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거기 있나? 듣고 있나? 여기서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대지 깊은 곳의 어두운 곳, 차가운 돌로 엮여 태양의 빛조차 잊힌 생각에 지나지 않는 곳, 오직 두 목소리만이 들리는 곳. 듣도록 하게…

“너는 누구지?”

“나는 누구도 아니다. 동시에 누구일 수도 있지.”

“아니, 너는 아스타르테스 군단의 전사다… 아니면, 전사였을 수도… 너는 제1군단, 다크 엔젤의 구성원이다… 아마도. 그리고 제국의 배신자지… 잠재적으로는.”

“그렇다.”

“그럼 내가 누구인지도 아나?”

“알고 있다.”

“그럼 내가 너의 죄업이나 위험성을 확인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군. 너는 둘 다에 속하는 존재이니까. 나는 네 수감 상태의 감시자다. 너는 이 옥을 절대 떠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뿐이지.”

“그러면 왜 나를 심문하러 온 거지?”

“네가 여기 온 이유를 알기 위해서다.”

“운명이 나를 이끌었다.”

“너처럼 검은 갑주를 두른 이들, 그들은 왜 여기까지 온 거지?”

“충성심. 복수심. 죄책감.”

“네게 이름은 있나?”

“이름?”

“이름은 진실의 시작이니까.”

“사이퍼.”

“암호, 혹은 실존하지 않는 이를 일컫는 표현이군. 그건 이름이 아니다.”

“그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넌 어떻지? 알려줄 이름이 있나?”

“내 첫 이름은 헤카론(Hekkarron), 그림자 경비대의 수호 파수장이다.”

“이름을 밝히는 데 두려움이 없군? 이름이 곧 힘 아니던가?”

“하지만 넌 그 힘을 쓸 자유가 없지.”

“어쩌면. 커스토디안, 내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다른 건 말해줄 수 있지.”

“뭐지?”

“비밀 하나 알려주지…”

사이퍼와 커스토디안의 대화로 시작.

이번 번역은 지금까지 썼던 번역과는 단어를 좀 바꿔볼 생각임. 더 우리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