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여름. 도쿄 아키하바라. 슈타인즈 게이트 세계선.
또다시 이 계절이 찾아왔다.
몇 번이고 찾아오는 이 계절은 같은 것이 아니다. 마치 같은 온도와 습도, 날씨인 것 같아도 작년과 올해, 올해와 내년은 전혀 다르다.
돌아오는 세월과 함께 계절도 또한 돌아간다. 지구 온난화가 시끄러운 요즘에는 이 계절의 변화가 빨라지거나 늦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계절의 흐름 자체가 정체되는 일은 없다. 그저 한결같이, 그저 미래를 향해, 이 세상의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흐르고 있다. 설령 누구라도, 아무리 원해도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물며 바꿀 수도 없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과거가 누구에게나 변경할 수 없는 세계인 것처럼.
미래는 누구에게나 미지의 세계다.
그것은 좋은데.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면 모를까.
몇 가지 위험한 문제가 남아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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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 또 만났군, 제군」
(스위치 온)
(피라리라리라리라리라리라리라~ 햐라라리)
(팡팡팡팡팡팡팡팡)
(햐라리- 햐라라- 햐라레- 로렛)
「이 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은, 제군에게 “그때”가 찾아왔다는 뜻이겠지. 지금, 아마 제군은 나의 모습에 경악하고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왜냐하면 제군은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과거 이 세계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갔던 최종 전쟁. 그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싸움은 이미 종결되었을 터가 아닌가? 라고 말이다.」
「제군이 그렇게 생각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그 싸움은 참혹했다. 제군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와와~ 마유시 이 노래 알아~)
(미션 임파서블과 노래방 삼세와 갓 파피의 테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미션 임파서블이 된 것 같아)
「나의 마지막 싸움을 목격한 제군과 다시 만나게 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야기로군. 어쨌든 이 호오인 쿄우마, 과거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을 터였으니까……!!」
「하지만! 말했을 터다, 이 호오인 쿄우마는 멸망하지 않는다. 언젠가 다시 제군 앞에 가로막을 것이라고. 그 말대로, 지옥의 벼랑 끝에서 되살아났다는 말씀! 후하하하!」
(미소시루 임포세봉……?)
(마유시 마유시. 미소시루 뒷부분, 리피트 애프터 미)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뱉어주시면 저희 업계에서는!)
「훗……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라고 하겠지? 물론이다. 나는 그를 위해 돌아왔으니까! 새로운 세계 창조 전에는 기존의 질서를 파괴해야만 한다. 크크크…… 설마 잊은 것은 아니겠지. 이 호오인 쿄우마는 한 번 손에 넣은 말을 허투루 놓치지 않는다. 제군들은 이미 나의 술수에 빠져든 것이다. 도중에 도망칠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마라……!」
(모피 같은 세봉……?)
(음~ 다루군은 화장실 방향제를 좋아하는 걸까~?)
(아앗 노골적으로 무시라니 포상입니다! 마유시의 암흑 미소가 오장육부에 스며드는군!)
「자, 제군은 이 가젯이 궁금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번 크라우드 펀딩으로 많은 지지를 받은 우리 (주)미래가젯 연구소의 신작 가젯에 대해 말인데…… 그렇다, “GG 클릭커” 말이다……!」
(지지 클릭커?)
(마유시, 지지가 아니라 GG이오. 그랜드 제너레이션의 약자이니 잘 부탁하오)
「펀드를 통해 막대한 지원을 해주신 제군에게는 죄송하지만, 현재 해당 가젯은 어떤 조직과의 계쟁으로 인해—여기서는 “기관”이라고 부르도록 할까—개발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이 점은 크라우드 펀딩 지원 사이트에서 공지해 드린 바와 같다. 출자해주신 제군에게는 분명 애를 태우는 전개일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다루군, 왜 이 노래인 걸까?)
(왜냐면 말이야, 이 비디오는 신작 가젯이 아직 안 나왔어요, 죄송해요~)
(근데 열심히 만들어서 완성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부탁 아니었어?)
