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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빈곤 탈출 대소동

자드가자(58.234) 2022.04.06 15:15:24
조회 479 추천 3 댓글 6
														

······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


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누군가의 요란한 배꼽시계가 학원 전체에 메아리쳤다.


"하아······."


그 동안 일어났던 수많은 소동들로 인해 그나마 있던 기존 월급들도 모두 사태 수습에

쓰이게 되어 오늘도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글렌이 앞마당 부지에서 앉은 채

어김없이 시로테 나뭇가지를 씹고 있었다.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겠어······ 진짜로 죽을지도······."


하물며, 글렌은 지나가는 사람이 볼 때조차 건강이 걱정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헬쑥해진 상태였다.


사실 천사 같은 루미아가 자신의 도시락 몫까지 만들어주겠다고 수 차례 물어봤지만,

글렌 본인이 직접 거절했다.


언제까지고 제자에게만 손을 빌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알자노 제국 마술학원의 강사진은 부업, 겸업 활동이 모두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따라서 강사 직업의 월급을 제외하곤 다른 직업을 겸업/부업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르바이트를 몰래 뛰었던 경력이 있지만 그의 성격상 두 번 다시 그런 귀찮은 일에

엮이는 건 죽어도 사양이다.


"돈을 벌 무슨 좋은 방법이······"


그래서 궁핍 생활에 질려가는 그는 이 상황을 타개할 다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하, ······그래!"


무언가 그가 불현듯 깨달은 것처럼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흐흐······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리고는 누가 봐도 기괴할 정도의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벌써부터 떼돈을 신나게 벌 생각에 일그러져버린 그의 표정에는 이미 일말의

정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



그리고 다음 날, 수업이 모두 마치고 방과 후ㅡ.


"······♪"


글렌은 기분이 유독 좋은 듯 한가로이 콧바람을 부르며 한가롭게 복도를 걷고 있었다.


"확실히······ 강사에 한해서 부 수입 활동은 금지라고 나와 있지만······."


교칙 중에는, '학원의 모든 강사들은 부업 금지'라는 항목이 명시되어 있었다.


"어차피 안 들키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이 궁핍한 생활을 끝낼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글렌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어느 시설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가 문을 열자 어딘가 반쯤 미쳐보이는 마도공학 희대의 천재(天災) 교수 오웰 슈더가 허리를 숙인 채 의문의 발명품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너무도 집중한 나머지, 그만 글렌이 왔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컨트롤러로 보이는 조종 장치를 이리저리 뿅뿅 누르더니, 이내 이상한 소리가 났다.


딱히 엮이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서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기로 했다.



잠시 후ㅡ.


"음하하하하하하핫! 드디어 완성이구나아아아아아!"


기쁨에 가득 찬 표정으로 오웰이 벌떡 일어나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음? 아아아아아아앗?! 너는······! 내 숙적이자 마음의 전우, 글렌 레이더스?!"


그제야 등 뒤를 돌아보고 글렌의 모습을 발견한 오웰이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누구 맘대로 네 숙적이자 마음의 전우라는 거야?"


글렌이 오웰의 늘 하는 단골 대사에 정당한 태클을 걸었다.


"참 내, 반응도 느리시구만. 이미 한참 전에 왔는데."


그리고 그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오웰을 흘겨보았다.


"······으음? 근데······ 용케도 부르지도 않았는데 먼저 찾아왔구나. 글렌 레이더스!

핫핫핫핫핫핫!"


여전히 괴상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로 웃는 그가 『광인(狂人)』이라는 사실은

이제 학원에 있는 거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뭐,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 너는······ 내 발명품을 하루빨리 써보고 싶어서 손발이

근질거리고 있는 거지?!"


"······뭐, 꼭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겠네. 일종의······ 의뢰라고 하면 될까."


글렌이 딴 곳을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흠하하하하하하! 전혀 숨길 필요 없어! 우린 그 정도 사이 따위가 아니잖은가. 분명히 이 내가 인정한 네가 친히 나를 찾아올 정도면. 이미 심상찮은 이유일 건 뻔할 테니까!"


