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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검은 군단] 2부 16장: 침묵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4 16: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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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VI



침묵



그 전투 이후의 나날에도, 침묵은 여전히 귀청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침묵에는 안전함이 눈과 우리가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벌였던 전투와 아주 반대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진정한 공허 속에 숨었다. 복수하는 영혼테인은 두드러지게 수가 감소한 호위함, 경순양함, 나포한 블랙 템플러 소형함의 소함대에 둘러싸여 별들 사이의 우주를 다함께 떠다녔다. 곧 우리는 흩어진 함대를 다시 모아야 할 터였으나, 지금은 사전에 계획한 집합 지점 중 한 곳에 고요하게 숨어 다가올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나구알의 곁에 서서, 손으로 악마의 털을 산만하게 쓰다듬었다. 내 주군이 미래에 대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기회야.” 아바돈이 내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의료용 수조의 측면에 달린 스피커 날개판을 거치며 잡음이 섞였다. 그는 울티오의 생명유지 요람과 비슷하게 생겼고 피로 더러워진 양수가 담긴 액체 속에 떠 있었다.

우리 셋뿐이었다. 이 갑판의 아포세카리온은 죽음의 고통 아래 비어 있었다. 무광의 칼날 소속 분대 하나가 바깥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고, 에제카리온만이 입장을 허락받았다. 에제카리온 중에서도 아무라엘과 일랴스터만이 우리 주군의 상처를 보살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 부착된 재호흡기 마스크가 산소를 공급하고 그의 말을 전했다. 그는 판갑을 벗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액체에 담긴 그의 창백한 거구는 어째서인지 강령술 시험을 연상시켰다. 그의 뺨에서 시작되는 흉터는 쇄골로 내려오며 가늘어지다가 그의 파괴된 가슴에서 끝났다. 지기스문트가 진정으로 타격해, 내 주군의 내부 장기 몇 개를 파괴하고 클론 재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곳이었다.

나는 바이오맨시 조작으로 그를 치료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살점이 다시 자라도록 북돋을 수 있어.” 나는 짚었다. 믿을 수 없는 수단이었지만, 복제와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거절했다. 그가 말하길 그것은 신뢰의 문제였다. 일랴스터의 복제라는 돌봄에 의지함으로써 그는 자신이 일랴스터를 깊이 신뢰함을 증명했다.

“복제된 장기는 암세포 발달에 취약해.” 나는 지적했다. 소용은 없었다. 결국 암은 모사되어 비뚤어진 자연 세포보다 복잡할 것이 없었다. 그 과정에 인위적인 요소를 더해봤자 위험만 높아질 뿐이었다. 그러나 아바돈의 정신은 결심했다.

그가 갑옷을 벗고 과다한 옛 상처만을 입은 채 수조 속을 부유하자, 해묵은 의심들이 내 생각에 떠올랐다. 우리와 같은 이들에게 그는 항상 거대했다. 전 선즈 오브 호루스에 속했던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자신의 프라이마크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워마스터를 닮은 에제카일 아바돈만큼 명백하게 프라이마크를 닮은 스페이스 마린은 없다는 것은 대성전 중에도 상식이었다.

그러나 갑옷과 겉치레를 벗은 그를 보니 죽은 아버지와 살아 있는 아들 사이의 유사성이 계시처럼 떠올랐다. 나는 많은 이들이 생각했지만 누구도 감히 묻지 못한 질문을 마침내 목소리로 냈다.

“너는 호루스인가?”

그의 황금빛 눈이 즐겁다는 듯 반짝거렸다. 그는 재호흡기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에제카일 아바돈이야.” 그는 의료용 수조의 스피커로 말했다.

“그 뜻이 아니잖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손짓했다. 수조 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켜켜이 쌓인 근육을 지니고 반신에 버금갈 만큼 신장이 큰 이 거구의 인물은 아홉 군단 전체가 속삭이는 전설이 된 지 오래였고, 언젠가 은하계 전체가 속삭일 전설이 될 터였다. “너는 호루스야? 그의 복제인 거야? 그의… 아들인 건가?”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스피커를 거치며 축축해지고 쇠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뭘 믿는 거야, 카욘? 내가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거짓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

이 말에 그는 즐거워했다.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말이야, 형제여, 내가 다시 만들어진, 내 유전자-코드를 여기저기 뒤틀고 변형해 재창조된 호루스가 맞아도, 달라질 건 뭔데?”

내가 생각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오직 즐거움뿐이었다.

