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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2

ㅇㅇ(211.200) 2019.11.14 00:50:44
조회 4438 추천 59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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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씨?!”


나는 기겁해서 몸을 일으키고 눈을 번쩍 떴다.


말도 안 돼.


이런 말투와 행동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 히나 씨라고 생각했는데.


“깜짝이야! 놀랐잖아, 호다카.”


내 급작스런 반응에 히나 씨가 살짝 움찔했다.


이제 막 일어났는지, 아직 양 갈래로 땋지 않고 부스스한 머리다.


“미, 미안합니다.”


나는 얼결에 사과하면서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엎어진 시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완전히 망가졌다. 구제불능이다.


“저 시계, 호다카 꺼?”


“네.”


“어쩐지 낯설다 했어. 맘 편히 이틀 동안 쉬러 온 건데, 아침댓바람부터 이런 식으로 깨게 만들면 어떡해?”


“……미안합니다.”


나는 연신 사과만 하면서 히나 씨의 인상을 관찰했다. 터무니없는 이질감이 든다.


원래 히나 씨도 그리 순하기만 한 인상은 아니다.


위로 뾰족이 솟은 눈매에 마른 얼굴 때문에 여우와 고양이를 반쯤 섞어놓은 듯한 느낌.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츤데레 캐릭터들의 성격을 입히면 딱 어울리는 옷 그 자체다.


하지만 평소엔 헌신적이고 선량한 성격 때문에 딱히 부각되지 않았는데,


이번은 다르다.


“맨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고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


허리 양쪽에 손을 얹은 채 고개를 숙이고 으르렁대는 히나 씨.


이럴 땐 뭐라고 대답해야하는 걸까.


“저기, 히나 씨.”


“뭐?”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히나 씨에게 용기를 내서 물었다.


“혹시 뭐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나요?”


“아니, 쿨쿨 잘만 잤는데. 왜?”


“평소랑 약간 다르신 거 같아서.”


“뭔 개소리하는 거야? 나는 항상 이랬는데. 잠이 덜 깼나.”


“…….”


히나 씨의 위압감에 눌려서 나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마법에 걸린 날인가? 아니면 사춘기가 엇박자로 온 건가? 그렇다면 이해는 되지만.


“아무튼 나는 씻고 준비한다. 호다카도 얼른 정신 차리고.”


“네…….”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자, 잠깐, 히나 씨!”


다시 한 번 기겁하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왜?”


히나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민소매 외투를 벗어던지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수수한 흰색 브래지어 끈이 얇고 흰 등을 두르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고 말았다.


“제 앞에서 그렇게 옷을 벗으시면…….”


“그때 호텔에선 아예 다 벗었는데도 잘만 봤으면서 새삼 왜 그래?”


“아니, 그땐 맨살이 안 보였고 지금은…….”


“에휴, 까다롭기 굴기는.”


히나 씨는 혀를 차면서 욕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았다.


그래도 아주 귀를 닫은 태도는 아닌 모양이다.


‘히나 씨가 저렇게 대담했나?’


의문이 끊이지 않고 온천수처럼 솟는다.


내가 히나 씨랑 절친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볼 꼴 못 볼 꼴 다 드러낸 사이도 아니다.


선은 잘 지키고 있다. 남들이 보면 답답하게 느낄 만큼.


“우우웅,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거의 열 템포는 늦게 잠에서 깬 선배가 눈을 비비적대며 일어났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잠버릇이다. 이건 이것대로 부럽긴 하다.


“선배, 히나 씨가 이상해!”


“누나는 원래 이상해.”


“아니, 그런 쪽이 아니라!”


나는 손짓 발짓을 동원하며 히나 씨의 이상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나기 선배의 동공이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덜덜 떨렸다.


“그, 그거 설마…….”


“설마?”


“옛날의 누나야.”


“네?”


“엄마가 입원하기 전의 누나!”


곧이어 나기 선배는 머리를 감싸 쥐고 혼잣말을 이어갔다.


“뭐지, 갑자기 왜 그때로 돌아온 거지? 정신 퇴행 증상? 약 올리려고 연기? 아니면 엄마가 부활이라도?”


“선배, 여긴 드래곤볼 세계관이 아닌데요.”


“으으으, 큰일이야. 또 내내 눈치 보고 살아야 하는 건가?”


패닉에 싸인 선배를 걱정스레 바라보다가, 문득 한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옛날의 누나.


옛날의 히나 씨?


‘설마 내가 새벽에 올린 그 기도 때문에?’


그럼 내 탓인가?


난데없이 드는 죄책감에 허둥지둥하다가 이내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럴 리가 있나.


“어떤 놈이 내 뒷담을 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향과 온기를 내뿜으며 욕실을 나온 히나 씨가 눈매를 날카롭게 세웠다.


나는 각을 잡고 앉아서 히나 씨의 움직임을 살폈다.


터프하게 수건으로 머리의 수분을 털어내고는, 미니 냉장고에 넣어놓은 콜라 한 병을 원샷했다.


저거 1.5L짜린데.


“크으, 시원하다!”


