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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ii "볼지어다!"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06 14:34:28
조회 537 추천 30 댓글 6
														


[시리즈] 종말과 죽음 2부 :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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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ii 파편들(몰락)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iii 약탈자들의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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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 뒤, 그리고 옆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i 도시는 아닌



6:xxxii “볼지어다!”



로켄은 몸을 돌려 검을 쥐려 한다. 그리고 악마의 손이 그대로 로켄을 붙잡아 복도 아래로 내던진다. 격벽에 부딪힌 로켄은 미끄러지듯 멈춘다. 입 안에서 피맛이 난다. 로켄은 몸을 일으키고 돌려 그에게 다가오는 놈을 마주하려 한다.


“내가 네 모든 주변에 있나니!”


사무스가 외치며 다시 뒤에서 그를 덮친다. 벽에 정면으로 후려쳐진 로켄은 순간 뇌진탕을 느낀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 차린 로켄은 자기가 발목을 잡힌 채 갑판을 따라 질질 끌려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로켄은 발길질을 날리며 뿌리치려 하지만 실패한다.


사무스가 로켄을 잡아든다. 거의 그의 상체를 짓이길 기세다. 로켄은 부패의 악취, 질병의 냄새, 암과 치매의 냄새, 그리고 오직 동물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세균성 파지의 냄새에 덮쳐진다. 악마는 그를 함체 벽에 그대로 후려쳐 붙든다. 로켄은 벽에 얼굴을 마주한 채 놈이 숨쉬는 소리를 듣는다. 마치 거대한 용광로의 노호를 듣는 것 같다.


거대한 손이 말초 시야에 들어온다. 더러운 발톱을 뻗친 채다. 로켄의 바로 옆에 있는 벽을 발톱이 긁고, 마치 축축한 종이를 찢어내듯 한다. 흠뻑 젖은 진창처럼 벽이 떨어져 나간다. 두꺼운 갑주를 두른 함체의 피부에, 오직 관통형 미사일만이 할 수 있을 종류의 파열이 벌어진다. 


감압은 전혀 없다. 격렬하게 공기가 부딪히는 소리도 없다. 그저 너덜너덜하니 쩍 벌어진 구멍이 있을 뿐이고, 저 아래 바람에 흩날리는 섬유질 가닥이, 재처럼 흩날리는 파편들이 있을 뿐이다. 빛이 그 구멍을 따라 들어온다.


악마가 로켄을 마치 인형처럼 움직여 함체의 구멍으로 끌고 간다. 놈은 로켄이 강제로 밖을 내다보게 한다. 강제로 밖의 모습을-


“볼지어다!”


불생자가 로켄의 귀에 대고 쉿쉿거린다.


로켄은 저 아래 펼쳐진 세상을 본다. 화염에 삼켜진 테라가 끔찍한 광채를 발하며 고통친다. 이글거리며 뻗치는 방사성의 빛에 거의 눈이 멀 지경이다. 로켄은 그 행성을 계속 바라본다. 화염의 망토로 뒤덮이고, 파괴의 불길 속에 들끓으며, 숨을 거두고 있는 옥좌성 위에 마치 독을 두른 왕관처럼 둘러진 천공의 빛이 발하는 후광을 본다. 불타는 함대를, 연기의 기둥들을, 벼락의 창들을, 플라스마의 화살들을 본다. 몰락한 도시를, 그 도시를 가로지르며 마치 나무 뿌리처럼, 기생충처럼 다른 곳의 또 다른 도시가 뒤엉키는 모습을 본다. 저 바깥 공허의 끔찍한 광대함을, 끝없는 어둠을, 그리고 그 어둠 속에 존재하는 것들이 미끄러지며 소용돌이치는 것을, 완전히 보거나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것들을 본다. 모든 것의 현재를, 과거를, 그리고 미래를 본다.


“한심한 저들의 군단, 찢겨진 군세, 걸어 다니는 시체를 보노라. 오직 죽이기 위해 살고, 죽이기 위해 죽이는 이들이여. 더 이상 어떤 미친 듯한 노력도, 흥분한 희생조차 충분치 않으리니. 지금, 그 어떤 승자도 패자도 취할 수 있는 것은 없으리로다. 그들의 동기도, 까닭도, 의제도 남지 못하리라.”

“아-아니다…”


로켄은 고개를 돌리려 애쓰며 헐떡거린다. 그의 눈은 감기지 않는다.


“볼지어다! 저들도 보지 못할 것이런가? 과거는 떠났고, 미래는 없으리니, 오직 지금이 있을 뿐이로다. 오직 전쟁이 있을 뿐이니, 그 연료가 타오르는 동안 계속 불타리로다.”


놈이 로켄의 귀에 대고 낄낄거린다. 바로 그의 뒤다.


“길게 이어지지 않으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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