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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극장 전 선의』 : 제3장 「도착일・밤」 - 1

Eres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31 21:46:45
조회 841 추천 11 댓글 7
														

제3장 『도착일・밤』


1




『물의 우의정』에, 초대한 왕선 후보자 진영이 모두 모인 밤.


구실로 삼은 각 진영 간의 회합은 내일로 미루고, 일행은 프리스텔라에서도 드문 와후 료칸 특유의 환대를 받고 있었다.


그것은——,


「와, 엄청 큰 목욕탕이네!」


「이런이런, 너무 들뜨면 못 쓰는 것이야, 에밀리아. 딴사람들 앞에서 창피당하지 않도록, 베티는 스바루에게 맡겨졌다는…… 것일까?!」


「꺄악! 베아트리스!?」


높은 비명이 기세 좋게 뒤집어지고, 직후 커다란 물소리가 노천탕에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활기찬 손님 중 한 명, 빙글빙글 말린 머리카락이 특징적인 소녀——베아트리스가 발을 헛디뎌 탕에 빠져버린 모양이다.


「보글보글보글인 것이야.」


「정말, 베아트리스도 참, 그렇게 서두르면 위험하잖아. 너무 신나 하면 안 돼? 나, 스바루한테 제대로 부탁받았단 말이야.」


「똑, 똑같은 부탁이라니, 어찌 이런 일이… 베티도 에밀리아도, 스바루의 계책에 깜빡 넘어가 버린 것이야…….」


한 번 가라앉았던 탕에서 머리를 내밀고, 두려움에 떠는 베아트리스에게 에밀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녀는 잘 모르는 눈치지만,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 양쪽에 서로를 제대로 감독하라고 일러둔 스바루의 책략가다운 면모는 제법이다. 그만큼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에밀리아 일행에 대한 대응에 익숙하다고도 할 수 있을까.


「카앗! 이거 진짜 크네! 여관 자랑거리라 할 만하잖아.」


「네, 정말로요. 이야기로는 들었습니다만…… 목욕탕이 밖에 있다니, 놀랍네요.」


에밀리아 일행보다 늦게, 노천탕에 펠트와 크루쉬 두 사람도 찾아온다. 


몸에 유마키를 두른 그녀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노천탕을 바라보며 각자 감탄했다.

*유마키(ゆまき) : 목욕 타월


들떠 있는 에밀리아 일행까지 합하면, 참으로 환대하는 보람이 있는 반응이다.


「후후후~, 좋지? 이만큼 큰 노천탕은, 카라라기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데이? 와후 건축 양식 건물과 식사, 그리고 이 노천탕까지 포함해서 『물의 우의정』의 진정한 매력인기라」


그런 손님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마찬가지로 유마키 차림의 아나스타시아가 가슴을 편다.


눈길과 흥미를 끄는 건물에, 깊은 맛이 나는 음식들도 볼거리지만, 아나스타시아가 이 여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이 온천이었다.


크루쉬가 놀란 것처럼, 건물 밖 노천에 목욕탕을 만든다는 발상은 다름 아닌 카라라기 건국의 영웅, 『황야의 호신』의 발상이기도 하다. 혈연은 아니지만, 그의 뜻을 잇는 자로서 가명을 빌려 쓰는 아나스타시아 입장에서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기분이다.


「뭘 숨기겠노, 내 취미 중 하나가 온천 순례다 아이가. 그 점에선, 루그니카에는 온천이나 비탕 같은 소문이 별로 안 들려서 아쉽데이.」


「비탕?」


「비밀 온천 말하는 거야. 산속이나 큰 강이나 호수 근처 같은, 사람이 잘 안 가는 곳에 있는 환상의 탕 같은 거지.」


낯선 단어에 물음표를 띄운 에밀리아에게, 아나스타시아는 손가락을 세우며 설명한다. 


