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빙결의 인연 / Seven years ago / 펠트 진영
1
──큰일 났다,라며 펠트는 거꾸로 매달려져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꼬맹이 자식이, 상당히 바보 같은 짓을 해줬잖냐."
"───"
"어른한테 싸움 걸어서, 그래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 그렇다면, 고마운 이야기 아니냐. 부모의 얼빠진 낯짝 보고 싶네."
거칠고 폭력적인, 그것들이 한데 모여 범벅된 것 같은 추악한 상판.
얼굴에 상처가 있는 대머리의 남자가 비릿한 숨을 내뿜어서, 펠트는 더더욱 얼굴을 찡그렀다. 비릿한 숨도 당연하지만, 남자의 말 쪽이 문제이다.
"나도, 똑같이 생각해."
"아앙?"
"나도, 내 망할 부모의 얼굴이 볼 수 있다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볼 수 있다면, 네놈들보다 먼저 내가 책임지라고 말할 거지만."
"───"
거꾸로 매달려져 얼굴에 피가 쏠리는 감각을 맛보면서, 펠트는 밉살스러운 듯이 잘라 말했다. 그것을 듣고, 눈앞에 남자가 뻥긋이 입을 벌렸다.
이윽고, 남자는 천천히 목을 돌려서, 자신의 주위에 있는 다른 남자들과 시선을 마주치고.
"크─하하하핫!!"
쓸데없이 커다란 웃음소리가 술집 안에서 성대하게 울려 퍼졌다.
침을 튀기며, 남자들은 펠트의 위세 좋은 말을 실컷 조롱한다. 꾀죄죄한 모습에, 덧없는 허세를 우겨대는 계집아이를 내려보고, 비웃는 웃음소리였다.
깔본다는 행위에는 구제할 도리가 없다.
모습만 말한다면, 남자들의 모습도 초라함으로는 펠트와 좋은 승부가 된다. 그래도, 밑에는 밑이 있다. 사람은, 타인을 깔본다는 달콤한 유혹에는 이길 수 없다.
"휴─휴─, 웃기게 해주는구나, 꼬맹이. 친구분들이 도망쳐서 짜증 나 있었는데, 지금 걸로 꽤 괜찮은 기분이 됐다."
".....그 녀석들은 내 친구가 아니야─."
"그렇겠지! 내팽개치고 도망가 버렸으니까! 친구였어도 연 끊어라. 뭐, 어차피, 더 이상 못 만나겠지만 말이야."
약하고 괴롭게 내뱉은 펱트에게, 웃는 기색을 남긴 채로 남자가 단언했다.
그 말은 충고인지, 아니면 단순한 비아냥인지, 머리의 피 쏠림이 심각해진 펠트에게는 영 판단할 수 없다.
어떻든 간에───.
".....큰일 났다."
새삼스레 자신에게 놓인 상황을 되돌아보고, 펠트는 저주하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일의 발단은 반나절 전, 펠트와 보호자 사이에서 갑자기 일어난 언쟁이 원인이었다.
2
"롬 영감 바보! 이제 몰라!"
새된 매도의 목소리가 빈민가의 그늘진 하늘에 울려 퍼지고, 작다란 그림자가 골목길을 재빠르게 달려 나갔다.
짧은 금발을 휘날리며, 붉은 눈동자로 배후를 살피는 사람은 작은 소녀, 펠트이다.
바람처럼, 까지는 아니어도, 그 발 놀림은 동년배의 소년소녀들과 비교해서 뛰어날 정도로 빠르다. 나이 일곱 살, 운동능력과 영리함은 장래성 발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 기다려라, 펠트! 너, 이제 그만 늙은이의 말을 듣지 못할까!"
그런 장래성이 넘쳐나는 유아의 뒤를 수배의 체격을 가진 거구가 뒤쫓아오고 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과 홀랑 벗겨진 머리를 보면, 연령은 10배 정도에 가까운 노인이다. 소녀와 비교하면 산처럼 커다란 거구는, 날쌘 도망자에게 계속해서 번롱 당하고 있다.
숨을 헐떡거리며, 땀투성이가 된 노인의 이름은 롬 영감───빈민가에서 사는, 펠트의 보호자 같은 인물이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피는 이어져 있지 않고, 보호자라고 해도 같이 살고 있지도 않다.
