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머니에서 소중한 휘장을 빼앗긴 것을 눈치 챈 순간, 에밀리아는 미정령에게 영창을 명령해 얼음의 산탄(散弾)을 괘씸한 자의 등을 노려서 겨냥했다.
"위험하니까 모두 움직이지 말아 줘!"
은방울 같은 목소리가 경계를 호소하고 그 호소를 들은 거리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런 그들의 틈을 누비고 바람처럼 달려나가는 것은 짧은 금발과 검은 리본을 나부끼고 있는 작다란 소녀다. 달리는 소녀의 발밑을 노리고 마나가 변질해서 생겨난 고드름을 발사했다.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탄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속도로 고드름이 소녀를 향해 육박했다. 하지만 소녀는 이 공격을, 맞힐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이 무시하고 달렸다.
저격이 빗나간 고드름이 길가의 상점의 벽이나 지면을 꿰뚫고 바로 형태를 잃어 안개처럼 흩어져 없어졌다.
"뭐야 뭐야! 싸움이냐!?"
"이런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순간 침묵이 생기고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던 사람들이 지금의 소동에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들으면서 에밀리아는 작다란 그림자가 골목길로 숨어 들어가는 것을 서둘러서 쫓아갔다.
"정말! 오늘은 왜 이러는 거야!"
동행인 소녀와 떨어져, 지갑의 내용물은 군것질에 전부 사용해버렸고, 귀여운 고양이 수인의 소녀와 잠깐 깊은 교류를 나눴다고 생각했더니, 소중한 것을 도둑맞은 꼴이다.
"어쩐지 바쁘네. 리아."
에밀리아의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은 그녀와 계약한 대정령 팩이다.
손바닥 사이즈의 작은 고양이의 모습을 한 그는 에밀리아의 어깨 위에서 태평하게 세수하면서 그런 느낌으로 말을 내뱉었다.
"큰일이야, 팩! 소중한 휘장을 도둑맞아버렸어! 돌려받지 못하면 엄─청 큰일이 되어버릴 거고 로즈월에게 혼날 거야!"
"혼나는 정도로 끝날까, 좀 더 무겁게 생각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게다가, 훔친 아이도 상당히 수완 있는 아이 같아. 봐봐."
"에?"
골목길로 뛰어들어가며 팩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에밀리아가 바로 발을 멈췄다. 복잡한 길 끝, 눈앞에 나타난 것은 막다른 길의 벽이었다. 틀림없이, 도둑은 같은 길을 달려 들어가고 있었고 여기까지 길은 하나밖에 없었던 것은 확실했다.
"샛길이 있었던걸 놓쳤던가, 아니면 벽 정도 쉽사리 올라탔거나."
"벼, 벽 정도라면 나도 탈 수 있는걸. 빨리 뒤쫓지 않으면....."
"샛길로 빠졌으면 벽을 탄 시간만큼 손해 볼걸? 여기선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
짧은 팔로 팔짱을 끼는 팩이 그렇게 말했을 때, 큰길 쪽에서 경적이 높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에밀리아의 마법 소동을 들은 왕도 수비 부대의 위병일 것이다.
"위병에게 발견되면 성가신 일이 될지도 모르겠네. 어떻게 할래?"
"사정을 설명한다면 휘장을 찾는 걸 도와줄까?"
"도와는 주겠지만 도움받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하려나. 이유는 리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
".....알고 있어. 나, 후보자인걸. 휘장을 잃어버리다니 들킨다면 큰일이야."
"잘했습니다."
팩은 부드러운 양손을 맞대고 소리 나지 않는 박수로 에밀리아의 답을 칭찬했다. 에밀리아는 볼을 부풀리며 눈앞의 벽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울리며 얼음의 계단을 만들었다.
───위병이 막다른 골목에 달려왔을 때, 거기에는 은발의 소녀의 모습도, 얼음 계단도, 그림자도 형태도 남지 않았었다.
