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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재학에서 말하는 수양이란 무엇인가?

유갤러(223.38) 2024.02.06 02:21:03
조회 127 추천 0 댓글 1
														

저번 글에 이어서 적음


https://gall.dcinside.com/m/confucianism/629

 



우선 일반적인 성리학과 간재학이 뭐가 다른지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우리가 성리학이 원시유학의 정통성을 그대로 계승하지 못하였다고 얘기하는 것은, 성리학은 사상적 배경에서 불1교와 도교의 사상을 많이 수용하였다고 하는 점에서 그러한 평가를 내리기 때문임.


불1교에서는 性을 말하되 모든 物性과 더불어 한 가지의 性으로 여기고, 생성론에 있어서도 만물일체(萬物一體)와 더불어 한가지로 설명함. 현상 자체가 하나의 근원에서 생성 변화한다고 하는 불1교의 이론은 이른바 ‘만법진여(萬法眞如)’임. 진여체(眞如體)는 물과 같고 만법상은 물결과 같아서 물결의 性은 물이요, 만법의 性은 진여(眞如)이므로, 物은 緣을 따라서 물결의 상을 생겨나게 하고, 진여(眞如)의 체(體)는 緣에 따라서, 만법(萬法)의 象을 시현 한다고 여겼던 것임.


이와 같은 논리에 따라서 性과 心을 설명하게 되면, 性이란 보편한 것이 될 수밖에 없고, 心이란 현상의 근원자일 수밖에 없음.




이 불1교의 만법진여(萬法眞如) 논리를 성리학이 수입(?)해온 것이 바로 ‘마음의 존재가 性情을 통섭한다’는 ‘심통성정(心統性情)’ 명제임.


주자는 장재가 『西銘』에서 말한 “사람의 천성이란 水性이 얼음에 있는 것과 같다”고 한 ‘심통성정(心統性情)’은 불1교의 ‘만법진여(萬法眞如)’와는 다르다고 변명하였지만, 마음이 性情을 통섭한다는 입장은 불1교나 다를바가 없지.



간재학 이전까지 조선 성리학에 있어서 性과 心의 문제는 ‘심통성정(心統性情)’을 벗어나지 않았음. 그래서 간재 이전의 성리학은 "그래서 너네는 결국 불1교랑 뭐가 다른데?" 라는 소리가 많이 나옴.




그러나 간재학은 달랐음. 간재학은 ‘심통성정(心統性情)’라는 기존의 명제를 부정하고, ‘성사심제(性師心弟)’라는 새로운 명제를 제시하게 되었거든



사실 까고 보면 간재학의 이런 형태는 더이상 일반적인 성리학이라고는 하기엔 이질적임(마치 다산학이 일반적인 성리학이라고 하기엔 이질적인 것처럼), 왜냐면 중국 성리학사든 조선 성리학사든, 주자/퇴계/율곡이든, 일반적인 성리학에서는 ‘마음의 존재가 性情을 통섭한다’고 얘기를 하는 반면에, 간재학에서는 그 명제를 부정하고 ‘性은 높고 心은 낮으며, 서로 한자리에 마주할 수 없는 존재’라고 봤기 때문임.


‘성사심제(性師心弟)’는 性과 心의 관계는 존비상하(尊卑上下)의 관계일 뿐만 아니라, 그 존재와 기능에 있어서도 서로 합치할 수 없다는 존재라는 의미임.





간재학에서는 性이란 당연한 하늘의 명령(天命)이며, 인간이란 언제나 하늘의 명령(天命)인 “규범”을 받드는 당연한 존재이기 때문에, 마음은 그저 규범에 순종해야 하는 천한 대상일 뿐이거든. (「性尊心卑的據」, 「性師心弟獨契語」 참조)


그래서 간재학은 불1교의 마음 사상에서 벗어나 하늘의 명령인 규범을 섬기는 천명(天命) 사상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음





그렇다면, 간재학에서 중요시여기는 하늘의 명령인 ‘규범’, 이것은 과연 어떻게 알수 있고, 어떻게 따를 수 있을까?