…….


저건 히나 씨가 아니다.


나의 히나 씨는 저러지 않아.


멘탈이 바삭바삭해진 나는 선배를 따라 머리를 감싸 쥐고 몸을 웅크렸다.


히나 씨, 정신 차려요.





정신없는 하루였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고역일 줄이야.


오늘의 히나 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그 자체였다.


생전 모르는 어린애가 장구 놀이하다가 물 좀 튀게 했다고 정신교육을 시키질 않나,


아이스크림 파는 가판대에서 새치기하는 양아치랑 기 올리고 입씨름을 하질 않나.


무엇보다 가장 큰 관문은 거기였다.


“우와, 예쁘네요.”


높은 곳에서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소소한 행사장을 목격했다.


손님들을 대상으로 경품을 걸고 개인기를 선보이게 해서 흥을 돋우는 장소인 모양이다.


그리고 무대의 뒤편에 전시된 경품들 중 하나가 내 관심을 확 끌었다.


사탕 장식이 달린 우산을 들고 있는 테루테루보즈 인형.


히나 씨와 맑음 소녀 일을 시작할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뭐야, 호다카. 저거 갖고 싶은 눈치인데?”


히나 씨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얼굴을 응시했다.


원래의 히나 씨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반응이지만, 오늘은 아니다.


불안하다.


엄청 불안하다.


핵폭탄을 곁에 두고 걷는 것만 같다.


“아니요, 별로! 그냥 잠깐 눈에 띄어서…….”


“거짓말, 욕망의 눈빛이 훤히 보이는데? 나한테 맡겨 봐.”


“히, 히나 씨?!”


히나 씨는 다짜고짜 내 손목을 붙잡고 무대 위로 끌고 갔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가 된 기분이다.


나는 최후의 보루를 향해 SOS 신호를 보냈다.


“나기 선배, 살려주세요!”


“미안해, 호다카. 나만이라도 살자.”


“선배―!”


그렇게 내 마지막 희망은 슬쩍 뒤로 물러나서 응원의 제스처를 보냈다.


냉혹한 선배.


“어허, 이번 참가자 분들은 젊음과 생기가 넘치는 커플이시군요! 보기 좋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중년의 사회자 분이 나와 히나 씨를 활기차게 맞아주었다.


곧이어 구경꾼들의 박수 소리가 들리고 나는 겸연쩍게 고개를 숙여 소심하게 인사했다.


반면에 히나 씨는 두 팔을 들고 흔들면서 그 환호에 적극적으로 화답해주었다. 역시 생소한 모습이다.


“아니, 이분은 예전에 TV에도 나오신 맑음 소녀 아니신가요?”


“네, 저는 아마노 히나! 100% 맑음 소녀랍니다! 지금은 폐업했지만요~”


그러자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배는 커졌다.


아, 제발.


사고만 치지 마세요.


“옆에 분은 그때 같이 일하던 매니저이신가요?”


“아니요, 지금은 남자친구!”


“엑.”


내가 뭐라고 반응할 틈도 없이 히나 씨는 강제로 팔짱을 끼면서 스킨십을 했다.


“그렇지?”


“아, 그게…….”


우물쭈물하는 내 귀를 붙잡고는 귓속말로 협박하는 히나 씨.


“애인 관계라고 어필해야 상품을 탈 확률이 올라가. 얼른 장단 안 맞추면 죽는다.”


“네, 네! 남자친구입니다, 아하하하!”


밀려오는 자괴감을 무릅쓰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이게 뭐야.


“두 분께서 함께 보여주시는 건가요?”


“저 혼자만으로 충분해요.”


“혼자서요?”


“네, 우리 달링이 저 인형을 갖고 싶다고 해서 힘 좀 내보려구요!”


“허허허, 보통은 남자친구가 이런 식으로 나서는데요. 보기 좋군요. 그럼 어떤 개인기로?”


“저는 춤으로 하겠습니다아!”


춤? 댄스?


나는 흠칫 놀라서 히나 씨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히, 히나 씨. 춤 잘 못 추시잖아요. 그때 추신 코이 댄스로 하실 건가요?”


“이제 그렇게 한물 간 춤 안 춰. 트렌디한 걸로 가야지.”


“그, 그럼?”


“가만히 지켜보기나 해.”


히나 씨는 기세등등하게 가슴을 쭉 펴더니,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게리 글리터의 ‘Rock and Roll Part 2’ 부탁합니다!”


Rock and Roll Part 2…….


미국 노래라는 것만 짐작이 갈 뿐, 생소한 제목이다. 히나 씨는 이런 취향도 있었나?


이런저런 의문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던 참에, 곡의 도입부 멜로디가 귀청을 울렸다.


그러자 감이 왔다.


아, 설마…….




----------------------------------------



관객수 떡상해서 기분 좋게 올리는 2화.


분량 조절 실패해서 야스신은 3화에 나옴.


3화 원고는 거의 다 썼는데 퇴고중.


이번 작품은 진짜 의식의 흐름대로 폭주하고 써서 어디로 튈지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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