2
"일단 소동이 벌어진 거리와 골목길에서는 벗어났지만.....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메이드인 아이와 합류하는 편이 좋지 않아? 휘장을 훔친 아이을 찾는 것보다 아직 그 눈에 띄는 아이를 찾는 편이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위병의 눈에서 벗어나, 에밀리아와 팩은 상점거리───휘장을 도둑맞은 큰 길거리, 그 반대 측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람에게 협력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야. 하지만 괜찮을까? 나, 로즈월의 분부를 엄─청 몇 번이고 어기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동행인 아이에게 떨어지지 않기. 낭비하지 않기. 소동 일으키지 않기. 휘장을 잃어버리지 않기는 말할 것도 없겠네. 우웅, 혼나는 건 이제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역시, 이 정도의 일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은 거 같아."
"실태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 스스로 해결하고자 해서 미스를 거듭한다.......이 이상 없을 정도로 파멸의 길을 깔끔하게 밟고 있는 느낌이 드는걸."
일일이 찬물을 끼얹는 팩에게 에밀리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다만, 정론은 정론이다. 지금 이대로 상황의 악화를 초래할 바에는 질책 받을 각오로 보고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에밀리아에게 있어서 최악의 가능성을 불러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고물덩어리라고 로즈월이 단념해버리면 어떡하지."
"..........."
"그것만은 안돼. 로즈월은 내 편이지만 시작하기 전인 지금이라면 그 입장을 사퇴하는 것도 가능한걸. 왕선이 정말로 시작할 때까지 나는 로즈월에게 이 이상의 빚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
뇌리에 그리는 것은 후견인의 입장에 있는 방심할 수 없는 인물의 모습이다.
이해관계의 일치로 뜻을 같이하는 그와, 힘의 관계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
"정말이지. 일부러 가시밭길을 걷는 아이구나. 나의 딸은."
에밀리아의 생각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긴 꼬리를 흔들며 팩이 말했다. 오래 함께 해온 가족의 대답에 에밀리아는 입가를 느슨히 풀며 눈꼬리를 내렸다.
"언제나 고생만 잔뜩 시켜서 미안해."
"*그건 말하지 않는 게 멋진 거야. ......그러면, 자 힘내서 그 도둑질한 아이를 찾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어떻게 할까. 마구잡이로 넓은 왕도를 찾아다녀도 날이 저물 거야. 무슨 생각 있어?"
*원문-それは言わない約束だよ。
"그렇네...... 열심히, 눈을 왕방울처럼 크게 뜨고 찾아보는 건 어때?"
"그런 것을 마구잡이로 찾는 거라고 말해. 리아. 도둑질한 아이를 언뜻 본 것뿐이지만 키나 모습으로 봤을 땐 아직 아이였었지. 게다가 그다지 깨끗한 복장이 아니었어."
"가난한 아이라는 말이야? 그렇지. 도둑질을 할 정도니까."
추론을 세우는 팩에게 에밀리아는 긍정을 표하며 수긍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팩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해하고 손뼉을 쳤다.
"그렇구나! 가난한 아이라는 건 왕도를 안내받으면서 들었던 빈민가! 일이나 집이 없는 사람이 모인다는, 거기에 사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소리구나!"
"역시나구나, 리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거기까지 예측하다니 나의 이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간파하는구나......"
"좋았어, 그러면 그 빈민가라는 장소를 찾아보자. 그러고 나서....."
물건 찾기의 방침을 정하고, 의기양양하게 에밀리아가 걸으려고 했다. 하지만, 한 발짝 내디딘 순간에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의 시선은 거리의 맞은편, 작은 인영을 보고 있다.
거기에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불안한 듯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리아"
"아, 알고 있어, 팩. 지금, 나 엄─청 바쁜걸. 곤란해하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신경쓸 겨를이 전혀 없어. 서두르지 않으면."
지긋이 바라보는 팩에게 불려, 에밀리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변명한다. 그리고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하면서 에밀리아가 움직이려는 낌새가 없다. 팩은 한숨.
"어떻게 힘내도 나의 딸이 좋은 아이라는 건 바뀌지 않으니, 말 걸어 볼래?"
"괜찮아?"
