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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해병사(海兵死) 제 1수기-1

후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18 21:17:33
조회 717 추천 55 댓글 18

[시리즈] 해병사(海兵死)
· [해병문학] 해병사(海兵死) 제 0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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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화가 아닌 픽션입니다.




-제1수기-


처음에는 부정했다.내 이상을 스스로 무너트리기 싫다고 착각했었다.
두 번째로는 분노했다. 내 이상은 이미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협상했다. 가루가 되어버린 이상을 어떻게든 다시 세우기 위해서였다.
네 번째로는 우울감이 밀려왔다. 협상은 커녕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마지막으로는.... 수용했다. 그 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3일,단 3일만에 벌어진 일이였다.

1수기,나의 첫 죽음을 쓴다.

포항
해병의 도시라 불리우는 곳
도착했을 때 불었던 바다내음을 머금은 바람을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약간의 짠내와 비릿한 냄새 그리고 약간 따가웠던 눈과 눈을 비비는 나의 손
눈을 비비면서도 내 눈에 나타나는 부푼 기대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의 기억은
되짚어봐도 쪼개진 기억의 편린을 줍기는 힘들었다.
그 당시에는 그저 해병으로서의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지금도 딱히 기억할 이유를 찾지 못 하는 것을 보면
지금이나 과거에나 나는 무지한 원숭이에 불과한 듯 하다.
이상을 그저 꿈같은 존재로 묻어놀 수 있었던 마지막 장소였다.

자대배치 후 나는 신병으로서 아니 아쎄이로서
이미 목적을 달성했었다.
 '해병'
나의 이상이자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하지만 문득 들었던 생각이 떠올랐었다.
"나의 이상을 현실로 살아가는 이의 이상이 궁금하다."
난 내가 말했던 그러한 인물이 되어있었지만
나는 무어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오락기를 손에 넣은 아이처럼...
내집을 마련을 성공한 사회 초년생처럼...
그저 '행복'만이 뇌내에 가득 차 몸을 집어 삼키는 기분이였다.
표면장력조차 이겨내 넘쳐 흐르는 컵의 물처럼
그 누가 뭐라해도 이 감정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걷는다. 행복했다.
웃는다. 행복했다.
숨쉰다. 행복했다.
'해병' 행복한 두 글자였다.

부사관님께서 앞으로 내가 생활하게 될 곳으로 안내하셨다.
나는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다.
내 예상보다 차가웠다. 주위의 한기를 이 작은 스테인리스 쇳덩이가 모조리 머금은 것 같았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민다.
들인 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들인 긴장은 인생 20년 중 가히 최고의 긴장이였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엔 이상(理想)을 위장한 이상(異常)이 있었다.

"신병 왔다. 짐 싹 풀어주고 밥맥여라"
부사관님의 정석적인 한마디였다.
생각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아쎄이라 하지 않고 신병이라고 부른 것이였다.

부사관님이 나가는 발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준비를 했다.
곧 밀려올 전인들의 질문공세와 가혹행위들을 말이다.
하지만 걱정 따위는 없었다.
모든 질문과 그에 따른 정답이라 부를 수 있는 답변이 머리 속에 있었다.
설사 정답이 안 보이는 이른바 답이 없는 상황도 제일 나은 최선의 수를 떠올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는 앉아 있었고 모든 질문을 받겠다는 결의에 차있었다.

그때였다.
나는 본능적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고양이과 대형맹수의 포효를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안았고
그것이 구태여 말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말이다.

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를 물색했다.
말년병장? 아니였다. 보이지조차 않았다.
병장 다음 계급인 상병을 찾는다.

그리고 알았다.
이곳의 실세를
그리고 느꼈다.
배변물에서 나는 듯한 악취를

'김덕팔'
그의 이름인 듯 했다.

그는 척봐도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였다.
190에 100kg을 가볍게 넘어보이는 듯한 골격과
그와 어울리게 시멘트처럼 갈라진 듯한 근질
하지만 그런 육체미적으로 훌륭한 신체보다도 먼저 보였던 것은
그의 입술이였다.

그것은 입술이라기에는 너무 크고 두껍고 길었다.
그 입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그 입술이 열리니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야"
"이병 김해붕!"
나의 야가게 남아있던 이성이 나를 도왔다.

"너..."
그가  말을하는 수초 동안 내 뇌는 빠르게 맷돌을 굴렸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든 최고의 답변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찰나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좀 예쁘다?"

해병사(海兵死) 제 1수기-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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