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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2016년 10월 코믹얼라이브『오르코스령의 적설/전편』-2

케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6 23: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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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글라스에 대한 설명은 밑에 있음. 빙결의 인연에서도 언급됐지만, 여기 말고는 사실상 언급이 제대로 안 돼서 이걸 보는 사람들은 처음 보거나, 까먹었을 수도 있음. 거기에 당시보다 더 자세히 설명을 작성함. 


3

 

오래도 걸렸다이. 안 오나 해서 걱정했다이.”

 

“…죄송하게 됐수이다.”

 

다음부터는 조심해라이. 나는 관대하지 않다이.”

 

로그레스는 머리만 긁적였다. 그가 비아냥거린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남자는 오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고 북실북실한 카펫이 깔린 응접실의 뒤쪽에, 쓸데없이 사치스러운 책상에 앉아 엘자와 로그레스를 바라보는 이 남자는 이들을 부른 장본인, 이고르 케나시 남작이었다.

 

머리는 벗겨지고 있었고, 피부는 기름으로 반질거렸다. 술과 사치로 인해 뱃살은 불룩 튀어나왔고, 말투는 들을 때마다 짜증이 솟았다. 이고르는 호감이 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많이 만나 봐도, 이 첫인상은 지워지기는커녕 오히려 커져만 갔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일반화에 불가하다. 엘자는 딱히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만――

 

, 엘자! 내 수하들이 네가 일을 훌륭하게 했다고 보고했다이! 예쁘고, 실력도 좋고아주 훌륭한 여자다이. 내가 바란대로다이!”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일을 즐겼으니까요.”

 

. 그래서? 잘 생각해보았나이? 내 거가 될 마음은 생긴 거냐이? ?”

 

이고르는 대놓고 그녀의 몸을 쓱하고 훑어보고 있었다.

 

드러내는 피부는 얼마 없었지만, 입고 있는 검은 색의 옷은 그녀의 몸매를 부각시켜주었기에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는 누구나 망상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고르도, 그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엘자는 이고르의 떠보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하지만, 거절해야 할 것 같네요. 건강하지 않은 생활 방식을 가진 남자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참으로 솔직하구나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는 사람은 너뿐이다이!”

 

엘자의 단호한 대답에 이고르는 흥미롭다는듯이 크게 웃었다. 이 지역의 실세인 남작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절대로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구스테코 성왕국에서 계급 간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넘어설 수 없는 현실적인 장벽이다.

 

그나저나 남작님은 이 아가씨에게 껄떡거리고 계시는데나는 뭘 하면 될깝쇼?”

 

꽤나 직설적이구나이.”

 

, 사적으로 만나고 싶을 만큼 제 얼굴이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말이죠. 게다가 너무 늦게 돌아가면 그 바보 녀석들이 비싼 술을 다 먹겠죠. 이게 제일 크고요.”

 

로그레스는 엘자의 용감함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로그레스 자신도 만만치 않기는 했다.

 

로그레스의 말을 들은 이고르는 머리숱이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긁으면서 폭소했다.

 

성욕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얼굴은 한층 더 역겨워졌으며, 그의 눈빛에서는 난폭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잘해줬대이. 너희들의 성과에 대해 상을 내리고, 제대로 된 수하로 삼고 싶다이. 그 전에, 너희들이 오르코스령을 [정화]해 줬으면 한다이.”

 

오르코스령을 [정화]한다, 라는 겁니까?”

 

그래, [정화]다이. 빅터 오르코스가 다스리는 옆의 남작령은 아주 역겨운 인신매매의 현장이 되었다이. 성왕 폐하가 이 일을 들으면 깊은 상심에 빠지실 것이다이. 그러니,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눈 속에 파묻어서 없던 것으로 해야 한다이.”

 

이고르는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케나시령의 바로 옆의 영지, 오르코스령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오르코스령의 영주, 빅터 오르코스 남작은 최근, 자신의 영민들을 타국에 노예로 팔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었다.

 

당연히, 빅터는 구스테코 성교회에 소환받아 이에 대해 해명할 것을 명령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 요구를 거부하고 자신의 사병을 끌어모아 전면전도 불사할 각오를 드러냈다.

