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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55)-회귀(回歸)

에이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5 1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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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무슨..."

-콰아아아앙!

또 한 명의 불량배가 머리채가 붙잡혀 벽에 매다 꽂혔다. 그리고 소녀의 머리가 매다꽂힌 벽은 쩌적하면서 금이 갈라지는 것이다.

-콰아앙! 콰아앙! 콰앙!

이미 그 한 번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건만, 소녀의 증오는 이로 만족하지 못했다. 소녀는 불량배의 머리롤 꽂고, 꽂고, 또 매다 꽂았다.

불량배의 헤일로는 꺼진 지 오래였지만, 소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그저 방관한다면 자경단이라는 이름이 울 수밖에 없다.

"그만 두십시오!"

레이사의 외침에, 소녀는 고개를 불량배에게서 그녀에게로 돌렸다.

"크아아아악!!!"

그리고 또다른 먹잇감을 찾았다는 듯 포효하고는, 그대로 소총을 발사해대는 것이었다.

-타다다다다다!!!

"우아아앗!"

순식간에 날아드는 총알들이지만, 이런 것들을 그냥 맞아준다면 우자와 레이사의 이름이 운다. 재빠르게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총알들을 흘려낸 소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피했...."

"크으으......."

"이런 대사나 칠 분위기는 아니겠죠...?"

이미 이 현상에 대해 소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헤일로가 붉게 빛난 채로 주변의 모든 걸 박살내버리려 하는 [발광 현상]. 그 위험성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슈아악!

"우앗!"

이번에는 총기를 야구배트처럼 휘두르며 레이사의 머리를 가격하려 했지만, 소녀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그대로 흘려넘겼다. 그리고 회피의 성공은 곧 반격의 기회.

-타아앙!

레이사는 곧바로 자신의 슈팅☆스타를 소녀의 머리를 조준하였고, 그 산탄을 쏘아내었다. 그리고 근거리에서 쏘아진 탄환은 상당수가 머리에 직격되었고, 소녀는 이를 맞은 여파로 몸을 크게 휘청였다.

"크으으!"

-부아아앙!

"헛!"

평소라면 이 정도에 기절해야 하건만, 소녀는 휘청일지언정 그 기세가 전혀 죽지 않았다. 바로 다시 레이사를 향해 개머리판이 날아들었고, 레이사는 기겁하면서 림보를 하듯 개머리판을 피해냈다.

"으... 역시 저 상태의 학생들은 맷집이고 전투력이고 무엇 하나 만만하지 않네요..!"

레이사는 다시 거리를 벌렸고, 그런 레이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언제든 다시 습격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처럼.

하지만 레이사는 당황하지 않는다. 물론 아주 당황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처음 '이 현상'을 마주했을 때보다는 냉정을 유지하였다.

소녀는 알고 있다. 트리니티 곳곳에서 발광 현상이 벌어진 만큼, 이 현상이 일어난 학생을 어떻게 상대하는 지 매뉴얼까지 종이에 인쇄되어 나갔으니까. 그리고 그 내용은 확실히 레이사가 숙지하고 있었다.

「다수 대 일의 상태라면 최대한 근접전은 지양하고, 원거리에서 화망을 형성해 제압할 수 있도록 하라. 붉은 헤일로 상태의 학생은 보통 학생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니, 1:1로 맞닥트렸다면 결코 혼자서 맞서지 말고 지원을 부르도록 하여라.」

하지만 지금은 태연하게 지원이나 부를 상황은 아니다. 전투 중에 연락하기엔 지금 저 소녀가 언제든지 습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1로 싸우면 진다! 같은 건 전혀 아니었다.

레이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발광 현상이 일어난 학생은 공격, 공격, 오로지 공격 뿐이다. 오로지 상대를 파괴하겠다는 본능만이 남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다. 누군가를 박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성큼성큼 다가온다는 건 공포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지만, 격투기 선수의 마인드로 생각하면 이는 다르다.

"죽어어어어어!!"

-타다다다당!!

소녀는 모든 탄창을 비워닐 기세로 레이사는 총격을 쏟아부었다. 레이사에게로 향하는 살벌한 증오. 하지만 레이사는 침착하게 상대의 총구를 보고는 몸을 굴러대며 총탄들을 피해냈다.

-틱! 틱!