그래도, 펠트가 인생의 기초를 누군가에게 배웠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롬 영감이라고 가슴을 펴고 단언할 수 있다. 그녀와 롬 영감이란, 그런 사이였다.
여하튼, 그런 관계성의 두 사람이지만, 지금, 펠트는 가뿐함을 살려서 담 위를, 지붕 위를,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길을 사용해서, 롬 영감에게서 솜씨 좋게 도망 다니고 있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사태가 되었느냐고 한다면───.
"너, 언제쯤 되면 내 말을 지킬 생각이 들게냐! 붉은 얼룩점이 있는 버섯은 위험하니까 먹지 말라고 말했잖느냐! 조만간 뱃속부터 문드러져서 죽는다!"
"제대로 쥐한테 맥여보고, 괜찮은지 아닌지 확인했다고 말했잖아! 애초에, 롬 영감의 배가 약해 빠진 거야! 버섯으로 죽어서야 살아갈 수 있게냐고!"
"죽는 녀석은 죽으니까 말하고 있지 않느냐!"
가뿐하게 지붕으로 기어오르고, 펠트는 눈앞에 롬 영감과 대립을 이어갔다.
이 쫓고 쫓기는 언쟁의 원인은, 펠트가 롬 영감을 위해서 준비한 식사에 있었다. 최근, 조그마한 일로 몸의 상태가 나빠진 롬 영감을 위해서, 펠트가 평소의 감사를 담아서 버섯 요리를 대접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식재료로 모은 버섯에 관해서, 롬 영감에게서 잔소리를 들었다. 확실히, 빈민가의 음지에서 자란 버섯에는 독성이 강한 것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무심코 섞이지 않게, 펠트는 제대로 버섯을 선별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 선별 방식에 트집을 잡혀서, 펠트의 분노는 한계에 달했다. 그리고, 잔소리를 말하기 시작한 롬 영감에게서 도망쳐서, 지금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머리 아프다─라던가 몸이 늘어진다─라던가 말해놓고 어떻게 된 일이야! 이렇게 기운차게 나를 쫓아다닐 수 있으면 거짓말한 거 아니야?"
"멍청아! 있지도 않은 체력을 깎아내서 설교에 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우극!?"
언쟁 도중, 롬 영감이 비명을 흘리고 그 장소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것을 보고, 펠트는 순간 "롬 영감!?" 하고 달려갔지만.
"구, 구오오....옷!"
직후, 우렛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배의 소리가 울려 퍼져서, 롬 영감이 무릎을 꿇은 원인이 버섯에 있다고 판명한다. 즉, 설사하고 있는 것뿐이다.
"쳇, 뭐야, 걱정 끼치기는. 롬 영감 바보! 그대로 쉬고 있어!"
"잠, 잠깐, 펠트...... 기다려라.....꾸윽!"
복통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은 무시하고, 펠트는 혀를 내밀고 롬 영감에게 등을 돌렸다. 그 등을 향해서 롬 영감이 손을 뻗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그대로, 펠트는 말 그대로, 날듯이 롬 영감 앞에서 사라졌다.
".....이만큼 도망쳐왔으니, 이제 괜찮은가."
잠깐 진심으로 도망쳤을 즘에서, 펠트는 주위를 살피면서 이마를 닦았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오는 말에 가는 말이라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펠트는 이런 성격이라서 솔직하게 롬 영감에게 사과하는 것은 부아가 치밀었다. 애초에, 버섯 요리의 동기가, 기운이 없는 롬 영감을 걱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남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불모(不毛)스러운 싸움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어떠한 싸움도 싸움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화해하는 것도 할 수 없다.라고, 그런 태도로 펠트가 담에서 뛰어내리자.
"───여어, 거기 금발."
"───"
착지하고, 쭈그리고 있을 때 무례한 목소리가 불렸다. 아무리 펠트라 해도, 여기서 금발이라고 불린 게 자신이 아니라고, 삐뚤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보니, 딱 마침 뒷골목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소년──펠트보다 세, 네 살 위인, 추레한 복장의 인물이 보였다. 빈민가에서는 몇 번이고 본 얼굴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펠트와 똑같이, 부모가 없는 고아일 것이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야."
"그렇게 시비조로 달려들지 마. 너, 펄펄 날아다니는 거 대단하더라─. 전부터 점 찍어 뒀었어."
"점 찍어뒀다? 나한테?"
