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선 벌써 5000 경연이 열렸다. 그리고 일본에는 2000 경연이 열렸다.

두 나라에서 작성된 SCP를 합치면 대충 7000개는 된다는 말이 된다.

거기에 다른 나라들에서 작성된 SCP들까지 합치면 1만개는 족히 넘는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전부 다 명작이느냐 하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명작으로 추천하기엔 이해하기가 겁나게 어려운 것도 존재하고,

이해고 나발이고 이전에 왜 이런 항목이 존재하나 싶은 쓰레기 항목도 존재하며,

그저 평범하게 재밌는 SCP도 있다.

그 중에서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작품 추천해달라고 하면, 아래 SCP들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번에는 설명이 좀 짧다. 말을 쓰다보니 너무 사족같아서 쳐내다 보니 이렇게 됐다.

사실 졸려... 자기 싫은데...

SCP-173 - 조각상 - 오리지널 [링크]

쳐다보면 움직이지 않지만, 쳐다보지 않으면 움직여 사람을 해치는 괴물 조각상.

최초의 SCP 항목이다.

이 SCP가 근본인 이유는 맨 처음 쓰여진 항목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맨 처음 쓰여진 이 항목이, 저 1만개의 SCP들 중에서도 손꼽힐 명작이기 때문이다.

우선, 간결하다. 내 노트북 화면에 다 들어올 정도로 양이 적다.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지만, 한계점이 있다는 점도 좋다.

영문모를 오물을 생성하기에 인원을 주기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좋은 포인트다. 

결국에는 저 괴물에게 인간을 갖다 바치는 상황이 되니까.

173이 단순히 682나 076처럼 메리수스럽기만 한 항목이었다면, 173이 이렇게나 기억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173은 최초의 SCP이자, SCP재단 사이트 최초의 명작인 것이다.

SCP-779-KO - 결과론적 물체 [링크]

779-KO는 결과론적 물체이다. 결과적으로만 말할 수 있는 물체이다. 내용에 대한 서술을 할 수 없다.

이 항목은 간단한 설명과 회의록 하나가 전부이다.

그 간단한 설명에서는 이게 무엇인지, 이게 왜 간단해야만 하는지를 알 수 있고, 회의록은 소소하게 재밌다.

간단하고, 납득되며, 재밌다. 짧고 굵은 항목이라 개인적으로 꼭 추천하고 싶다.

같은 이유로 SCP-____-J [링크] 역시 추천한다. 사실, 짧고 굵은 항목으로는 이것을 따라올 항목이 없다.

SCP-3000 - 아난타세샤 [링크]

다가가면 기억이 흐릿해지다 텅빈 상태가 되는 거대한 물뱀.

정신이 텅 비어버린 희생자는 결국 물뱀의 먹이가 되며, 물뱀에게서는 무언가가 뿜어져 나온다.

바로 기억소거제의 원료이다.

SCP는 기본적으로 괴담에서 출발했다. 3000은 그 와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무섭다.

기억이 흐릿해지고 텅 비어버리며, 기억이 섞여버리는 묘사를 읽다 보면 내가 그 희생자가 된 것처럼 소름끼친다.

이 끔찍한 물뱀이 사람의 정신을 녹이고 집어삼켜서 내뿜는 물질이 사실 기억소거제의 원료이고

그것을 위해서 계속 인간을 갖다 바쳐야한다는 점에서는 이건 괴물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라는 느낌조차 든다.

SCP-3199 - 인간, 반박됨. [링크]

어느 저택에서 발견된 알을 낳는 괴물.

3000번대에서 나온 클래식한 괴담.

사실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냥 괴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그게 내가 이 SCP를 추천하는 이유다.

괴물 이야기로서 매우 매력적이니까. 저택에서 발견된 메모라던가, 재단에서 대응해내는 부분이라던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이유를 나열할 수 있지만

그걸 말하기보다 직접 보면서 느껴보는 게 좋을 것이다.

SCP-040-JP - 고양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링크]

※ 개인적으로 저 링크의 번역보다는, 존댓말로 번역한 어느 블로그의 번역을 좋아한다. (지금은 없어졌다.)

존댓말로 번역된 게 위화감이 확 들더라고. 이 만화의 번역을 그래서 좋아함.

버려진 우물집 안의, 들여다보게 되면 이상한 고양이가 보이는 밈적 효과를 갖는 우물.

밈적 효과나 정신자 효과를 드러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밈적 효과에 오염된 사람을 바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 항목은 훌륭하다.

설명문 중간중간의 위화감드는 부분에 주목할 것.

SCP-CN-994 - 보고있어 [링크]

※ 지금 사이트가 맛이 가서 994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 만화를 참고할 것. 무서울수도 있으니, gif가 아닌 버전을 봐도 좋다.

SCP 항목에서 소름끼치기로는 최고급인 항목이다.

여기저기서 눈이 떠오르거나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현상.

040-JP에서 SCP의 효과에 당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여기서는 독자 본인이 이 효과에 당하게 된다.

그 자체만으로 무서운 항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