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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RE] 옆집에 사는 강광배 양 -75-

글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19:37:59
조회 385 추천 9 댓글 3
														






터벅터벅. 현재 나와 채원이는 야밤에 산을 오르고 있다. 지금 담력 테스트하는 것도 아닌데 산을 오르는 이유가 뭐냐고?




'나가자 채원아.'




바로 방금 있었던 학회장 형과의 섯다 승부에서 내가 질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채원이가 진 빚을 갚는 것에 성공한 내가 채원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거든. 한 마디로 이득 보고 냉큼 줄행랑을 쳤다고 할 수 있겠다.




"흐아.. 주원 오빠.."



"응?"



"저희 저기서 쉬었다 가면 안 돼요..?"




채원이가 숨이 찼는지, 앞에 있는 바위를 가리키며 잠시 쉬어가자고 제안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 때문에 등산을 하러 가게 됐으니, 힘들 수 있겠네. 나는 그러자면서 채원이와 바위에 걸터앉았다. 오빠. 응?




"고마워요."



"뭐가?"



"제 빚.. 갚아 주셨잖아요..?"



"아.. 네 빚 못 갚았으면 어디 도망가려 했는데."



"헐.."



"에이, 농담이지. ㅋㅋㅋㅋㅋ"



"치. 그래도 돈 땄으니 봐줄게요."




채원이는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온 해방감을 느끼는 듯, 기지개를 켜면서 다리를 쭉 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채원이의 다리에 시선이 갔는데, 여름이라고 맨다리가 보이는 짧은 팬츠를 입고 있더라고. 저러면 산속의 벌레들에게 괴롭힘당하기 딱 일텐데..? 음. 이렇게 하자. 나는 입고 있던 져지를 벗어서 채원이 다리 위에 올려줬다.




"뭐에요?"



"벌레 꼬일까 봐. 일어날 때 이거 묶어서 입고 있어."



"네에.."




짧은 휴식 후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 정상을 가는 것이 아닌, 중간의 언덕을 가는 것인지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우와.. 이런 곳이 있었구나.. 여기가 도시였다면 하늘 아래가 건물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겠지만, 시골인 이곳은 하늘 위로 별빛이 잔뜩 반짝이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잘 안 보이던 별들을 보니까 마냥 신기하더라. 분명 같은 대한민국에서 보는 하늘인데 꼭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아.




"저기 봐요. 오빠!! 저 많은 별 중에 가장 빛나는 별 보여요?"




어디? 채원이의 손끝을 따라가니, 정말로 유독 눈에 띄는 별이 있었다. 저 별뿐만 아니라, 양옆에서 비슷한 밝기로 빛나고 있는 두 개의 별도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는다면, 저것은 여름의 대삼각형이라고 불리는 별자리일 테다.




"여름의 대삼각형이요?"



"응. 저기 보이는 별 세 개를 이어 봐. 삼각형 모양이지?"



"어.. 네!!"



"삼각형 모양으로 여름에 잘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그러면 오빠, 저 각각의 별 이름도 알아요?"



"물론. 가장 빛나는 별이 베가. 직녀성이라고도 불러. 그 옆에서 빛나는 별은 데네브,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은 알타이르. 다른 말로는 견우성."



"흐음.. 왜 직녀성과 견우성은 멀리 떨어져 있을까요? 견우님 되게 외롭겠다아.."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며 별자리에 몰입한 채원이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하여간 순수하다니까. 잠시 후. 휴대폰까지 꺼내 들어 하늘을 촬영하는 채원이였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야 뭐 예전부터 알고 있던 별자리였고.. 결정적으로




"진짜 예쁘다.."




나도 모르게 너한테 시선이 향하고 있었거든.









"못 받겠어요. 형.. 채원이가 진 빚만 면해주세요."



"받아 새꺄. 승부는 승부니까."




다음 날 아침, 나는 회장 형에게 50만 원을 받았다. 막상 받으니까 받기 망설여지네.. 그렇지만 쿨하게 약속을 지키는 형의 모습을 보니, 거절하기엔 애매했다. 다음에 학교에서 과 행사 같은 게 있으면 무조건 참여해야겠군. 아침을 먹고 일터에 출발하기 전에 영준이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형, 채원이랑 사귀어요?"



"뭐?"



"어제 섯다 썰 들었어요. 50만 원 따고 채원이랑 떠났다면서요?"



"그거.. 계속 있으면 과몰입할까 봐 그런 건데.."



"그러니까 형이 채원이랑 떠난 게 포인트죠. 듣기로는 손까지 잡았다는데?"




같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손을 잠깐 잡았단 거지, 쭉 잡은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구만. 영준이는 OT 때부터 촉이 왔다면서, 나와 채원이 사이를 응원(?)했다.




