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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코믹 얼라이브 특전 『검귀전가──종막』-2

케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27 18: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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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나 혼자 살아남아 수치를 볼 줄은 몰랐군그래."


용차에서 내린 『여덟팔』 쿠르간의 말은, 빌헬름이 듣기에 원통함과 굴욕, 그리고 얼마간의 안도가 뒤섞여있는 듯했다.


『사룡 토멸전』을 발발시킨 스트라이드 일당 중,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이 쿠르간이다.


제국 최강으로 칭송받아, 전장에서 끝을 맞이할 터였던 전사에게 있어서, 마땅히 죽을 자리를 놓친 건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회오가 있으리라. 원수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패배하고,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던 입장이니만큼 그 감정은 더할 것이다.


여덟 개의 팔이 모두 빗나가, 가슴 언저리를 검에 깊숙이 찔려서, 쿠르간의 운명은 거기서 끝나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신룡의 기적은 도시에 있던 모든 이의 상처를 치유했어. 너도, 예외는 아니었지."


"그런가 보오."


무거운 목소리로, 쿠르간이 빌헬름의 말에 수긍한다.


스트라이드 일당 중에서 혼자 신룡의 기적으로 인해 목숨을 간수한 쿠르간은, 도시 소란의 죄를 한 몸에 받아, 모국인 볼라키아 제국에서 벌을 받게 된다.


여덟 개의 팔과 발 모두 묶인 채, 이송용 용차로 국경에 있는 간소로 옮겨진 쿠르간. 그 이송에 동행한 빌헬름은, 어딘지 복잡한 마음이었다.


오는 도중, 나름 긴 이동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한 마디도 말을 나누지 않았다. 주고받아야 할 의지는, 진작에 검을 통해 이해한 바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공통된 인식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인과인지, 본래라면 영원히 찾아올 리 없었던 기회가 돌아왔을 뿐. 그걸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딴 거 갖고 고집부리기도 시시하군."


그런 마음이, 빌헬름에게 쿠르간에 대한 대답을 허용했다.


쿠르간 또한, 그런 빌헬름의 속을 알아차렸는지, 국경을 등에 지고 왕국의 방향을 본다.


"무인인 나만이 남고, 아들과 그 아내, 그리고 시노비의 형제가 죽었네. 무상하오."


"그런 것치곤, 그닥 분해 보이지는 않구먼."


쿠르간의 목소리는, 운명의 부조리함을 저주하고 있지 않았다. 저주는커녕, 그의 눈동자는 여태 씌어있었던 마귀가 떨어져 나갔다는 듯이 온화했고, 이 결말을 말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패배조차 자신들의 본망이었다는 것과도 같이.


"이제 와서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식으로 추하게 굴지는 마라."


"스트라이드에게 승패에 대한 욕심은 없네. 승패로 따지자면, 그 남자는 언제나 지기만 했지. 그러나 마지막 순간만큼은, 나의 아들은 본망을 이루어냈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오."


"본망……."


"용을 불렀다. 사룡이 아니라, 진실된 용을. ──이치를 비틀어내면서 말이오."


그것이, 그 남자의 어떤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필시, 쿠르간도 정확한 이해에는 미치지 못했으리라. 어느 누구도, 그 남자의 속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 남자는 자기 마음이 내키는 대로 세계를 유린했으며, 결국에는 광란의 원망을 이루어내고서 죽었다.


살아서, 죽었다. 그런 남자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사랑하려 한 자들이 있었을 뿐인 이야기.


"──잘 지내라, 『검귀』여."


이번에야말로, 그 이상의 말을 두 사람이 주고받지는 않았다.


제국의 자에게 넘겨질 때까지, 쿠르간은 단 한 번도 저항의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무인으로서의, 혹은 부친으로서의 속죄였을 것이다.


