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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따뜻한 온기가 집주인을 따라 오두막으로 들어선 사내의 몸 곳곳에 스며들었다. 방금 전까지 정처없이 영하의 바깥을 헤매던 그에겐 자비로운 여신의 포옹과 다름없었다.

"오늘 밤은 여신님의 축복이 친절한 이웃에 함께하길." 사내는 읊조리며 거실로 향했다. 늑대가죽으로 만든 카펫 위로 신발에서 떨어져나온 눈덩이가 녹아 작은 웅덩이를 만들곤 곧 사라졌다.

특별할 것 없는 사냥꾼의 오두막이었다. 거실 중앙에는 화덕이 하나 놓여있었고, 그 위로 커다란 솥에서 온갖 야채와 사냥물을 집어넣은 스튜가 은은한 향을 풍기며 끓고 있었다. 이 불이 꺼지지 않는 한 이번 겨우내 집주인의 삼시세끼를 책임질 풍요의 솥이 분명했다.

"술 한잔 하겠나? 아랫마을에서 가져온 와인이 있네만."

사내는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집주인이 술과 음식을 내왔다. 사내의 한 손에는 투박하게 깎아만든 나무그릇에 담은 따뜻한 스튜가, 다른 한 손에는 보기만 해도 시큼한 짙은 액체가 나무잔 표면에 보라색 흔적을 남기며 찰랑이고 있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엄동설한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다.

조용히 나무잔을 부딪힌 두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단숨에 술잔을 비워버렸다. 뜨거운 술기운이 화악- 하고 기분좋게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자네, 이름은 뭔가?"

"……Jung-Bung." 사내는 연거푸 두번째 잔을 비웠다. 마음 속에 숨겨둔 가장 깊은 비밀도 터놓을 수 있을 것 같은 몽롱함이 몰려왔다. 지금이 딱 좋다. 집주인도 적당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 Jung-Bung군. 이야기는 좋아하나? 내 자네에게 재밌는 얘기 하나 들려줌세."

드래곤의 사체는 돈이 된다.

부를 얻기 위해 드래곤 헌터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고, 결국 시간이 지나 드래곤들이 멸종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의 주인공 카나메 역시 그러한 드래곤 헌터 출신. 드래곤 사냥으로는 나라 제일의 실력을 자랑했던 그녀지만 

드래곤이 멸종해버린 지금, 그녀는 그저 딸랑 몸 하나만 가지고 변방의 다른 나라로 돈벌이를 찾아온 이름없는 노동자에 불과한 것이다...

카나메는 새로이 라이센스 발행을 받기 위해 저급퀘스트인 고블린 토벌 임무를 받아 숲으로 떠나게 된다

스테이터스 상으로도 만렙의 '전' 드래곤 헌터라고 표기됨

장비들도 하나하나 엄청난 효과들을 가지고 있지만... 고블린 상대로는 쓸모없지 않아 그거?

카나데의 스테이터스. 드래곤 헌터 출신이라 그런지 특기에도 드래곤 퇴치라고 써놨고, 자존심 만땅임

참고로 갓겜이라면 응당 갖춰야할 에로 스테이터스도 당연히 있음

대물쥬지만 상대해왔던 카나메는 고블린같은 소형종과의 싸움이 처음이라 많이 고전하는데

어찌어찌 잘 적응해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해낸다

마르캇트 광산에 조사를 나온 카나메

이곳에서는 인간들이 고블린들의 협박으로 아무일 없는 척하면서 광물을 캐다주는 조건으로 채광중에 나오는 보석의 소유권을 인정받고 있었다.

마냥 착취당하는 줄 알고 구하러왔더니 왠 의문의 상생을 하고 있는 모습에 놀랬으나 장기간 도시에 돌아가지 못한 것도 사실.

보석이 많아봤자 팔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카나메는 사람들을 구출해내고 고블린들의 수장인 말하는 고블린을 직접 대면하나 비만고블린을 상대하다 놓치게 된다

이번에 밝혀진 내용으로 고블린 소동은 고위험 사건으로 분류되어 주인공의 손을 떠나고, 주인공과 티격태격 되던 얄미운 A급 토벌인의 손으로 넘어가게 됨

토벌인으로선 아직 C급이지만 젖가슴은 확실한 A급인 주인공

다음으로 받은 의뢰는 자꾸 인근 마을에서 도둑질을 하는 요정들과 협상을 하는 것

요정들의 거처는 과거 드래곤의 사체를 처리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곳에선 요정의 모습을 한 고블린들이 요정들을 범하며 행패를 부리고 있었음

구해준 요정들의 도움으로 작아지는 마법을 써서 조사를 이어나가는 카나메

이곳에서 일어난 일 역시 말하는 고블린의 소행이었는데...

말하는 고블린은 상태가 좋은 드래곤의 뼈를 얻기 위해 이번 일을 벌인 것으로, 드래곤의 사체위에서 커다랗게 자란 나무를 보여주며 드래곤이란 개체의 대단함을 설파한다.