"재수가 좋냐 나쁘냐라면 나빠. 하지만, 좋은 일이냐 나쁜 일이냐 어떠냐면 좋은 일이야. 그러니까 재수가 나쁜 선행을 하고 온다면 괜찮지 않을까."
팩의 보증을 받고 에밀리아는 단숨에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여자아이의 곁으로 향했다. 여자아이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에밀리아를 눈치채고 낯선 상대에게 겁먹은 얼굴을 지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아버지나 어머니는? 같이 있지 않니?"
라고, 자신의 사정 따위 잊은 듯이 상냥한 미소로 말을 건 것이었다.
3
결과적으로 미아의 여자아이를 경계를 푸는데 에밀리아는 상당한 고난을 맛보았다.
부모의 가르침이 용의주도한듯해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여자아이. 아성(牙城)을 공략하기 위해서 일단은 서로의 이름을 알려준다는 단계를 밟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넘어서, 에밀리아는 마법으로 작은 얼음 꽃이나 동물의 빙상을 만들거나 해서 긴장을 풀어주고 최후는 비장의 수단으로 팩을 춤추게 하는 것으로 여자아이에게서 신뢰를 얻어냈다.
또, 얼음 꽃이나 동물의 빙상이 거리에서 하는 곡예의 일종으로 착각 당해서 지나가는 관객에게 돈을 받거나 하는 일막 등이 있었으며, 그 돈으로 포장마차의 꼬치구이를 여자아이와 즐기는 일막도.
"리아, 리아. 혹시 목적 잊고 있지 않아?"
"아, 안 잊었어. 봐, 이 아이도 완전히 안심해서 노린 대로 됐으니까."
"입가에 양념 묻은 모습으로 말해도 설득력이 없어?"
그리고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그녀의 부친이 운영하고 있는 과일가게에 어떻게든 도착. 얼굴에 하얀 상처가 있는 몸집이 큰 남자에게 여자아이가 뛰어들고 부친인 그 몸집이 큰 남자에게 무척이나 감사 받았다. 가게에는 여자아이를 잃어버린 모친도 있어서, 부모가 같이 머리를 조아려서 죄송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딸아이의 은인이다. 답례를 하고 싶어. 뭐든지 물어봐라."
답례는 필요 없다고 고개를 젓는 에밀리아에게 부친이 그렇게 말한 것은 예상 밖에 행운이었다. 에밀리아는 그에게 사정의 일부를 설명하고 빈민가의 장소와 장물 창고의 이름을 들었다.
"손버릇이 나쁜 일당이 훔친 것을 돈으로 바꾸는 장소라는 이야기다만, 가는 것은 조금 추천하지 못하겠는데. 나쁜 말은 안 할테니까 포기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어어 그러니까....."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려다 에밀리아는 조금 주저했다.
자세한 사정을 이 부모와 아이에게 말해줘도 별 수가 없다. 게다가 걱정 끼치고 만다.
"알겠습니다. 충고해 줘서 고마워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
"그래, 그편이 좋아.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얘야?"
포기하는 척하는 에밀리아에게 부친이 안심한 듯이 끄덕였다. 그러자 그 옆을 지나서 여자아이가 에밀리아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안에는 붉은 꽃 장식이 쥐어져 있었다.
여자아이의 미소와 꽃 장식, 그것을 번갈아보면서 에밀리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반응하기가 곤란했다.
"받아주세요. 딸아이 나름대로 답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망설이는 에밀리아의 등을 여자아이의 모친이 그렇게 말하면 밀어주었다. 에밀리아가 머뭇머뭇거리며 꽃 장식을 받아들이자 여자아이는 만면의 미소를 에밀리아에게 보여주었다.
"고마워. 엄─청 기뻐."
건네받은 꽃 장식을 가슴에 품고 에밀리아도 또한 여자아이에게 진심에서 우려 나온 미소로 갚아주었다.
4
여자아이의 가족과 손을 흔들며 헤어지고 꽃 장식을 소중하게 간직한 에밀리아는 빈민가를 목표로 했다. 차츰 사람의 인기척이 없어지고 눈에 보이는 거리의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우웅, 역시 빈민가. 살고 있는 사람의 주머니도 마음도 가난한 예감(予感)이 엄청나네."
