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오간 대화가 온라인을 달궜다.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이 부모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안 되냐"며 사실상 증여를 기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다.
아이의 말은 단순한 철없는 투정이 아니라, 요즘 세대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집값 정보와 그로부터 형성된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부동산 광고판, 포털 검색, 커뮤니티만 둘러봐도 거주지의 시세를 알 수 있는 환경에서 청소년들까지 아파트 가격을 자연스럽게 체감한다.
부모의 자산이 곧 자신의 미래 조건이라는 메시지를 이른 나이에 접하는 셈이다. 댓글 공간에서는 "현실 인식이 빠른 것뿐"이라는 반응과 "노동의 의미가 흐려진다"는 우려가 맞섰다.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서울 아파트값의 가파른 상승이 자리한다.
최근 10년 사이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크게 뛰었고, 자치구 간 가격 격차 역시 확대됐다. 과거엔 비슷했던 지역 간 평균 시세 차이가 수 배로 벌어지면서, 어느 동네에 살고 있는지가 곧 자산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미성년자 증여 늘며 굳어지는 부의 대물림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상승 속도도 문제다. 같은 기간 임금 인상률을 크게 웃도는 집값 상승이 반복되며, '일해서 버는 돈'보다 '보유한 자산'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체감이 확산됐다. 이 흐름은 자산 이전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다주택 규제와 세제 불확실성 속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해졌고,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를 자녀에게 미리 넘기는 증여가 늘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고, 미성년자에게 이전된 주택의 상당수가 가격 상승을 주도한 지역에 집중됐다.
주거 안정과 세금 부담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라는 설명이 뒤따르지만, 결과적으로 출발선의 차이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 급등의 파장은 특정 고액 자산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엔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고가 아파트가 서울 전반과 수도권 주요 신도시로 확산되면서, 더 많은 가정이 자산 가치 변동의 영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아이들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를 인식하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해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동산이 주요 상속·증여 자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향후 수십 년간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세대 간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가 주택을 보유한 상위 계층일수록 상속 논의를 앞당기고, 자녀를 자산 관리 의사결정에 일찍 참여시키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구조적 변화로 본다. 저성장 국면에서 자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기회의 문이 좁아졌고, 주거 자산 비중이 높은 사회 구조와 투명한 가격 정보가 인식을 더 빠르게 바꿨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고착될수록 노동과 교육을 통한 이동 사다리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된다.
초등학생의 한마디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가 먼저 깨달았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부동산 구조가 얼마나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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