「하지만 제군! 부디 안심해 주길 바란다! 물건은 여기에 있다! 당국—아니, 기관! 기관과의 특허에 관련된 극비 사항이 문제로 잠시 중단되었고! 이것을 해결할 수 없어서! 그래서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니, 그러니, 그」
「이제 와서 출자금을 돌려달라고 해도 곤란하다……」
(이 테이프는 자동으로 소멸한다, 팟, 이걸 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아마 신작 가젯이나 지연 공지 같은 건 중간에 아무래도 좋아진 것 같아)
「에잇 너희들! 적당히 해라!」
✛ ✛
활짝 열린 창문으로 맑고 푸른 하늘이 보였다.
구름의 높이만 보면 완연한 초여름의 모습이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도 서서히 라이프가 줄어드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겉옷 대신 입은 흰 가운이 이상하게 끈적거린다.
덥다.
「얌전히 듣고 있으면, 아까부터 쓸데없는 참견만 하고……! 잠깐 동영상 찍는 동안만이라도 조용히 할 수 없나!?」
아키하바라 메인 스트리트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브라운관 전문점 2층. 우리끼리는 라보라고 부르는 나의 거점, (주)미래가젯 연구소.
그 담화실의 낡은 마루 위에서는 벌써부터 선풍기가 덜컹덜컹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이것도 꽤나 오래된 골동품이지만, 이것이 유일한 냉방 가전제품이라 어쩔 수 없다. 요즘 세상에 아키하바라에서 월세가 싼 곳이 있을 리 없으니 참는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나는 뒤를 향해 놓인 노트북 PC를 뒤집어, 익숙지 않은 터치패드를 더듬더듬 찾아 움직이는 창의 구석에 있는 정지 버튼을 눌렀다.
이 창은 REC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내장 카메라가 계속 동영상을 찍는 아주 간단한 녹화 앱이다. 원숭이도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즉, 편집 기능이라든가 중간부터 다시 찍는 기능이라든가, 그런 편리한 기능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쳤다.
「……정말, 또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잖아」
「무서워~ 진짜 트집 잡는 거 무서워~. 나는 마유시랑 얘기하고 있었을 뿐이고」
노트북 PC를 상대로 투덜투덜 불평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좌식 PC 앞에 자리 잡은 덩치 큰 녀석이 뭔가 시치미를 떼고 있다.
다루이다. 정확히는 하시바 이타루이며 라보멤 넘버 003. 참고로 라보멤은 랩 멤버의 줄임말이다. 그쪽 방면에 인기가 많을 것 같은 턱수염을 기르고 남국풍 셔츠를 입고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억지로 입힌 것이다. 속은 에로게와 프로그램으로 가득 찬 순수한 괴짜이니 안심해도 좋다.
거의 선풍기를 독점하고 있는데도 아직 더운지, 멋스러운 모자를 펄럭이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
「애초에 말이야, 나도 작업 중이니까 좀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오카린이 멋대로 녹화 시작한 거 아니야?」
「미안해 오카린~」
편의점 비닐봉투를 바스락거리는 것은 시이나 마유리. 라보멤 넘버 002이자 소꿉친구이자 우리 라보의 여대간부인데, 다루와 함께 내 본명인 오카베 린타로를 멋대로 줄여서 별명으로 부르는 것만은 그만둬줬으면 좋겠다. 물론 내 진명은 호오인 쿄우마이다.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마유리는 닭을 본뜬 가라아게 박스를 내민다.
「오카린도 먹을래? 신작인데, 바질 가라아게 맛이래~」
「이 빌어먹을 더위에, 어떻게 이런 기름진 걸 먹을 수 있지……」
‘기름! 고기! 갓 튀긴 것!’이라는 열기가 들이닥치자, 나는 무심코 뒷걸음질 쳤다. 도망치듯 냉장고에서 닥터 페퍼를 꺼내 봉투를 뜯어 위장으로 흘려 넣자, 쨍하게 차가운 아몬드 두부 맛이 목을 축여준다.