마치 읽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오웰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잘난 척을 하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온 게지? 물론······ 하찮은 이유면 내던질 테니까,

그런 줄 아시게나! 크핫핫핫!"


그러자 글렌의 얼굴이 점점 돌처럼 굳어졌다.


"······그게 돈이 없어서 말이지······ 슬슬, 시로테 생활도 질리기 시작할 때이고."


머리를 뒤적이면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아하하하하핫! 그런 이유였나! 전혀 하찮은 이유가 아니거늘."


"하찮은 이유란 건······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었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이이이이이이이이!"


갑자기 그가 등받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되려 호통쳤다.


"금전이야말로 산업과 사회가 돌아가게 하기 위한 원동력이자 원료! 인간의 3대 기본 욕구 《의》, 《식》, 《주》 모두 돈으로 충당될 뿐더러, 가계에 돈이 없으면

아마 모든 가구는 순식간에 나라의 길바닥에 나앉아 구걸을 하게 될 뿐이다! 이래도 돈이 하찮다고오오오오오오?!"


마치 역린을 건들이기라도 한 듯, 정열적으로 열변을 토하는 그 모습에 글렌은 가만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이 나라 또한 선조의 국고를 지혜롭게 사용한 은혜로운 선정이 있었기에 알바노

제국이 이 정도까지 번창할 수 있었다! 그게 네 녀석의 눈에는 단순히 하찮게만 보인단 말인가아아아아아아!"


"······뭐, 그건 맞는 말이긴 하네."


정론 중의 정론이라 글렌은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흠흠! ······그래서 슬슬 이쯤에서, 내가 이 발명품을 개발한 이유부터 설명해주도록

하마!"


"아아, 또 시작이냐······."


글렌은 이제는 질려버린 표정을 지으며 오웰에겐 안 들릴 정도로만 작게 말했다.


"글렌 선생······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알바노 제국에는 자원이 한정되어 모든 사람들이원하는 것들을 전부 다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겠지?"


"응, 그야 당연하지. 근데 그게 뭐, 어떻다고?"


"듣고 놀라지나 마라! 내가 만든 이 【뭐든지 복제해요 고양이 군】은 모든 사상을 계측할 수 있는 주관적 개체 시점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변동되지 않고 유지되는 형태적

지속성 확장 원리에, 평행 세계의 개체 확장 변동을 대입해서 현실을 조작하는······

그야말로 누구나 어느 물건이든 간단히 복사를 하게 해주는 우수한 발명품이다!"


"······잠깐, 오웰. 내가 방금 잘못 들은 건가? 다시 한 번 지껄여봐."


"응······? 분명 누구나 간단한 복사를 가능케 해준다고······ 커헉?!"


"이 바보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글렌이 오웰의 뒷덜미를 잡더니 옆에 있는 벽에 그대로 꽂아버렸다.


"대체 뭘 만든 거냐아아아아아아! 그딴 게 현실에 있으면 당연히 모든 게 파탄날 게

뻔한 거잖아아아아아아! ······아니, 그보다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


어찌 보면 '신에 가장 가까운 남자'는 이 남자가 아닐까.


이윽고 주먹을 꽉 쥔 채로 벽에 털썩 주저앉은 오웰 교수 앞에 글렌이 위협하듯 천천히

다가갔다.


"자, 잠시만 진정하시게! 내가 특별히, 내 호적수이자 마음의 친우인 글렌 선생,

자네에게만 빌려주겠다는 거네. 아니, 그보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어어어어어!"


"······【현상 유지】라는 하나의 틀을 깨 버리면, 어느 물건이든, 숫자 자체를 늘리지 못할 것도 꿈은 아니지. 내가 만든 발명품은 그런 하찮은 원리를 이용한 것일 뿐······ 실로 나 자신이 가진 재능이 두렵도다! 크하하하하하하핫!"


오웰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글렌이 자세히 보니, 그 발명품은······ 마치 생김새는

고양이인 듯 했다.


그러나, 몸통이 완전히 새카만 검정색인 데다가, 한 쪽 발을 앞으로 쭉 내밀고 몸통을 뒤로 내뺀······ 누가 봐도 우스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그보다, 확실히 이거라면 글렌 선생······ 자네의 고민을 확실하게 해소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만?!"


