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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스토리> 블루레이에 수록된 갤주 코멘터리 일부 발췌앱에서 작성

토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17 00:55:03
조회 155 추천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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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스토리>를 안 봤어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중 극히 일부만을) 위주로 발췌했습니다. (저작권 등의)문제시 언제든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쉼표는 제 판단으로 넣었고, 가독성 있게 문장을 고치기 보다는 갤주님의 말투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쌓아가면서 영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 비밀을 파헤친다기보다는 오히려 의문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이 수첸과 아룽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감정을 우리들에게 느끼도록 하는 것, 이것이 에드워드 양과 대만 뉴웨이브 감독들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드워드 양은 등장인물들이 모르는 것을 우리가 알게 하고, 우리가 모르는 것을 등장인물들이 알게 합니다. 하지만 제 말을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이것은 게임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이 사이를 놓고 우리와의 긴장을 통해 대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수첸은 아룽에게 전화하지만 그때 아룽은 가라오케 바에 가 있습니다. 여기서 수첸과 아룽을 에드워드 양은 교차편집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 타이페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타이페이에 그들은 함께 있지 않습니다.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그저 영화뿐입니다. 영화가 아니라면 이렇게 타이페이에 분산돼서, 흩어져서 있는 이들을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다른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수첸과 아룽을 오가는 교차편집은 아름답지만,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더없이 고독하고 쓸쓸한 것입니다.

에드워드 양은 낡은 건물들의 쇼트들을 차례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옛 것들, 그러나 우리가 방금 본 그 건물들은, 건물의 쇼트들은, 건물의 인서트들은 차라리 괴기스러워 보입니다. 어쩌면 과거는 기억 속에서만 아름답고, 대사 속에서만 아름답고, 추억 속에서만 아름답고, 역사에 남겨진 그 흔적들은 그렇게 괴기스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1960년대의 대만, 그들의 어린 시절, 그 시절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에드워드 양은 <타이페이 스토리>가 끝난 다음 <공포분자>를 찍고, 그다음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 소년소녀 시절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겁니다

그렇게 에드워드 양은 <타이페이 스토리>를, 말하자면 어느 쪽으로도 읽을 수 있는 입방체 구성의  서사구조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에드워드 양의 영화 방법론을 설명해야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양은 <타이페이 스토리>에서뿐만 아니라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그리고 가장 원숙한 형태로 <하나 그리고 둘>에서 보여준 것처럼 교차편집, 평행편집을 자신의 영화 방법론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때 두 개의 시간이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되기 위하여 이 방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 두 사람의 시간이 <타이페이 스토리>는 그낭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이후 여러분이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하나 그리고 둘>은 보신다면 에드워드 양이 얼마나 지독하게 이 방법론으로 자기 영화를 끌고 가고 있는지를 보시게 될 겁니다. 에드워드 양은 이 방법을 통해서 시간을 따라 진행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 시간을 여러 개의 층위로 나눠놓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에드워드 양은 자기 영화 속의 시간들, 영화적 시간들이 드라마적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리적인 시간이라고 할까요.

누군가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설명하면서 그의 쇼트들은, 그의 씬들은 난반사하듯이 진행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이 표현에는 에드워드 양이 유리를 유난히 자신의 중요한 미장센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유리에 비치고 있는 이미지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을지 모릅니다. 에드워드 양은 자신의 영화를 전칭시점, 그러니까 영화 속의 등장인물 중 누군가의 시점을 빌리는 대신 전칭시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안에서 이 씬이 저 씬을 바라보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타이페이 스토리>가 그 자체로도 에드워드 양의 중요한 걸작이지만, 동시의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이정표이기도 하며 동시에 대만을 이해하는, 그래서 우리들에게 타이페이에 산다는 것, 대만에 산다는 것, 그리고 대만의 역사를 경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말했지만, 몇번이고 말했지만, <타이페이 스토리>에서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은, 아니 에드워드 양의 방법론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어지는 것은 등장인물과 영화를 보는 우리가 영화를 보는 동안 느껴보는 감정이 서로 다른 영화라는 것입니다. 다른 영화들은 영화가 어떤 것을 느껴볼 때 그 영화 속의 등장인물과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애를 쓰고, 영화의 모든 방법들이 그 일치를 위하여 동원됩니다. 그런데 에드워드 양은 오히려 그걸 적극적으로 저항하듯, 그걸 따라가지 않겠다는 듯이 거절합니다. 그래서 종종 영화는 보고 있노라면, <타이페이 스토리>를 보고 있노라면, 아니 <타이페이 스토리>만이 아니라 에드워드 양의 다른 영화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나 가장 친숙하게 느끼시는 <하나 그리고 둘>을 볼 때에도 종종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영화로부터 영화를 보는 우리가 떨어져 나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왜 저런 판단을 내린걸까, 왜 저런 행동을 하는걸까 그 감정을 이해하는 것, 에드워드 양은 그 질문을 하는 것이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보며 질문을 중단할 때는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보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때로 어떤 감독들은 우리를 편안하지 않게 만듭니다. 아니, 영화와 우리들이 긴장하게 만듭니다. 그 긴장을 통해서 영화 안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 그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기를 요구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양은 영화를 보는 우리들이 대만을, 대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렇게 질문하고 질문을 통해서 경험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타이페이 스토리>는 아시아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마음의 풍경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 고독함, 그 쓸쓸함, 하지만 그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을 것 같은 불투명성. 에드워드 양의 <타이페이 스토리>는 외롭고, 외롭고, 외롭고, 외롭고 그리고 외로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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