역시 더울 때는 닥터 페퍼다. 아니, 가라아게는 무리다.
수상쩍은 탄산의 쾌감에 몸을 떨고 있자, 다루가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어? 마유시, 얼마 전에 가라아게 대량 구매하지 않았어?」
「쥬시 가라아게 넘버원 말하는 거야~? 냉동고에 많이 있으니까, 조금만이라면 다루군도 먹어도 돼☆」
말을 듣고 냉동고를 열어보니, 알록달록한 냉동 포장지가 꽉 채워져 있었다.
그 무자비한 구매력에, 다루마저도 윽……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지금은 사양할게……」
마유리는 메이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부터 뭔가에 홀린 듯 군것질을 했었는데, 올봄에 취직하고 나서부터는 그 기세가 더욱 급상승한 것 같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어딘가 모를 광기가 느껴지는 광경이지만, 마유리에게 돈을 쥐여주면 이렇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느낌도 든다.
「크…… 설마, 마유리가 부르주아의 개가 될 줄이야……!」
「마유시는 개가 아니야~. 월급도 그렇게 많지 않고. 이것도 나름대로 잘 꾸려나가고 있는 거야」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색 도화지를 싹둑싹둑 자르고 있다. 또다시 유희용 교재 같은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다. 마유리는 얼마 전 전문대학을 졸업했나 싶더니, 어느새 근처 유치원에 덜컥 취직해 버린 것이다. 요즘에는 보육교사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마유리가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까 하고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제대로 일을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뭐 아마도, 마유리의 정신 연령이 원아들과 비슷한 탓이겠지만.
그런 미묘한 표정의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어 잘려나가는 색 도화지를 옆눈으로 보던 다루가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나저나 마유시는 대단하네. 유치원에서 일하고 라보에 와서 또 야근이라니, 오카린은 절대 못 할 함정」
「평소에는 이렇게 못 해~. 여름방학 시작돼서 일찍 퇴근한 것뿐이고」
요즘은 마침 유치원이 여름방학에 들어갈 무렵이라, 일부 원아들을 돌보는 근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인지, 라보에 들러 뭔가 작업을 하고 있다.
마유리가 근무하는 유치원에서는 칠석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계절 행사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이런 소품을 이용한 부적…… 아니, 유아 교육에 힘쓰고 있다. 코미마의 코스 제작으로 단련된 마유리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보육교사라는 직업은 꽤나 이런 종류의 야근, 즉 집으로 가져가서 하는 작업이 많다.
어쨌든 상대는 아이의 탈을 쓴 괴물이다. 조금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말을 들으라고 해도 들을 리가 없다. 그런 녀석들의 주의를 끌기에는 새로운 물건을 계속 바꿔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게다가 말이야, 이런 교재를 준비하는 거, 즐거워~. 오카린이 만드는 가젯이랑, 비슷할까~ 하고」
히죽히죽 작게 미소 지으며, 마유리는 잘라낸 도화지 조각들을 조합하여 해바라기인지 개인지 알 수 없는 크리처를 생성하려고 애쓰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도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궁리가 필요한 모양이다.
……물론 우리 미래가젯이 유희용 도화지 오려 붙이기와 같다고 하면, 조금 무릎을 끌어안고 싶어지지만.
「아, 근데 말이야, 오카린의 가젯도, 엄청 인기 많아~」
그랬다.
마유리의 부탁으로, 우리 라보에서 만든 가젯 중 몇 개는 유치원에 빌려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영광스러운 미래가젯 1호기, 비트 입자포가 가장 인기라고 한다. 방영 후에 헐값에 팔리던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 장난감을 유용한 것인 만큼, 그 디자인은 나쁘지 않으니까.
「크크크…… 당연하겠지. 우리 (주)미래가젯 연구소의 성과물은 그만큼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파고들어 그 무의식을 파고들어, 언젠가는 가젯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편의점 가라아게 신작을 입에 넣고, 이때다 싶어 얄미운 미소를 짓는다.