그리고 모든 총알이 비워졌는지 더이상 소녀의 총에서는 탄환이 나가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지금이 공격 타이밍이라 여기겠지만, 레이사는 소녀를 향해 공격하지 않았다.

'지금은 한 번 더 기다려야 할 타이밍!'

재장전같은 건 없다. 1초라도 빨리 눈 앞에 있는 상대를 박살내버리는 것이 발광 현상에 걸린 학생들의 마인드. 하지만 그렇기에 빈틈이 만들어진다.

"크아아악!"

동작도 크고 움직임도 크다. 물론 제대로 맞는다면 그 충격량은 무시못할 것이긴 하지만, 총알도 피하는 키보토스인에게 있어 집중만 한다면 못 피할 공격은 아니다.

-슈아악!

수직으로 내리찍히는 개머리판을 몸을 살짝 옆으로 옮겨 피해낸 레이사는, 곧바로 자신의 산탄총을 소녀의 머리에 갖다대었다.

-타아아아앙!

후딜 캐치로 강력한 한 방을 꽂아 넣는다. 산탄을 맞은 충격으로 휘청이는 소녀. 그리고 레이사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타아아아앙!

또 한 번 머리에 쏘아지는 강력한 한 발. 그리고 이내 소녀는 버틸 수가 없었다.

"끄으으으...."

붉은 빛을 띄던 헤일로가 검은 빛으로 돌아가고는, 이내 스러지듯 사라지고 말았다.

"죄송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나간다면 무고한 사람들까지 휘말릴 것이기에..."

레이사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악을 무찌르는 것이 영웅의 역할이건만, 괴롭힘당하던 사람을 역으로 제압해야 하는 건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다.

"...일단 다른 자경단을 불러 수습해야겠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지,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소녀였지만, 그럼에도 자경단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다.

"어디 보자... 전화 번호가...."

-부스럭.

"??"

순간 소녀에게 느껴지는 인기척, 곧바로 다시 산탄총을 쥐어들고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총을 겨누었다.

"누굽니까! 나오시죠!"

레이사의 호기륩게 외쳐보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레이사는 경계를 풀지 않고 또 한 번 소리쳤다.

"숨어있는 거 다 압니다!"

"........"

하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오라...."

"찍찍!"

소녀의 부름에 쥐 한마리가 응답한다. 회색 몸뚱아리를 흔들며 찍찍대던 쥐는 이내 레이사의 옆을 지나쳐갔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사는 마음 속 깊은 쪽팔림을 느끼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쥐였습니까....."

쥐 한마리에 폼을 잡았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던 소녀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젓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뭐.. 아무도 본 사람은 없으니까! 아하하... 빨리 전화나 해야지."

그리고 레이사는 이내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에 손을 가져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 다른 자경단원을 불렀다.

***

한편 다시 게헨나 자치구, 이마시노 미사키는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거리를 계속해서 걸어다니고 있었다.

'....정말이지 다들 신나보이네.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이 전혀 안 된단 말이야.'

활기차고 즐겁고 시끌시끌거린다. 평생을 이런 분위기와는 동떨어져 살아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녀는 축제와 어울리지 못했다.

'다음부터 이런 건 맡기지 말아달라고 해야 하나, 이런 건 공주한테 더 걸맞을 지도.'

아마 아츠코였다면 지금쯤 자신과는 다르게 신나게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을까, 얼굴도 모르기에 잘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미사키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맡은 이상 무를 수도 없고.'

일단 돌아간다. 아직 좀 더 둘러봐야 할 곳이 있었지만 아비도스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선생이 있을 폐건물로 가 이야기를 전해야 했다.

".........."

-홱!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리는 미사키. 한동안 뒤쪽을 응시하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다시 걷는다.

"착각인가..."

소녀는 멈췄던 발을 다시 움직여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그리고 그 순간, 풍선인형 뒤에서 회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고개만 빼꼼
내미는 것이 아니겠는가.

"응, 감이 좋네...."

스나오오카미 시로코는 계속해서 소녀의 뒤를 밟고 있었다. 시로코의 기억 속에서 그녀의 얼굴은 없었지만, 그녀의 '울프 센스'는 계속해서 기시감을 주고 있었다.

'놓치면 안 돼. 분명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어.'

어떻게 보면 생판 모르는 사람을 미행하는 것, 스토커나 다름없었지만 뭐 어떤가, 그녀는 이미 은행털이범. 이런 류에 있어서 생기는 죄책감은 케이크 위에 딱 하나 놓여있는 딸기를 먹어치우는 것보다 못한 것이다.

