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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멸망 후 이야기 - 앙코르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13 1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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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후 이야기 시리즈 링크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어느 행성 도시 번화가의 한 가운데, 여러 사람이 한 곳에 원을 이루며 모여있었다.


그 한 가운데에는 도시에서 유명한 한 가면을 쓴 곡예사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느 한 곡예사가 부리는 여러 묘기들을 보고 환호하고 있었다.


손대지 않고도 물건을 움직이는 염력 마술, 마치 하나의 선율을 떠올리는 듯한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검무, 익살스러우면서도 심도있게 관객의 호응을 유도해내는 능숙한 코미디.


관객의 모두가 이 곡예사를 도시 최고의 묘기꾼으로 칭송했으며, 항상 그가 나타나는 곳마다 그가 부리는 묘기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항상 공연의 분위기가 극도로 고조되는 순간, 곡예사는 바로 오늘 공연은 이걸로 끝이라며 항상 관객들을 감질나게 만들었다.


이럴 때마다 관객들은 탄식하며 관람료라면 얼마든 줄테니 빨리 다음 묘기를 보여달라며 앙코르를 부르짖으면서 돈을 곡예사의 상자에다 계속 던져넣었지만, 곡예사는 그저 그 자리를 순식간에 뜨며 행방이 묘연해질 뿐이었다.


관객들은 곡예사가 어디로 가나 항상 떠나는지 볼려고 했지만, 참으로 기묘하게도 분명히 시선을 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시야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1년 전부터 이 도시에 홀연히 나타난 곡예사는 그저 예고없이 나타나 거리에서 묘기를 부리고 끝나면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가 대체 어디에서 오고 언제 나타나는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고, 언제 어디에서 공연을 할 지 예고하지 않았으며, 가면 뒤의 얼굴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그가 나타난다면 황급히 몰려들어서 공연을 볼 수 밖에는 없었다.


지금 여기에 코 묻은 돈을 들고 공연을 보러 온 소년도 그 관객 중 한 명이었다.


부모님한테서 용돈을 받은 날, 소년은 가게에서 과자를 사러갔던 길에 뜻밖에도 그 곡예사의 공연이 한창이라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계획을 바꾸어 공연을 보러간 것이었다.


공연의 긴장감이 고조에 달한 순간, 이번에도 곡예사는 공연을 바로 마쳤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묘기를 좀더 보여달라는 관객들의 앙코르를 뒤로 하고 곡예사는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다.


또 어김없이, 관객들은 그가 어디로 사라지는 지 볼려고 했지만, 그새 모르는 사이 곡예사는 관객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단 한 명, 용돈을 받았던 그 소년을 제외하면 말이다.


소년은 분명히 보았다.


저 곡예사가 달려나가는 길의 앞에, 무언가 현실이 갈라진 듯한 틈이 생겨났고 곡예사가 바로 그 틈새로 들어갔다는 것을.


어째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고, 소년의 눈에만 보이는 듯 했다.


소년은 그 곡예사가 대체 어디에서 오고 돌아가는 건지 호기심이 샘솟았다.


그런 생각도 잠시, 그 틈새가 닫히기 시작했다.


모르는 곳으로 가면 안된다는 부모님의 충고조차 잊은 채, 소년은 틈새가 닫히기 전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나지 않았고, 바로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겨 눈을 꼭 감고 틈새 사이로 몸을 던졌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소년이 그 곡예사처럼 갑자기 인지도 하지 못한 사이에 사라진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틈새 사이에 들어온 소년은 감았던 눈을 조그맣게 실눈뜨듯이 떳다.


곡예사가 사는 곳이라면 분명 여러 공연용 도구들과 기묘한 장식들이 전시되어 있는 집일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었다.


허나 소년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그것은 미궁이었다.


마치 땅바닥 아래의 끝에서부터 저 멀리 하늘까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끝나는지도 모를 수도없이 많은 통로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거대한 차원이었다.


방금 전에 통로로 들어온 곡예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대체 어디가 어디인지도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저히 이세상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풍경에 불안함을 느낀 소년은 뒤돌아서서 다시 나갈려고 했으나, 나가는 통로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겁에 질린 소년은 주변에 대고 거기 아무도 없냐면서 소리 지르며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그 공포가 서린 부르짖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순간 소년이 서있던 자리가 지진이 난 것마냥 흔들리기 시작했다 - 아니, 마치 강이 흐르듯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일 것이다.


사막의 모래알이 바람에 날려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내듯, 미궁의 수도없이 많은 통로들은 스스로 움직여서 각기 다른 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생겨나고 막히고 이어지고 끊기기를 반복하는 미궁의 재구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소년은 쫓기듯이 도망다녔다.