"점심에 수육이 새참으로 제공된다니까 힘내보자 얘들아."



""네~!!""



오늘부터는 감자밭이 아닌, 고구마밭에서 작업한다고 한다. 이런 거 말고 몸이 편한 작업은 없는 걸까? 다른 조는 보니까 고추 따기 이런 거 한다는데.. 그래도 툴툴댄다고 뭐 달라지겠어? 잡생각을 지우고 일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아유.. 미안해서 어떡해유? 내가 인원을 착각해버렸네?"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같이 일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사람 수를 잘못 아셔서, 준비한 새참의 양이 현재 인원보다 부족한 상황. 그래도 컵라면 같은 비상식량이 있어서 굶을 사람은 없겠다만, 문제는 누가 그 컵라면을 먹느냐였다. 아침부터 힘들게 일했는데 수육을 두고 컵라면을 택할 사람은 없으리라.




"이렇게 할까? 대충 네 팀으로 사람 나눠서, 장기자랑으로 호응 좋은 두 팀이 새참을 가져가는 거로 하자."



""우우-""




학생회 임원이었던 선배 한 명이 묘수를 생각해냈다. 조별로 장기자랑을 해서 자기 조를 제외한, 마음에 드는 조를 투표하는 방식으로 새참 먹을 인원을 정하자는 것. 그 말에 다들 반발했으나, 마땅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러기로 했다. 이러니까 OT 생각나네. 이번에도 그때처럼 버스 탈 수 있게 같은 OT 조였던 춤 잘 추는 영준이나, 노래 잘 부르는 채원이가 같은 조가 되기를 빌었지만




"뭐에요? 그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은?"



"ㄴ..난 모르겠는데?"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나희가 같은 조가 되어 버렸다. 키 작은 거 빼곤 장점이 없는 아니 그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나? 저기요, 님? 또 속으로 이상한 생각 했죠? 흠흠. 각 조에서 장기자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정하기 시작했고, 우리 조에서는 나희가 출격하기로 한다. 너 개인기 뭐 있는데? 훗, 보면 알아요. 씁.. 못 미덥지만 믿도록 하자. 제발 나에게 수육 좀 먹여줘..




"안녕하세요. 최영준입니다.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춤밖에 없어서.."




와아- 영준이가 있는 조가 먼저 장기자랑을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영준이가 상대 조가 돼버리니, 걱정이 밀려왔다. 안무가 수준의 춤 실력을 소유하고 있는 영준이는 학교 댄스 동아리까지 들었으니, 아무래도 영준이네 조는 못 이길 거 같다. 댄스를 위한 선곡 준비가 끝나고, 영준이는 뭄바톤 장르의 비트에 맞춰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워낙 유명한 노래라서 모두 노래의 첫 소절을 따라 외쳤다.




""넌 Toxic 파고들어!!""



짝짝짝짝. 역시는 역시. 무호흡 댄싱을 펼친 영준이를 보니까 채연이 생각도 나더라. 성격은 몰라도, 춤 하나는 기가 막히게 춘 친구였는데. 영준이네 조의 차례가 끝나고, 다음은




"김채원입니다아.. 후우.."




'음색 요정' 채원이의 차례였다. 게다가 스톤 대학교 음악경연대회의 4강 진출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나 과연 수육 먹을 수 있을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옆에 앉아있던 나희는 자기 친구 차례라고 그녀의 이름을 연신 연호하고 있었다. 야.. 너 우리 조야..




"저도 할 줄 아는 건 노래밖에 없어서, 노래 부르겠습니다!!"



"저기 채원 양, 어제 주원이랑 밤에 어딜 다녀오셨나요!?"



"ㅇ..엣..?"




채원이가 마이크 대신에 사용할 나무젓가락을 받는 찰나에, 누군가 외쳤다. 어제 내가 채원이를 데리고 밖에 나간 것에 대한 일을 추궁한 것. 그 말에 당황한 채원이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모두 나와 채원이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나희는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중. 나는 별일 없었다고 양손을 저었지만, 누가 믿겠어? 일단 상황을 수습한 진행자(학생회 임원) 덕분에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채원이의 노래를 듣게 되는구나. 과연 어떤 노래일까?






아이유 (IU) - 새 신발




안녕 오래 기다렸니

지루했지

I run and I run and I run and I run

나 지금 기분이 딱 완벽해

나를 시무룩하게 만들 생각은 마




청량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채원이는 가사에 맞춰, 손을 쭉 뻗으며 제스쳐를 취했다. 그것도 나를 향해. 사람들은 그저 채원이가 노래에 몰입한 줄 알겠지만, 나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거 같았다. 분명 그 대상은 나임이 틀림없었으니까.