물론, 시로코가 행동하는 데 있어 진짜 아무 이유없이 행동을 하진 않는다. 막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 정도 최소한의 근거는 있다.

'분명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었어. 그다지 관심 가질 것도 아니었는데.'

곁눈질, 그리고 미세하게 다가왔던 움직임. 이것이 첫 번째 근거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뭔가 묘허게 생김새도 그렇고, 헤일로도 그렇고... 로켓 런쳐 들고 다니던 그 녀석하고 닮았어!'

미행하는 동안 점점 저 소녀의 이미지가 이마시노 미사키의 이미지와 동일시되는 것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완전히 다르고 헤일로가 비슷한 학생들은 널렸기에 그저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소녀의 안에서는 확신이 있었다.

'만약 그 녀석이 맞다면, 선생님하고 같이 떠났던 녀석이 여기 있다면, 선생님의 행방을 알 수 있을 지도 몰라!'

만약 저 소녀가 이마시노 미사키가 맞다면, 끊어진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다시 이을 수 있다. 그러면 히마리의 해주 역시 순조로이 이루어질 것이고, 모두의 오해도 풀리며 다시 아비도스에 정착하며 해주를 이어나갈 수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정작 확인해보니 생판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 볼 일, 지금 생각할 건 아니라고 소녀는 여겼다.


'일단 계속 미행이다. 이렇게 계속 따라가다 보면 분명 무언가가 나올지도....'


그렇게 계속 쫓고, 쫓고, 또 쫓았다. 들킬 듯 말 듯한 거리의 안에서 계속 소녀를 조심스레 뒤쫓았다.


-텁.


"?"


그리고 또 한 번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이번에 시로코는 간판 뒤로 몸을 숨겼다. 소녀의 시야 밖에서 벗어났기에 시로코는 들키지 않았다 여겼지만, 그렇다기엔 무언가 좀 이상했다.


"............"


아까부터 고개를 원래대로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뒤를 빤히 보고 있다. 지금껏 몇 번 뒤를 돌아봤을 때는 몇 초 안 지나서 고개를 다시 돌렸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멈춰있었다.


'왜 저러지..?'

-타앗!

시로코가 그녀의 행동을 기이하게 여기던 그 때, 갑자기 소녀는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왜 갑자기 달리는 것인가? 같은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그저 쫓아야 했기에, 시로코 역시 그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닷!


-타다다닷!


인파 속을 헤쳐나가면서 난데없이 시작된 달리기. 이미 이 순간부터 미행은 들킨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시로코는 이제 더 잴 것 없이, 도망치는 소녀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응, 놓치지 않아.'

인파 사이로 도망가는 사냥감을, 늑대가 푸른 안광을 빛내며 추격한다.

***

"허억.. 허억... 허억.. 저 녀석, 대체 뭘 어떻게 알고 따라오는 거야?"

어느 순간 누군가 소녀를 따라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미사키 역시 특수훈련을 받았던 학생이었기에 미행같은 것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는 최소한의 감 정도는 있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기습적으로 돌아봤던 그 한 순간, 소녀의 눈에는 늑대의 귀가 보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한 번 뛰어보았다. 만약 아무것도 아니라면 뒤따라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미사키 역시 그러길 바랬지만, 애석하게도 들려오는 건 뜀박질 소리였다.

"하이씨.. 진짜.."

사람들을 방패 삼아 주의를 흩트리고 대로로 가는 척 계속해서 다른 길로 틀며 추격을 떨쳐내려 했다 소녀였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추격자는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전혀 뒤쳐지지 않은 채 미사키를 맹렬히 뒤쫓았다.

'그래도... 축제라서 다행인가. 어떻게든 인파 속에 숨어들어갈 수는 있었어..'

수십, 수백이 다니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축제의 모든 것이 장애물이나 마찬가지. 그렇게 도망치고 도망치다 보니 숨이 차오르고 몸은 지쳤지만, 더이상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미사키는 골목길 안에서 겨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제 어쩐다.. 그 녀석이 여기 있다는 건, 다른 녀석들도 여기 있다는 거 아냐. 그러면 곤란한데...'