"······화,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자신은 마술학교 강사다.


근대 마술로 이미 【현실 조작】은 불가능이라고 판명났을 터. 그렇지만ㅡ.


"으응······? 그, 그래. 역시 이건 안 쓰기엔 너무 아깝잖아······?! 그, 그래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내가 대표로 시험 삼아 써보는 거니까······ 별 탈은 없을 거야, 아마도."


변변찮은 행색이 게으른 누군가에겐 표본인 이 남자, 글렌 레이더스는 생각마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 대답 한 번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드는군! 역시 내 호적수이자

마음의 벗이야! 우리 둘이라면······ 틀림없이 페지테의 모든 돈을 쓸어담을 수

있을 거야! 그럼 반대로 이번엔 내가 제안을 하나 하지······ 나와 함께 협력하지 않겠나,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라고?"


오웰은 환희에 물든 얼굴로 오른손을 글렌 앞에 내밀었다.


"그, 그래······ 난 여태껏 죽을만큼 고생했으니. 이 정돈······ 상, 상관없잖아?"


"결국, 이걸로 자네는 떼돈을 원하는 만큼 쓸어담을 수 있고, 나는 내 위대한 발명품의

동시대 최고의 개혁을 알릴 수 있는 첫걸음이 되는 거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


"확실히······ 그렇구만. 음. 훌륭해······ 쿠하하하하하하하하하!"


광기에 물든 두 악우(惡友)의 정신나간 웃음소리가 마술학교 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글렌은 그 앞쪽으로 내민 오웰의 하얀 장갑을 낀 손을 맞잡았다.


······마침내 교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악우(惡友), 최악의 동맹이 결성되었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알자노 제국 마술 학원.


아직 수업 시작 종이 울리기 전이라, 2반 교실 안에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만연했다.


"······후훗."


누군가를 보면서 웃는 어느 미소녀의 작은 미소가 들려왔다.


"응? 왜 그래, 루미아?"


"아니, 그게 선생님 기분이 좋아보이셔서. ······요새 늘 지치고 침울해하기만 하셨는걸."


"응. 글렌, 뭔가 기분 좋아보여."


덩달아 리엘도 아주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기분이 안 좋은 그를 최근 며칠간 계속 봐온 탓인지, 유난히 밝아진 듯 했다.


그 말을 들은 시스티나가 교탁 위에 앉아있는 변변찮은 강사를 바라보았다.


"······♪"


콧노래를 부르면서, 기분이 좋은 듯 비술학 서적을 보는 듯 했다.


최근의 글렌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좀처럼 없던 변화였다.


"흐응~. 저 사람이?"


저 변변찮은 강사가 무언가 또 꾸미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잠시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너무 과한 생각인 것 같아 떨쳐내기로 했다.


"음······ 확실히 그렇네. 좋아······! 오늘 수업은 힘내서 들을 수 있겠어!"


"아하하, 시스티도 참. 솔직하지 못하긴."


루미아가 그런 친우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소, 소, 솔직하지 못하긴······ 누가! 애초에 저런 인간이 어떻게 되든, 난 전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당황한 탓인지 시스티나는 평소의 버릇대로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말아서 빙빙 돌리고 있었다.


"응. 솔직하지 못하네, 시스티나."


"후훗······ 리엘이 그렇다는데? 시스티."


"······우으······."


두 사람의 협공에 시스티나는 그저 신음을 흘리며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곧 학원에 다가올 거대한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그 날 오후.


"자아~ 쌉니다, 싸요♪"


페지테 남쪽 상업지구에서 오웰의 발명품 시사용을 겸해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

글렌이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놓치지 않고 수완을 발휘했다.


"거기, 아저씨. 레슬링 형님들이 와도 울고 갈 근육질이신데, 이 【울그락불그락액】으로

모든 근육남들을 제치고 정점을 노려보심이······?"


"남편이 바람을 피는 것 같아 걱정이시라구요? 걱정 마세요! 제 손에 쥐고 있는

【속마음을 보여주는 의자 군】만 있으면······"


그런 식으로 천연 프로 장사꾼 습성이 있는 글렌은 서글서글하고 능숙하게 손님들에게

대해서인지 거의 모든 물건들을 주저없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먼저 그 쪽에서 물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액의 돈을 내고

사가는 귀족들도 적지 않았다.