그걸 옆에서 듣던 펠트도 「헤에」 하고 감탄하듯 맞장구를 치고,


「확실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탕에 담그는 거 기분 좋지. 지금은 라인하르트 저택에서 매일 목욕하지만, 이렇게 되기 전에는 가끔 창관에서 목욕물을 빌리지 않으면, 대개 물로 씻는 걸로 때웠었거든. 하루하루가 고달팠지.」


「아, 나도 나도. 숲 속에 강이 있었는데, 숲은 늘 눈이 쌓여 있어서 물도 엄청 차가워서, 찌릿찌릿했었어.」


「두 분은, 정말 고생하셨군요.」


아나스타시아가 하고 싶었던 온천 자랑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절절하게 이야기하는 펠트와 에밀리아. 


두 사람의 흘러나온 이야기에, 크루쉬가 힐끔힐끔 아나스타시아 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어떻게 이야기를 맞춰야 할지 도움을 구하는 눈빛이다.


하지만 그런 크루쉬에게는 미안하게도, 아나스타시아 역시 카라라기에 있는 극빈가에서 태어나 자란 몸. 리카드에게 거둬진 여덟 살 무렵까지, 왕도 빈민가 출신인 펠트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의 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심정적으로는 펠트나 에밀리아 쪽——왕선 후보자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그렇게 신경 쓸 것 없어, 사람마다 역사가 있다는 이야기일 뿐인 것이야. 너는 할 필요가 없었던 고생일 뿐이니, 기죽을 필요 없는 것이야」


「베아트리스 님......!」


뜻밖에 빠졌던 탕에서 기어 올라와, 젖은 머리카락을 짜고 있는 베아트리스. 그녀의 말에 크루쉬가 안도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무래도 크루쉬도 한시름 놓은 듯하니, 아나스타시아는 손뼉을 치며,


「자, 베아트리스 쨩이 조금 앞서 나갔지만, 노천탕에는 제대로 된 예법이라는 기 있데이. 유마키는 탕에 담그지 말고, 머리카락도 확실히 묶어야 한데이.」


「쳇, 베티는 앞서 나간 게 아니라, 이 미끌미끌한 바닥이 잘못한 거야! 그리고, 베티의 몸은 마나로 되어 있으니, 빠르게 재구성해서 더러워지지 않은 것일까!」


「어이쿠, 편리하네. 하지만 목욕이라는 건 몸의 때를 벗기는 것만이 아니잖아.」


「맞아. 따끈따끈한 게 기분 좋아서, 나도 자꾸 오래 목욕하게 돼.」


「응응, 펠트 씨도 에밀리아 씨도, 온천을 제대로 즐길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데이. 그렇다면……」


온천 앞에서 단단히 마음을 다지고 있는 펠트와 에밀리아는 문제없을 거라며, 아나스타시아의 시선이 크루쉬에게 향한다. 


유마키 너머로 알 수 있는 여성적인 굴곡이 풍부한 몸매를 안고, 그녀는 「아, 아나스타시아 님?」 하고 뺨을 굳힌다.


그런 크루쉬에게, 아나스타시아는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우선 씻는 곳에서 몸을 씻고, 그러고 나서 느긋하게 탕에 몸을 담그는 기라! 우리, 머리카락 긴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지 않겠나」


「아니요, 제 일은 제가 할 수 있습니다만.」


「뭐어 뭐어 그라지 말고. 내도, 평소에는 미미가 같이 있는데, 계속 가필 군 따라다니며 노는 것 같아서, 혼자라 외롭데이.」


그렇게 말한 아나스타시아에게 손을 잡혀, 크루쉬가 씻는 곳으로 연행된다.


물론, 진심으로 그녀가 저항하면, 아나스타시아의 가느다란 팔로는 대항할 수 없다. 제대로 연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저항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럼, 베아트리스, 우리도 서로 씻겨주자. 펠트 쨩은?」


「난 끼워주지 않아도 괜찮아. 보다시피, 언니들과 달리 머리는 짧게 하고 있으니까. 씻는 것도 귀찮지 않고…… 어이, 뭐야, 꼬맹이」


「사양 안 해도 되는 것이야. 베티와 에밀리아 둘이서, 너도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싹 씻겨주는 것일까! 에밀리아!」


「응! 깨끗하게 해줄게!」


「우오! 그, 그만, 그만둬! 크악……」


아나스타시아가 크루쉬를 씻는 곳으로 연행하는 한편, 고양이 같은 비명을 지르는 펠트가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에게 붙들려 거품투성이가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쪽도 힘으로 시끌벅적하게 지내고 있어서, 아주 좋다.