"어어, 그래그래. 너, 우리들의 동료가 되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며, 파란 머리를 짧게 자른 소년이 펠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내밀어진 손을 바라보며, 펠트는 "동료?"하고 목을 모로 꼬았다.
"동료라니, 혼자잖아."
"여기에는 없어. 준비하고 있어. 이 근처에 낡은 술집이 있잖아? 거기를 집합소로 사용하고 있는 녀석들이, 부자가 타고 있는 용차를 습격한대."
".....거기에 끼라고 그러는 거냐."
"아냐아냐. 그게 아니라, 도둑질에 성공하면 술이라던가 사 올 거잖아. 놈들이 마시고 뻗어서 자고 있는 사이에, 우리들이 도둑질한 것을 훔쳐 오자는 생각이야."
명안이지,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소년의 태도에, 펠트는 붉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부자의 용차를 습격하는 계획,이라고 했다면 아무리 펠트라도 거절했을 것이다. 잘 될 리가 없고, 위험이 너무나 크다. 하지만, 습격 후의 범인들에게 훔친다면.
"빈틈투성일지도 모르겠네."
"오오, 그렇다고! 그래서, 술집의 자물쇠라던가 열지 않으면 안 되니까, 창문 쪽으로 몰래 들어갈 날랜 녀석이 필요했어. 너, 어때?"
"해본 적은 없지만......"
잔재주는 나름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펠트의 생계의 방식은 사람에게서 물건을 훔쳐내던가, 혹은 빈민가나 평민가에 버려진 물건을 주워가서, 롬 영감과 함께 고쳐서 파는 장사다.
어디까지 겉치레로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롬 영감에게는 손놀림이 좋다고 칭찬받은 적도 있다.
───게다가, 조금 제대로 된 돈이 들어온다면, 롬 영감에게 다시 보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버섯으로 배탈 나는 일도 없을지도 모르고."
"──? 버섯이 뭐라고?"
"아무것도 아냐. 이야기, 제대로 들려줘."
손을 젓고, 소년의 흥미를 잘라 내고, 펠트는 필요한 설명을 그에게 요구했다. 그 펠트의 구미가 당긴 듯한 태도를 보고, 소년은 손가락으로 인중을 묻질렸다.
그리고, 턱으로 휙 하고 배후의 골목을 가리키면서.
"좋았어. 그러면, 동료들을 소개해 줄 테니까 가자고. 잘만 되면 벼락부자야."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어디까지나 낙관적인 소년의 등을 따라가면서, 펠트 자신도 어딘가, 계획에 대한 불안보다, 성공했을 때의 롬 영감의 놀란 얼굴을 떠올리며 이것저것 생각하고───.
3
───그래서, 동료 중 한 사람이 성대하게 커다란 소리를 내어서, 잠에 곯아떨어진 남자들의 주의를 끌어버린 일이라던가, 도망치는 게 늦어진 펠트의 거처를 손가락 질하며 도망친 일은, 펠트 자신도 자신의 주의 부족을 저주하는 걸로 원망하지 않고 끝났다.
"꾀죄죄한 모습을 한 꼬맹이지만......뭐어, 여자라면 어떻게든 쓸 길이 있으니까. 창관에 팔아넘기거나, 우리들이 써먹던지.....그래도 이런 꼬맹이로는 무리인가!"
잡힌 펠트의 한쪽 다리를 붙잡은 채로,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가 천박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것에 따라서 남자들이 근처에 있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기분 좋은 듯 폭소했다.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서 상대의 손아귀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작은 소녀의 각력과는 절망적인 힘의 차이가 있다. 교묘하게 상대의 틈을 찌르는 것 이외, 도망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면, 네 쪽에서 부탁해볼 테냐? 저런 박정한 놈들보다, 우리들이랑 같이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아, 저기.....그 꼬맹이, 말인데......"
"아앙?"
완전히 진심이 아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남자에게, 조심스러운 분위기의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그 심약한 목소리에 남자가 뒤를 돌아보자, 시선이 향해진 소년이 어깨를 떨었다.
머리에 하얀 천을 두른, 비실비실한 키가 큰 소년이다. 아무리 봐도 건달스러운 남자들 안에 있어서, 선이 가는 소년은 어쩐지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도 보인다. 실제로, 소년은 남자들 사이에서도 이물감이 있는 듯해, 간살부리는 웃음을 띠면서 그는 말했다.