"저 녀석은, 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양국 경계선에 위치한 간소를 빠져, 제국으로 떠나가는 용차를 보고 빌헬름은 옆에 선 보르도에게 묻는다. 이송의 책임자였던 보르도, 그는 굵은 팔로 팔짱을 끼자,


"이번 사건으로, 제국은 왕국에게 큰 빚을 지게 됐네. 자국에서 행방을 감춘 왕족이, 타국의 멸망을 계획하고 움직인 게다. 두 나라 간의 관계에 마찰이 생길 건 뻔하다."


"……그건, 제국이 스트라이드의 존재를 인정했을 경우겠지."


"그렇지."


보르도의 약한 수긍에, 빌헬름도 혀를 찬다.


애당초, 제국은 스트라이드 일당과의 관계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스트라이드가 볼라키아 왕족에 속하는 존재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본인의 주장일 뿐이다. 정신 나간 광인의 말에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와서 말할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송장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스트라이드의 육체는 흑룡에게 삼켜져서, 그 흑룡과 통째로 없어졌다. 증명은 불가능하다.


볼라키아 본국을 따진다 해도, 그 존재에 관한 증거는 모두 처리되었으리라.


"그럼, 불리한 증언을 할지도 모르는 쿠르간을 살려주지는 않을 거 같은데?"


"네 걱정은 이해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네. 그 나라는 힘 있는 영웅을 처단하지 않는다. 강자가 존경받는 철혈의 가르침이 쿠르간을 살릴 거다. 그게 다행스러운 일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말이지."


주범이 제국의 관계자임은 인정하지 않지만, 쿠르간이 신분 불명의 수모자에게 협력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쿠르간의 신병은 제국에 이송된 뒤에 벌을 받는다.


왕국에 대한 입장 표명과 배상도, 대외적으로는 쿠르간의 죄에 비롯된 일로 보도되는 것이다.


"이게 정치냐."


"이 정도는 일부에 불과해. 주먹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분야는, 나나 너나 못하는 부류지만."


내뱉는 빌헬름에게, 보르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가 말한 대로, 둘은 검 이외의 해결 수단을 잘 써먹지 못한다. 그럼에도, 보르도는 빌헬름과 달리 그 분야를 주로 다루는 전장으로 가야 한다.


"이 도끼를 드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네."


"────."


"전선에 서기에는 몸이 너무 둔해졌거든. 지금이 물러날 때겠지."


그런 빌헬름의 내심을 뒷받침하듯이, 보르도가 무기를 내려놓겠다고 표명한다.


──보르도 또한, 한 명의 무인이다.


그가 부창을 쥐어, 수련에 소비해온 나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란 사실을 빌헬름은 안다. 그 남자가 무기를 내려놓겠다는 결단이, 얼마나 고뇌한 끝에 내린 것인지도.


"마지막 전장에서, 너나 그림, 부대원들…… 그리고, 피보트하고도 같이 싸울 수 있었네. 목숨도 간수하고, 신룡도 우러러보았다. 은퇴하는 데 이보다 좋은 일이 갖춰질 수는 없네."


"무기를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종치 세계에 뛰어들어가는군. 참아낼 배짱은 있고?"


"그만큼, 네가 체르게프 부대에서 잘 싸워주면 돼. 나는 내 길을 가면서 뒤에 따라올 자들을 기대하마."


"뒤따라올 자란 건, 길다크 가를 돌보고 있는 거랑 관계있나?"


달관한 것처럼 보이는 보르도의 얼굴에, 빌헬름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사룡 토멸전』에서의 희생자는, 당연하지만 픽텃 주민의 비율이 크다. 그다음으로 많은 것이, 스트라이드 일당을 토벌하는 목적으로 파견된 토벌대의 인원이다.


그 희생자 중에 로즈월의 이름이 있으며, 그녀 말고 아는 사람 이름은──,


"러잭 길다크하고는, 교류라 할 만한 관계는 없었지만 말이다."


"훌륭한 사람이었어. 내전 당시에는 지원병의 교련을 담당했었지……넌 교련 과정을 건너뛰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림 같은 애들은 신세 졌을 게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은 거 같기도 해."


