅니다.


『……선, 생님……?』


목소리가 떨리고, 목이 타는 듯해요.

제가, 선생님을 궁지로 몰았어요.

그렇다고 순식간에 이해해버렸어요.


"아, 미, 미안…… 놀라서…… 그, 아무것도 아니니까."


선생님이 순간적으로 수습하려는 듯 미소 짓습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경련하고 있었고, 제 마음에 차가운 것이 퍼져나갑니다.


『......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단지, 제 행동이 선생님을 상처 입혔다는 사실이, 무겁게 짓누릅니다.

선생님의 겁에 질린 표정이 뇌리에 박힙니다.

누구보다 소중하고, 존귀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이렇게나 두렵게 만들어 버리다니.


『죄송합니다..... 바로, 돌아갈게요....』


저 자신도 놀랄 정도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가슴 깊은 곳이 욱신욱신 아파요.

선생님은 뭔가 말하고 싶어 입을 열었지만, 이내 닫으시네요.


『..........윽』


도망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저 "괜찮아"는 분명 거짓말이겠죠.


『선생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시 한 번 이름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돌아간다고 했을 텐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


선생님은 곤란한 듯 웃으십니다.

하지만, 방금의 떨림을 본 이상, 저는 이미 알아차렸습니다.



이 사람은, 누군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적이 있다고.

분명,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누구인가요.....?』




선생님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응?"


선생님의 손끝은, 아직 희미하게 떨리고 있네요.

그것이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선생님을 상처 입힌 사람은 누구인가요....!?』



선생님의 어깨가, 움찔하고 움직입니다.

하지만, 말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고마워, 나기사. 날 위해 화내 줘서.... 하지만, 난 정말 괜찮으니까....”



미소 뒤에 범인을 숨기면서,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십니다.

선생님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숨기고 있다는 것은...




저에게는, 선생님을 구할 힘이 없다는 것.




『.......그런가요.』



테이블 위의 찻잔으로 시선을 떨굽니다.

완전히 식어버린 그것이, 지금의 우리와 겹쳐지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실례했습니다.......』


일어서서, 짐을 챙깁니다.

평소와 같은 움직임일 텐데, 가슴 깊은 곳에 서서히 차가운 것이 퍼져나갔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멈춰세우지 않았어요.


『……또, 당번 날에.』


애써 밝게 말하려 했던 목소리는, 몹시 공허했습니다.


".....응."


선생님의 얼굴이, 끝없이 멀게만 보였습니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옵니다.

이 거리는, 좁혀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저는 비밀에 닿을 수조차 없을지도 모릅니다.


구두 소리가 무미건조한 복도에 울려 퍼집니다.

아아, 역시 오늘은 일찍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


나머지 이야기 :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4896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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