하지만 멸종당했죠?

"그래, 그 말대로다! 그것을 생각하면, 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종이라는 것은... 역시 너희들, 인간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열변을 토하던 고블린은 종 따윈 아무래도 좋다며 두서없는 얘기를 해서 미안하다더니 자기 이름을 알려주고는 또다시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비만 고블린, 요정 고블린에 이젠 아예 거미화된 고블린까지 튀어나옴

한편, 길드로 돌아온 카나메는 고블린 사건 조사로 수많은 고블린 거점을 쓸고다니며 말하는 고블린의 예상거처까지 알아냈다던 A급헌터로부터 연락이 끊겼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정식으로 구조대를 기다렸다간 이미 너덜너덜하게 강간당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게 뻔한 상황.

주인공의 라이센스를 발급해줄 때도 편의를 봐줬던 안내인이 이번에도 편법으로 그녀를 찾으러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목표 장소는 드래곤 이코노미시절 교역으로 번영했으나 지금은 고스트 타운이 된 마을 뉴트란트.

알몸으로 도망쳐나온 여자에게서, 그 건방진 A급 토벌인이 민간인을 구하고 고블린에게 대신 잡혀있다는 정보를 듣게됨

밀리미터 단위로 카나메보다 작은 가슴, 허나 99의 위력...

이정도의 전투력이 고블린에게 감금당해있다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음

고블린들의 본거지는 동사무소 건물의 지하

여기서 카나메는 어설프게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고블린과 만나게 되나, 구하러 온 대상인 A급 토벌인 유우즈키를 방패삼는 전략에 본인이 대신 잡히게 된다

"무, 무슨, 바보같은... E급을 대신해서 도망치는 일 따위......"

"그런 건 지금은 아무래도 좋잖아! 나 참, 뭘 대단한 듯이... 당신이 A급이라면 그에 걸맞는 냉정한 판단을 해주세요!

머리 좀 식히고, 몸도 가다듬고 나서... 그 뒤에 절 구하러 오세요! 알았죠?!"

"......큿! 빚진 건, 곧바로 갚아주겠어... 기다리고 있으라고, 루키!"

이번엔 A급 토벌인 유우즈키가 되어서 카나메를 구하러 가야한다

카나메가 바로 구하러 왔음에도 이미 상당히 유린당한 모습

젖빵댕이 정말 큰데 보여줄 방법이 없네

한편, 감옥 안에서 시그니니를 만난 카나메.

그는 고블린들에게서 노동력을 제공받을 뿐, 자신과 같은 종으로도 여기고 있지 않았다. 허나 그도 고블린이 아니던가?

사실 그는 태생적으로 고자였다.

쉽게 말해서 발기부전 고블린이었던 것이다.

동족들이 약탈과 강간에 정신이 팔려있을때 그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들의 서적을 읽곤 했고, 자신의 종족이 책에 그저 「여성을 덮쳐, 성폭행을 가해 번식하는 상스러운 마물」이라는 한 줄로만 적혀있는 것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

다른 종족의 시선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저급한 존재로 보이는지 깨달은 것이다.

"생물종 전체로 보면 높은 지능을 가졌으면서, 그걸 오직 폭력과 섹스로만 향해버리는 생태! 그건 어떤 교육이나 기술로도 바꿀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시그니니의 「계획」의 목적은,

한편 순조롭게 돌파중인 유우즈키

카나메가 퍼즐풀다가 빡쳐서 박살낸 흔적이나, 팔자좋게 적진에서 쉰 흔적 따위를 발견할 수 있다.

고블린의 증식속도는 보통이 아니다.

독을 뿌린다고 해도 범위도 살상력도 현저히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간단한 일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흉악한 종에 싸움을 거는 거다."

카나메는 너희 고블린은 지금도 구제 대상이지만 멸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드래곤은 멸종했다. 그렇지?"

그것은 단순히 돈이 되었기때문만은 아니다.

시그니니가 떠올린 고블린을 멸종시키는 방법이란, 인간에게 정말로 위협이 될만큼의 고블린 군단을 만들어 전쟁을 걸어 인간의 분노를 사는 것.

빡친 카나데가 한마디 하지만...

"...자살? 아아, 설명이 부족했군. 멸망하는 건 고블린만이다. 난 죽을 생각은 없어."

"하...?"

시그니니는 얼빠진 카나메를 남겨두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 고블린 군단을 뚫고 카나메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 유우즈키

전쟁을 준비중이란 사실을 알았으니 유우즈키는 길드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퇴각하고, 카나메는 개인적으로 시그니니를 쫓아 연구동으로 잠입하게 된다

연구동 곳곳에는 시그니니의 수기가 흩어져있다.

연구실 내의 인간에게 말을 건 카나메

허나 가까이에서 본 그것은 전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 또한 그저 인간의 외형을 했을 뿐인, 추악한 고블린 그 자체에 불과했다.