"사람 듣기 나쁜 말 하지 마, 팩. 살고 있는 사람에게 실례잖아."
그렇게 말하며 나무라면서도 에밀리아도 이 구획의 환경이 좋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어중간하게 사람의 손길이 닿고 방치된 거리의 일그러짐은 숲에서 사는 시간이 길었던 에밀리아에게는 특히 거북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물 창고였던가? 이미 통칭부터 적반하장스럽지만 거기를 찾아볼래?"
"그 아이의 아빠를 걱정 끼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세한 장소까지 묻지는 못했었지.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나의 말을 제대로 들어줄까?"
"이런 경우에는 돈을 내거나해서 물어보는 게 정석이지만, 돈이 없지."
"아까 곡예로 번 돈도 꼬치구이 두개로 딱 맞았으니까 말이야. 딱 맞다니 엄─청 우연이야."
에밀리아가 자랑스럽게 그리 말하는 것에 팩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어려운 표정이었다.
현재, 물건 찾기의 페이스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한 샛길 빠지기가 될 뻔했던 미아의 부모 찾기가 보람이 나타나 유력한 실마리를 얻는 것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순조로운 박자로 휘장을 훔친 소녀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까부터 중얼중얼,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지 아가씨."
그런 순조로운 에밀리아의 수사가, 마침내 알기 쉬운 악의 방해를 받았다.
발을 멈춘 에밀리아의 앞, 좁은 골목길을 가로막은 것은 자라는 대로 내버려 둔 수염에 추레한 모습의 중년이다. 더군다나 에밀리아의 뒤에 있는 길에도 두 사람의 남자가 나타나서, 그녀의 앞뒤를 막았다.
"보이지 않는 친구랑 이야기할 정도라면 우리들이랑도 이야기하자고? 아프게는 하지 않을 테니.....아앙? 뭐야 이 "상등품(上玉)? 이봐, 터무니없는 게 걸렸는데."
"상등품(じょうだま).....? 나 어디도 둥글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살쪘어?"
*上玉(じょうだま) -1.(보석·물건의) 상등품. 2.속어 미인(美人). / 구슬이라는 한자가 있어서 에밀리아가 둥글다는 말로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복장도 비싸 보이는데. 이거 좋아. 겉모습도 알맹이도 고급이야."
에밀리아의 잘못 짚은 걱정도 듣지 않고 중년은 흥분으로 콧김을 거칠게 뿜으며 다가왔다. 뒤에 있는 두 사람도 슬금슬금 거리를 좁혀오는 낌새가 있어, 에밀리아는 벽에 등을 맡겼다.
"헤헤. 체념한 모양인데. 그걸로 좋아. 머리가 가엾어 보여도 귀여워해주......"
"저녁때까지 시간도 별로 없고 별로 팩에게 무리시키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하? 아프게 하는 쪽은 이쪽....."
"에이얏!"
중년의 농지거리도 거기까지였다. 벽에 등을 맡기고 적을 앞뒤가 아닌 좌우로 바꿔둔 에밀리아. 그 날씬하고 긴 다리가 올라가고 넋 놓고 바라보던 남자의 머리에 뒤꿈치가 내리 박혔다.

날카로운 충격에 흰자를 드러내며 쓰러진 중년에게 두 명의 동료는 동요했다. 그 틈에 에밀리아는 재빠르게 남자 한 사람에게 접근해 그 가슴을 양손으로 강하게 들이받았다. 뒤집히는 남자. 최후의 한 사람이 에밀리아에게 손을 뻗지만 휘날리는 은발이 그 손끝을 피했다.
"으럇!"
그대로 남자의 몸을 뛰어 올라가서 후방(後方) 공중제비하는 에밀리아의 발차기가 턱을 차올렸다. 바닥에 부딪힌 남자가 쓰러지자 착지한 에밀리아가 들이박은 남자의 곁으로.
"움직이지 말아 줘! 움직이며......어 음, 어떻게 하지?"
"움직인다면 상냥한 이 아이를 대신해서 내가 너를 심한 꼴을 보게 해주겠어. 알겠어?"