"대단한 돈도 안될 거 같고, 아플 꼴 당하게 하는 것도 불쾌하다면......놓아줘도......그, 괜찮지......"
"야,야, 야야야, 뭐냐 그거. 설마 명령하는거냐?"
"아, 에, 아니, 틀려! 나, 그럴 생각으로......"
"가스통! 너, 흥 깨는 말하는 게, 아니야!"
손과 목을 옆으로 저으면서, 소년이 건달의 말에 변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펠트를 잡은 채인 건달의 발차기가 소년의 명치를 잡아냈다.
딱딱한 발끝에 가슴을 찔려, 소년이 콜록거리며 뒤로 쓰려졌다.
"콜록! 크허커헉!"
"착각하지 마라, 가스통. 너는, 우리들의 잔 심부름꾼이라는 취급으로 같이 있게 해준 거다. 갑자기 동료인 척하면 깜짝 놀라잖아?"
"미, 미안했......이제, 안 할 테니까....."
바닥에 손을 대고, 소년이 고개를 조아리며 필사적으로 사죄한다. 그 모습에 잔학심이 채워졌는지, 남자는 히죽하고 웃고는, 새삼스럽게 펠트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미안미안. 우리 빈상군이 착각한듯해서 말이야. 그래서, 무슨 이야기했었지?"
".....잊고, 있었냐고."
"아아, 너를 팔까, 망가뜨릴까라는 이야기였던가?"
꽉 하고 팔에 힘을 주고, 남자가 펠트의 몸을 자신의 얼굴 정면으로 들어 올렸다. 반전된 시계 안, 남자의 흉상이 바로 손이 닿는 위치에 다가왔다.
그 비릿한 숨을 뱉는 얼굴에, 펠트는 아주 깊게, 자신을 숨을 내뱉으면서.
"───너, 숨이 눈에 자극적이라고!"
고함치는 것과 동시에, 펠트는 건달이 소년을 찼을 때 몰래 상대의 허리에서 훔쳐낸 나이프를 휘둘려, 남자의 얼굴의 상처를 하나 더 늘려주었다.
"끄,아아아악!?"
생각지도 못한 반격을 받고, 남자가 얼굴을 감싸 쥐고 몸을 젖혔다. 당연히, 펠트의 몸은 해방되어, 그대로 휙 하고 공중에서 반회전, 고양이처럼 바닥에 착지한다. 그 상태로, 펠트는 망설이지 않고 남자의 발등에도 나이프를 찔려 놓고, 재빠르게 칼을 빼서 발목의 힘줄을 잘라냈다.
비명을 지르고, 남자가 쓰러졌다. 이걸로 한 쪽 발은 쓸 수 없다. 적어도, 펠트를 쫓아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렇게 판단할 수 있지만───.
"이! 망할 꼬맹이가!!"
펠트의 흉행을 눈앞에서 보고, 남자들의 폭력성에 불이 지폈다.
술이 들어갔다는 것도 잊고, 분노로 얼굴을 붉게 한 남자들이 펠트를 포위했다. 그대로, 펠트는 나이프를 한 손으로 쥐고 각오를 정했다.
하지만 그곳에───.
"───거기까지다."
굉장한 굉음이 나고, 술집 입구의 문이 밖에서 안으로 날아가 버렸다.
"───"
무슨 일인가 하고, 남자들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가게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날아가 버린 것은 문뿐만이 아니라, 가게 밖에서 망을 보고 있었던 건달의 동료도 있었다.
망을 보던 건달은 흰자위를 드러내며 굉침해, 거품을 물고 기절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한 누군가가, 천천히 술집 안으로───.
"안녕이다!"
"아!? 저 꼬맹이.....윽!"
발을 들여놓는 기색에 눈길도 주지 않고, 펠트는 남자들의 의식에서 벗어난 순간, 그들의 틈 사이를 빠져나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무심코 내민 손이 허리를 스쳤지만, 펠트를 잡을 수 없다. 그 기세로 감쪽같이 수라장에서 탈출하고, 펠트는 골목을 달려 나갔다.
"어디에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뭘 해주었다 해도, 흥미는 없다.
펠트는 배후의 술집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도 무시하고, 오로지 전력으로 도망쳤다.
4
그리고, 맹렬히 금발의 소녀가 뛰쳐나갔던 직후의 술집 안에서.
"저는 아버지를 찾고 있었던 중입니다만, 필사적인 형상으로 도망치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만나서요. 그래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해서......"
