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마냥 주절주절 써봄..

1. 시작하기 전에

 게임을 구입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페이퍼마리오 전작중 하나인 천년의 문이 취향에 맞지 않았기도 했거니와,

 최근에 나온 마리오IP 게임 요시 크래프트 월드, 루이지맨션3 둘다 개인적으론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발대의 '천년의 문과는 장르가 다르다'는 평도 있었고, 최근에 딱히 할만한 스위치 게임도 없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음.. 결과적으론.. 안했으면 후회할 뻔.

2. 과정이 즐거운 게임

 이번 페이퍼 마리오는 어드벤쳐 게임의 특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A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가 필요한데, B를 얻기 위해서는 C가 필요하고, C를 얻으려면 D가 필요한.. 

 일반적인 어드벤쳐 게임에서는 이런 상황이 굉장히 짜증난다. 

 나는 빨리 게임을 진행하고 싶은데, 내 앞길을 별것도 아닌걸로 막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이퍼마리오는..

 B로갔더니 B도 재밌고, C로갔더니 C도 재밌고, D로갔더니 D도 재밌는 플레이적 요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히려 아직도 플레이할 분량이 많이 남았다는데에 감사하게 될 정도였다.

3. 의외의 액션성

 게임에 액션요소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었다. 

 거대 종이인형과의 전투는 다크소울 느낌의 (난이도는 응애수준이지만) 액션 게임이고, 

 플랫포머적 컨트롤을 요구하는 구간들도 존재한다. 

 후반부에 나오는 슈팅게임 파트에선 닌텐도 이놈들이 대체 얼마나 더 보여주려는건가 싶었다. 

 이 모든것들이 뇌절없이, 매번 새로운 기믹들로 튀어나오니.. 역시 닌텐도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4. 올리비아

 나는 닌텐도 게임 전반에 깔려있는 건전함이 좋다. (검은닌텐도는 일단 논외로 치고..)

 기본적으로 착한 인물들이 나오고, 적이라는 녀석들도 '그렇게까지는' 나쁜 놈들이 아니다. 

 이 게임의 메인캐릭터인 올리비아는 선한 캐릭터의 결정체다. 올리비아의 순수한 행동들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짓게 되기도 한다.

 작은 종이인형인데도 행동 하나하나에 감정이 느껴지고, 은근히 잘어울리는 브금과 함께 신수로 변신할때는 넋놓고 쳐다보기만 했다.

 페이퍼마리오에 개성있는 캐릭터를 넣지 못한다는것이 제약이자 단점이라고 하지만...

 이정도 캐릭터면 충분한거 아닌가?

 요즘 대부분의 게임에서 캐릭터라고 해봤자, anime 프리셋에서 몇가지 속성 골라잡아 뚝딱 만들어내는걸텐데..  

5. 스크립트

 진지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쿠파의 말풍선이라던지, 

 열쇠를 찾아 헤메는 루이지라던지, 

 그 밖에도 깔려있는 수많은 유머센스들은 참 맘에 들었다. 

 그야말로 게임을 진행할 맛 나게, 맛깔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대사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근데 포탄병한테는 왜그러셨는지..

6. 생각보다 어려운 전투퍼즐

 개인적으로 퍼즐을 못푸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탈이나 탈로스의 법칙같은 게임은 쉽게 클리어했고, 위트니스나 브레이드같은 퍼즐게임들도 재밌게 즐겼다.

 게이머로써는 당연한 소양이지만,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퍼즐류 게임에 익숙하다는 소리다.

 그런데 페이퍼마리오의 퍼즐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20번 전투를 하면, 한번쯤은 막혔다. 그리고 한번 막히면 시간 연장에 5천코인은 우습게 박아버리곤 했다. 

 그렇게 고민하고 난 해답이,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왜 이걸 못하고 있었지, 병신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냥 어려웠을 때도 많았다. 

 이런 막히는 부분들이 게임 진행을 생각보다 껄끄럽게 만든다. 게임 시스템은 정렬을 성공시키지 못해도 상관없게 되어있다지만, 개인적인 자존심이 그냥 넘어가는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토리 진행상 한창 최고조로 달아있을 법한 순간에도, 전투에서 한번 막히는순간 해결을 위해 이리저리 고민하다 스트레스받아 게임을 쉬곤 했다. 

 만약 퍼즐이 쉬웠다면, 사람들이 전투에 대한 보상이 적음을 왜 굳이 운운하겠는가? 그냥 슥슥삭삭해서 클리어하면서 진행하면 되는데.

 이게 다 퍼즐이 '게임의 다른 요소들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머리를 굴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전투의 보상이 코인인것은 마딧세이의 목숨이 코인인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

 퍼즐의 패턴이 한 100개라고 치면, 80개는 그냥 직관적으로 풀리고, 15개는 잠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5개는 뒤지게 안풀린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7. '모르면 맞아야지' 느낌의 보스전

 보스전은 전투퍼즐과는 다르게, 간단한 이동루트만 완성하면 되어 몹시 쉬운 편이었다. 보스들만의 기믹으로 필드를 방해하는 기물을 설치하는데...

 이거 그냥 똑같이 '갈수 없는 길'을 만드는 것 뿐 아닌가? 모양만 다르고.

 어쨌든 보스전은 쉽다. 깨는 방법만 알면.

 근데 깨는 방법을 모르니까, 쳐맞으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이럴땐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야 하고.. 이럴땐 무조건 피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보스전을 많이 칭찬하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도 종이손으로 막타칠때는 통쾌했음.

8. 총평

 유사 장르에서는 적수가 없다.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플레이 해봐야 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닌텐도 게임을 좋아하는 모든 이유가 이 게임안에 다 담겨있었다. '닌텐도다운' 게임이다. 무엇을 상상해도 내 기대 이상의 컨텐츠가 기다리고 있었다.

 닌텐도 감성에 동의하고있다면, 이거 하나때문에 스위치를 사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근데 메타점수가 왜 이렇게 낮은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마딧세이에 97점 주던 기준으로는, 페마에도 훨씬 더 높은 점수가 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