 

이건 다름아닌 성교회에 대한 배반이며, 남작이 반역을 꾸민다는 것에 대한 증거다이.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이…”

 

지역마다 남작을 임명하던 교회이니, 신도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달갑게 안 받아들이겠죠. ――성교회의 힘이 약해진다면, 이건 다른 영지에도 엄청난 영향이 생길 거고.”

 

남작의 설명을 들은 로그레스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듯 했다. 이고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대이”, 라며 덧붙였다.

 

혹시나, 성교회의 자비로운 어머니께서영수 오드글라스 님이 이 일을 알게 되시면, 이 나라는 이걸로 끝이다이.”

 

이고르의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공포와 경외감이 섞여 있었다.

 

구스테코의 자비로운 어머니로 추앙받는 영수, 오드글라스에 대한 공포와 경외감이었다.

 

오드글래스는 정령들 중에서도 대단한 힘을 가진 대정령이며, 4대정령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정령은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 간섭하지 않지만, 오드글라스는 예외였으며, 인류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 대정령은 구스테코의 험지에 살던 이들을 자신의 아이들이라 칭하고, 이들을 자비롭게 대했다. 애초에, 영구동토로 뒤덮인 땅인 구스테코에 인류가 셀 수 없이 많은 정령과 미정령들의 도움을 받아 살 수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지배력을 선사하는 오드글라스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오드글라스와 구스테코 성왕국은 현재까지 서로가 밀접한 친교를 맺고 있다.

 

성왕국과 성교회의 수장인 성왕의 자리를 정할 권리는 오드글라스에게 있었으며, 이는 구스테코 성왕국의 건국으로부터 시작된 전통이었다.

 

오드글래스는 과거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성교회의 자비로운 어머니이시다. …성왕을 꼭두각시 삼아, 성교회는 이 나라를 지배해왔으며, 지배하고, 지배할 것이다.

 

전통이 무너지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이. ――이게 우리가 지금까지 떠안았던 의무이다이.”

 

대충 감은 잡았수이다만그렇게 급하시면 그냥 [신전 기사]들을 소집하는 것이 더 낫지 않수? 솔직히 그 사람들 도움이 있으면 훨씬 편해질 것 같은데.”

 

로그레스는 고용인의 관점에서 꽤나 정확한 지적을 했다.

 

로그레스가 언급한 신전 기사들은 구스테코 성교회의 성전사들이다. 이들은 성왕의 [축복]을 받은 소수의 선택받은 이들이었으며, 소문에 의하면 이들은 초인적인 힘을 보유했으며, 일부는 볼라키아 제국의 구신장과도 맞먹을 수 있다고도 한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신전 기사들은 순식간에 오르코스령을 점령할 수 있을 터.

 

문제는, 신전 기사들이 움직이려면 성왕 폐하의 허가를 받아야 한대이. 성왕 폐하께서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되시면, 영수님께서 아시는 것도 시간 문제다이.”

 

, 성왕님께서는 오르코스령에 일어난 일을 듣고 마음 아파하시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듣고만 있었던 엘자가 질문을 던지자, 이고르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폐하께서는 이 사건에 대해 아시면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것이다이. 그러니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대이. 문제가 없으면 성왕 폐하께서 불쾌하실 보고를 해야 할 번거로움도 없고. ――이해 한 것이냐이?”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면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죠?”

 

엘자가 딴소리를 하자, 이고르는 살짝 불안한 듯이 엘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건 잠깐뿐이었고, 남작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엘자와 로그레스에게 다시 명을 내렸다.

 

내일부터는 너희 둘이 [정화] 작전의 주역이 될 것이다이. 내 병사들은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전술 쪽에서는 배운 것이 많대이. 어디 한 번, 도살자와 창자 사냥꾼이 얼마나 잘하는 지 보고 있겠대이.”

 

힘이 아니라 머리를 굴리기를 바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만, 돈만 주신다면 남작님의 충성스러운 손발이 되겠수이다. 마음대로 하십쇼.”

 

동감이에요. 다만, 돈은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지만.”