「우짜노? 내 손에서 도망칠라믄, 에밀리아 씨들한테 맡겨 버릴 건데.」


「……알겠습니다. 항복입니다. 정말, 너무하세요.」


펠트가 당하는 꼴을 곁눈질하며, 완전히 체념한 듯 크루쉬가 어깨를 떨어뜨린다.


그 등을 밀어주며, 아나스타시아는 그녀의 길고 아름다운 녹색 머리카락을 씻기 시작했다.


물을 듬뿍 머금어, 윤기와 싱그러움의 극치를 발휘하는 엄청난 머릿결이다. 상한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는 것에,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올 뻔했다. 곱슬머리 기미가 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생각하면, 교환할 수 없을까 하는 욕심이 들 정도였다.


「이것도 저것도 크루쉬 씨 본인의 노력의 산물…… 음음, 페리스 씨의 노력이라는 선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지금, 페리스 이야기를?」


「음~, 실은 온천 들어간다고 했을 때, 페리스 씨가 남탕이랑 여탕 중에 어디로 들어갈까 하고 조금 두근거렸데이. 크루쉬 씨랑 늘 같이 있을까 해서」


「아, 아니에요! 페리스는 확실히 무척 사랑스럽지만, 남자니까요」


사랑스러운 외모에 걸맞은 애교를 계속 부리는 페리스지만, 크루쉬의 말대로 그 사고방식이나 이야기 진행 방식은 의외로 남성적인 인상이 확실히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페리스가 의식적으로 그 모습과 그 태도를 고수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을 테니, 외부인인 아나스타시아 일행은 그렇다 치고, 당사자인 크루쉬 일행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었다.


「크루쉬 씨는, 페리스 씨를 남자애라고 생각하고, 대하고 있는 기네」


「——? 그건, 네, 그럴 생각입니다」


「그런가 그런가.  ......살짝, 거기가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네?」


나지막이, 입안에서만 중얼거린 아나스타시아의 말은 크루쉬의 귀에 닿지 않는다. 


되물어온 목소리에, 아나스타시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씻는 데 전념한다. 


크루쉬는 조금 망설이면서도, 더 이상의 추궁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그 대신에——,


「아아? 라인하르트 녀석이, 언니네 녀석을 괴롭혔다고?」


거품투성이가 되어 있는 옆 씻는 곳에서, 그런 얼빠진 목소리가 들렸다.


그 펠트의 놀란 목소리에, 베아트리스와 둘이서 그녀를 씻겨주고 있는 에밀리아가,


「그러니까」 하고 손을 멈추지 않고 미소 지으며


「괴롭힌 건 아니야. 그냥 봐봐, 라인하르트는 처음 만났을 때 엄청 살짝만 놀랄 만한 분위기를 풍기잖아? 그래서, 우리 가필이라는 애가 놀란 것 같아서……」


「갸오─ 하고 달려들었다가, 보기 좋게 반격당한 것이야.」


「당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본인은 엄청 신경 쓰는 것 같아서」


들려온 가필의 이름에, 아나스타시아도 귀를 기울인다.


아무래도 사자로서 에밀리아 진영을 방문한 이후, 미미는 그 가필이라는 소년에게 푹 빠진 모습이다. 


그 일에 가장 얼굴이 창백해진 것은 그녀의 남동생 헤타로지만, 아나스타시아에게도 그녀들의 보호자로서의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아나스타시아에게 미미는 소중한 여동생 같은 존재다. 딸,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런 나이는 아니니까.