요구를 정하지 못한 에밀리아의 어깨에서 팩이 털을 곤두세우면서 남자를 위협했다. 동료들이 당한 것과 정령의 존재에 남자는 완전히 위축되어.
"뭐, 뭐든지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 헤헤헤......"
그렇게 비굴하게 웃는 남자에게 에밀리아는 마침 잘 됐다고 손뼉을 쳤다.
"그러면, 장물 창고의 장소를 알려줄 수 있어? 알고 있다면 기쁠 거 같은데."
5
악당을 추궁하는 데 힘을 써서, 에밀리아는 무사히 장물 창고를 발견하는 것에 성공했다.
정면에 보이기 시작한 장물 창고를 앞에 두고, 허리에 손 둔 에밀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오늘의 나는 엄─청 운이 좋은 게 아닐까?"
"운이 좋았다면 애초에 휘장을 도둑맞거나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여기까지 엄청 기세 좋게 도달한 건 사실이니까......악운이 좋은 걸까?"
"악운이 좋다니, 예를 들면 어떤 거?"
"*무승부(痛み分け)같은 의미이려나..... 넘어져서 발이 아프지만 덕분에 잔돈을 줍는 것 같은 느낌으로."
*痛み分け-(씨름 따위에서) 경기 중의 부상으로 무승부가 되는 일.
에밀리아의 경우, 도둑맞은 건 운이 나쁘지만 훔친 상대의 실마리를 상당한 하이 페이스로 찾게 된 것은 행운이 이룬 업. 그렇게 되면 남은 문제는───.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는 나 자신의 행동하기 나름대로겠구나."
"그렇게 되겠네. 일몰까지 아직 조금 시간이 있으니까 잘 나를 사용해 줘."
팩의 마음 든든한 말을 받고 에밀리아는 끄덕이며 장물 창고의 문으로 향했다.
왕도의 외벽에 인접한 상당히 커다란 건물이다. 추궁한 악당의 말에 의하면 창고를 관리하고 있는 자는 거친 일에 익숙한 몸집이 큰 남자───재빠른 소녀도 포함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
무심코 가슴에 손을 뻗는 것은 거기에 여자아이에게 받은 붉은 꽃 장식이 있기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여기에 오기까지 왕도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되살아났다. 동행인 람과 떨어져, 고양이 수인인 소녀와 장난치고, 휘장을 도둑맞고, 미아를 도와주고, 악당을 해치우고 그리고 이렇게 장물 창고에 다다랐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똑같았던 하루.
그런 하루의 마지막을, "좋았다"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행동하자.
정신을 바짝 차리자, 이 안에 자신의 편은 누구 한 사람도 없을 테니까──.
"리아 안에 있는 사람이 눈치챘어."
문 앞에 서서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망설이는 에밀리아의 귓가에 팩이 속삭였다.
그에 답하기 전에 문에 누군가가 다가오는 낌새. 그리고 문이 열러서──.
"──열지 마! 살해당해!!"
갑작스럽게 들려온 것이, 어딘가 절박한 소년의 필살적으로 외치는 소리에 무심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실례되는 소리다. 얼마나 툭하면 화내는 사람(怒りん坊)이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문 앞에 선 에밀리아를 보고 저녁놀을 뒤집어쓴 금발의 소녀가 얼굴을 굳히며 뒤로 물러났다. 소녀에 이어서 안으로 들어와 에밀리아는 창고 안에 있는 면면들을 둘러보며.
"──살해라니, 그런 무서운 짓 느닷없이 하지 않아."
입술을 삐죽이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6
그 후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에밀리아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소년의 이야기다.
다만, 결과적으로 에밀리아는 알게 된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농밀한 왕도의 하루의 마지막에 "좋았다"와 "큰일이야"가 함께 찾아오게 된다는 것을.
그것과 또 하나, 내딛기 전에 생각한 것. 장물 창고 안에 자신의 편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각오가.
"──네 이름을 가르쳐줬으면 해."
후련한 얼굴로 그런 식으로 웃은 소년에게 부정당하게 되니까.
《끝》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