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와 다름 없이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는 로부트 길리먼.

"음-. 오-. 바로 그거라네-."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뭔가 '물기 어린 음탕한' 소리가 나는 책상 밑을 향해 이야기 한다.

그 때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한 인영.

"이 더러운 몬-카이 녀석!"

그의 이름은 비자크. 이브레인의 스승이자 동료였다.

그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는 길리먼.

"너..너는!"

무시무시한 분노를 터뜨리며 다가오는 비자크.

"이 더러운 몬카이 녀석! 네 놈 족속들이 천박하고 더럽다는 것 정돈 알고 있었지만 정말 혐오스럽군!"

"무슨 말은 하는거지 엘다?"

당황한 음성이 묻어나는 길리먼을 향해 소리치는 비자크.

"긴 말 할 것 없지! 이브레인을 내놓아라!"

"이..이브레인?"

"시치미 떼지 마라 더러운 몬-카이 녀석! 내 제자를 네놈의 그 더러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데리고 있다는 것쯤은 다 알고 왔으니까!"

성큼 성큼 다가오는 비자크. 그에 따라 더욱 더 당황하는 음성의 길리먼.

"거..거기까지다 엘다! 더 이상 다가온다면..!"

"이 더러운 몬카이!"

칼을 스르릉 뽑는 비자크.

"내 이 검으로 당장 네 놈의 더러운 야망을 분쇄해주겠다!"

하늘 높이 올라간 검은, 그대로 수직 낙하한다.

"이브레인-!! 당장 널 구해주겠다!!"

"자..잠ㄲ..."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잠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보이지만 이내 실금이 생기며 반으로 쪼개지는 책상

쩌저적- 쿵-!

"이브레인! 내가 구하러 왔으니 안ㅅ..."

"비자크?" 뒤에서 들려오는 이브레인의 목소리.

그와 함께 길리먼과 비자크가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본다.

다 늘어진 반티셔츠에, 돌핀팬츠만 입고 입가에 온갖 과자 부스러기와 씻지 않아 기름때가 넘치는 얼굴과 머리를 한 이브레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본다.

"..?! 이브레인? 왜 네가 거기서.."

"아..아니 비자크.. 그건 내가 할말인데.."

두 엘다가 뻥진 얼굴로 바라보다가 흠칫하고 비자크가 돌아본다.

"그...그럼 책상 밑엔 누구.."

"...? 책상 밑이라니 로부 그게 무슨 말이야?" 이브레인이 반문하고, 길리먼의 얼굴은 흙빛이 된다.

"아...아니 이브레인 그게 말이지.."

그리고 길리먼의 아래에서 등장하는 순백의 날개 한쌍.

적막-.

...재빨리 입가에 묻은...'하얀 무언가'를 닦아낸 그녀가 소리 지른다.

"이..이것은 그 분의 아드님께 드리는 봉사...!"

그리고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달려온 이브레인이 셀레스틴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흔들어댄다.

"아아악! 이 여우같은 년이 감히 우리 로부를..!!"

"아악 손 놓거라 제노 계집아!"

"니가! 니가 감히! 우리 로부를 꼬셔!!"

"어..얼마나 매력이 없었으면 그분께서 날 선택하셨겠느냐..!"

"입 다물어 입 다물어! 꺄악!"

두 여성이 서로의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바닥에 뒹굴며 싸워댄다.

재빨리 하반신 갑주를 착용한 길리먼과 비자크가 각각 셀레스틴과 이브레인을 붙잡고 떼어내려 시도한다.

"지..진정하거라 이브레인!"

"세..셀레스틴! 진정하고....으아악!"

"로부! 이 나쁜 놈아! 감히 날 두고 저딴 년에게 봉사 받아!"

이브레인이 셀레스틴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들면서, 다른 한손으로 길리먼의 머리를 붙잡는다.

"아아악! 이브레인! 이브레인! 진정하..으아악!"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이 나쁜놈아!"

그 모습을 보자 회까닥 돌아버린 셀레스틴. 감히 신성 황제님의 아드님을 저렇게 대해?

그리고 그 분노는 고스란히 옆에 있던 비자크의 머리를 이브레인처럼 똑같이 잡는다.

"아아악! 놔라 놔! 이 몬-카이 계집..아아악!"

"너 때문이다! 너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것이로다! 이 제노놈!"

서로가 서로의 머리를 붙잡고, 붙잡힌 채 방 중앙에서 마치 강강수월래 하듯 빙글 빙글 도는 네 사람 아니, 네 존재들

쾅-!

"듣거라! 이 미천한 제국 쓰레기 놈들아! 나 아바돈 더 디스포일러가 드디어 황궁에 진입..아아악!"

황궁 안에 용케 들어왔던 아바돈은 그만 그 싸움에 휘말리고 말았다.

"아아악! 제발 이브레인 진정해! 아아악!"

"아아악! 로부! 이 나쁜..아악! 놓아라 몬카이 계집아!!"

"아아악! 너부터 놓거라 이 제노-계집 아악!"

"아아악! 난 그저 이브레인을 데리러..아아악!"

"아악! 상관 없는 난 놓아라 아아악!"

덜컥-.

오늘도 제국은,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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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진짜 도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