“어쩌면 말이야. 어쩌면 너는 항상 네 프라이마크의 유전적 쌍둥이였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진짜 에제카일 아바돈은 눈 전체를 순례하다가 죽었고 너는 그를 대신한 파비우스의 창조물 중 하나인 걸 수도 있고. 내가 어떻게 알겠어?”

이것도 그를 즐겁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신뢰하고 있잖아, 형제여.”

“그렇긴 하지.”

“이것 좀 물어보자, 카욘. 그게 중요해? 복제든, 아들이든, 아버지든… 짐승 놈들이 자기들이 믿는 진실을 떠벌리게 놔두자고. 우리의 눈이 더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하고 있으면 된 거야. 우리는 미래를 보고 있어, 과거가 아니라.”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동의했다. 여기에 대답할 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그가 옳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가 우리 편인 이상에는 말이다.

“아까 기회라고 했지.” 나는 상기시켰다.

“너는 올바른 일을 한 거야.” 그가 받아쳤다. 나는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함대를 흩어놓는 건 잘한 일이야, 형제여.”

“알아. 하지만 네가 내 행동에 동의한다는 걸 직접 들으니 기분이 좋은데.”

“그리고 넌 타거스 다라벡을 죽였지.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는 부유 액체 속에서 몸을 움직였다. 그의 눈은 사납고 밝았다. “그리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복수심(vindicta)의 문제지 않았어?”

“그랬지.” 나는 인정했다.

“우리의 자유와 다라벡의 죽음으로,” 그는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사나워져 야망으로 빛났다. “전에 없던 기회가 찾아왔어. 템플러는 돌아올 테지만 혼자가 아니겠지. 등에 제국의 분노를 업고 올 거야. 그러면 놈들은 뭘 발견할까?”

“수사학적인 질문을 하려는 거야?”

“맞장구 좀 쳐줘라, 암살자. 날 만족시켜달라고.”

“놈들은 불타오르는 세계들을 발견하겠지. 파괴된 전초기지들을, 습격당한 조선소들을, 약탈당한 항로들을 보겠지.”

“전부 맞아. 하지만 그 행위를 수행하는 공격대들과 약탈자들도 발견할 거야. 흩어지고 고립된 워밴드들 말이야. 군대나, 아홉 군단이 아니라.”

이제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그리고 다라벡의 죽음으로…”

“우리가 공유하는 증오 속에서 군단들을 통합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간은 없었어. 함대를 통합하고 나서 우리는 일시 동맹과 상호 전쟁 제안으로 다른 군단들의 워밴드들을 복종시킬 거야. 우리를 배신하는 놈들도, 거절하는 놈들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통합이 필요해, 카욘. 저급한 해적질은 관두고 다시 한 번 공개적인 전쟁을 벌이는 거야.”

당당한 말이었고, 완벽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진실은 아니었다.

증강되지 않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고 부드러운 실 한 가닥이 갑판에 놓여 있었다. 대략 1미터 길이였고, 흐린 하늘 아래 죽은 나무처럼 어두웠다.

머리카락. 아바돈의 이전 문병객이 남긴 희미한 향과 일치하는 머리카락 한 올이었다.

나는 모리아나가 여기 오고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던 것인지 궁금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세그멘툼에 공개적으로 전쟁을 벌이면,” 나는 감히 말했다. “네 다른 목적도 달성할 수 있겠지.”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고, 그가 모르는 척으로 나를 모욕한 것도 아니었다.

“드라크'니옌이 부르고 있어, 카욘. 그 무기는 나의 것이 될 거야.”

승함 공격 동안 네페르타리는 모리아나를 지켰다. 때가 되면 나는 그녀에게 그 명령을 내린 것을 후회할 것이었다. 그녀가 그것을 잘 따라준 것을 안타까워할 터였다.

하지만 나는 그 칼이 저주가 될 것이라는 것도, 그 검은 영이 우리 모두의 정신에 속삭일 광기도 알지 못했다. 그때 알고 있었다한들 내가 논쟁할 수 있었을까? 아바돈은 절대 듣지 않았을 터였다. 야망은 항상 그의 가장 가까운, 에제카리온보다도 더 가까운 형제이니.

“떠나기 전에,” 내가 말했다. “얘기 좀 해줘.”

“말해봐.”

“지기스문트. 그가 어떻게 너에게 상처를 입힌 거야?”

아바돈은 침묵에 잠겼다. 악의와 생명력을 지닌 야망이 피처럼 흘렀다. 검은 재호흡기는 그의 얼굴 대부분을 가렸고 암흑은 그의 표정 일부를 숨겼지만, 나는 내 주군의 얼굴에 부끄러움 비슷한 것이 스치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고 믿는다.