 

 

옆에 서 있는 용병의 말에 동의하면서, 엘자는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두 고용인들의 답을 들은 이고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튀어나온 턱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럼, 빅터 오르코스의 죄를 눈에 묻어버려, 깨끗이 닦으라는 것이다이.”

 

그의 눈에서만큼은 겉모습과는 달리 날카롭고, 눈치 빠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

 

4

 

――다음 날, 오르코스 령의 정화 작전이 시작됐다.

 

이고르 케나시 남작의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이고르의 사병들은 도살자 로그레스 햐트와 그의 붉은 사냥대의 지시에 따라 오르코스령의 요새를 차례차례 격파한다. 그 동안, 창자 사냥꾼, 엘자 그란힐테는 적의 진지 한복판에 잠입해 간부와 수장급 인물들을 암살하는 것으로 내부에서 무너뜨린다.

 

지휘관이 사라진다면, 남은 것은 붉은 사냥대가 오합지졸이 될 위병들을 사냥하기만 하면 된다.

 

아주 간단한 계획이었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붉은 사냥대의 실력은 출중했고, 엘자를 암살자로 투입한 이고르의 판단력 덕분이었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 고용주 나으리가 꽤 악랄하시네.”

 

로그레스는 현재 방패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화살들을 막고 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김이 생길 정도로 추웠다. 그러나 이마와 목덜미에서는 열기가 점점 오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숨고 있던 수하들은 로그레스의 혼잣말에 그를 바라봤다. 로그레스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가로젓고, 눈을 집어다가 얼굴에 발랐다.

 

지금까지 우리는 연전연승했고, 우리 측 피해는 얼마 없었다. …정확히는, 우리만 피해를 입었지. 남작 나으리의 사병들의 수가 멀쩡한 거 보면, 성교회의 단물을 빨아재껴서 피해를 삥땅치는 것일 거고. 엘자도 예상 외고.”

 

그 아가씨 말이죠? 엄청 꼴리는데 하필이면 미친 년 이어가지고.”

 

미치지만 않았어도라, 이상성욕만 아니었으면 꼴리긴 했겠지.”

 

이상성욕그러니까, 야한 쪽은 아니라는 거죠?”

 

부하의 멍청한 질문에 로그레스는 쓴웃음을 짓기만 했다. 그는 손도끼를 들어다가 다음 공격 대상이었던 바로 앞의 요새를 가리켰다.

 

부하들도 요새 쪽을 바라봤고, 그 다음 순간

 

이런 니미…”

 

봤지? …저러고도 저 년이 꼴리면, 내가 형님이라고 불러주마.”

 

부하들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로그레스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성벽 위에서는 수많은 피의 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혈의 꽃들 사이에서 광기어린 웃음을 짓는 여인이 붉게 물든 성벽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


이고르 케나시 남작에 대한 설명에서 말투가 상당히 불쾌하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음. 그래서 일단은 임의적으로, 천룡인의 말투를 흉내내서 한 번 작성해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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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이미지는 코믹스에서 나온 이미지임. 


곰 모습의 대정령으로, 정식 삽화가 존재하지 않음. 볼리베어처럼 생기긴 했지만, "어머니"라는 칭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인격은 여성체임. 구스테코 성왕국은 이 정령의 간택을 받는 자가 성왕이 됨. 일단 인류에게 굉장히 우호적이긴 한데, 얘는 대정령이라서 인류의 시시콜콜한 일까지 개입하지는 않음. 


자연스레, 성왕이라는 자는 사실상 성교회의 꼭두각시가 되는거고, 실세는 성교회가 가지게 되는 거임. 간단하게 조선의 세도 정치나 고려의 무신 정변 당시의 왕, 아니면 메이지 유신 전의 천황처럼 실권은 없는 상징적인 수장이라고 보면 간단함.


왜 인신매매를 오드글라스가 알면 빡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는 정확히 안 나옴. 아마 자기는 "모든 구스테코인"을 동등하게 자비롭게 대하는데, 알고 보니 몇몇 인간들이 인간을 사고 파는 등, 인간이 공평하지 않다는 걸 보면 빡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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