바로 독서임. 마음은 열등하므로, 性이 들어있는 책의 한글자한글자를 규범으로써 따라야 한다는거지.


이런 '규범적 독서'는 간재학에서 말하는 수양이기도 함.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거임. ‘수양? 그거 고요함을 추구하거나 고원한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수1행 같은거 아님? 규범이랑 독서가 뭔 수양?’


간재학에서 말하는 “수양”은 그런 게 아님. 간재학에서 말하는 “정좌”라는 것도, 마음 수1행 같은게 아님.




한국고전번역원 데이터베이스의 간재선생문집에서 ‘정좌’를 검색하면 전후 문맥에 ‘독서’나 ‘공부’가 무조건 등장함.


간재학에서 말하는 ‘수양’, ‘정좌’라는건 결국 독서를 명확히 하기 위한 동작임.




"마음"을 중시하는 타성리학에서의 정좌는 '내면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통제하는 데 의식의 흐름을 관찰하는' 그런식의 마음수1행 형식으로 진화한 것과 달리,


"규범"을 중시하는 간재학에서의 정좌는 내적인 마음보다 "외적인 형식"이 더 중요함. 즉 자세나 태도를 반듯하게 하는 외적인 형식으로써 독서를 통해 책에 담겨있는 "규범"을 보다 명확히 얻게 하기 위함이지. 이는 다음에서 명확하게 들어남.




『艮齋先生文集』前編 卷12 雜著 “須是靜坐看書, 而於治家之法, 當官之政, 無所疏脫, 方是道學爾, 總之一敬字, 通貫於三者之中, 是道學之要也.”


“반드시 정좌하되 책을 보아 치가(治家)의 법과 당관(當官)의 정무(政務)에 엉성함이 없어야 비로소 도학(道學)이다. 경으로 총괄하여 정좌간서(靜坐看書), 치가지법(治家之法), 당관지무(當官之務)의 핵심을 통관함이 도학의 요체이다.”




간재학에서의 정좌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독서로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규범을 얻기 위한 것임. 독서를 통해 책에 담겨있는 하늘의 명령인 규범을 인식하는 것이지.


여기서 독서의 대상은 아무 책이나 읽는게 아니라 ‘규범이 담겨있는 책’들을 말함, 즉 치가지법(治家之法)이 있는 소학과 맹자와 같은 경전은 물론이요 당관지무(當官之務)가 있는 대전통편과 같은 규범적인 법전들까지.


규범은 천하국가를 운영하는 기틀이 되고, 인간과 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준 다는 것임. 인간의 心은 스스로 궁극적 표준과 준칙이 될 수 없고 반드시 독서를 통해 하늘의 명령인 규범을 인식하여 이를 궁극적 표준과 준칙으로 삼아야 하는 것임



그런 책들을 읽고, 규범을 체득하여 그 규범에 순종하는 것. 이것이 간재학의 수양임.


敬을 기반으로 한 독서로, 자신과 공동체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간재학은 ‘책에서 규범을 얻고, 그 규범에 순종하는 형식’의 규범주의·독서중심 이기 때문에, 독서를 중요시할 수 밖에 없음. 이래서 간재학의 성리설은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다른 성리학이 후기엔 경학(경전학)과 성리설이 별개의 것인 것처럼 되어, 성리설이 경전을 떠나 마음수1행 류로 쓰이는 경우가 있었던 것에 비해,


간재학에서는 성리설 탐구가 경학(經學)과 융합이 되어서, 성리설 자체가 경전이나 논서를 해석하는데 특화되어 성리설 자체로써 경전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게 됨







요약하면


1. 일반적인 성리학이 마음 중심의 수1행주의·명상중심 류로 진화한 것과 달리, 간재학은 하늘(천명) 중심의 규범주의·독서중심 류로 진화했음.


2. 그래서 간재학에서 말하는 수양이라는 것도 ‘독서를 통해 규범을 얻고 그 규범에 순종하는 것’에 가까우며, 뭔 고요함을 추구하거나 고원한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수1행 같은 것이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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