그런 나를 보며 마유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근데 오카린~, 그 새로운 가젯 때문에, 동영상을 찍고 있었던 거 아니었나~?」
「으그핫!!」
잊으려던 급소를 갑자기 찔려, 무심코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왠지 위장이 콕콕 쑤셔와 할 말을 잃은 나를 힐끗 올려다보며, 마유리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쉰다.
「오카린이 사장님이라니, 마유시는 지금도 믿을 수 없어……」
「뭐 사장이라는 것도 이름뿐이지만, 1엔 기업이라도 세운 것만 해도 나은 거 아니야? 오카린이 제대로 취업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안 했잖아」
「호오…… 그럼 묻겠는데, 그 이름뿐인 회사에 있는 건 대체 누구지?」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겠다고 했는데, 억지로 적만 올려놓은 건 오카린 아니야?」
할 말이 없다.
우리 라보는 몇 년 전, 주식회사 미래가젯 연구소로 정식 회사화된 지 얼마 안 된 영세 기업이다. 물론 이 연구소의 대표이사 사장은 바로 나, 호오인 쿄우마이다. 이 2층은 그 사무실이다. 주요 사업 내용은 가젯 제작 및 판매, 컴퓨터 관련 위탁 업무 수주, 기타 등등이다.
이 중 컴퓨터 관련 어쩌고저쩌고는, 간단히 말해 예전부터 다루가 하던 아르바이트다. 멋대로 수주하고 멋대로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나 유지보수 업무를 우리 회사의 실적으로 편입하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혼자 일할 거라면 라보멤이든 직원이든 다를 바 없지 않겠나……! 하고 부탁한 결과, 일단 다루는 직원이 되었다.
그래서 현재, 실질적으로 우리 회사의 업무는 가젯 제작 및 판매 기타 등등이 된다.
되는데……
「근데 말이야, 그 결과가 이번 가젯 개발 지연인 거잖아. 이럴 바엔 길 잃은 반려동물이나 찾고 있는 게 나았을지도 몰라」
말하면서, 카코코, 하고 좌식 PC를 조작한 다루는 방금 노트북 PC의 내장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을 재생해 보인다. 미션 임파서블 테마곡을 배경으로 후하하하, 하고 크게 웃는 그 모습은, 내 일인데도 짜증이 돋았다.
「자금 모으는 데 크라우드 펀딩 같은 걸 쓴 덕분에, 사과 동영상을 찍게 되다니, 상당히 본말전도랄까」
「근데 다루군, 이 동영상 속 오카린은 말이야, 사과하는 것 같지 않아~」
도화지의 부정형 생물에 눈을 그려 넣으며 동영상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유리.
물론 그런 것은 마유리가 말할 필요도 없다. 만약 내가 펀드에 돈을 냈는데 이런 동영상이 공개되었다면 그 시점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틀림없었다.
몇 분 전의 내 모습에 관자놀이를 문지르는 나를 보며, 다루가 귀찮다는 듯이 투덜거린다.
「사과 동영상도 동영상 업로드 말고 니코나마가 더 좋지 않았을까? 문제 일으킨 기업 기자회견은 라이브가 기본이잖아. 한 번에 찍는 것밖에 못 한다면 편집 수고도 덜 수 있을 거고」
「그 한 번 찍는 것으로 또 화를 샀다면 어쩔 셈이냐?」
과거 융성했던 @채널이나 기타 인터넷 게시판들은 전성기보다 조금 시들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요약 블로그나 최근 보급된 트위터나 라인 같은 SNS 서비스와도 연계하여, 기업의 불미스러운 사건 등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발신력을 자랑하고 있다.
안 그래도 납기가 늦어지고 있는데, 그 보고가 엉망진창이라면 클라이언트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불미스러운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이젠 그냥, 착수금 돌려주고 ‘실패했습니다’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아? 크라우드 펀딩은 절반 정도는 실패하는 게 전제 같은 거잖아」
「완전히 손대지 않았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지만…… 이미 물건은 발주해 버렸으니까」
개발실 쪽으로 눈을 돌리자, 자재라는 이름의 잡동사니가 굴러다니는 책상 위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실리콘제 시제품이 축 늘어져 던져져 있었다.
