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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1

ㅇㅇ(211.200) 2019.11.12 20:46:43
조회 5674 추천 86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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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히나 씨가 사라지는 꿈이다.


아낌없이 퍼주는 나무처럼 혼자 모든 걸 짊어지고, 희생하고, 결국 껍질만 남은 채 증발하고 말았다.


나는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오열했다.


하지만 뜻밖의 사태는 아니다.


예상보다 이별의 순간이 빨리 찾아왔을 뿐.


히나 씨는 나서야 할 때는 항상 제일 먼저 나서고, 도망쳐야 할 때는 가장 늦게 발을 빼는 사람이니까.


자신을 위해 기도하라고 내가 그렇게 진심을 담아 조언했지만, 히나 씨는 듣지 않았다.


질책할 생각은 없다. 천성이 그러니까.


하지만 그 천성을 바꿀 수 있다면, 히나 씨가 훨씬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다카!”


“어?”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리자 몽롱한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졸졸졸.


청량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그 뒤를 잇고, 그제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떠올렸다.


세타가야구 근처의 토도로키 계곡.


4년 동안 도쿄를 침식해온 비가 드디어 멎자, 여름 휴가철을 맞아 사람들이 해변에 너무 몰려서 일정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히나 씨와 내가 선택한 피서지가 바로 이곳.


여기 역시 빈말로도 사람이 적다고는 못하지만, 적어도 해변보다는 훨씬 넉넉한 편이니까.


“그새 못 참고 잤어?”


“하하, 미안해요.”


“괜찮아, 그동안 나보다 훨씬 피곤했을 텐데 이렇게 시간 내준 것만 해도 기뻐.”


히나 씨는 해맑게 웃으면서 자세를 숙여 손에 든 쟁반을 내려놓았다.


정성스레 토막 낸 수박이 탐스런 과육을 과시하고 있었다.


“수박 먹자. 나기는?”


“선배요? 아까 헤엄친다고 해서 근처에서만 놀라고 했는데…….”


잠깐만.


계곡, 수영, 14살 꼬마 혼자, 그리고 감감무소식.


“설마!”


“설마!”


히나 씨와 내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경악한 순간,


“누나, 호다카!”


저 멀리 선배가 달려오며 철렁한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맨발인데 뾰족한 자갈을 피해서 오느라 걸음이 썩 빠르지 않다.


“나기, 어디 갈 때는 말을 하고 가야지!”


“미안해, 누나. 저기 여자애들이 자꾸 귀찮게 굴어서 아주 잠깐 상대해주고 오느라.”


선배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수영복 입은 중학생 소녀들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역시 선배는 대단해.



우리 셋은 자리를 펴고 앉아 계곡의 절경을 구경하며 수박을 집어 들었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여유지?


나는 감개무량해서 맑은 공기를 크게 들이쉬고 다시 쟁반으로 손과 시선을 향했다.


그런데,


“음?”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가장 과육이 적고 맛없는 조각들이 그새 싹 사라져있었다.


난 그저 손이 가는대로 집어먹었을 뿐이고, 한창 먹을 나이인 선배가 굳이 양보할 거 같진 않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 명.


“……히나 씨.”


“응?”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히나 씨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애 코에도 못 붙일 크기의 조각들은 모두 히나 씨의 몫이었다.


그마저도 맛있다고 깨작이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이거 드세요, 히나 씨.”


나는 제일 큰 조각을 골라서 히나 씨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히나 씨는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 호다카. 나 배불러서.”


“아직 점심시간도 안 왔는데 무슨 배가 불러요.”


“아침을 많이 먹었거든. 호다카 먹어.”


“제 부탁이라도 안 될까요?”


“……호다카.”


모처럼 강경하게 나오자 히나 씨도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고마워.”


미소를 머금으며 수박 조각을 받아들고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히나 씨.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몰랐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히나 씨, 우리 이거 먹고 같이 물에 들어갈래요?”


“물에?”


마음이 가벼워진 덕에 즐겁게 한 제안이었지만, 히나 씨는 그마저도 받아주질 않았다.


“미안, 미안. 나기랑 같이 놀아. 난 오늘은 구경만 하려고.”


“왜요? 기껏 계곡까지 와서.”


“그게 실은…….”


히나 씨는 우물쭈물 말끝을 흐리다가 멋쩍게 웃었다.


“어제 혈소판 헌혈했거든. 하루는 주사 꽂은 부위에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해서.”


“헌혈이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헌혈은 오히려 히나 씨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영양결핍이랑 빈혈로 쓰러져서 응급실 간 게 고작 반 년 전인데.”