에나멜 플랫 슈즈 위 따다닥

빨간 뾰족구두를 신고 또각

키가 큰 거울 앞에 다가가

한 바퀴 사뿐히 빙그르르




가사처럼 손을 빙그르르 돌리기도 하고




아직 춤춰요 Mr.분홍신

앞코를 부딪쳐 like 도로시

발에 꼭 맞는 새 신을 신고

너에게 갈 준비됐어






신발 앞코를 바닥에 콕 부딪힌 채원이는 1절을 끝으로 노래를 마쳤다. 이어지는 박수갈채. 마이크 없이 노래를 부른 것이라, 어떻게 보면 이번 노래는 노래방이나 음악경연대회에서 불렀을 때보다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새 나를 보고 방긋 웃는 채원이는 여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이제 우리 조 차례가 되었고, 진행자가 나올 준비를 하는 나희를 보면서 말했다.




"다음은 우리 과 쪼꼬미 나희~"



"그렇게 부르지 마요!!"




그 말에 모든 인원이 빵 터졌다. 경영학부 공식 쪼꼬미인 양나희. 그녀가 우리 조원들에게 본인의 개인기를 숨긴만큼, 더욱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좌절로 바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 양나희 양은 어떤 장기자랑을 준비했나요? 흐흐.. 거창한 건 아니구요.




"바로 쌍꺼풀 없애기입니다!!"




그러면서 나희는 자기 눈을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나희의 눈에서 쌍꺼풀이 사라지자, 폭소하는 사람들. 하지만 우리 조는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아. 그것 참 대단한 개인기구나.. 같은 조였던 한 선배가 한숨을 쉬었다.




"얘들아, 라면 챙기자."









하루가 또 지나고, 길고 길었던 농활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오늘 이전까지는 다음 날 일정 때문에 못 마셨던 음주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된 건 덤. 섯다 때처럼 술 마실 사람은 여자 숙소에 모여서 마시기로 했다. 그래서 나도 참석. 아 술은 못 참지 ㅋㅋ 마침 채원이와 나희도 그 자리에 있었고,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 전화 왔었네.."




어젯밤에 혜원이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수요일 밤에 채원이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강혜원. 그 후로 서로 전화를 안 해서 얼굴 보고 기분을 풀어줘야 하나 싶었는데, 어제 딱 전화를 했었나 보다. 아이고 머리야.. 나는 어제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 혜원이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타이밍 좋게 '식충이'라는 화면이 휴대폰 화면에 떴다. 이건 받아야겠지?




"여보세요.."



"... 언제 와?"




다짜고짜 하는 말이 언제 오느냐고? 어쩌면 강혜원다운 질문이로군. 나는 어제 술 마시면서 듣기로는 점심에 여기서 출발해, 인근 지역 환경미화 활동을 하고 돌아간다고 전했다. 그러면 대충 저녁 먹을 시간대에 도착할 거 같은데?




"알았어. 나 곧 출근해야 하니까 끊는다."




뭐지..? 멋대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네? 아침부터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래도 내심 반가웠다. 어쨌든 집에 돌아가면 혜원이를 볼 수 있다는 거고, 혜원이가 생각보다 화가 많이 안 났구나 싶어서.




"자, 찍습니다~"




우리 과는 5박 6일간 머물렀던 마을 회관 앞에서 주민분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당연히 내 옆에는 회장 형이 착석. 회장 형은 나에게 자기한테 딴 돈으로 뭐할 거냐고 장난스레 물었다. 나는 형에게 받은 50만 원 중, 채원이가 진 빚을 갚고도 돈이 꽤 있는 상태. 그러게요, 이것 참 고민이네요~ 어쭈? 나 놀리냐?




"나 본가 가게 돼서 오늘은 얼굴 못 볼 듯?"



"그래? 언제 돌아오는데?"



"음.. 내일까지 있을 거 같아."



"그러면 너 내일 카페는 어떡하고?"



"그건 대타 구했으니까 괜찮음."



"오키. 혼밥 해야겠네."



"... 저녁 조금만 먹어."



"그건 왜? 나 다이어트 안 하는데?"



"그게.. 오늘까지 고생했는데, 많이 먹으면 체하니까..?"



"참.. 지는 평소에 먹을 거 다 처먹고 나한테만 그러냐?"



"하, 이게 걱정해도 지랄이네!?"



"어허. 예쁜 말."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다시 한번 혜원이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로 오늘 갑자기 본가로 간다는 사실과 함께 나의 저녁 식사량을 제한하는 혜원이가 의문스러웠지만.. 뭐, 자기 딴에는 걱정하는 거 일수도?