어느덧, 그가 편 돗자리에는 그저 돈을 담을 양동이에 남겨진 산만큼 수북한

리르 금화와 크레스 은화만이 뒤섞인 채 남겨져 있었다.


아마 이 정도 양이면 몇 년은 아무 걱정도 없이 놀고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머리를 쓸 줄 알아야 하거든. 오웰 녀석도 가끔은 쓸 데가

있다니까. 흠하하하하하하하~!"


사악하게 웃고는 재빨리 철제 양동이에 있는 돈을 모두 쓸어담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팔린 물건들의 정체가 다름아닌 『복제품』이라는 것이다.


물론 『복제품』이라곤 하나, 성능이나 품질 등 실질적인 상품 경쟁력 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진품』과 동일했다.


"······그나저나, 그 녀석도 참 위험한 걸 만들었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만······. 읏챠~!"


글렌이 그렇게 금화와 은화가 가득 들은 양동이를 들고 속으로 중얼거리자ㅡ.


"······어라? 선생님? 여긴 어쩐 일로······."


"앗,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런 곳에서 뵙네요."


"응, 글렌. 반가워······ 이미 학교에서 오늘 만났지만."


하필이면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대 1위ㅡ 시스티나, 루미아, 리엘과 마주쳤다.


"어, 어라아~? 그, 그러게······ 우연이네, 하하하."


글렌은 재빨리 양동이를 눈에 보이지 않도록 등 뒤로 숨겼다.


"뭐, 뭐죠? 그 어색한 연기는······."


어색한 글렌의 연기에 뭔가 꺼림칙한 시선으로 시스티나가 글렌을 노려보았다.


"이런 곳에서 뭘 하셨던 거예요?"


루미아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으, 으응······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온 거야. 이제 다 끝나서 돌아가려고."


"흐응~."


여전히 그런 글렌을 시스티나는 의심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응, 글렌. 우리도 지금 딸기 타르트 사오는 길인데······ 괜찮다면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그렇다. 세 미소녀는 오늘 늦은 오후에 새로 개장한 빵집의 타르트를 맛 보러

먼 길을 찾아온 것이다. ······물론 리엘의 강한 추천에 의해서였지만.


"으응? 아! 나 잠깐 급히 볼 일이 또 생각나서, 집으로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아!

그럼······ 잘 가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여전히 돈이 가득 든 양동이가 눈에 띠지 않도록 두 손을 뒤로 내뺀 뒤, 뒷걸음질치는

기괴한 포즈로 달려가던 글렌이 간신히 옆 골목에서 커브했다.


"으음? 왜 굳이 저렇게 뒤로 달려가시는 거지······."


루미아가 마음 속에 의문을 품고 있자ㅡ.


'음, 역시 뭔가 조금 수상하단 말이지······.'


수상하지만, 물증이 없어서 잠자코 있기로 한 시스티나였다.



······



다음 날 아침ㅡ.


2반의 교실.


"""············."""


2반 학생 일동이 전부 하나같이 차갑게 얼어붙은 채 창백하게 얼굴이 질려있었다.


그 앞에는ㅡ.


"여어~ 제군들? 오늘 아침도 다들 안녕하신가~?"


뭔가 건방지고 거만한 태도로 강사의 규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글렌이 서 있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ㅡ.


최고급 재질을 쓴 검정색의 명품 정장.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재봉틀로 한껏

화려하게 장식한 검정색의 보석품으로 반짝거리는 바지. 눈부시게 광이 날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최고가의 갈색 구두.


온갖 명품과 최고급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변변찮은 강사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가 평소에 거의 즐겨매는 빨간 넥타이마저······ 새하얗게 윤이 날 정도로, 마치 다른 물건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이 경악하는 것도 당연하리라.


"와아, 선생님······. 정말 멋있으시네······"


루미아는 넋을 놓은 듯 최고급품으로 둘러싸인 글렌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응, 글렌. 멋있어······ 난 잘 모르겠지만. 흐아아암~."