허나 아무리 빨려도 아직은 어린아이, 소년의 발걸음은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통로의 속도를 벗어날 순 없었다.


결국 소년은 체력이 다 떨어지고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넘어진 자신의 뒤에서 빠른 속도로 붕괴되어가는 길을 보며, 공포에 질린 소년은 울음을 터뜨리며 후회했다.


여기에 오지 말걸, 부모님이 하는 말씀을 잘 들을걸.


소년은 죽기 싫다는 공포로 눈을 꽉 감으며, 길 아래의 미궁의 심연으로 떨어질 최후를 기다렸다.


허나 통로가 무너지는 그 순간, 소년이 느낀 감각은 추락감이 아닌 부유감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등 뒤 옷무새를 잡고 끌어올리는 듯한 감각.


뭔가 이상하다 느낀 소년은 꼭 감았던 눈을 뜨고 뒤를 보았다.


바로 그 곡예사였다 - 대체 어딘가에 묶여있는지도 모를 로프에 매달리며 소년을 구해낸 것이었다.


다만 평소처럼 익살맞은 묘기를 부리던 광대같은 모습은 없었고, 평소라면 친근했던 가면에서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진중함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소년이 고맙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곡예사는 소년을 업고 재구축되어가는 미궁 속을 현란한 몸놀림으로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그리고 달려 나가면서 그나마 안정되어있는 통로에 섰을때, 곡예사는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검 하나를 뽑아내서 허공을 베어갈랐다 - 그러자, 베어가른 자리에 소년과 곡예사가 드나들었던 것과 같은 틈새가 생겼다.


미궁이 완전히 재구축되려는 순간, 곡예사는 소년과 함께 틈새에 몸을 던지며 탈출했다.


틈새로 나온 세상에서 소년의 눈에 보인 건, 이번에야말로 곡예사의 거처라고 할 만한 곳이었다.


공연 때 보였던 여러 도구들과 장식들로 꾸며진 방, 미궁과는 다른 세상에 있는 일종의 주머니 차원이었다.


곡예사는 소년을 내려놓으며 소년의 얼굴을 가까이서 호기심이 가득한 듯이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만 했다. 이곳은 평범한 필멸자가 올만한 곳이 아닌데 어찌, 그것도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 소년이 들어올 수 있었단 말인가.


어떻게 자신을 따라서 들어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에 이 소년의 집이 있는 곳으로의 통로가 열릴려면 최소 하루는 걸릴 것이다.


그 때까지는 자신의 거처에서 잠시 머무르게 하는 수 밖에. - 곡예사는 생각했다.


그런 곡예사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은 아까 전 자신을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자마자 곡예사한테 무한한 관심을 보내며 대체 어디서 왔냐고, 어떻게 묘기를 부리는 거냐고, 혹시 다른 묘기도 있냐고 하면서 끊임없이 질문공세를 펼쳤다.


아까 전의 죽음의 공포에서 비명지르던 그 꼬마가 맞나 싶었다.


아니, 자기 목숨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 딱맞춰 동경했던 존재가 자신을 구해줬으니 오히려 더 흥분할만도 한가.


곡예사는 일단 돌려보내줄 때까지 얌전히 있으라고 했지만, 아직은 한창 활기발랄하고 시끄러울 때의 나이, 소년은 계속해서 방을 돌아다니고 질문했다.


이건 뭐냐고, 이건 어디에 쓰는 것이냐, 이건 만져도 되는 것이냐 안되는 것이냐 하면서 천진난만하게 정신사납게 했다.


이대로 뒀다가는 끝도 없이 이러겠다 싶어, 곡예사는 소년이 조용히 앉아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한가지 연극을 보여주기로 했다.


곡예사는 소년을 자신의 방에 있는 침대에 앉히고 연극을 시작했다.



저 하늘의 별들이 꺼지고 다시 밝게 타오르기도 전의 머나먼 옛날, 한 때 번성했던 거대한 왕국이 있었답니다.

왕국의 영토는 이 세상 모든 땅에까지 걸쳐있었고, 그들을 위협하는 도적떼나 괴물들도 없었어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바로 왕국의 것이었지요.

그래서 왕국의 국민들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나날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계속되는 평화 속에 왕국의 국민들은 점점 지루해져갔어요.

그들은 뭔가 특별한 것들을 찾기를 원했죠. 지루함을 만족시킬 뭔가 특별한 것들을 말이에요.

그래서 그들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상한 놀이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배터질 때까지 음식을 많이 먹기, 얼굴이 퉁퉁 부을때까지 서로 싸우기, 작은 동물들 괴롭히기...

