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피 둘 다 전생 자매라 몸매는 거의 똑같을 거고 성격만 반대인데 한 사람 질릴 때 다른 애로 왔다갔다 하면

개꿀 아닌가? 이른 바 자매덮밥이라는 거지

"······아읏, 흐윽······ 아앙! 글렌, 기분 좋아앗······! 다, 당신, 보기보다······ 아응, 늑대 기질이 있었······."

교성을 터트린 남루스가 한껏 달아오른 나머지 어깨에 매달린 손에 힘을 넣은 순간, 글렌이 별안간 몸을 일으키더니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 역시 몸이 없으니 좀 질리네. ······미안, 남루스. 아무래도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아."

"······어······? 뭐어어어어어?! 어, 어째서?!"

싱겁게 식어버린 분위기에 남루스는 울상이 된 얼굴로 글렌에게 매달렸다.

"아니, 그야 까놓고 말해서 넌 실체가 없잖아? 해도 느낌이 안 나니까 금방 식어버리는걸.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도 다 됐고."

"······아."

그러자 남루스는 돌처럼 굳어버린 채 또 다른 침대에 누워 있는 금발의 소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얼핏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하고 있으면서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금발. 살짝 부끄러운 듯 이리저리 시선을 헤메는 바다색의 홍채.

네글리제 하나만 걸친 여체는 호화로울 정도로 관능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고운 실로 몸을 감싼 금발의 소녀ㅡ 루미아는 지금도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두 사람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중이었다.

마치 고귀한 성녀와도 같은 자태에 남루스는 그저 넋을 잃고 루미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겐 자신에겐 없는 무한한 애정과 포용력이 있었다ㅡ 결정적인 한 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자 남루스의 시선을 눈치챈 루미아가 미안한 얼굴로 사과했다.

"아······ 죄, 죄송해요, 남루스 씨······. 일부러 그러려는 건 아니지만······ 잠시, 선생님께 실례해도 괜찮을까요?"

"흥, 몰라! 그런 걸 왜 나한테 묻는 건데?! 알아서 해! 잘 됐네 뭐! 글렌은 당신이 더 좋다 했어! 그럼 된 거 아냐?! 흐윽······ 둘이서

신나게 즐기면 그만······."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가에 습기가 맺힌 남루스의 어깨에 글렌이 살며시 손을 올렸다.

"야······ 일단 진정해, 남루스. 그······ 미안. 너무 대놓고 말해서 상처를 준 건 사과하마."

그 말에 남루스는 약간 기분이 풀렸는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하지만 이대로면 문제는 끝이 없어, 그건 너도 알고 있지?"

"······그래서 그게 뭐. 결국 당신은 나보다 루미아가 좋은 거잖아."

"하하, 삐진 거야? 내가 널 그렇게 대할 리가 없잖아?"

"······흥."

그녀는 다시 한 번 코웃음을 치며 외면했지만, 정작 뺨은 알기 쉬울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 그래. 그럼 이건 어때? 두 명 다 나한테 안기면 문제 해결! 엄청 간단하지? 이거라면 너도······ 응? 뭐야, 둘 다 표정이 왜 그래?"

""············.""

두 사람이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미묘한 눈으로 쳐다보자 글렌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후훗, 선생님도 참. 여전히 이런 데선 둔감하시네요. 여심을 갖고 장난치면 천벌 받는다구요?"

그런 글렌 앞에서 루미아는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흥, 지상 최악의 발언이야. 두 여자를 동시에 안고 싶다니······ 상식적인 인간이 내뱉은 발언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네."

남루스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글렌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곧 서로를 바라본 뒤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뭐, 당신은 원래부터 상식이 통하는 인간이 아니니······ 딱히 사, 상관없을지도. 나머지는 글렌 당신 맘대로 해······."

"······어라? 남루스 씨는 저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긴 세월을 살아왔으니 당연히 이쪽 방면으로는 잘 아실 거라 생각했는데······

얼굴이 많이 붉어지셨는걸요? 혹시 잘 모르시는 건······."

"뭐, 뭐어?! 누, 누가 부끄러워했다는 건데! 나, 나는 단지······ 마스터를 섬기는 천사의 입장이니 서로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고려해본 것뿐······!"

어째선지 묘하게 남루스가 횡설수설하며 변명을 댄 순간이었다.

철푸덕!

갑자기 그렇게 말한 남루스의 몸이 뒤로 기울이며 침대 위로 넘어졌다. 푹신해서 다행히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ㅡ.

"예, 예~. 그럼 제일 처음은 너한테 주면 되냐? 남루스. 보아하니 꽤 기대한 모양인데?"

어느새 글렌이 씨익 웃으며 남루스의 몸을 나가지 못하도록 양손으로 가두고 있었다.

"아, 저기······ 그게······."

남루스는 뺨을 붉히면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농축한 밤의 여운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아 세 사람을 감쌌다.

촛불이 은은하게 밝히는 방 안에는 철퍽거리는 소리와 얇은 신음 소리와 교성만이 들려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