여전히 졸린 듯한 무표정의 리엘이 하품을 하며 앉아있었다.


"역시 틀림없어. 무언가······ 또 일을 저지른 걸 거야······ 저 인간은."


시스티나는 확신에 가까운 눈빛으로 글렌을 의심했다.


딩동댕동~♪


그래도 수업 종이 울렸기 때문에, 일단 지금은 수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


············



방과 후.


"선생님."


시스티나가 의심의 눈초리로 글렌을 흘겨보며 불러세웠다.


"응······? 왜, 하얀 고양이······."


글렌은 혹여나 그녀가 눈치챘을까 내심 불안한 기색이었다.


"그 좀처럼 구할 수도 없는 최고급 명품들은 대체 어디서 나신 거죠? 역시 뭔가 또,

부당한 방법으로······"


"그······ 그럴 리가! 다, 당연히 이건 내 월급을 한푼두푼 모아서 정정당당하게 산 거지!

아잇, 괜히 생트집 잡지 말란 말이다."


글렌이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


"흐응. 지금은 일단······ 뭐 그런 걸로 쳐두죠. 하지만 언젠가 전부 까발릴 테니

각오하고 계세요!"


이미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그래서 글렌은 플랜B로 변경해 태도를 180도 바꾸기로 했다.


"호오. 용케도 알아냈구나, 하얀 고양이. 그래.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번 건 맞아.

근데······ 이제부턴 어쩔 거지? 아무런 증거도, 증인도 없는데 말이야~♪"


그가 마치 의기양양한 듯 콧바람을 불었다.


"······으으으······."


시스티나는 그저 분한 듯이 이를 악물 수 밖에 없었다.


"두, 두고 보세요······. 제가 언젠가 모두에게 폭로할 테니."


"흥, 퍽이나 그러시겠다."


그렇게 허세를 부렸지만 글렌의 마음 속엔 한편 일말의 불안감이 조금은 있었다.



"그, 그래서 그렇게 됐어요······ 이브 씨. 힘을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시스티나가 영원의 업화(嶪火)를 가진 듯한 붉은 색의 머리를 가진 여성에게 말했다.


"하아······. 그러고 보니, 우리 둘 다 고생이 참 많은 것 같네. 나도 그렇고······ 당신도

마찬가지야."


ㅡ이브 디스트레가 그렇게 말하곤 성대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건······ 확실히 그렇네요. 아하하······."


뭔가 알 수 없는 기묘한 유대감으로 섞인 이들이 서로 동정했다.


"좋아. 글렌의 뒷치다꺼리는 나한테 맡겨. 당신은 그냥 구경만 하면 되니까."


이브는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의외로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이브 씨."


"당신이 글렌, 그 바보의 제자인 이상······ 같은 길을 걷게 할 순 없지."


무심코 뭔가 알 수 없는 의미의 말을 중얼거리는 이브였지만, 시스티나는 듣지 못했다.



······



"자. 오늘도 떼돈을 벌어보실까~♪"


다시 한 번 그 자리에 와서 돗자리를 깔고 앉은 누군가가 『복제품』으로 다시 한 번

장사를 개시했다.


"자, 쌉니다. 싸요. 어! 거기 아리따운 여성 두 분. 이거 한 번 구경하고 가시는 건

어떠신지요."


로브를 써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일행이 글렌 쪽으로 다가오더니ㅡ.


이내 머리에 쓰고 있던 로브를 벗자, 가려졌던 얼굴이 드러났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너희가 여긴 어떻게······?!"


두 사람의 얼굴에 아름다운 미녀와 미소녀 두 명이 나타났다.


"이 녀석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그래서 더 이상 피해자를 만들긴 싫어서, 단순히 호의로 도와준 것 뿐이야."


새침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하더니 발치에 있는 물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흐응~. 이건······ 그래. 『복제』해서 만들어진 거구나······?"


특유의 관찰력과 예리함으로 완벽히 간파해낸 이브가 글렌에게 말했다.


"여, 역시?! 이익······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두 사람의 반응을 본 글렌은 당연히 식은땀을 철철 흘렸다.


"그, 그래도······ 이미 어쩔 수 없을걸?! 물건은 다 팔고, 이미 돈은 벌었으니까!