모두가 이 괴상한 놀이를 말리기는 커녕 다들 끼어서 놀려고 했지요.

놀이로 생겨나는 쓰레기를 치울 사람은 없어지고, 쓰레기는 계쏙 쌓여가 왕국은 점점 더러워지고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산보다도 높이 하늘을 찌를듯하게 쌓아올려진 쓰레기 더미 속에서, 한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어요!

괴물은 왕국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어요!

성, 도시, 심지어 사람들까지, 모두가 괴물의 아가리에 꿀떡 삼켜져 뱃속에 들어갔답니다.

왕국의 성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그 무시무시한 괴물이 자리를 깔고 앉아있을 뿐이었지요.

왕국의 사람들은 무서운 괴물을 피해 도망쳤어요.

어떤 사람들은 산만한 배에 타서 도망갔고, 어떤 사람들은 숲속으로 도망쳤고, 어떤 사람들은 도적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공연단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며 자신들처럼 어리석게 되지 말라고 경고의 교훈을 주고 다녔답니다.


그렇게 까마득히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날, 한 전사가 나타나, 도망쳤던 왕국의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이 전사는 우리가 힘을 합쳐서 맞선다면, 저 괴물을 무찌를 수 있을것이라고 하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모으고 다니기 시작했지요.

사람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어요. 우리가 어떻게 저 커다랗고 힘쎈 괴물을 무찌를 수 있냐면서, 겁먹은 채로 여전히 도망가려고 했지요.

그러나 전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뽐내자, 도망쳤던 왕국의 사람들은 전사를 믿고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저 멀리 바다로 도망쳤던 뱃사람들, 숲속에서 숨어있던 사람들, 도적질로 먹고살아가던 사람들, 그리고 떠돌이 공연단의 사람들까지, 도망쳤던 모두가 다시 한번 왕국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지요.


마침내 결전이 날이 온 날, 전사와 왕국의 사람들은 괴물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어요.

괴물은 이들도 집어삼키려고 했지만, 기나긴 사투 끝에 결국 괴물은 쓰러졌지요.

자신들을 괴롭힌 괴물이 드디어 쓰러지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괴물이 집어삼켰던 것들을 전부 돌려받기 위해 얼른 배를 갈랐어요.


하지만, 뱃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괴물이 집어 삼킨 성과, 도시와, 사람들도 하나도 없었어요.

이미 괴물이 전부 소화시킨지 오래였어요.

전부 뱃속에서 잘게 부수어져 괴물과 한 몸이 되어있었고, 사람들이 이 괴물을 죽인 순간 옛날의 왕국도 죽어버린 것이었죠.


그제서야 전사와 사람들을 깨달았답니다.

이 괴물은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는 것을.

우리의 지나친 욕심이 쌓아올린 쓰레기로 탄생한 괴물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저지른 악행들에 대한 업보였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답니다.


사람들은 낙심하고 후회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전사가 말했어요.

이젠 이 땅에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으니, 새로운 땅을 찾으러 가자고.

이 땅이 더러워지고 거기서 괴물이 탄생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니, 우리가 떠나야 한다고.


그렇게 사람들은 전사를 따라 저 멀리 어딘가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을 찾으러 떠났어요.

그러나 단 한 명, 어느 한 광대는 생각했지요.

미래에 이 땅에 새로운 왕국을 세울 다른 이들은 우리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다시는 또다른 괴물이 나타나서는 안된다고.

그래서 광대는 파수꾼으로서 이 땅에 남기로 했어요.

언젠가 다른 사람들이 그들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그 사람들의 잘못을 깨우쳐주고 경고해주기 위해서 말이죠.


그렇게 이 광대는 모두가 떠나버린 이 땅에 혼자 남아, 홀로 공연을 펼치고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소년은 물었다.


그럼 그 광대는 아직도 계속해서 세상을 떠돌고 있는 거냐고. 아무런 친구도 없이 계속 혼자서 외롭게 공연을 하고 있는 거냐고.


소년은 이야기 속의 광대가 바로 그 곡예사라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챈듯 했다.


이 질문에 아무 말없이 서있는 곡예사에게, 소년은 침대에서 내려와 꼭 끌어않아 포옹해주었다.


미궁과 현실 사이에서 셀수도 없이 오랜 세월 혼자 떠돌아다니며 혼자였던 탓일까, 소년의 위로 어린 포옹에 곡예사는 그동안 안에 잊혀져 있던 무언가 아프면서도 따뜻한 것이 느껴졌다.