정기사이자, 왕국의 무사를 위한 토벌대에 참가한 러잭. 그도 마찬가지로, 그 싸움 도중에 목숨을 잃은 사람 중 하나다. 그것도, 폭도가 된 민간인을 지키다가 전사했다고 한다.


"아이를 지켰다고 하더군."


"맞아. 우연히, 픽텃을 방문하던 호프먼 가의 자식이네. 러잭 공의 비보를 알고, 몹시 상처를 입은 모습이었다만……."


"다만?"


말을 끊은 보르도는, 빌헬름의 질문에 볼을 일그러뜨리며,


"건방지게도, 러잭 공의 의지를 이어받고 싶다더구나. 리케르트도 장래가 기대되는군."


"길다크 가독의 상속자도 아직 성인이 다 안 됐는데, 너무 많은 걸 떠맡는 거 아니냐?"


"뭐, 도끼를 내려놓으니까 양손이 비었거든. 그걸로 미래를 잡을 수 있으면 요행이고말고."


"너답지도 않는 말이나 하기는."


코웃음치고, 빌헬름도 볼을 일그러뜨리며 미소 지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창공을 흐르는 구름과 눈이 맞은 것 같았다. 저 멀리 흘러가는 구름은 바람을 맞고, 천천히 형태를 바꾼다. 그것이 어째선지 마음속을 마구 휘저었다.


사태는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변화는 끝없이 찾아오고, 시간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빌헬름."


"────."


"너는, 넌 변하지 말고 그대로 살도록 해."


묘하게 감상적인 보르도의 말을, 빌헬름은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그저, 그 말을 기억해두고자, 가슴에 담아 넣겠다는 것만큼은 무언으로 맹세하고.



5



『캐럴이랑 한 가족이 되기로 했어.』


한창 술을 마시던 중에, 그림은 쑥스러워하면서 그렇게 적힌 종이를 보여줬다.


장소는 늘 다니는 술집, 시간은 초저녁으로, 가게 안은 적당한 술기운과 말이 오가며 잡담 속에 중요한 이야기를 섞어 넣기에 딱 좋은 기회였다.


"……드디어라는 감상이랑, 축하한다는 말 중 어느 쪽이 정답이지?"


『둘 다 너다워.』


"그렇군. 아아, 그래. 드디어구나, 축하한다."


술잔을 테이블에 놓고, 웃으며 필담을 하는 그림의 고백을 빌헬름은 축복했다.


한 가족이 된다 함은, 요컨대 구혼하겠다는 소리다. 두 사람이 깊은 연인 관계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교제 기간도 길다. 이제나저제나 하고 주위 사람들이 애를 태울 정도였다.


거기에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처지── 귀족인 캐럴과, 평민 출신인 그림과의 신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걸 문제 삼고 있던 건 주로 당사자인 둘뿐이며, 주위 사람들은 별 장벽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 신분 차이의 문제로, 이번 훈공 덕분에 극복했다 이 말이군."


이번 사건으로, 토벌대 중에서 가장 높은 훈공을 받은 것이 다름 아닌 그림이었다.


수모자인 스트라이드를 치고, 잡혀간 『검성』을 구해내며, 더불어 날뛰는 흑룡과의 싸움에서도 한몫하면서 그야말로 팔면육비의 활약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림 본인이 공을 올리고자 노력한 바가 없다는 사실은 관계자 전원이 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공로자에게는 보상이 주어져야만 한다.


그 결과, 그림은 무사히 정기사로서 훈공을 받아, 이번 세대 한정이기는 하나 귀족의 자격을 얻었다. 다시 말해, 캐럴과의 신분 차이는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는 둘 사이의 장벽이 배제되었다면, 이제는 말할 것도 없다.


『메이더스 님이, 캐럴한테 유언을 남겼는데 말이야.』


"────."


『나랑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더라. 참 이상한 사람이야.』


단적인 표현이었지만, 빌헬름도 부정의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로즈월은 묘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인상을 끝내 바꿀 일없이 빌헬름이나 그림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떠난 것이다.