우하하하하하하하!"


"음, 확실히. 당신 말이 맞아. 하지만······."


이브가 손에서 화염을 깃들더니, 수 천도의 초고열로 발치 밑의 『복제품』들만

정확히 조준해서 태워버렸다.


그녀가 '화염의 귀재' 이브라고 불리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에서일까.


"자, 그럼. 이것들을 증거 자료로 학원장에게 가져가면······ 당신도 할 말은 없을 테지?"


이브가 사건을 깔끔하고 간단명료하게 종결시켰다.


"우와아아아······."


시스티나는 그런 이브를 보고 한 층 더 존경어린 눈빛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으으윽······."


글렌은 이미 체념한 건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신음을 흘리고만 있었지만 말이다.



······



"음, 글렌 구우운~? 아무리 월급만으로 돈이 부족해도 이런 짓을 할 사람인 건

아닌 줄 알았네만······."


글렌은 두 손으로 엎드려서 큰 절을 한 채, 학원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 학원장니이이이이이이이임! 제 불찰입니다! 그러니 제발 이번 한 번만 기회를······."


"흥. 역시 글렌 레이더스······ 또 네놈이냐, 멍청하긴······. 네 녀석은 대체 언제쯤 되야 정신을······"


"에이이잇, 닥쳐! 하 선배! 선배에게 한 말 아니니까, 잠자코 조용히 있으라고!"


"이, 이젠 두 글자도 모자라 한 글자로 이름이 바뀌었어······?! 아니, 그보다 왜 한 것도

없는 내가 이런 심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거지?! 역시······ 네놈부터 죽여주마! 글렌 레이더스으으으으으으!"


"바라던 바다, 하 선배! 흐야아아아아아아아압!"



쿠과아아아아아아아아앙!



두 사람의 마술과 주먹이 학원장실을 격하게 흔들었다.


"······자네들. 감봉당하고 싶나······?"


""으으······, 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습니다.""


"으음~ 뭐. 한 명은 이미 감봉이 확정이네만······ 뭐 별로, 상관은 없을 테지."


"······응? 학원장님, 그게 무슨······"


글렌이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학원장이 무표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얼굴로 말했다.


"글렌 군, 자네 말이네만······ 감봉일세. ······당연한 거라면 당연한 것일 테지. 아무튼,

······힘내시게!"


학원장 릭이 책상에서 턱을 괸 채, 한 손으로 엄지 척을 외쳤다.


"이런 빌어먹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을!"