""수고하셨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우리 과는 인원 체크만 간단히 하고 바로 해산했다. 지금 시간은 저녁 시간대였기에, 배고팠던 나는 뭐라도 사서 집에서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원이가 나와 저녁 약속을 잡더라고. 내가 농활 기간 동안 채원이에게 느꼈던 묘한 감정. 그 감정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나는 채원이에게 어떤 마음인 걸까? 그래서 채원이와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다. 채원이는 곧장 가까운 기숙사로 돌아가면 됐으나, 소화도 시킬 겸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었단다.




"오빠. 캐리어 제가 끌어드릴게요."



"굳이? 그다지 힘들지도 않아서 괜찮아."



"후움.. 그래도.."




기숙사에 짐을 놔둬서 두 손이 가벼웠던 채원이가 내 캐리어를 끌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나 덕분에 섯다에서 진 빚을 청산한 채원이가 나에게 저녁까지 얻어먹었으니, 뭐라도 해주고 싶었겠지. 나는 집까지 데려다주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면서 거절했다. 내가 네 빚을 대신 갚은 거와 저녁을 사준 것은 온전히 내 의지였으니까.



"거짓말처럼 여기 밤하늘은 별이 안 보이네요.."




채원이는 걸으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골과 다르게 깜깜한 밤하늘. 역시 서울의 별은 보기 힘들구나. 흠.. 어디 채원이에게 장난 좀 쳐볼까?




"별은 네 옆에 있잖아?"



"ㅎ..흑역사 언급 금지!!"




'별은.. 이미 제 옆에 있는걸요.'




부끄러워하는 채원이의 반응을 즐기며 걸으니, 저 멀리 내가 사는 원룸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취 시작하고 나서 일주일 가까이 집을 비운 적은 없어서 그런가? 본가에 돌아온 것처럼 되게 반갑구만. 혜원이 녀석이 집에 없어서 인사를 못 한다는 게 아쉽네. 이렇게 내가 집에 들어가면 채원이는.. 문득, 나를 데려다주고 혼자 기숙사로 돌아갈 채원이가 신경 쓰였다. 최근에 스토킹을 당한 혜원이의 사례가 있는데 채원이라고 예외겠어? 안 되겠다. 캐리어만 집에 놔두고 데려다주든가 해야지. 그렇게 채원이에게 내 생각을 말하려는 그때,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채원..!!"



"꺅!!"




휭. 다행히 채원이를 골목 담벼락으로 밀어내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근데 저거 제정신인가? 골목길에서 속도를 쳐올리고 있네? 최소한 경적이라도 울려주든가 했어야지? 이윽고 괜찮냐며 채원이를 바라본 나는 자세의 이질감을 느꼈다.




"..."



"..."




상황이 워낙 급했는지라, 내가 채원이를 벽으로 몰아세운 벽치기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 민망하니까 얼른 자세를 풀어야 하는데.. 나는 왜 가만히 굳어있는 거지? 굳어있는 건 채원이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말이라도 해봐 채원아!! 내가 괜찮냐고 물어봤잖아? 어라? 너 눈은 왜 감은 건데? 꿀꺽. 미친 새끼.. 나 침은 왜 삼키는데? 한 뼘 남짓한 거리에 나와 채원이의 얼굴이 있다. 여기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툭'




으응..? 나와 채원이가 맞닿는 소리가 아닌, 옆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동시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나와 채원이는 그 정체를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온몸이 굳었다.




"강혜원..?"




내 앞에 있는 채원이와 똑같은 얼굴을 한 강혜원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엥? 얘가 왜 여깄어? 분명히 아까 통화할 땐 본가에 있다고 똑똑히 들었는데? 우선 채원이한테 떨어진 나는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혜원이가 떨어트린 물건의 정체는 우리가 자주 시켜 먹었던 치킨집 포장 봉투. 집에 오는 길에 나와 채원이를 마주한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슨 문제가 생겨서 본가에 가지 않은 건가? 일단 불편한 아이컨택은 그만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인사라도 해보자.




"광배.. 어.. 오랜만이다..? 본가 간 거 아니었어?"



"ㅇ..언니.. 안녕하세요.."



"..."




채원이까지 나를 따라서 인사했지만, 혜원이는 말이 없었다. 오히려 눈살을 더 찌푸릴 뿐. 내가 집 앞에서 채원이랑 이상한(그러나 절대 이상하지 않은, 오토바이로부터 채원이를 지키기 위한 안전을 위한 행동이었음) 모습을 보여서 보기 불편했나? 예전에 집 앞에서 희지 누나와 손잡고 있던 것을 들켰던 그 날처럼 말이지? 그러면 희지 누나 때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되잖아? 그런데 떨어트린 치킨을 그대로 놔두고 발걸음을 뗀 너는..













"... 방해해서 미안."




어째서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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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다..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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