어찌나 궁금하던지.

“그는 죽지 않을 수도 있었어.” 아바돈이 마침내 말했다. 낮은 목소리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냥 죽지 않을 수도 있었지.”

나는 그의 정신을 읽어서 알아낼 필요가 없었다. 그의 어조만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 “그가 너를 유인했군. 너는 분노에 눈이 멀었고.”

아바돈이 이빨을 부딪치자 나는 그의 턱과 목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가 나를 쳤다는 걸 알아차리기도 전에 끝났어. 나는 숨을 쉴 수 없었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숨이 쉬어지지도 않았어. 흑검이 내 가슴에 자루까지 박혔지. 그 노장이 내 가슴을 칼집처럼 썼던 거야.”

스피커를 거친 에제카일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쓰라림과 매혹을 드러내며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말은 거의 띄엄띄엄 들리는 속삭임 수준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맨살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염산 같았다. “나를 죽일 방법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어. 그는 기회가 생긴 순간 그것을 행했지. 그의 칼날이 내 몸을 관통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얼굴을 마주했어. 내 갑옷은 스파크를 튀기다가, 쓰러졌지. 나는 반격했어. 그의 피가 발톱(the Talon)을 적셨지. 그는 쓰러졌어.


나는 아바돈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만히 있었다. 그의 눈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이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있었는지 보고 있었다.

“그는 죽지 않았어, 카욘. 바닥에 쓰러졌고, 시체처럼 사지를 편 채, 두 조각으로 갈라져 내장이 뽑혔는데도, 아직 살아 있었지. 나는 내 죽은 폐로 억지로 계속 숨을 들이쉬면서 무릎을 꿇었어. 아포세카리처럼 그의 위에 무릎을 꿇었지. 흑검은 여전히 나에게 꽂혀 있었어. 우리의 눈이 마주쳤지. 그는 말했어.”

나는 아바돈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의 생각에 접촉했다. 처음에는 그가 내 존재를 거부할까봐 주저했다.

그러자 나는 눈을 감았고, 보았다.

흑기사가 몸이 찢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 그의 검의 형제단은 사라졌는지 죽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지기스문트의 타바드는 피로 더러웠다. 피가 아래의 갑판과 그의 주변을 꾸미고 있었다. 아바돈의 눈에도 붉은 기가 어려 안개처럼 시야를 가렸다.

피. 피가 너무 많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얼굴에 주름처럼 새겨진 시간을, 그가 보냈던 모든 해들을 하나씩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황금 옥좌에 앉은 인류의 주인에게 경의를 표하듯 위를 향해 방의 화려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기스문트의 손이 떨렸다. 놓쳐버린 검을 찾으며 아직도 경련하고 있었다.

“아니.” 아바돈이 피를 흘리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형제로서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아니. 끝났다. 이제 잠들어라, 네가 얻은 실패 속에서.”

기사의 손끝이 그의 검의 자루를 긁었다. 그토록 멀리까지 움직일 힘이 없는데도, 너무나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갓 죽은 자들처럼 핏기를 잃고 파래졌으나 그는 아직도 숨을 쉬었다.

“지기스문트.” 아바돈은 자신의 생혈로 검어진 입술로 말했다. “이 발톱은 두 프라이마크를 죽였다. 황제를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갔지. 네가 내 말에 동조했으면 이것으로 네 생명을 맛보는 일은 없었을 거다.”

고백하건대, 아바돈의 눈으로 바라보며 나는 평범한 기사의 맹세나, 황제의 이름을 읊조리는 마지막 중얼거림을 예상했다. 대신, 임페리얼 피스트의 1중대장이자 블랙 템플러의 대원수였던 망가진 것은, 입에 피를 머금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한 마디 한 마디 쏘아붙이는 데 전념하며, 명료하고 낙천적인 말을 떨리는 몸으로 분명하게 내뱉었다.

“너는 네 약해빠진 아버지처럼 죽을 것이다. 영혼도, 명예도 없이. 울면서. 수치스러워하면서.”

지기스문트의 마지막 말은 마지막 숨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의 입을 한숨처럼 빠져나오며 그의 영혼을 앗아갔다.

나는 아포세카리온에서 눈을 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기스문트의 마지막 저주를 듣자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팔쿠스가 성전사에서 지기스문트의 시신을 가져왔어.” 아바돈이 내게 말했다. “그가 직접 가져왔지.”

