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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랑하는 것: <아키츠 온천>앱에서 작성

토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22 22:57:42
조회 107 추천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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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여관에서 일하는 신코(오카다 마리코)는, 군인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했다는 이유로 내쫓긴다. 도망쳐 숨은 곳에서, 그녀는 여관에 찾아온 병약한 남자 슈사쿠(나가토 히로유키)를 만난다. 그가 피를 토하고, 벽에 머리를 찧는 등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그를 치유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쌀을 사러 갔던 신코는,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보도를 듣고 여관으로 돌아와 통곡한다. 그러나 이처럼 한 문장으로 압축하기엔 이 과정에 수상한 점이 많다. 그녀는 패전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울지 않는다. 상당히 먼 거리를 달려가고, 뛰다가 넘어져서 흘린 쌀도 주워 담고 여관에 들어가기 전에 잊지 않고 모자도 벗는다(들어가며 가구를 넘어뜨리는 동작조차 의도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루 위에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린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차라리 연극배우가 자신이 연기할 무대를 찾는 모습에 가까워 보이는 행동이다. 그리고 슈사쿠는 일본의 패전 소식을 전하며 서럽게 우는 그녀를 끌어안는데, 그의 행위 또한 다분히 미심쩍다. 마치 냄새를 맡듯이 자신의 얼굴부터 신코의 어깨에 들이대는 슈사쿠의 모습은, 위로를 전하기 위한 다정한 포옹이라기보다는 성적인 욕망의 표현처럼 보인다.

그 후 빠르게 연인이 된 그들을 연결해준 건, 애국심으로 형성된 공감대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신코는 사랑하는 조국이 패배해서 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녀가 처음부터 자신의 나라를 사랑했다면, 일본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군인들에게 친절히 대해줬을 것이다). 그 원인은 두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신코는 병역에 부적격 판정을 받을 정도로 허약한 슈사쿠를, 슈사쿠는 조국의 패배에 슬퍼하는 신코를 보며 사랑을 느낀다. 자신이 구원할 대상을 필요로 했던 그녀/그는 마침내 상대를 발견한다. 말하자면 그들은 서로의 아픔과 불행을 사랑하는 것이다. 신코의 통곡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녀는 사랑하는 조국이 패배해서 운 것이 아니라, 패배했기 때문에 조국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신코와 연인으로 발전한 이후에, 슈사쿠는 어머니의 병세 때문에 슬퍼하는 한 여성과 키스를 나눈다. 그에게는 또 다른 불행(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아키츠 온천>은 불행한 당신, 또는 당신의 불행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이)비극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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