항상 공연을 마치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오면 그 곳에는 자신의 물건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적막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의, 혹은 동족들이 떠난 이후로 처음으로 자신의 거처에 맞이한 손님이자 관객의 존재는, 작은 희미한 촛불이 어둠을 비추듯 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소년의 작은 위로에 보답하기로 한 곡예사는 다시는 잊을 수 없는, 앞으로의 일생에도 없을 최고의 앙코르 공연을 보여주기로 했다.


곡예사는 자신에게 있어서도 까마득한 옛날 전설들 이야기들을 1인 연극의 형식으로 소년에게 들려주었다.


하늘과 땅이 막 태어났던 시절, 생명을 빚어내는 신들과 이들에게서 불로불사의 비밀을 얻어내려고 했던 이들의 사투 이야기.


별들을 먹어치우는 존재들과 거래하고 기계몸을 얻었지만 속아넘어가 인형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야기.


또 다른 쓰레기 더미에서 태어나고 세상을 집어삼키려고 했던 3마리의 괴물들의 이야기.


별들 사이로 거대한 제국을 세운 황금 거인과, 어둠의 힘을 등에 입어 제국을 뒤엎으려고 했던 아들들의 반역 이야기.


세상을 녹색물결로 뒤덮으려고 했던 야만적인 짐승들의 이야기.


이 세상과는 다른 세상에서 온 굶주림 밖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괴물들에 맞서 집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


한 때 여러 종족들이 모여 살던 작지만 결속력이 강력했던 한 나라 이야기.


세상이 반으로 쪼개진 거대한 재앙이 일어나고, 잊혀졌던 영웅들이 다시 돌아온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끝내버리고 후대의 사람들에게는 잊혀져버린 거대한 마지막 전쟁의 이야기까지.


곡예사는 앙코르를 부르짖는 소년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엔 그저 한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달래주기 위해 시작했던 즉석 1인극은, 어느샌가 장엄하고도 거대했던 과거의 대전쟁과 전설의 인물들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대서사시가 되어있었다.


소년은 즐거웠다.


저 멀리에서만 볼 수 밖에 없었던 묘기를 부리던 곡예사가 바로 앞에서 자신에게 들려주는 믿을 수 없고 장엄한 이야기에, 소년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곡예사 또한 자신의 진정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수 있었던 상대가 있던 덕에, 대체 언제 느꼈었는지도 모를 즐거움을 느꼈다.


그렇지만 어느 덧, 소년이 사는 세계에 있어서 이젠 늦은 밤이 될 시간이 되었다.


아무리 즐겁고 고양되었어도, 아직은 어린 아이였던 소년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런 소년의 모습에 킥킥 웃은 곡예사는 소년을 침대 위로 눕혀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직 더 들을 수 있다는 소년의 칭얼거림에, 곡예사는 그 대신에 자신이 작은 선물을 하나 주겠다고 하며 소년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겠다고 한다.


그것은 기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팬던트였다.


신기하게 생긴 팬던트를 얼굴을 가까이 대고 보는 소년에게, 곡예사는 이 팬던트를 보고 오늘 있었던 일을 부디 추억으로 남겨달라고 말했다. - 그리고 모르는데 가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도 잘들으라고 하는 말은 덤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젠 이 행성도 슬슬 떠날 때였다.


눈이 감기며 수면의 늪에 빠지기 직전, 곡예사는 소년에게 큰 감사를 표했다.


이 은하계에 혼자 남은 이래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은 참으로 오랜만이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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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눈을 떳을 때에는, 자기 집의 침대 위였다.


방에 들어온 그의 부모님은 소년을 보자마자 대체 어디갔던 거냐고 얼싸 안으면서 호통과 꾸중을 내짖었다.


소년이 사라졌던 그 날, 부모님은 사라진 소년을 찾기 위해서 약 사흘 동안을 동네방네 수소문하면서 찾아다녔다고 했다.


분명 하루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소년은 당황했다.


그 전에 대체, 분명히 곡예사의 방의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언제 돌아온건지 하면서 소년은 혼란에 빠졌다.


그럼 난 대체 뭘 하고 있었나, 전부 꿈이었던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소년의 손에 뭔가가 쥐어졌다.


바로 곡예사가 선물로 준 팬던트였다.


소년은 깨달았다. 꿈이 아니었구나. 전부 사실이었구나.


작게 미소짓는 소년의 귓속에, 팬던트에서부터 곡예사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다른 작가님이 쓰신 커튼콜의 솔리테어의 후일담 격 스토리를 짜봤는데,

아 확실히 내 필력은 다른 분들에 비해서 절대 못따라가는 구나;;

똥손 + 다른 작가님 작품 무임승차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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