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청코 스포 있음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기 위함이다.

소설도 마찬가지.

과거의 작품에서 가져온 레퍼런스들은 결국

향후 전개를 암시하는 표식이 된다.

그럼 패로인이 레퍼런스를 따온 작품은 뭘까.

바로 내청코다

많고 많은 작품 중에 왜?

물론 세세하게 따지면 다르지만.

여러 방면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바로 이 두 쌍, 누쿠미즈-야나미와 하치만-유이.

아싸남과 인싸녀라는 전형적인 대비 구도.

1권에서 누쿠미즈와 야나미가 겪는 갈등은

이미 내청코에서도 비슷하게 보여줬던 구도임.

시작은 남주의 호의.

누쿠미즈는 야나미 대신 음식값을 지불해줬고

하치만은 유이의 개를 구해줌.

그래서 야나미는 매일 누쿠미즈의 점심을 챙겼고

유이는 하치만을 만나기 위해 봉사부를 찾아갔던 것.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인간적 호감을 가지기 시작함.

그러나 주인공은 아싸인 자기랑 있으면 안된다는 자격지심 때문에

여주의 보답을 밀어내고

갑작스러운 거부에 결국 관계는 끝남.

그래 이걸로 된거야... (안 괜찮음)

그리고 제 3자의 개입을 계기로 화해하는 둘.

같은 갈등구조를 보여준 유이와 야나미

그럼 야나미도 최종 패로인

유이가하마의 전철을 밟게 될까?

답은 X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능동성'에 있음

갑작스럽게 인싸가 되어 미묘하게 끼인 상황이 된 유이는

반에서 하치만과 아는 척을 하지 않음.

외부의 시선을 항상 의식하는 중.

반대로 자존감이 높은 천연 인싸 야나미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계속 누쿠미즈에게 다가감.

본인이 직접 무시하지 말라고 확인사살.

애니에서 생략되서 굉장히 아쉬운데,

야나미라는 캐릭터가 결국 진히로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성숙한 내면을 보여주는 제일 중요한 장면.

처음에는 빚을 돌려받기 위해.

그후에는 같은 문예부로 엮인 야나미.

그럼 빚을 다 받으면, 문예부를 나가면 이대로 관계는 끝나나?

야나미와의 끝을 마음 한편으로 두려워하는 누쿠미즈의 고민에서

야나미는 문제 자체를 박살내버림.

"둘이 좋다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한데?"

봉사부 교실과 유키노라는 조력자의 도움으로 화해한 유이와 다르게

야나미는 누쿠미즈와 서로 친구라고 확실히 관계를 정의하면서 고민의 여지를 없앰.

내청코는 이 문제를 작품 내내 가져감.

주연 모두가 봉사부가 사라지면 생길 관계의 소멸에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데,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너무나 오래,

그것도 '자의식 과잉'이니 '공의존'이니 하는 현학적 수사까지 섞어가며

지나치게 배배꼬았고 결국 주제의식이 난해해지면서 작품평을 떨어뜨렸음.

(이거 한마디 하려고 7권 끌었는데 똑같은 짓을 또 한다...)

반면 패로인은 비슷한 구도에서 같은 문제를

야나미의 입을 빌어 1권 만에 직접 끝내버림.

조금 급하게 갈등을 마무리 지은 감도 있지만,

주제의식과 오락성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 부분에서 고평가할만함.

러브"코미디"답게

경쾌하게 문제를 해결한 야나미.

그런 야나미가 LOVE 2000을 커버한건

다분히 의도된 선곡이라 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