말하면서,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자신의 붉은 머리를 살짝 넘겼다.
그런 소년의 모습에, 남자들은 목소리를 잃고 있었다. ─── 아니, 정확하게는, 얼굴에 새로이 상처가 생긴 남자만이, 아픔으로 절규하고 있다.
그 남자의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을 듣고, 붉은 머리의 소년은 가엾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 사람 말입니다만, 치료원에 데려가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치료 마법을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마법에 재능이 전혀 없어서."
시치미를 떼고 있는지,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한 소년의 태도는 초연하다. 그 일에 건달들이 얼굴을 마주하자, 문득 소년이 "어라"하고 말을 흘리고.
"거기에 있는 나무상자는, 당신들의 물건인가요? 상자에 쓰여있는 것은, 저도 본적 있는 증인(証印)으로 보입니다만."
"───"
"......과연. 아무래도, 순순히 이야기를 듣지 못할 듯하네요."
술집 구석에 쌓여있는 나무상자의 화제에 닿은 순간, 건달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것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소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는 제 발로 입구 앞으로 이동하고, 그 작다란 몸으로 길을 봉하자.
"투항을 권고하겠습니다. ──나는, 손대중 하는 게 무척 서툴러."
그렇게, 가능한 성의를 담아서, 소년은 건달들을 설득했다.
그 설득에 대한 건달들의 대답은 단순 명쾌로, 각자 자신의 무기를 쥐고, 한 발한 발 소년을 에워싼 것이었다.
──붉은 머리의 소년은 푸른 눈동자를 감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5
소동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 무렵을 가늠하고, 술집에 돌아와 보니, 펠트는 놀라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건......"
살금살금, 다 쓰러져가는 지붕에 엎드려 술집의 모습을 살피는 펠트. 그렇게 하는 것도 당연한 게, 술집 주변에는 많은, 아마도 병사로 보이는 남자들의 모습이 있었다.
그들은 술집 안에서 의식이 없는 건달들을 실어내고, 짐수레의 짐받이에 던져 넣었다. 빈민가에는 용차가 들어설 정도의 길이 없기 때문에, 짐을 옮기기에 의지되는 것은 짐수레이다.
실러 가는 것은 건달들뿐만이 아니라, 술집에 있었던 나무상자───남자들이 용차에서 훔치고, 펠트들이 노리고 있었던 목적도 같은 것이었다.
역시나, 그게 간과되는 형편 좋은 일은 없었다고, 펠트는 내심 혀를 차는 것을 참고, 위병과 짐수레가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
그 도중───.
"───"
"──읏!"
한순간, 술집에서 나온 키가 작은 인물과 시선이 마주친 기분이 들어서, 움츠러들었다. 힐끔 보였던 붉은 머리의 인물은, 잠깐 펠트가 숨어있던 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지만, 바로 다른 위병에게 불려, 주의를 이쪽에서 돌렸다.
그러고 잠깐 동안 있자, 위병들의 모습과 기색이 멀어져 가고───.
"가버렸,나."
지붕에서 내려와서, 펠트는 문제의 술집 안을 엿보았다.
나름대로 넓은 가게 안이지만, 안에서 어지간한 대난투극이 있었던 듯하여, 펠트가 최후로 보았을 때보다 상당히 거친 모양새였다. 그 건달이 남김 없이 체포된 이상, 이곳을 집합소로 이용하는 무리도 없어졌을 것이다.
이런 이런하고 펠트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술집에서 나온다. 그러자.
"──아."
입구의 정면, 좁다란 골목에서 이쪽을 살피고 있는, 소년들과 시선이 부딪쳤다. 펠트를 내버려 두고, 먼저 도망가 버린 녀석들이다.
그들은 똑같이, 무사히 있는 펠트에게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거기에는 안도가 있는 반면, 죄악감이나 회오 같은 것이 살짝 엿보였지만───.
"──얼른 꺼지지 못할까, 애송이들!!"
"우,우아아앗──!!"
다음 순간, 빈민가 안에서 크게 울릴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날듯이 뛰어올라 소년들이 달아난다.
그렇게 달아나는 토끼처럼 도망가는 소년들의 모습에, 펠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펠트의 머리 위에, 익숙한 감촉의 커다란 손바닥이 올려졌다.
"네가 말하고 싶지 않아 보여서 저렇게 했다만, 쓸데없는 참견이었더냐?"