여전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것을 타거스 다라벡의 뼈대와 함께 오큘러스 위에 매달기를 원했던 것인지, 지기스문트의 시체를 신성한 최후로 모독하고 싶었던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아바돈은 다시 한 번 비할 데 없이 피곤해 보였다. 나는 떠나겠다는 신호로 고요를 받아들였다. 그는 말리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나는 작별인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끊어야 하는 실이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떠나는 나를 지켜보지도 않았다. 그는 다시 지기스문트를 보며, 자신이 한때 동경했고 자신을 경멸하며 죽은 형제에게 하지 못했던 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떠나면서 그에게서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 전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공허함, 그 덧없음이 어째서인지 더 나쁘게 느껴졌다.




사르곤은 자신의 방들 중 하나에 전사들의 소규모 비밀 모임을 소집했다. 그들은 촛불로 밝혀진 그의 기도실에 서서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전 워드 베어러 채플린이 진행을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나는 사르곤에게 그들을 모으고 그의 은밀한 성소에서 그들의 맹세를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직접 소환했으면, 내가 피하고 싶었던 방식으로 그들의 의심을 일깨우는 것일 터였다.

총 11명. 아바돈과 지기스문트 간의 전투를 목격하고 살아남은 11명의 전사들이었다. 12명이어야 했지만 자이두가 없었다. 텔레마콘은 늘 해왔던 일을 했다. 자신이 총애하는 아첨꾼들이 자신 외에 다른 이에게 응답하지 못하게 했다.

나는 그것 때문에 걱정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이 11명만으로도 할 일은 충분했다. 그들 중 두 명은 비명 지르는 가면무도회 소속 전사들이었다. 나머지는 아무라엘의 워밴드, 육체 수확에 소속된, 셀 수 없는 순간을 거치며 그가 인생 동안 신뢰해온 전사들이었다.

사르곤은 그들에게 침묵의 맹세를 다시 시켰다. 그들이 이미 테인에서 텔레마콘과 아무라엘에게 바쳤던 맹세였다. 그들이 보았던 것을 결코 말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서약이었다. 그 결투를 보지 않았던 자들 누구도 아바돈이 지기스문트와의 전투에서 죽을 뻔했다는 것을 알아서는 안 됐다. 그런 달갑지 않은 진실은 우리가 만들어낼 전설에 설 자리가 없었다.

그들 모두 이 의례가 명예롭다는 듯이 이의 없이 다시 단언했다. 그들은 기만은 죽음을 의미하며 약속을 지키면 에제카리온의 총애를 얻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좋은 기회일 터였다. 분대들을 이끄는 통솔력과 워밴드 내에서 부관으로서의 역할은 얻을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운명은 그들에게 에제카리온과 가까워질 힘을 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자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이 기회를 낭비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나는 멀리서 이 생각들을 느꼈다. 야망을, 유혹을, 굶주림을. 그들 누구도 맹세를 깨지 않았다. 그들은 충성할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

사르곤은 그들을 한 명씩 축복했다. 응혈로 젖은 엄지손가락으로 그들의 이마에 여덟 갈래 길의 피의 축복을 부드럽게 새겼다. 노예의 내장으로 만든 주발에 손끝을 담그고, 자신들의 주군의 비밀을 지키면 만신전이 그들 한 명 한 명을 다정하게 내려다볼 것이라고 속삭였다.

사르곤은 일을 마치고 주발에 입술을 가져다대 남은 피를 마셨다. 조심스럽고 인내심 있게 남은 그릇을 내려다놓고 전사들에게 떠나라고 손짓하며 다시 한 번 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들은 그의 훈련실의 발가벗은 강철 갑판을 일렬로 통과했다. 아직 자신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아우라는 자랑스러움으로, 형제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아는 존재가 되었다는 기분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르곤의 무기고 북쪽과 남쪽의 격벽이 거칠게 내려가,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는 충격을 일으키며 봉인되었다. 두 문이 충돌하듯 닫히자 나는 그림자에서 빠져나와 11명의 전사 앞에 나타났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임수는 끝났다.

내가 말하고 싶었어도 시간이 없었다. 그들 중 몇 명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바로 깨달았다. 비명 지르는 가면무도회의 두 랩터가 무기화된 날카로운 사냥 외침을 부르짖으며 체인블레이드에 손을 뻗고 작동시켰다. 같은 순간 다른 네 명이 볼터를 들고 사격을 개시했다. 비명이 무시당해서 나를 지나쳤다. 볼트들은 내가 의수로 손짓해서 펼친 물리에너지 방어막에 부딪쳐 폭발했다.

