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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xxi 준비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04 14:35:40
조회 934 추천 40 댓글 8
														





2: xxi

준비



프로콘술 카이칼투스 더스크는 선발되었다. 프로콘술 우즈카렐 오피테는 빠졌다. 아니, 정확히는 둘 다 선발되었지만 서로 다른 임무에 임하게 디었다고 해야 하리라. 우즈카렐은 프로콘술 직책을 유지하며 캡틴 제너럴과 트리뷴 디오클레티안이 부재한 동안 옥좌실에서 헤타이론 파수대를 직접 지휘한다. 그리고 카이칼투스는 그들의 왕이 이끄는 공격대에 배치된 헤타이론 파수대를 지휘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캡틴 제너럴의 선택에 호불호가 있었다 생각지 않는다. 우즈카렐은 그의 형제 파수대원이 선택되었음에 섭섭해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카이칼투스 역시 자존심을 내세울 생각도, 특별한 특혜를 받았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레기오 쿠스토데스다. 인류를 위해 싸우는 다른 전사들과는 궤가 다른 존재다. 그들은 교만, 시기, 실망, 야망과 같은 사소한 것들을 뛰어넘어 절대적 집중력을 발휘하는 정밀한 도구다. 그들의 정신, 영혼, 의지까지, 모든 것은 한 가지 특질로 제련되어 있다. 오직 조건 없는 충성이 그들의 모든 것이다.


아스타르테스들 사이에서 종종 번득이곤 하는 경쟁과 정열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서로 다투고 자랑하며 서로를 능가하려 하는 그런 것은 쿠스토데스의 것이 아니다. 우즈카렐과 카이칼투스는 아스타르테스의 그런 행동들이 당황스러우리만큼 비생산적이다 생각하지만, 그 생각조차 극히 찰나의 순간을 스칠 뿐이다.


카이칼투스가 옥좌실을, 그가 영원한 파수의 터를 떠나는 순간임에도 둘은 눈빛조차 나누지 않는다. 작별 인사도, 행운을 기운하는 말도 없다. 조용한 신호와 함께 카이칼투스는 투구를 벗고 걸음을 옮긴다. 오직 그의 자리를 대신할 동행 파수대(Sentinel-Companion)의 돌로 라모라(Dolo Lamora)를 마주한 순간 걸음이 멈췄을 뿐이다. 잠시 멈춰서 서로 이마를 맞댄 그들은 그 직후 자신의 길을 걷는다. 이마를 맞댄 것은 인사나 존경을 담은 몸짓이 아니다. 카이칼투스가 비우는 자리에 대한 각종 정황적 세부 정보를 돌로 라모라에게 즉시 알려주기 위한 쾌속 신경 전이일 뿐이다.


우즈카렐 오피네는 카이칼투스가 떠나는 것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지도 않는다. 돌로 라모라의 도착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지도 않는다. 그저 상황의 변화를 인식할 뿐이다. 그의 집중력과 경계는 순전히 유지된다.






아래의 무장실에서 레기오 쿠스토데스의 2개 전쟁 중대가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발도르의 강습 중대, 그리고 삶의 왕의 측면에 배치될 동행대 중대다. 사실 모든 수호자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완벽한 전쟁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할 일은 거의 없다. 무장, 전지 상태, 갑주의 봉인 상태와 체계 점검까지, 하얀 옷을 입은 아뎁트들이 간단히 점검하고 나서 승인을 내린다. 디오클레티안이나 캡틴 제너럴 본인처럼 최근까지 전투에 뛰어들었던 소수만이 더 철저한 주의를 기울일 뿐이다. 무장을 다시 장전하고, 전지를 다시 충전한다. 칼날은 다시 벼려지고, 손상된 갑주는 깨끗하게 닦인 뒤 다시 마감과 연마를 거치거나 완전히 교체된다. 경미한 손상은 즉시 수리된다. 먼지와 기름, 혈흔을 닦아낸다. 무구를 완벽하게 갖춰야만 완벽한 활약을 선보일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다.


쿠스토데스의 무장실은 거의 침묵에 잠긴 채다.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카이칼투스 더스크가 점검에 임한다. 시종들이 검사를 위해 그의 모범의 창과 수호의 방패(각주 1)를 옆으로 가져간다. 진단 장비들이 그의 센서와 굴절계, 그리고 때까치 제단(Arae-Shrike, 각주 2)을 점검한다. 스캐너가 화려한 아퀼론 패턴 갑주의 모든 부분과 구성 요소를 살피는 빛을 비춘다.


검사가 평소보다 오래 걸린다.


“끝났나?”


카이칼투스가 묻는다. 숙련된 아뎁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프로콘술의 흉갑을 벗을 것을 청한다. 세척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는 유기물 찌꺼기의 미세한 흔적을 세척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카이칼투스는 자신의 황금빛 흉갑을 내려다본다. 노인이 남긴 흔적. 손가락에 발랐던 그 침.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 흔적이다. 사실상 없었던 것처럼.


“안된다.”


카이칼투스가 말한다.






준비를 마친 카이칼투스가 내실로 들어선다. 대기실에 모인 동행대 중대 대원들을 지나간다. 준비를 마친 모두가 호박색 조명 아래 조각상처럼 서 있을 뿐이다. 카이칼투스는 넓은 복도 건너편의 무장실에서 들려오는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선서를 듣는다. 허스칼의 목소리가 그들을 이끈다. 카이칼투스의 정신 기록 보관소에 들어 있는 음색과 말투를 보았을 때 그 목소리는 디아만티스의 것이다. 스페이스 마린 치고는 매우 능숙한 전사다. 인류의 목소리, 인류의 관습. 레기오 쿠스토데스는 그런 의식을, 용기를 끌어낼 환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목소리가 그의 뒤로 사라진다. 프로콘술은 내실에 도착한다. 오직 소수만이 여기까지 이를 수 있다. 무장관들이 그들의 일을 끝내고 있다. 그리고 문턱에서, 카이칼투스의 감정이 처음으로 흔들린다. 심박수가 눈에 띄지 않는 정도로, 2~3초 정도 변화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카이칼투스는 단숨에 몸을 돌리고 모범의 창을 ‘방어’ 태세로 휘두른다.


“여기 오실 수 없습니다.”


카이칼투스가 간단히 말한다.


“하지만 여기 왔지.”


생귀니우스다.


“지나가겠다.”





각주 1 : 파라곤 스피어와 프라이디시움 쉴드를 이렇게 번역하기로 함.

각주 2 : 암흑기 기술로 만들어진 전자전 장비. 방해 전파로 코지테이터/무전 대역 등을 차단함.


카이칼투스가 말카도르가 남긴 침 자국을 지우지 못하게 하는 장면에서 다시 눈시울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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