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고려에서 불가리아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불가리아 왕국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고자 함.

흔히 불가리아 왕국을 '발칸의 프로이센'이라고 하지. 10년 동안 전쟁을 3번이나 치르고 발칸반도의 약소국 주제에 그 인구 대비 엄청난 병력을 뽑아내고 국왕부터 시작해서 정부,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대불가리아주의에 미친 독일 뺨치는 군국주의에 미친 국가.

이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각국의 병력 동원 비율 지도도 많이 봤을 거임. 여기서도 불가리아는 아주 돋보임. 총 동원 병력 120만 명, 국민 5명 중 1명을 전쟁에 동원해 웬만한 열강의 병력 동원율마저 뛰어넘은 나라.

비슷한 색깔인 혐성국이나 엘랑은 식민지인들도 엄청 동원한 결과를 단순 본국 인구에 대입한 것이니 실제로는 불가리아가 가장 동원 비율이 높다고 무방함.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길 거임.

"아무리 군국주의에 미친 나라라도 그렇지 발칸의 소국에 불과한 불가리아가 과연 저 병력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래서 불가리아는 대체 어떻게 저렇게 많은 병력을 뽑아냈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함.

알아둬야 할 것은 저 120만이라는 수치는 어디까지나 불가리아가 참전한 1915년부터 1918년까지 3년에 달하는 전쟁기간 동안 동원한 '총동원수'라는 거임. 전선에 나가있는 병력 뿐만 아니라 전투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 그 사상자를 추가로 동원한 신병으로 대체한 수치까지 포함한 수치란 얘기지. 

그럼 실제로 어느 시점에서 전선에 나가있는 병력의 수는 저거보다는 적을게 당연할 거란 얘기임.

그 수가 얼마냐? 정확한 수는 측정할 수 없지만 항복 직전인 1918년 9월 불가리아군 총 병력은 대략 855,175명에서 877,392명 사이로 추산됨.

아까 120만보다는 좀 줄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구의 18%, 엄청나지.

그럼 평시 불가리아군의 병력은 얼마나 되었냐, 제2차 발칸전쟁까지 끝난 직후 불가리아 육군의 병력 수는 66,837명이었음. 불가리아군의 거의 대부분이 육군이고 해군의 비중은 작았으니 해군까지 합하면 대략 7만 명 남짓이 될 거임.

평시에는 7만 남짓으로 존재하던 병력이 전시에는 80만이 넘는 대군으로 크게 규모가 팽창했다? 이게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바로 불가리아군의 징병제와 불가리아군의 편제에 해답이 있음.

우선 불가리아군의 징병제를 살펴봄.

이 시기 불가리아는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 당연히 징병제 국가였음. 참고로 불가리아의 징병제가 폐지된 것은 2008년임.

불가리아의 모든 남성은 20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군에 복무해야 했는데 복무기간은 병과가 보병이면 2년, 그밖의 다른 병과면 3년이었음.

그리고 다른 징병제 국가의 군대가 그렇듯 불가리아군 역시 현역 복무가 끝나고 나면 예비역으로 전환되어 전시에는 현역으로 전환되는 예비군으로 일정 기간동안 편입되는데 그 기간이 얼마냐?

"보병은 18년, 기타 병과는 16년"이었음.

바로 이 예비군이 불가리아가 적은 인구로도 그렇게 많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핵심 요인임. 이 예비군이 바로 불가리아군의 동원력의 상당수를 차지했거든.

1914년 말 기준 불가리아 왕국의 면적은 11만 4424제곱km, 인구는 4,930,151명. 이 중 남성은 2,484,122명이었는데 예비군에 소속된 인원이 374,613명이었음.

아무튼, 그래서, 거의 20년 가까이 예비군으로 편입되었다가 그 기간도 끝나면 드디어 병역에서 자유냐?

아니, 또 남았음.

예비군까지 끝나면 대략 40대가 되는데 41살부터는 국민민병대(Народно Опълчение)라는 또다른 조직으로 배속됨.

몇 살까지? 48살까지.

이 국민민병대는 나이에 따라 '반(Бан)'이라고 하는 2개의 조직으로 나뉘는데 제1반은 41살부터 44살, 제2반은 45살부터 48살까지의 남성으로 이루어짐.

이렇게 2개 반으로 이루어져 있다가 있다가 발칸 전쟁의 전훈을 반영해 1914년부터는 제2반에 속한 45살부터 46살 사이의 남성을 단계군이라는 별도의 조직으로 분류함. 아직 써먹을게 있다 이거지.

그렇게 해서 불가리아군은 1915년 초 기준 총 577,625명에 달하는 20살부터 48살까지의 모든 남성을 전쟁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거임.

여기에 추가로 불가리아군이 특별조사를 한 결과 징병 대상에 포함되지만 아직 훈련을 받지 않은 231,572명이 있었음. 전쟁이 터지고 당연히 이들도 훈련을 받은 후 곧바로 전쟁에 투입.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불가리아군의 편제.

전쟁이 아닌 평시에 불가리아 육군은 총 3개 군으로 이루어져 있었음. 그리고 그 3개 군 아래에는 총 40개의 보병연대로 이루어진 총 10개의 보병사단, 19개의 포병연대, 11개의 기병연대, 5개의 공병대대, 1개의 철도수송대대, 1개의 통신대대, 1개의 기술(정비)대대가 있었음.

그리고는 자국의 전 국토를 각각의 편제에 따라 분류하여 일치화함.

무슨 소리나면 3개 군, 10개 보병사단, 40개 보병연대라는 편제를 따라 전국의 행정구역을 3개의 군관구, 그 아래 사단군구, 그리고 40개의 연대군구로 분류하여 설정한 거임.

앞의 징병제와 결합해서 얘기하면, 전역 이후 평시에는 예비군, 국민민병대, 반에 소속되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가 전쟁이 터지고 동원령이 떨어지면 각자 자신이 살고있는 행정구역에 해당되는 그 부대의 병사로 배치되는거임.

그리고 이들 행정구역의 공무원들. 평시에 이들은 공무원으로 복무하고 있다가 전시에 동원령이 떨어지면 각각의 행정구역에 해당되는 바로 그 부대의 장교 신분으로 전환되어 그 부대에 소속된 병사들을 지휘하게 됨.

동로마가 멸망한 지가 언젠데 20세기 불가리아에는 아직도 병농일치 테마제도가 남아있습니다. 역시 원조 제3의 로마답네요. 암.

여기에 또 추가되는 변수. 나이가 들고 징집연령이 되어 추가로 동원된 신병 214,343명.

그리고 불가리아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했으며 전쟁 와중에 점령한 세르비아와 그리스령 마케도니아 지역, 그리고 루마니아령 남도브루자 지역. 여기 살고있는 슬라브계 주민들도 불가리아는 같은 불가리아인이라며 자국 군대에 입대시켜 전쟁에 동원함.

이렇게 해서 전쟁에 동원된 '불가리아인'이 133,837명.

이것까지 합하면 불가리아가 동원한 120만이라는 수치가 불가능은 아니지.

결론 : 불가리아는 군국주의에 미친 새끼들이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