소녀들의 대화를 토대로 생각을 해본 결과, 미사키의 안에서는 아비도스가 협력자가 아닌 추격자로 변질된 지 오래였다. 섣부른 판단이라고도 생각은 해 봤지만, 대화의 내용은 확실히 자신들을 찾아내서 추격해야 한다는 것이니,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이 더 힘들다.

'일단 돌아가야겠어. 지금 이 상황을 알리는 게 중요해.'

미사키는 다시 숨을 고르고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다시 폐건물로 향하려 했다. 그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 오랜만이야."

".........."

골목길 입구 바로 앞에서 다시 늑대 소녀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군데 아는 척이시죠? 아까부터 뒤쫓아 온 것도 당신이죠?"

속으로는 X됐다고 생각하였지만, 일단 시치미를 떼었다. 나는 이마시노 미사키가 아니라 히구치 마도카다. 나는 미사키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자기최면을 걸었다.

"응,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도망을 그렇게 급히 가던 거였네."

그리고 시로코는 태연스레 미사키를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 퍼랭이 옆에 있던 녀석하고 느낌이 비슷해. 얼굴은 다른데, 왜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까?"

"........무슨 소린지 도저히 모르겠는데요? 당신, 대체 누구길래 이러시는 건가요?"


"어째... 목소리도 조금 비슷해 보이는데. 그거 네 목소리 아니지? 왜 목소리를 이상하게 해."


"느닷없군요. 스토킹으로 신고하겠습니다."


쓰지도 않는 존댓말과 목소리 변조까지 해대며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려 하는 미사키였지만, 시로코는 점점 자기도 모르게 확신을 굳혀가고 있던 것이었다.


"응, 난 스토킹하려던 건 아니고, 그냥 한 가지 대답만 해주면 돼. 아니라면 사과할 게. 다만 지금은 내 말을 좀 들어줘야겠어. 그러니까 지금은 도망치지 말아봐."


"싫은데요."


순간 미사키는 입구의 반대쪽으로 다시 달려나갔다. 이 밖에도 다시 길은 열려있으니 어떻게든 인파 속으로 들어가면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응, 안 돼."

-파아악!

하지만 어느새 시로코가 미사키의 바로 뒤까지 달려오고는 그대로 미사키의 디딤발을 옆으로 후려치듯 걷어찼다.

"윽!"

순간 공중에서 중심을 잃을 뻔한 미사키였지만, 어떻게든 주저앉으면서 착지에 성공하였고, 시로코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응, 역시 너, 얼굴은 딴판인데 그 녀석이랑 완전 똑같아. 그리고 보통은 넘어져야 하는데 안 넘어지네. 너 검은 마스크 끼고 다니는 그 녀석이지?"

"아닌데요."

"뭐 아직까지 90%이긴 한데, 95%로 올라갈 거 같아. 그리고 100% 확인을 위해서는 좀 자세히 봐야겠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내 총은 네 손보다 빠른데, 응."

막무가내 그 자체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떡할 지 전혀 걱정하지 않는 시로코의 태도. 하지만 그녀의 감은 지금 너무나 무서울 정도로 소녀를 간파하고 있었다.

"네 이름 뭐야? 한 번 말해봐."

"히구치 마도카인데요. 대체 왜 물어보는 거죠?"

"응, 이마시노 미사키 아닐까."

"남의 이름을 멋대로 뒤바꾸지 말아주실래요?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네?"

엿듣는 게 아니었을까. 그냥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맞았을까. 소녀는 후회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걸 어쩔 수는 없었다. 지금 필요한 건 그게 아니다.

-슈아악!

곧바로 시로코의 얼굴을 향해 미사키는 주먹을 내질렀다. 대화 도중에 시행한 공격이라 급작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시로코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바로 고래를 숙여 피해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려 다시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미사키였지만, 이내 그녀의 오른팔이 시로코의 손에 덥썩 잡혀버리고 말았다.

"이거 놔!"

-타앙!

곧바로 왼손으로 보조 무기로 챙겨왔었던 권총을 겨눠 그녀에게 쏘아내지만, 시로코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총알을 스치듯 피해내곤, 그대로 미사키를 끌어당기고는 쥐고 있던 권총을 손으로 쳐내버렸다. 양팔을 잡아낸 시로코는 그대로 미사키를 향해 이야기한다.

"일단 진정해. 난 지금 네 적이 아니야. 이전에 우리 친하게 지냈잖아."

"모른다니까...!"