재빨리, 이별의 말도 주고받지 못한 채로.


"맨날 사람 갖고 놀기를 일삼는 여자였지."


입꼬리를 추켜세운 빌헬름에게, 그림도 『그러게.』 하고 웃으며 끄덕였다.


"혼례 날짜는 언젠데?"


『가까운 시일 내에 할 거야. 캐럴이랑 상담도 좀 해보고.』


"난 불러줄 거지?"


『불러주지 않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단 게 놀라울 따름인걸.』


그런 잡담을 주고받으면서, 빌헬름과 그림은 술을 마신다. 요즘 따라, 싱거운 술을 마시는 기회가 많았다. 그런 의미로는, 오늘 밤에 마시는 술은 각별한 맛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빌헬름은 알고 있었다.


──그림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단 것을.


툭툭 하고, 그림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친다. 말을 할 수 없는 그가, 친근한 상대를 부르는 가장 알기 쉬운 신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자, 정면에 앉은 그와 시선이 교차했다.


진지한 눈빛과 표정, 올 때가 왔다고, 빌헬름도 이해한다.


그렇게 잠시 동안 이어진 침묵을 깨듯이 빌헬름은 한숨을 쉬었다.


"그만두냐."


『기사단을 그만둘 거야.』


빌헬름이 묻자, 그림은 준비해놓은 필담을 펼쳤다. 그건 대화로 보기에는 부자연스럽지만, 응답으로 성립되고는 있었다.


그림은 눈을 살짝만 내리뜨고, 이을 말을 필담으로 종이에 적는다.


『캐럴이랑 결혼하고, 기사단에서 물러나겠다고 정했어.』


"……이유는?"


『캐럴 곁에 있어주고 싶어. 그녀랑 함께 있는 게 내가 사는 의미거든. 그걸, 이번 일로 뼈저리게 통감했지.』


붓끝을 놀리는 손짓에는 열이 느껴졌고, 들이미는 문장에는 힘이 담겨있었다. 어딘지 적극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림의 태도에, 빌헬름은 눈을 감았다.


떠올려보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의 인상은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한 외모에, 특필할 것 없는 출신. 고향을 떠나서 왕도로 상경해, 왕국군의 병사가 된 이유도 흔했으며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였다.


그런데, 첫 출진을 힘들게 살아남아, 상관의 명령을 무시한 빌헬름을 따라가다가 목숨을 간수하고, 왕국군에서 가장 정강한 체르게프 부대를 맡으면서 어느샌가 빌헬름에게 없어선 안 될 유일무이한 절친이 되어있었다.


틀에 박히지 않는, 박을 수가 없는 남자다. 그렇기에, 기사로 인정받을 정도의 훈공을 올리고, 장가까지 들며 기사단을 물러나겠다는 결단은 그답다.


게다가, 그 이유가 사랑하는 여자의 곁에 있어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주 걸작이다.


"너 정말 바보다."


『그 소리를 너한테 듣고 싶지는 않았어.』


예감이 있었는지, 입 밖으로 꺼내자마자 대답의 종이를 들이밀었다. 놀라서 머쓱해진 빌헬름에게, 그림은 미소 지었다.


『레멘디스는 캐럴의 형제가 잇겠대. 그러니까, 그녀는 캐럴 파우젠이 될 거야. 둘이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지.』


"……그렇구나."


그림의 방침에 반론은 없다. 그만두겠다는 말을 듣고, 그 이유까지 이해한 순간, 그런 시시한 생각은 날아가 버렸다.


반한 여자를 위해 온갖 것을 내버린다. 과연, 그림은 바보가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바보 녀석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빌헬름은 안다.


그래서,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체르게프 부대에서는 물러날 거니까, 후임은 컨우드가 알맞겠지.』


"참, 걔도 잔걱정을 많이 하는 놈이었지. 일찍 죽지 말라고 주의라도 해주고 가라."