그런 아나스타시아의 자기 인식은 차치하고, 둘이서 씻겨주는 것에 이제 무저항이 된 펠트가, 씻는 곳에서 세운 자신의 무릎에 턱을 괴면서,


「어떻게 됐는지 눈에 선하네...... 어차피, 그거겠지 녀석이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그 가엾은 녀석의 검이든 주먹이든 받아내고, 『대단한 실력이십니다』 같은 말로 신경을 거슬렀겠지?」


「펠트짱, 대단해......」


「마치 보고 온 듯한 말투인 것일까」


「그대로냐고. 그 녀석, 정말로 아무런 반성도 안 하네……」


과장된 한숨을 쉬며, 펠트가 라인하르트와 가필 사이에 일어난 말썽에 대해 울적해한다. 


그러자 그 펠트에게 「에잇」 하고 에밀리아가 머리부터 뜨거운 물을 부어 거품을 씻어냈다. 


부르르 머리와 몸을 떠는 펠트, 그 반응은 마치 흠뻑 젖은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의 행동 그대로였다.


「제대로 해줬네, 언니. 좋아, 복수해주겠어.」


「아, 교대해 줄래? 정말 고마워. 머리카락이 길어서 씻기 힘드니까, 도와주면 정말 도움이 돼.」


「길어서 귀찮다면 잘라버리면 되잖아.」


「하지만, 나는 머리카락이 긴 쪽이 어울린다고, 팩도 스바루도 말해줬으니까.」


「베티도 스바루와 오라버니와 같은 의견인 것이야.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할 가치가, 분명 에밀리아의 길고 예쁜 은발에는 있는 것일까」


「예예!」


긁어 부스럼을 만든 듯한 얼굴로, 펠트가 되는 대로 에밀리아 일행에게 대답한다.


계속 손을 잡고 있어서, 스바루와 베아트리스의 사이좋음만 눈에 띄는 느낌이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의 친함도 대단하다. 


마치 자매처럼──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아나스타시아 님, 괜찮으시다면 교대합시다.」


「아, 그렇네. 부탁할게.」


시끌벅적한 저쪽과는 달리, 확실하고 착실하게 씻기를 마치고, 아나스타시아와 크루쉬가 공수를 교대한다. 위치를 바꾸고, 아나스타시아는 유마키를 풀고 등을 드러냈다.


왕선 후보자끼리, 말하자면 정적에게 무방비하게 뒷모습을 보인 셈이지만——,


「────」


「크루쉬 씨? 왜 그라노?」


입을 다문 크루쉬의 반응에, 아나스타시아는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만 돌린다. 그러자 머리를 묶은 크루쉬가 「아니요」 하고 호박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고개를 가로젓고,


「아나스타시아 님의 머리카락, 가늘고 부드러운 고양이 털 같아서,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 쿡쿡쿡」


「아, 어라? 왜 웃으신 건가요? 제가 이상한 말을 해버렸습니까?」


「아니, 아니, 그런 기 아이고...... 아, 웃겨라」


무심코, 치밀어 오르는 웃음의 충동을 목구멍 속에서 삼키는 아나스타시아에게, 크루쉬가 눈을 희번덕이며 당황하고 있다. 


그, 완전히 여성스러운 반응의 크루쉬에게, 아나스타시아는 「음─음」 하고 고개를 가로젓고,


「『멀리 있는 별일수록 빛나 보인다』, 호신 어록이라.」


「——. 그건」


「없는 것 조르기는 피차일반이라는 이야기. 하아, 이 회합 계획하길 잘했데이.」


「방금 아나스타시아 님의 납득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무척,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기분 좋은 대답에 기분 좋은 미소를 돌려주고, 아나스타시아는 크루쉬와 함께 웃는다.


그 옆 씻는 곳에서는, 드디어 에밀리아와 펠트의 맹공이 베아트리스에게 덮쳐, 그것은 그것대로 시끌벅적하고, 즐거워 보이는 떠들썩한 소리가, 천장 없는 하늘에 높이높이 울려 퍼진다.


이러니까, 노천탕이라는 것은 중독성이 있다고, 아나스타시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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