교내에 비통한 글렌의 영혼의 절규가 소스라치게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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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2938 일반 히츠지타로 후속작 사봄 [5] BL물싫어(106.102) 22.04.18 238 0
2937 창작 [팬픽] [멀티엔딩] 하얀 고양이의 진심 1 [8] 자드가자(58.234) 22.04.18 453 3
2936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7일차 BL물 싫어(114.199) 22.04.18 63 0
2935 창작 순한 거랑 매운 거 비율 어느 정도로 올릴까 [11] 자드가자(58.234) 22.04.17 246 0
2934 창작 [팬픽] [19] 나만의 작은 선생님 2 (실은 연령제한은 없지만요) [19] 자드가자(58.234) 22.04.17 1142 13
2933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6일차 BL물 싫어(114.199) 22.04.17 69 0
2932 창작 [팬픽] 나만의 작은 선생님 [11] 자드가자(58.234) 22.04.16 632 6
2931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5일차 BL물 싫어(114.199) 22.04.16 66 2
2930 일반 근데 무조건 하렘엔딩 아니냐? [3] ㅇㅇ(121.65) 22.04.15 240 0
2929 일반 지금 시점에서 글렌 죽으면 애들 반응 어떨거 같냐 [7] ㅇㅇ(182.212) 22.04.15 328 2
2928 창작 [팬픽] IF) 이브가 얀데레가 된다면? [2/2] (슬슬 시동 걸어봄) [9] 자드가자(58.234) 22.04.15 907 15
2927 창작 [팬픽] IF) 이브가 얀데레가 된다면? [1/2] 자드가자(58.234) 22.04.15 629 21
2926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4일차 BL물 싫어(114.199) 22.04.15 56 0
2925 일반 금기교전 분위기 다 깔아놓고 나중에 세리아 슬쩍 나온담 웃길듯 [1] 淸皇父攝政王.. ■x■x(121.167) 22.04.14 135 0
2924 일반 혹시 팬픽 19금 가능한가요? [11] 자드가자(58.234) 22.04.14 260 0
2923 일반 19 언제나오노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4 210 0
2922 창작 [팬픽] 광대는 도망치지 않는다 [4] 자드가자(58.234) 22.04.14 468 0
2921 일반 사상 최강의 대마왕 마을A ... 이거 재밌음? [4] BL물 싫어(114.199) 22.04.14 276 0
2920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3일차 BL물 싫어(114.199) 22.04.14 47 1
2918 창작 [팬픽] 글렌, 결혼하다 [7] 자드가자(58.234) 22.04.13 606 3
2917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2일차 BL물 싫어(110.35) 22.04.13 50 0
2916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1일차 BL물 싫어(110.35) 22.04.12 69 2
2915 창작 [팬픽] 어려진 글렌 (모작이라고 하면 될까요?) [4] 자드가자(58.234) 22.04.11 885 3
2914 일반 추상일지 e북 언제나옴 [1] ㅇㅇ(112.146) 22.04.11 136 0
2913 일반 세리카는 죽는걸로 확정이라고 봐야함?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1 388 0
2912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1일차 BL물 싫어(114.199) 22.04.11 56 0
2911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50일차 BL물싫어(106.102) 22.04.10 63 0
2910 일반 21권 집필중 [2] ㅇㅇ(223.33) 22.04.09 300 0
2909 일반 정주행 할건데 소설이 압승임 ?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09 237 0
2908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49일차 BL물싫어(106.102) 22.04.09 76 2
2907 일반 팬픽 쓰는 게 즐거움 [7] 자드가자(58.234) 22.04.09 145 2
2906 창작 [팬픽] 교사들의 마도 탐색전 [4] 자드가자(58.234) 22.04.08 386 2
2905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48일차 [2] BL물싫어(106.102) 22.04.08 118 0
2904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47일차 BL물싫어(106.102) 22.04.07 58 1
2903 일반 다들 책 읽으면서 가장 재밋는 부분이 어디었음? [6] ㅇㅇ(39.116) 22.04.06 203 0
2902 일반 근데 글렌 감봉당하는거 보면 억울한면도 많음 [1] ㅇㅇ(39.116) 22.04.06 186 1
창작 [팬픽] 빈곤 탈출 대소동 [6] 자드가자(58.234) 22.04.06 479 3
2900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46일차 [3] BL물싫어(106.102) 22.04.06 118 0
2899 일반 올만에 정주행 하는데 ㅈㄴ 웃기네 ㅋㅋㅋ [1] awayedg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05 208 0
2898 짤/일 변붕이들 솔까말 변마금 망가 떡인지 보고싶음 개추 [6] 레인(118.221) 22.04.05 428 13
2896 창작 [팬픽] 마침내 다시 가보는 수학여행 [3/3] [4] 자드가자(58.234) 22.04.05 407 3
2895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45일차 BL물 싫어(110.35) 22.04.05 74 0
2894 일반 글렌 어렸을적 실험체였음? [5] ㅇㅇ(222.234) 22.04.04 219 0
2893 창작 [팬픽] 마침내 다시 가보는 수학여행 [2/3] 자드가자(58.234) 22.04.04 312 3
2892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44일차 BL물 싫어(110.35) 22.04.04 60 0
2891 창작 [팬픽] 마침내 다시 가보는 수학여행 [1/3] [6] 자드가자(58.234) 22.04.04 568 1
2890 창작 [팬픽] 이브의 비밀 [6] 자드가자(58.234) 22.04.03 948 8
2889 일반 팬픽 소재 추천 좀 해주세여 [15] 자드가자(58.234) 22.04.03 289 1
2888 일반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추상일지 10권 기원 43일차 BL물싫어(106.102) 22.04.03 76 0
2887 창작 [팬픽] 만약 글렌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2/2] 자드가자(58.234) 22.04.02 28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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