『그건 대장인 네 역할이야. 체르게프 부대도, 점점 방식이 바뀌어가니까.』


그림의 문면 뒤에는, 얼마 전부터 제안을 받고 있는 어떤 사실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것은, 이번 사건이나 『아인전쟁』에서 남긴 활약을 감안해, 체르게프 부대 대장인 빌헬름과 부대원 전원에게 주어지는 조치──,


『부대가 근위 기사단에 편입되고 그 대장 자리를 권유받다니 영광이잖아.』


"그렇게 영광스러운 부대장 자리를 버리겠다고 해놓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림에게, 빌헬름은 혀를 차며 말했다.


근위 기사단 편입, 그것은 체르게프 부대의 활약이 최고급으로 평가된 결과다.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수호하는 근위 기사단은, 어중간한 실력의 기사에게는 절대로 임명되지 않는다. 그 역할을 폐하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스트레아 저택이랑, 맥마흔 경의 저택이 스트라이드 놈들한테 습격당했잖아. 참 짓궂게도, 이번 일로 한동안은 제국의 움직임을 경계할 필요가 적어졌거든. 『신룡』과의 맹약이 아직 건재하단 사실을 다른 나라들도 알았을 테니까 말이야."


『폐하나 왕성의 경호로서 가장 중요한 게 근위 기사단이지. 군비가 평소 상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강하기로 이름난 체르게프 부대에게 그 자리가 온 셈이구나.』


"지오니스 폐하의 변덕인 가능성도 없진 않아."


횟수를 따지자면, 빌헬름이 국왕인 지오니스와 이야기를 나눈 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런 단기간의 교류만으로도 지오니스의 성품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오니스는 이번 흑룡의 출현을 중대 사항으로 받아들여,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맹약을 행사하는 결단력까지 보였다.


충성을 맹세하고, 검을 바치기에 족한 인물이라고 빌헬름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근위 기사단의 권유는, 받을 생각이다. 단장의 자리까지는 모르겠지만."


『걱정 마. 너라면 할 수 있어.』


"말이야 쉽지 넌…… 아니."


반사적으로 그림에게 반발하려다가, 그 대답을 주저했다.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빌헬름은, 한차례 끄덕이더니,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럴지도 몰라."


빌헬름 본인도, 그렇게 솔직한 답을 한 자기 자신이 놀라웠다. 다만 살짝 아니꼬운 건, 그 대답을 들은 그림에게는 놀라워하는 기색이 없고, 자랑스레 안도하고 있던 것이다.


마치, 빌헬름보다 빌헬름을 잘 알고 있는 듯한 태도로 보여서.


"웃지 마라. ──검도 못 뽑는 겁쟁이 주제에."


엉겁결에, 그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걸 들은 그림의 표정이, 이번만큼은 경악으로 바뀐다. ──불쾌함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그는 기억할까. 그것은, 빌헬름과 그림이 만났을 때──,


『용기를 쥐어짜내서, 방패를 놓을게.』


당시에 싸우는 의미를 알아내지 못했던 그림은, 빌헬름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림에게 실망해, 그림은 내뱉듯이 겁쟁이라고 매도했다.


그로부터 7년 이상이 지나, 지금에서야, 마침내 그 답이 나왔다.


──즉, 빌헬름과 그림의 관계는, 이로써 완성된 것이다.


"그만두면 뭐 할 건데? 가업이라도 이어받게?"


『가업은 동생이 이어받았어. 그리고, 남의 일로 취급해버리면 곤란해, 주인님.』


"……이봐."


문장을 읽던 빌헬름이, 마지막 한 문장을 보고 소리친다. 그 호칭이 뜻하는 바는, 바로 얼마 전에 캐럴한테서도 들었다.


"너, 설마……."


『네 장모이신 티슈아 님께는 이미 허락을 받았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당주인데……."


『힘내셔, 주인님.』


거리낌 없이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그림에게 기선제압당해, 빌헬름은 술을 들이켰다.


"이제 네 얼굴을 안 봐도 될 줄 알고 기분 좋았는데."


"────."


억지를 쓰는 빌헬름에, 그림은 말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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