"......아니, 살았어. 뭐랄까, 복잡한 녀석들이었으니까."
"뭐가 복잡하더냐. 계집아이가 우쭐하는 게 아니다."
말하면서, 난폭하게 펠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롬 영감이다. 바로 옆에 서 있는 거구를 곁눈질로 쳐다보고, 펠트는 긴 한숨을 쉬었다.
"녀석들한테 권유받아서, 술집 건달에게서 돈 될만한 거 훔치려고 했는데 말이야..... 실패해버렸어. 저 녀석들한테 팔려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선뜻 어처구니없는 말을 말하고는..... 그러면 보복 하나라도 하고 싶었더냐?"
"보복, 말이지....."
시험하는 듯한 롬 영감의 말투에, 펠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건달 녀석들이, 부자의 용차에서 물건을 훔쳤어. 그래서 우리들이 건달에게서 돈 될만 한걸 훔치려고 해서, 녀석들은 처음 보는 얼굴에 딱 좋으니까 나를 버리고 갔어. ......저기 말이야, 롬 영감, 이거 굉장히 열받지 않아?"
"열받는다니?"
"나를 버리고 간 놈들도, 그 녀석들이 노렸던 놈들도, 약하고 가난해. 이런 구원 없는 이야기 있어? 나약자가 나약자를 희생물로 삼고 있어."
이 이야기에서 풍족했던 자는, 그야말로 처음에 용차에 짐을 실은 귀족인가 상인뿐이다. 그 귀족이나 상인이라 해도, 이 거리에서, 이 나라에서, 첫 번째 두 번째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밑바닥에서 밑바닥 동지끼리 서로 빼앗고, 할 수 없이 상처 입힌다. 얼빠진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가 당한 보복해봤자 녀석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게 할 수 있을까? 그런 거, 가난이 의도한 바라고. 절대로 싫어."
"가난이 의도한 바라니, 이상한 걸 말하는구나!"
"아앙? 웃을 일이 아니잖아!"
"아니, 우스운 일이다. 와하하하하하!"
발을 동동 구르며, 펠트는 이 세계의 불합리에 대해, 나이 일곱 살에 대들었다. 그런 펠트의 분노를 듣고, 롬 영감은 자신의 벗겨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배후의 술집을 보았다. 황폐해질 때로 황폐해진 가게 안에서, 끈적끈적한 피나 파손의 흔적이 다수 있지만.
"청소해서, 수리한다면.....흠, 우리들의 성으로 딱 좋겠지."
"......여기에서 살려고?"
"슬슬, 지금의 쓰러져가는 집도 한계니까 말이다. 여기는 넓어. 이만큼 넓으면, 무언가 상품 팔이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지. 이래뵈어도, 나도 발이 넓으니까 말이다."
"뭐어, 덩치도 남들의 배 정도니까."
그렇게 말하는 펠트에게, 롬 영감은 "잘도 말 혀" 하고 기분이 좋은 듯 뺨을 느슨히 풀었다. 그 롬 영감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펠트 쪽도 어쩐지 가슴의 메슥거림이 진정되어 간다.
그다음에, 지금은 황폐해진 가게를 둘러보고, 펠트는 한쪽 눈을 감고서는.
"뭔가를 사거나 뭔가를 팔거나 하는 거구나. ......그러면, 처음에는 평소처럼 주운 걸 고친 물건이나, 훔친 것을 팔거나 그럴 거야?"
"그게 제일, 실현하기 쉽겠지. 그러면, 주운 물건이나 훔친 물건을 파는 가게니까, 우선......『도품 창고』쯤이 되겠구나."
명안,이라는 듯이 손뼉을 치는 롬영감에게 펠트는 "좀 더 제대로 된 이름 없어?"라고 생각했지만, 밝아 보이는 얼굴을 곁눈질하고,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됐다.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된 대신에, 펠트는 텅 빈 술집에서 등을 돌리고, 거리를 쳐다봤다.
저녁놀 하늘에 물들어가는 빈민가, 그 새빨간 광경을 눈꺼풀에 새기고, 오늘의 사건을, 오늘의 사건에서 마음에 그린 생각을, 가슴에 새겨 넣듯이.
"나는 어차피 보복할 거라면 가난에 보복할래. 보고 있어라 가난."
───언젠가, 너한테 울상 짓게 해주겠다고, 펠트는 그렇게 저녁놀에 맹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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