그 실리콘의 얇은 막을 쭈욱쭈욱 늘린 나는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에 씌워 보았다. 최근 겨우 폴더폰에서 바꾼 스마트폰은 내충격성이 강한 녀석이지만, 실리콘 재킷은 아무렇지도 않게 본체를 삼키고, 착 달라붙었다.
스마트폰 머리에는 재킷에 부속된 골프공만한 실리콘 볼이 장착된다. 설치된 앱 목록에서 “GG”라는 앱을 실행하자, 부부부부, 하고 조용히 진동한다.
「공식 마켓에서 앱 승인이 나지 않았을 뿐, 가젯 제작 자체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어떻게든 출시하고 싶군……」
으으으으, 하고 무심코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미래가젯 69호: GG 클릭커
볼형이나 지압용 돌기가 있는 스마트폰용 실리콘 재킷. 진동 기능을 제한 해제하는 앱과 연동하는 마사지기. 음성 재생 모드 있음. 승인 신청 중.
「마사지 앱을 무료로 배포하고, 마사지 볼이 달린 실리콘 재킷으로 이윤을 남긴다…… 즉, 일품이었던 기존의 가젯 제작에서 벗어나,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과 판로 확대를 한꺼번에 꾀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악마적이고, 이치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이라고 할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해, 실리콘 재킷에 부가가치를 붙인 것뿐이다. 아니, 오히려 진동 기능을 해킹하여 강력하게 만드는 앱이 주이고, 실리콘 재킷은 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앱은 다루가 만든 것이다. 스마트폰의 진동 기능을 해킹하는 앱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머리 쓰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실리콘 재킷을 만들 돈 따위 우리 회사에는 없었고.
그래서 유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것으로 “이런 것을 만들 생각이다”라고 모금했더니 생각보다 자금이 많이 모여서, 나중에 물러설 수 없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가젯, 문제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아니~ 설마 내 앱이 걸릴 줄은 몰랐네」
「설마, 공식 마켓이 등록을 허용하지 않을 줄이야……」
스마트폰의 진동 기능이 부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이 나지 않았다.
공식 마켓에서 온 메일에는 어떻게 부적절한지 쓰여 있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일단 “좀 더 시간 걸릴 것 같으니 기다려줘” 동영상을 찍으려 했던 것이다.
「이놈의 “기관” 놈들…… 고령화 사회를 위해, 그랜드 제너레이션에게 아첨하는 어깨 주무르기 가젯이, 왜 불허가를 받는단 말인가!?」
「아니, 문제 너무 많아서 그런 거 아니야? 적어도 공식 마켓에서는 무리겠지」
이를 갈고 있는 나를 보며, 다루는 어깨를 으쓱한다.
「이 실리콘 재킷 같은 것도 완전히 아웃이라고 생각돼. 부적절하다는 게 그런 의미잖아, 상식적으로」
「? 진동 기능을 사용한 휴대용 전동 마사지기의, 어디가 문제라는 것이냐?」
「이거 아무리 봐도 전동 마사지기잖아」
「전동 마사지기가 아니다! ……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겠느냐, 다루여」
전동 마사지기, 라는 것은 전동 마사지기의 줄임말이다. 대부분 막대 모양으로, 주먹만 한 진동기가 달려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그저 마사지기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음, 그게 말이지, 일부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에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들었다.
……확실히 그렇게 말하면 이 실리콘 재킷,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기도.
잠시 침묵한 나에게, 다루는 더욱 몰아붙인다.