바보스러운 망상, 무익한 노력.

뭐가 「계획」이냐.

냉정하게 생각하면 아는 것이다.

고블린이란, 처음부터 「그러한 종」으로서 신이 만든 것.

선천적으로 저주받은 종족이다. 쓰레기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아는 것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인자」를 아무리 조작해도 본질은 결코 변함없다는 것따위 냉정하게 생각하면 안다.

이 「사피에」를 봐라.

뭐가 「사피에」냐. 뒤져버려라.

인간을 닮은 것은 겉모습뿐. 내용물은...

...장치로부터 나온 이 녀석이 눈을 뜬 순간, 오한이 들었다.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랑 아무런 변함이 없다. 고블린 그 자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신의 시시한 망상을 믿어, 「지성」「품성」등의 시험을 끈기있게 계속한, 나의 모습은...

냉정하게 생각해, 비참하고 우스운 광대 그 자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나의 생이라는 것은 이것도 저것도 쓸데없었다.

「인자」의 이상에 의해 태어났을 뿐인 특이 개체...

그것이 뭔가를 착각해, 신의 흉내따위를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헛됨. 최초부터 냉정했으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했으면...

└시그니니의 수기 9

냉정을 잃었음을 토로하는 시그니니의 절망이 담긴 수기 위로는, 사피에의 침실에서 먼지쌓인 그림책을 확인할 수 있다.

시그니니가 가장 좋아했던 동화, '미운오리새끼'다.

그옆에는 추잡한 그림이 그려진 책이 정액에 배어들어 푸석푸석해진채로 뒹굴고 있었다.

고블린의 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던 시그니니는 이때를 기점으로, 완전히 종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고 멸종의 준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마침내 마지막 장소에 도달한 카나메.

허나 이미 실험기기의 유리는 깨어져있고, 거대한, 한때 고블린이었던 무언가가 마을을 향해 날아가버린 직후였다.

마을에 도착

멸종작전의 시작으로 고블린 군단이 인간의 영토를 공격하기 시작해 난장판이 되어있다

불타버린 마을의 중앙에서 카나메가 마주한 것은...

"...하지만, 대단히 기분이 좋다.

하늘을 날았던 것도,

싸움에서 이겼던 것도 처음이다.

스으─...

후우─...

...오늘은 좋은 날이다.

여태까지중에, 제일..."

"드래곤, 헌터...?

............카나메.........

카나메, 카나메...

드래곤 헌터, 카나메...

...알고 있어. 옛날, 신문에서 읽었다...

그런가, 너가...

과연, 과연...

너와의 사이에서 느끼고 있었던,

인연과 같은 것...

정체는 그것이었는가.

사신이라는 것이다."

"............"

"이봐, 드래곤 헌터.

지금의 나는, 뭘로 보이고 있는가?"

한평생 고블린을 벗어나고자 했던 시그니니, 지금의 그는......

"그렇고 말고, 그럴 것이다.

프로의 보증서를 얻을 수 있어 기쁘군.

그래... 나는 지금, 드래곤.

거짓된 육체를 벗어던지고, 보다 고도의 생명으로 승화한 것이다.

...연구는 성공했다.

나의 생애, 그 모든 것이,

여기에서 결과를 맺은 것이다!!

...나의...!"

"..........."

"너의 실망, 분노, 슬픔... 얼마나 깊은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정도의 일을 벌인 이상, 내버려둘 수는 없는거야."

"...그렇다면, 어떻게 하려고? 나를 죽일 것인가?"

"에에, 죽여요."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그리고...

격의 차이를 깨달으세요."

".....훅, 후, 후후후......

해 봐라, 드래곤헌터...!"

"나는 죽을 수 없다!! 그 누구에게도!!!!" 

드래곤으로 거듭한 시그니니와, 드래곤 헌터로 복귀한 카나메의 최후의 대결이 펼쳐진다

게임내내 쓸모없었던 카나메의 대룡장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치열한 싸움 끝에 결국 흰 용 시그니니는 카나메의 검이 꽂힌 채로 살아남아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며, 드래곤 헌터 카나메의 전설은 그렇게 끝맺음된다.

한편생 추악한 고블린이란 종에 섞이지 못했던 시그니니...

최후의 순간 흰 용 시그니니라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그의 모습은, 끝내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을 찾게 된 한마리 미운오리새끼와도 같았다.

그의 이름인 시그니(cigni)가 라틴어로 백조를 뜻한다는 점, 이마의 문신과 하얀 용이 된 그의 모습이 흡사 백조를 닮은 점 등...

쯔꾸르 야겜이지만 이러한 디테일과 캐릭터성을 잘 살려낸 간만의 명작,

'고블린 콘키스타'였다.

우리모두 드래곤헌터의 프라이드고뭐고 고블린따위에게 범해지는 빅젖빵디 카나메의 헐떡헐떡 매력속으로 빠져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