주무기라도 있었다면 미사일을 쏴 대며 평범하게 도주했을 수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변장을 위해 거처에 두고 와 버렸다. 안 그래도 시로코는 강한데, 무기까지 없으니 더 최악이었다.

"응, 역시 너 맞구나. 마스크 벗은 맨 얼굴은 처음보는 거 같은데."

"..........크윽!"

"진정해. 오해를 풀어. 네가 지금 날 경계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 태도는 친구 사이에 좋지 않아."

"뭔 헛소리야...! 그럼 팔이나 놓고 이야기하던가!"

"안 돼, 이거 놓는 순간 도망칠 거잖아... 헛!'

그리고 그 순간, 곧바로 발차기가 다시 시로코에게 날아들었다. 발차기를 피해기 위해 시로코는 양팔을 놓았고, 그제서야 미사키는 포박에서 일단 풀려났다.

"응, 이럼 곤란해. 나 최대한 너 기절시키지 않고 데려가고 싶어."

"..........."

미사키는 생각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싸우면 이길 수 있나? 스팅어도 없는데? 안 그래도 강한 녀석인데...'

미사키는 냉정하게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시로코를 역으로 제압하고 빠져나갈 확률은 채 1할이 되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있는 것 없는 것 다 써가면서 도주를 감행한다?

'섬광탄도 아니고 수류탄 몇 개밖에 없는데, 이걸로 뿌리치긴 힘들 거야. 그냥 던지면 피할거고, 자폭 형식으로 썼다간 내가 더 데미지를 많이 입을 거고. 나이프로 뭘 어쩌기에는 더 힘들고.'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대로 잡히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응, 그래도 어쩔 수 없나. 일단 먼저 미안해. 사과는 나중에 할 테니....?"

"후으으으읍."

시로코가 다시 집중해 소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난데없이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다시 도망칠 준비라도 하려는 것일까 생각한 시로코는, 곧바로 소총을 장전했다.

"이해해 줘."

그렇게 소총을 미사키에게 쏘아내려던 그 순간, 미사키는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입을 열고는 있는 힘껏 크게 소리쳤다.

"사람 살려!!!!!! 치한이다!!!!!"

"엣?"

그리고 이것이, 지금 이 상황을 타파할 그녀의 계책이었다.

-후기-


오늘도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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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9872 📺️애 7화 나올 때 이 갤 존나 웃겼던 거txt.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1 4575 70
11669866 🗾JP 스포) 유메 펑(중국) [37] 정상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1 7467 67
11669830 📺️애 씨발 ai노래 이딴건 왜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 나츠파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9 6846 61
11669812 🎨창작 츠루기가 너무 좋아서 또 그렸어요 [18] 작은네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8 1810 53
11669810 📺️애 그냥 좆스타가 핸들 잡은 시점에서 2기도 좆된거임 [2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8 6648 78
11669809 🎨창작 수칸나 그려옴 [7] newble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8 1489 31
11669796 🎨창작 수영복 후부키 그림 [9] toska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7 1298 26
11669759 📺️애 "하루만 기다리면 블애니가 띵작이 돼요!!"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6177 62
11669736 📺️애 스포)팩트는 애니 가지고 호시노 욕하면 안된단거임 ㅋㅋㅋㅋㅋ [19] 정신병아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6702 61
11669715 📺️애 블아 애니 수입직전에 계약 손절한 새끼들 ㅋㅋㅋ [1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8156 122
11669668 🎨창작 츠루기 낙서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0 1528 35
11669604 🎨창작 수칸나 스케치 [11] 다탄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7 1615 42
11669601 📺️애 그냥 빵쯔 좆으로 보는 짱깨새끼들이면 개추 ㅋㅋㅋ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7 3490 63
11669547 🎨창작 묻혀서 추하게 재업 (후방) [22] 용각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5 2438 54
11669543 🎨창작 수영복 호시노 그림 [15] 벨룰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5 2063 44
11669540 📺️애 그래도 전대대실격 너무 욕하지마셈 [55] ㅇㅇ(210.105) 01:04 7801 94
11669527 🎨창작 아코 베개 굿즈 이런거어떰?? [7] Uraras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4 2283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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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9448 📺️애 ❓+❓+❓+: "이렇게 만들면 씨발 뭐가 남나요?" [1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0 8416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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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9261 📺️애 스포) "공략법 제 1번째" [1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3 5636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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