「그럼 다른 거 물어볼게, 앱에 내장된 MP3 플레이어는 뭐에 쓰는 거야?」
「릴랙스 타임에 배경 음악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겠나. 게다가 요즘 노인들은 디지털 디바이드도 적다고 들었으니, 손주의 메시지라도 넣으면 기분이 날 것이다」
「그거, 기본으로 들어있는 게 오카린 목소리 아니었어? 공식 마켓 신청에 썼던 버전인데」
「그렇다만」
고개를 끄덕인 내 앞에서 다루는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하고 ‘재생’ 버튼을 탭한다.
직후, 내 목소리가 라보 전체에 울려 퍼졌다.
『여긴가? 아니면 여긴가? 설마, 여기가 기분 좋다는 것은 아니겠지? 시치미 떼봤자 소용없다, 후하하하! 이 나에게는 네놈의 약점이 손바닥 보듯 훤히 보이니까……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고, 그 몸을 이 손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윙윙윙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
정지 버튼을 탭하고, 다루는 한숨을 내쉰다.
「……야 오카린. 나도 악의적으로 만든 건 미안하지만, 역시 이건 변명할 수 없어」
그렇게 고개를 저으며, 다루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거, 야한 거잖아」
「오해다!」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 들으니 나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다루가 말하려는 ‘부적절’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즉 공식 마켓은 GG 클릭커를 성인용품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영광스러운 미래가젯 69호가 야한 앱 취급이라니……」
너무하다. 이렇게 고출력 진동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앱은 흔치 않지만, 이용 방법은 마사지기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실리콘 재킷까지 준비했는데, 그걸 야한 것이라고 하다니 너무하다.
적어도 전동 마사지기에서 멈춰줬으면 좋겠다.
「역시 전동 마사지기 아니야?」
「……크으으」
이를 악무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다루는 PC 의자에 앉은 채 다시 스마트폰을 진동시켜 사타구니에 대고 “안 돼애” 같은 소리를 지르고 있다. 옷이나 외모는 다소 인싸처럼 변했지만, 이 녀석의 속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 건방진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좋다…… 네놈이 그럴 생각이라면 나에게도 생각이 있다!」
「야 오카린, 진동 기능 최강으로 하니까 진짜 아픈데…… 마유시 보지 말고 도와줘!」
「오카린이랑 다루군은 사이좋네~」
PC 의자에 앉은 다루를 붙잡고, 그 짧은 발목을 들어 올리자마자 스마트폰 너머로 사타구니를 꾹꾹 밟았다. 찌릿찌릿한 스마트폰의 진동과 함께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촉이 슬리퍼 너머로 전해져 왔고, 다루는 “끼야아아” 하는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그때.
그때, 끼이이이, 하고 유난히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저기, 바쁘신가요……?」
그와 동시에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뒤돌아본 내 시야에 삐약삐약거리는 사이드 테일이 들어왔다. 이 근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고등학교 교복인데, 여름용으로 바뀌었는지 스카이 블루 체크 타이가 눈부셨다.
그리고, 전동 마사지기 아니 야한 것 아니 실리콘 재킷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사타구니에 댄 채 고통스러워하는 다루의 추태를 본 그녀는.
「……우와」
하고 진심으로 싫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 얼굴에는 ‘오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쓰여 있었다. 한창때의 여고생에게는 분명 역겨운 광경이었겠지만, 이런 세입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마유리가, 방금 만든 크리처를 옆에 놓으며 기쁜 목소리를 냈다.
「앗, 나에짱이다~. 어서 와~☆」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 있는 것은 아래층 브라운관 공방 주인, 텐노지 유고 씨의 외동딸.
나에였다.
=========
발매 중단된 이유를 알겠지?
1. 주연들의 괴상한 취직. (유치원,사장...)
2. 쓸데없는 섹드립의 가젯( 69호의 진동마사지기)
3. 기분나쁜 오카베와 다루의 게이짓
아마 다 쓰고나서도 이건 아닌데 싶어서 현타와서 봉인했을듯 ㅇㅇ
내용도 안봐도 뻔함 1권 완결이 아니라 이걸 시작으로 시리즈화하려고 클리프행어였을테고..
아쉬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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