나는 그들에게 항복하고 피할 수 없는 일에 몸을 맡기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운명을 받아들이면 더 빠르고 고통 없이 끝날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항복하든 아니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분대장 하나가 포효했다. 그는 다른 이들의 총을 물렸다. “카욘 각하.” 그는 말하고, 정말로 믿는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카욘 각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맹세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지 결코 말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의 침착함에 감탄했다. 그의 순진함에는 감탄하지 않았다.

나구알이 어둠에서 뛰쳐나왔다. 타이그러스-고양이의 크기와 무게는 분대장을 갑판에 쓰러뜨리고 그를 발톱 달린 움직이는 그림자로 가려버렸다. 세라마이트가 뒤틀렸다. 피가 흩뿌려져 허공에 악취를 풍겼다. 남은 10명의 전사들은 단결하지 못하고 움직였다. 고함을 지르고 사격하고 돌격하고 도망치려고 했다.

나는 사방으로 그들을 내던졌다. 그들을 폭발하는 염동력 힘으로 벽에 고정했다. 고중력 가속을 모사하여 그들을 강철에 처박았다. 팔이나 다리를 비틀어 짓누르는 속박에서 빠져나오려던 시도들은 전부 사지가 자기력으로 제자리에 고정되는 것으로 끝났다.

그만.

야수가 소란한 향연을 바로 멈추었다. 분대장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는 제 기능을 하는 목, 가슴과 한쪽 팔을 잃었지만 아직 살아 있었다. 남아 있는 장기들은 그의 부서진 가슴의 껍데기 속에서 천천히 미끄러지듯 고동쳤다.

“각하…” 그는 검고 악취 나는 피를 뿜으면서 간신히 속삭였다. 놀라울 정도의 인내심이었다. “우리를… 당신의 엘다에게… 주지 마십시오.”

나는 죽어가는 그의 요구에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그의 마지막 바람은 들어줄 수 있었다.

“너희는 반역자가 아니다.” 나는 답했다. “반역자의 운명을 겪지도 않을 거지. 잘 가라, 분대장 헤블록.”

“각하―”

가끔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그는 말하려고 시도했지만 육신이 검어지고 부풀어서, 갑옷 판금이 찢어지고 부서져서, 형태를 갖추지 못한 말이 변이된 성대의 묵직한 비명으로 녹아들면서 실패했다.

너덜너덜하고 뼈가 드러난 깃털 날개가 그의 등에서 폭발하듯 자라났다. 그의 얼굴을 부수고 자라난 길쭉한 새의 부리는 피 섞인 침이 묻어 있었다.

이리와, 나구알.

주인, 악마는 즉시 답하고 나를 따라왔다.

나는 사르곤과 내 사역마와 함께 방들을 떠났다. 격벽이 다시 닫히자 나는 10명의 전사들을 벽에 고정시킨 사이킥 손아귀를 풀었다. 그들이 선체와 봉인된 문을 할퀴는 소리는 거의 음악에 가까웠다. 잘 들리지 않는 포로들의 소리였다.

볼터들이 짖어댔다. 멀리서 내리치는 천둥 같은 소리였다. 시체들이 강철에 부딪쳤다. 군단원들이 소리를 지르다 침묵에 빠졌다.

거대한 무언가가 방 밖의 복도가 흔들릴 정도로 크게 울었으나, 나는 신중하게 준비했다. 자신의 악마적 합창의 실례 그 자체인, 너덜너덜하고 검으며 까마귀 같은 그 생명체는 벽에 새겨진 고갈의 인장들로 즉시 약해질 것이었다. 물질 영역에서의 그것의 수명은 처형자의 임무가 끝난 뒤 심장이 몇 번 뛰면 끝나도록 맞춰져 있었다. 이미 그것의 물리적 형태가 분해되며 그 격노한 웃음소리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르곤을 바라보았다. “난장판을 남겨두어서 미안하군.”

그는 냉담하게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나는 그가 노예들에게 방을 청소하도록 허락하긴 할지 의심했다. 그는 자신의 성소에 그런 장식이 남는 것을 결코 싫어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거기에 두고, 그가 죽음으로 추방되는 로드 오브 체인지의 소리를 듣게 놔두고 떠나, 내 다른 임무로 돌아갔다. 검은 군단이 흩어지고 약해져 있는 동안 우리는 첫 번째 성전이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곧 우리는 세그멘툼 옵스큐러스를 화염으로 씻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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