“응, 그래서 기다렸어. 빈혈 경력이 있는 환자가 헌혈할 수 있는 시간이, 발병 시기로부터 반 년 뒤래.”


“세상에.”


즐거워야 할 피서지에서 난 도리어 가슴이 아렸다.


어느새 선배도 게걸스런 움직임을 멈추고 나와 히나 씨를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히나 씨, 그러지 마세요. 조금은 자기 것도 챙기고 살아요.”


“이미 챙기고 있어.”


“뭘요?”


“호다카, 나기랑 이렇게 있는 것 자체가 과분한 선물이잖아. 나는 4년 전에 진작 죽었어야 했는데.”


그 말을 듣자 나는 차갑게 정색했다.


“히나 씨, 그때 일은 말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미, 미안해, 호다카.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그제야 히나 씨도 아차 싶었는지 얼굴에 그늘이 졌다.


동정을 부르는 표정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히나 씨를 질책하고 싶었다.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거냐고.




밤이 되자 근처의 작은 여관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어놓았다.


집 밖에서 자는 건 오랜만이다.


한편, 히나 씨는 맑은 밤하늘을 보고 싶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도심에선 매연과 빌딩 때문에 좀처럼 그런 절경을 보기 힘드니 그러려니 했다.


“호다카.”


“선배?”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나기 선배가 진중한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아까 누나 말린 거 말이야.”


“응.”


“헛수고니까 그만둬. 이제 와서 마음 돌릴 누나가 아니니까.”


선배는 소리 죽여 자리에 앉고 쓴 입맛을 다셨다.


“내가 초등학교에 막 들어가던 시절부터 계속 말렸어. 좀 챙겨먹어, 자기 몫은 생각하고 살아, 누나가 그럴수록 나만 불편해…….”


“결국 하나도 안 들은 거군.”


“맞아.”


선배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긍정하고는 다시 추억에 잠겼다.


“누나도 처음부터 저러진 않았어. 엄마가 병석에 눕기 전까진 꽤 이기적이었지.”


“이기적인 히나 씨라니, 상상이 안 가는데.”


“아니, 정말 그랬다니까. 그런데 엄마가 쓰러진 이후로 완전히 변해버렸어. 마치 자신이 엄마가 된 것처럼.”


“…….”


나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선배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가끔은 그때의 누나로 돌아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활달하고 장난기 많던 누나로.”





밤이 깊었다.


깊이 내려앉은 어둠을 샛노란 보름달이, 불쾌한 정적을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몰아냈다.


그래, 한여름의 밤은 원래 이래야 정상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


히나 씨는 이 야경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던지려고 했다.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경찰들까지 따돌리고 히나 씨를 구해줬다.


하지만 히나 씨가 마음을 고쳐먹지 않는 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신님, 부탁입니다.’


새근새근 잠이 든 히나 씨와 선배를 옆에 두고, 나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히나 씨를 원래의 성격으로 돌려주세요. 이른 나이에 성숙해서 손해 보고 사는 모습을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어요. 이쪽이 아마 히나 씨에게도 훨씬 행복할 거예요.’


호텔에서 시간을 멈춰달라고 한 이후로 가장 진심 어린 기도였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는 맑음 소녀가 아니고, 단 한 번도 하늘은 내 소원을 들어준 적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것이 첫 사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삐빅― 삐빅―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듣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내 평소의 기상시간에 맞춘 시계가 요란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아차, 지금은 쉬러 온 건데 재설정하는 걸 깜빡했다.


나는 몽롱한 와중에 더듬더듬 시계를 찾아 손을 움직이는데,


“아, 완전 짜증나!”


누군가 거칠게 시계를 발로 차서 알람 소리를 멈췄다.


애꿎은 건전지들이 방바닥을 뒹구는 소리가 뒤를 잇는다.


선배, 한창 클 시기에 잠을 방해한 건 미안하지만 방식이 너무 터프한데…….


“응?”


잠깐만.


이건 나기 선배의 목소리가 아닌데.


이제 슬슬 변성기에 접어든 남중생의 목소리가 이렇게 높을 리가 없잖아.


아니, 설마.



“히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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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 분위기 안 좋기에 고민하다가 그냥 올렸습니다.


이전 작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는 나름 내공을 담아서 후속편 같은 느낌으로 집필했다면,


이번 건 철저히 제가 꼴리는대로 끄적여서 욕망이 많이 반영된 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수도....


반응 안 좋으면 그냥 중간에 접을게요.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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