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료소설 중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글을 찾아 읽는다. 반드시 유료분까지 결제해서 볼 것. 그래야 내가 이 글을 읽을 때 돈이 아까운지 아닌 지 알 수가 있다.

 만족스러운 글을 찾아 읽었다면, 자신이 왜 그 소설을 좋아하는 지 반드시 분석해 볼 것. 분석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다.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캐릭터성', 소설의 서사를 좋아한다면 '스토리' 등 몇 개의 단어로만 정리해 놔도 충분.

 1-2. 필사를 한다. 이 부분은 선택사항이다. 문체를 좋아한다거나 묘사를 좋아할 경우에만 필사해라. 스토리라거나 캐릭터성은 상상력에서 비롯되니 필사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필사를 하게 되면 글을 곱씹기가 굉장히 편해진다. 자연스럽게 글의 장단점이 뇌리에 각인되기에 흉내내고 변형하기가 더욱 편해질 것이다.

 2. 특이한 글을 찾아 읽는다. 요즘같으면 전툴루가 대표적인 '특이한 글'이다. 자신과 전혀 맞지 않더라도 반면교사 삼아 읽기만 해라. 가장 중요한 것은 이때는 글을 분석해서는 안 된다. 생각 없이 읽어내리고, 기억에 남는 부분만 정리해서 구석에 처박아 놓은 후 잊어버려라. 가끔가다 눈에 띄는 위치에 정리되어 있으면 족하다.

 2-2. 글을 써 본다. 이 부분은 선택사항이지만 굉장히 도움이 된다. 설정도 플롯도 없이 글을 싸질러 본다. 단편이라도 좋다. 활자조합물이라면 더 좋다. 이 과정은 브레인스토밍 과정으로, 익숙해지면 단편을 몇 개 싸지르는 것만으로도 소재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다음 과정이 갈린다.

 3-1. 만약에 2-2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장르별로 대표작을 하나씩 읽는다. 여기서는 굳이 유료분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반드시 분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분석의 요지는 간단하다. '독자를 얼마나 몰입시키는가.' 타이머를 하나 켜 놓고 글을 읽으며 자신이 어느 순간부터 몰입이 끊겼는지 체크하는 것도 좋다. 이 과정은 소위 말하는 '클리셰'의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3-2. 만약에 2-2 과정을 거쳤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집필을 시작해도 좋다. 싸질렀던 소재들 중 조금이라도 끌리는 걸 가지고 10만 자 가량의 서사를 써 본다. 이 과정은 설정집을 만드는 연습으로, '개연성'의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캐릭터별, 사건별, 시간대별 설정집을 짜고, 그것을 기반으로 플롯을 작성한다. 만약 이 과정을 수행하는 도중 재미가 식어버린다면, 만들어 놓은 걸 가차 없이 버리고 2-2 과정부터 다시 시행한다.

 4. 이제 글을 본격적으로 써 볼 시간이다. 그리고 여기서 필력이 얼마나 좋아질 지 스스로 가늠해볼 수 있게 된다. 도입부를 작성하라. 단, 도입부를 여러 개 작성하고 퇴고하지 마라. 분량은 상관없다. 프롤로그를 포함한 5화를 쓸 지, 프롤로그만 쓸 지는 오로지 당신의 자유다. 최소 5개의 도입부를 만들어 보라. 그리고 잠에 들든 여가생활을 즐기든 글쓰기에 관해서는 잊는 시간을 가져라. 10시간 정도는 글에 손도 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4-2. 만약 자기가 쓴 글이 몇 시간이 지나도 계속 머릿속을 떠다니고 괴롭힌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글들을 노트같은 것을 이용해 '손으로' 쓰고 기억나지 않는 글들은 모조리 지워라. 이 과정은 '작가의 취향'에 대해 이해하는 것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결국 자기가 쓰면서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 알아야 글을 맛깔나게 쓸 수 있다. 만약 이 과정을 수행했다면, 더 이상의 과정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 당장 빡글하러 가라.

 5. 꽤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쓴 도입부들을 돌아본다. 아마 대부분의 상황에서 글의 단점이 부각되어 보일 것이다. 퇴고를 시작하라. 퇴고할 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자신이 읽기에 재미있는가?' 그냥 트렌드를 따라가 보는 것은 필력이 떨어진다 느끼는 당신에게는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행위다. 그리고 혹시나 실수가 나왔을 경우, 그것에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마라. 이 과정을 거치면서 실수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의 뇌가 운 좋게 사고를 친 것 뿐. '자신에게 관대해져라.'

 6. 이 과정을 모두 수행했다면, 당신에게 경의를 표한다. 당신은 이제 자신이 어떤 글을 쓰고자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또한 글을 쓰면서 중요한 것을 스스로 캐치해낼 수도 있게 된다면, 필자는 한없이 기쁠 것이다. 이제 자신이 쓰고 싶었던 소설을 써라. 열 개의 소설을 쓴다면 하나쯤은 읽을만한 것이 튀어나올 것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장르 여러 개를 써보며 느낀 걸 한번 공유해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